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지금, 콘크리트 평야 위에서 검은 연기를 뿜는 초대형 기계, 소방차와 구급차의 사이렌소리, 거침없이 부는 초겨울의 바람, 좌석도 가방도 시간도 잃은 채 어리둥절해하고 화를 내고 가슴을 쓸어내리고 여러 언어로 웅성거리는, 오와 열 따위는 없이 털썩 앉거나 서성거리거나 제각각이지만 아주 흩어지지는 않는 사람들. 그 모든 것 사이에서 위태로운 우애를 담아 말한다.
"나는 활주로 위에 있다."
이것은 아무 결심도 아니지만 한번 더 말한다.
"나는 활주로 위에 있다."
앞뒤로 줄을 서서 대피한 아까의 일본 청년이 곁에 있다가 뜻밖에 한국어로 대답했다.
"확실히 그렇네요." - P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