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타인의 자는 얼굴을 바라보며 단순히 웃기다거나, 평화로워 보인다거나 하는 것을 넘어 연민을 느끼게 되는 것은 왜일까. 김소연 시인은 『마음사전』(마음산책)이라는 책에서 연민이라는 감정을 사무치는 동질감에서 오는 것으로 본다. 너와 내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이 정말 믿어짐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너의 자는 얼굴은 나에게 거부할 수 없는 비감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일까. - P72

그러다 우연히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과 눈빛으로, 손짓으로, 온몸을 동원해 더듬거리며 좋아한다‘, ‘날씨가 좋다‘, ‘맛있다‘, 기쁘다‘ 같은정말 필요한 말만을 주고받고 있으면 내 언어의 방바닥을먼지 없이 물걸레질한 듯한 기분이 든다. 뿐만 아니라 그런 대화를 나눌 때의 얼굴도 좋아한다. 경청의 한계를 알면서도 넘어서려 하는 얼굴, 이해를 다 하지 못한 게 분명한데도 절대 이 대화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결연함으로 반짝거리는 눈빛은 아마도 인간이 지닌 최고의 아름다움 중 하나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 P15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