포이어바흐와 같은 이들이 이야기하는 눈먼 철학은 이러한 생명과는 너무도 거리가 멉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따르는 이들을 그처럼 무의미한 세계로 이끌고 갑니다. 물론 ‘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당신’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가 ‘먹는 것’은 거룩한 아버지로부터 오는 사랑의 선물입니다. 그 음식을 먹음으로써 인간은 그분의 빛과 영광과 기쁨에 참여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그분께서 주시는 것들에 의지해 살아갑니다. - P55

오늘 우리에게

당신의 사랑 안에서
이 모든 것을 내려주소서.
그저 존재하는 데 그치지 않게 하시고,
진정 사랑함으로
충만하고 의미 있으며
거룩하고 영원한 삶을 살게 하소서.
당신께서 본래 창조하신 대로의 삶,
당신께서 우리에게 이미 주신, 언제나 내려주시는
바로 그 삶을 살아가게 하소서.
그렇게 당신을 알고, 사랑하여
당신께 감사를 올리게 하소서.

일용할 양식을 주소서.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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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먹했던 너와의 사이는 천천히 회복되었다. 네가 나를 이해했거나 내가 너를 이해한 게 아니었다. 우리는 최대한 말을 아끼는 방식으로 서로를 불편하지 않게 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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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섹스 얘기란 무엇인가…… 친밀하고 편안하면서도 무례하지 않은 분위기에서의 섹스 얘기일까. 떳떳해야만 좋은 섹스인가. 수치심을즐길 유일한 장르이기도 하지 않나. 아무튼 섹스 앞에 붙는 ‘건전한‘이라는 형용사는 어딘가 우스웠다. - P152

그러나 사랑하는 친구의 대타로 뛰는 첫 알바 날에 가장 아끼는 티셔츠를 골라 입는 도혜의 마음을 우리는 그려볼 수 있다. 윤이 덕분에 도혜는 처음으로 자신의 있음이 부끄러워졌다.
결여된 것들을 통해 윤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일찌감치 배웠는지 보았기 때문이다. 신형철 평론가의 책 『정확한 사랑의 실험,(마음산책, 2014)에 따르면 욕망의 세계에서는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지만, 사랑의 세계에서는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지 않은지가 중요해진다. 도혜가 윤이를 좋아하다가 자신이무엇에 서툰지 알아가게 되는 과정처럼 말이다. 어떤 사랑은 나를 더 사랑하게 만들기보다 내 안의 결여를 인지하도록 이끈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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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타인의 자는 얼굴을 바라보며 단순히 웃기다거나, 평화로워 보인다거나 하는 것을 넘어 연민을 느끼게 되는 것은 왜일까. 김소연 시인은 『마음사전』(마음산책)이라는 책에서 연민이라는 감정을 사무치는 동질감에서 오는 것으로 본다. 너와 내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이 정말 믿어짐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너의 자는 얼굴은 나에게 거부할 수 없는 비감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일까. - P72

그러다 우연히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과 눈빛으로, 손짓으로, 온몸을 동원해 더듬거리며 좋아한다‘, ‘날씨가 좋다‘, ‘맛있다‘, 기쁘다‘ 같은정말 필요한 말만을 주고받고 있으면 내 언어의 방바닥을먼지 없이 물걸레질한 듯한 기분이 든다. 뿐만 아니라 그런 대화를 나눌 때의 얼굴도 좋아한다. 경청의 한계를 알면서도 넘어서려 하는 얼굴, 이해를 다 하지 못한 게 분명한데도 절대 이 대화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결연함으로 반짝거리는 눈빛은 아마도 인간이 지닌 최고의 아름다움 중 하나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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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도 아니고 남성도 아니어서 그 어떤 자유와 승리도 그들 몫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오래전에 알았기 때문에, 그들은 뭔가 다른 것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 P80

크고 긴, 멋진 울부짖음이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바닥도 없고 꼭대기도 없고 그저 원을 그리며 돌고 또 도는 슬픔뿐이었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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