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무개의 장자 산책
이현주 지음 / 삼인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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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옛말이 있다. 좋은 의미 일 수 있지만 한 편으로는 명예라는 인간 탐욕의 한 방편임을 부인할 수 없다. 옛 사람들 중이 백성의 피를 빨아 먹었던 자들이 임지를 떠나면서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비(碑)'를 세웠던 일들을 있었다. 백성을 착취한 자들이 이름까지 착취하는 탐욕이 나은 결과다.

 

좋은 일로 이름을 남기는 것을 탓할 필요가 없지만 좋은 책을 내면서 이름을 밝히지 않는 이가 있으니 '이 아무개'다. 그가 쓴 <이 아무개의 장자산책>(삼인 펴냄)을 손에 드는 순간 멈칫한다. '이 아무개?' 아무개라는 이름이 있나 의문이 들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이 아무개는 목사, 동화 작가, 번역가이면서 동서양을 아우르는 글들과 따끔하고도 넉넉한 말씀으로 많은 이들을 품어주는 이현주 목사임을 알게 된다.

 

<이 아무개의 장자 산책>은 1996년에 나온 <장자 산책>을 새로 다듬고 보완한 개정판이다. <장자>는 장주의 저술로 내편 7, 외편 15, 잡편 11편인 총 33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아무개의 장자 산책>은 장자 사상의 정수이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내편>을 다루고 있다. 

 

사실 <장자> <도덕경> <사서오경>을 접할 때마다 지식 정보화 시대에 2500여 년 전 중국 철학가와 사상가들이 남긴 글들을 읽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실용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에 아무런 이익도 주지 못할 것 같은 <장자>를 읽는 것은 시간이 낭비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젖은 이들에게 아무개 목사는 말한다.

 

"연이 바람 타고 하늘 높이 오르는 것은 그 줄이 땅에 묶여 있기 때문이라고 줄이 풀어지거나 끊어지면 연은 곧장 땅에 떨어질 것이라고 장자의 생각이 수천 년 세월에도 사라지지 않은 까닭은 그 뿌리가 대지에 든든히 박혀 있기 때문이요, 근본을 붙잡은 그의 생각을 울가 잃은다면 21세기 눈부신 컴퓨터 문명도 순식간에 곤두박질치고 말 것이라고."(10쪽)

 

사실 <사서삼경>과는 달리 노자와 장자는 1명이 읽었다면 얼굴이 하나이고, 100명이면 100개, 100만명이면 100만개의 얼굴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얼굴로 다가온다. 우리는 여기서 <장자>라는 텍스트가 절대 진리가 아니라 그것을 읽는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자신의 삶의 정황에서 치열하게 벼려진 거울이 되도록 노력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실용주의가 나은 병폐는 심각하다. 이익만 되면 무조건 좋다는 논리가 지배하는 시대가 우리 시대다. 그러니 인간에 대한 존중과 생명에 대한 존엄성은 자본이 낳은 탐욕에 팔아버렸다. 이럴 때 2500여 년 전 <장자>를 통하여 오늘 우리 자신들이 빠져 버린 탐욕과 존엄성 훼손을 극복하는 일이 필요한 시대임을 분명하다.

 

이아무개 목사는 <장자>를 통하여 기독교와 불교 등을 오고간다. 장자가 어떻게 세상의 종교와 사상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장자와 기독교, 불교가 시공간을 뛰어넘어 텍스트에서는 서로가 다른 진리가 아니라 소통하고 있음을 말한다.

 

"'나'라고 하는 물건 하나 없애버리면 너 있는 자리가 곧 새 하늘 새 땅이요 네가 곧 곤이요 붕이요 남명이요 북명이요 9만 리 창공이요 회오리바람이라는 얘기다."(17쪽)

 

새 하늘과 새 땅은 예수, 곤과 붕은 부처, 남명과 북명은 장자다. 이아무개는 이들의 목소리에서 ‘나’라는 관념에 예속된 사람과 그것을 벗어난 사람의 모습을 더욱 두드러지게 보여준다.

 

우리는 공(功) 다툼 때문에, 자기 이름 내기에 바쁘다. 이런 때에 '나'를 버리고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을 살아가는 것은 부질 없는 것에 목숨을 거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는 길이다. 이아무개 목사는 이렇게 장자와 예수, 석가뿐만 아니라 노자, 공자, 간디, 아퀴나스, 소크라테스를 서로 불러모아 대화한다.

 

<공자> <맹자> <논어> <대학> <중용> <금강경> <산해경>, 조선의 선시, 수사(修士)의 글들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진리와 인간 자신, 자연을 알기 위하여 끊임없이 내 놓았던 텍스트를 통하여 그들이 무엇을 뚫고 나아가려 했는지, 무엇이 같고, 다른 지를 <장자>를 통하여 말한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는 시대는 죽은 시대다. 자연을 이해하지 않는 시대는 죽은 시대. 실용을 통한 이익 창출이 지배하면서 인간을 이해하고, 말하고, 학문을 말하고, 문학을 말하는 철학, 어문학, 인문학, 기초학문은 이미 대학에서 생명을 잃어가고 있다. 이웃이 강도를 만나도, 도와주지 않는다.

 

자연을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을 위한 이익의 도구인 이용가치로 평가하면서 결국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파멸로 가고 있다고 이아무개 목사는 말한다. 이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미명 아래 힘을 통하여 지배하려고 했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였음을 말한다.

 

"사람이 바뀌지 않는 한 파멸을 향한 지구의 운명은 바꾸지 않을 것이다. 자연에서 '힘'만을 볼 게 아니라 그 아름다움과 장엄함을 보아야 한다. 예술과 종교가 새로이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나무 한 그루를, 자르고 켜서 침대로 만들 재목으로만 볼 게 아니라 더불어 노닐며 생사를 함께 할 '이웃'으로, '어미'로 보아야 한다."(51쪽)

 

자신을 장사 지내는 것, 버림, 완전히 여읜 상태를 독일 신비주의 사상가 마이스 에크하르트(M. Eckhart, 1260~1328)는 '무심'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어디에도 연루되어 있지 않음'으로 '초탈'이라고 이 아무개 목사는 말한다. 나를 포함한 모든 피조물로부터의 초탈이야 말로 사랑, 겸손, 자비보다 고귀한 최선, 최상의 덕임을 강조한다. 이것이 최상의 덕이지만 가지는 것에 매어 달리니 사랑과 겸손, 자비는 찾아 볼 수 없다.

 

초나라 때 미치광이 접여(接與)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를 향하여 이렇게 말했다.

 

"봉황이여 봉황이여 시들어가는 덕을 어찌하겠느냐? 앞날은 기대할 수 없고 지난날은 돌이킬 수 없도다. 천하에 도가 있으면 성인이 그것을 우리고 천하에 도가 없으면 성인은 자기 목숨 살아갈 따름이니 시방은 겨우 형벌이나 면하는 게 고작인 세상. 위태롭구나, 위태롭구나. 땅에 금 긋고 그 안에서 허둥대는 짓거리. 계수나무는 먹을 수 있어서 잘리우고 옻나무는 쓸 데가 있어서 베어지네. 사람이 저마다 쓸로 있음의 쓸모는 알면서 쓸모없음의 쓸모는 모르는구가."(200쪽)

 

모든 것이 썩어 무너진 세상이라는 말이다. 입신양명과 출세, 탐욕만을 위하여 나무를 베어내고, 자연을 버리고, 생명을 버리는 세상을 향한 장자의 일침이다. 가난하고, 비천한 곳에 머물기를 원하는 장자 사상의 핵심을 볼 수 있다.

 

이름이 나면 높아지고, 높아지만 탐욕이 생기고, 이것이 화근이 되어 결국 파멸에 이르고 마는데 우리는 이를 위하여 달려가고 있다. 그렇다. 광우병을 보라, 대운하를 보라. 영어몰입교육을 보라. 파멸에 이르는 길이지만 그것이 살 길이라고 외치고 있다.

 

책 읽는 것조차 대학입시와 연관시키는 우리 시대에 <이 아무개의 장자 산책>은 분명 돈 되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실용과 탐욕에 찌든 우리가 <장자>를 통하여 무심과 비움이라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땅이 죽으면 인간도 죽는다. 인간과 함께 만물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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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된 진실 - 계급.인종.젠더를 관통하는 증오의 문화
데릭 젠슨 지음, 이현정 옮김 / 아고라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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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은 과연 인간에게 희망인가? 문명은 과연 인간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인가? 문명사회는 과연 미개사회보다 선(善)인가? 우리 시대는 '그렇다'고 말한다. 문명사회는 천하기에 선하기에 인간이라면 추구해야 할 가치, 삶, 희망이라고. 그리하여 오늘도 문명사회를 만들기 위한 온갖 노력을 다한다.

 

하지만 <거짓된 진실>은 '문명' 중심에는 계급·인종·젠더를 관통하는 증오가 숨겨져 있다고 선언한다. 문명 속에 숨어 있는 증오의 문화를 깨는 것만이 인류에게 희망이 있다고 단언한다.

 

문명사회 속에 어떤 증오의 문화가 도사리고 있기에 데릭 젠슨은 <거짓된 진실>을 통하여 문명을 깨는 길만이 희망이라고 했을까?

 

1918년 미국 조지아 주 발도스타에서 흑인 열한 명을 무참히 살해한 백인들. 살해당한 흑인 남편을 둔 아내가 복수를 맹세하자 나무에 매달아 난도질하고, 불에 태웠고, 배를 갈라 아이까지 발로 머리를 짓이겨 죽였다. 하지만 그것이 수백 발을 그에게 발포했다.

 

90년 전에 일어난 오래된 일이라 인종차별이 사라진 우리 시대는 이런 잔혹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애써 변명하려는 순간 데릭 젠슨은 칼날을 들이댄다. 2001년 남미 콜롬비아 알토나야에서 ‘암살대’라는 이름으로 부활절 주말에 40명을 학살했다. 한 여성을 데릭 젠슨은 주목했다. 암살대는 그 여성을 전기톱으로 손을 자르고, 배와 목을 갈랐다.

 

“이 책은 하나의 무기다. 잔학 행위에 반대하고자 하는 사람들 모두의 손에 쥐어진 총이고, 그 총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려주는 매뉴얼이다. 이 책은 우리의 인식을 묶어두고 지금 같은 세상에 우리를 묶어두는 밧줄을 자르는 칼이다. 도화선에 붙이는 성냥이다.” (본문 11쪽)

 

데렉 젠슨은 5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에 인류 문명이 인종과 성, 자본과 생산을 통하여 얼마나 참혹한 증오를 남겼는지 낱낱이 고발한다. 37-40쪽에서 사람들이 경찰 지시를 따르다가 죽음 당한 사실을 말한다. 이 증오는 과거에 일어난 '과거형'이 아니라 지금도 일어나는 '현재진행형'인 사실 몇 가지를 살펴보자.

 

“앤토니 바에즈, 1994년 12월 22일, 뉴욕 시 길거링서 축구를 했다는 이유로 질식사. 갈랜드 카터, 17세, 1996년 1월 8일, 등 뒤에서 경찰이 쏜 총에 맞다. 대릴 하워턴, 1994년 9월 8일, 다른 사람의 집 지키는 개한테 먹이를 주다가 총알 여섯발을 맞았다. 티샤 밀러, 1998년 12월 28일, 고장 난 차에서 자고 있다가 깜짝 놀라서 깨는 순간 총알 열두발을 맞았다. 1996년 6월 13일, 자신의 차에 앉아서 손을 허공에 올린 상태에서 총알 열여덟 발을 맞다(첫발을 쏜 다음 한 경찰관은 이렇게 말했다. 검둥이 넌 이제 죽었어.).”

 

주목할 점은 이 증오 문화를 통하여 잔혹한 희생을 당하는 이들은 대부분이 흑인과 더불어 소수자, 유색인종, 약자들이라는 사실이다. 하루에 4~5명이 경찰관들에게 희생당하고 있다. 인종차별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여성 인권이 보장된 미국 사회도 '여성'에게는 ‘보이지 않는 증오’라는 성폭력을 통하여 희생당하고 있다. 강간을 통하여 경험한 여성들은 인간성을 파괴당한다. 인간성을 파괴시키는 성폭력은 증오범죄인데 남성 주류 사회는 이를 성범죄로 규정할 뿐이다. FBI가 데릭 젠슨에게 밝힌 사실은 이렇다. “강간은 증오범죄가 아니에요.”

 

어떤 여성들은 성폭력과 노동력 착취를 통하여 이중으로 인간성 파괴를 겪는다. '허위계약'을 통하여 '강간'을 통하여 문명은 여성을 하나의 도구로 삼을 뿐이다. 이는 미국 사회 여성들이 겪는 '보이지 않는 증오'보다 더 참혹한, 분명한, 증오범죄다. 1999년 프놈펜에서 '디나 찬'이라는 여성이 '제1회 젠더와 발전 전국 대회'에서 이렇게 연설했다.

 

“우리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동물이 아니고 우리는 바이러스가 아니고 우리는 쓰레기가 아닙니다. 우리는 살과 뼈, 피부가 있고, 심장이 있으며, 우리는 어떤 이의 누이이고 딸이고 손녀입니다. 우리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여자입니다. 존중과 품위로써 대우받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누리는 권리를 우리도 가지고 싶습니다. 나는 인신매매를 당했고, 강간을 당하고 구타당한 후 억지로 남자들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모욕을 당하고 물건처럼 취급되어 남자들이, 그래요, 남자들이 쾌락을 느끼게 해야 했습니다.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돈을 벌어다주었고 또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는 쾌락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내게 남은 것은 수치심, 고통, 모멸감뿐이었습니다.” (본문 307쪽)

 

경제에 약자인 여성, 아니 백인이 아닌 그들은 이중고통을 통하여 인간성 파괴와 모멸감을 겪는다. 이 중심에는 자본이 있다. 자본에게  다이아몬드를 빼앗긴 남아프리카 원주민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땅을 빼앗긴 인디언들이 있다. 정복자들은 원주민들에게 땅과 다이아몬드 권리를 주지 않았다. 아니 그들에게 권리가 있다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않았다. 권리는 원주민이 아니라 정복자들에게 있다.

 

자본은 이토록 사람을 잔혹하게 만든다. 자본은 이토록 사람을 사람이 아니게 만든다. 자본은 여성을 성적 쾌락을 제공하는 도구로 만들어버렸다. 이것인 증오범죄다. 개인과 가족, 사회까지 모든 빼앗아가 버리는 범죄다. 한마디로 하면 인간이 아니라 동물과 도구에 불과했다.

 

"돈이 목숨보다 더 중하다고 누가 정의하는가? 돈을 가진 자들이 더 힘이 세다고 누가 정의하는가? 결국 돈이 무엇인가? 종이다. 금속이다. 먹을 수도 없다. 종이는 열을 가하면 탄다.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갖다 붙인 의미를 제외하면 돈은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돈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돈은 아무것도 아니다."(본문 312쪽)

 

자본은 인간을 도구화, 상품화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한다. 이런 일들은 민주주의가 정착된 과거일 만이 아니라 오히려 민주주의 사회인 오늘에 더 가혹하게 일어난다. "민주주의는 금권정치, 즉 부자들의 통치에 기초한다"고 데릭 젠슨은 말한다.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도 '노예' 전통을 이어갈 뿐이다. 과거보다 더 교묘하고, 잔인하고, 참혹한 방법으로.

 

노동자, 소비자는 자본이 목적하는 생산과 이윤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아니 지구도 마찬가지다. 생산을 위하여 모든 것이 존재한다. 생산이 공동체보다 더 중요하고, 건강과 풍요보다 더 중요하다. 그러기에 인간 생명까지 생산을 위하여 존재하는 도구일 뿐이다.

 

기억하고 있는가? 1984년 인도 보팔 시에서 일어났던 미국 기업 유니언 카바이드사의 살충제 공장에서 유독물질이 배출돼 1만 명이 희생당하고 12만 명이 다친 사건을. 이 회사는 1930년대 웨스트버지니아 혹스네스트 터널을 뚫을 때 수백만 명이 죽었고, 공사 중 발생된 규산 분진으로 발생한 규폐증으로 죽은 이들이 764명이라는 사실을. 규폐증으로 죽은 이들이 흑인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피해자들에 대한 인식이 무엇인지 한 도급업자를 통하여 우리는 알 수 있다. "내가 이 검둥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일찍 죽을 줄은 몰랐다." 생산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이 인간이 아니라 취급한 이들을 이토록 자본은 진짜 사람을 죽였다.

 

그 자본에는 유니언 카바이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네덜란드 초국적 기업 쉘은 아프리카에서 토착민 문화를 파괴하였고, 땅을 빼앗고, 저항하는 사람들을 목매단 제노사이드(Genocide)를 저질렀다. 카길, 엑손, 몬산토, 와이어하우저, 제너럴 일렉트릭, 타이슨, 맥삼 같은 대기업들이 만족할 줄 모르는 이윤을 추구하면서 저지르는 잔학 행위는 나열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고 데릭 젠슨은 말한다.

 

전쟁은 경제와 생산을 위한 가장 좋은 도구다. 전쟁은 경제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길이다. 전쟁을 통하여 자본은 그들 자신보다 더 귀중한 목숨을 희생시키면서 애국심을 불러 일으키기까지 한다. 페르디난드 런드버그가 한 말을 데릭 젠슨은 이렇게 인용했다.

 

"전쟁 상황에서 비수처럼 핵심을 찌르는 물음은, 누가 전쟁을 일으켰느냐가 아니다. ……전쟁에서 누가 이익을 보느냐, 누구 주머니에 돈이 들어가느냐, 누가 이익을 지키느냐가 관건이다."(본문 367쪽)

 

그 돈이 과연 누구 주머니에 들어갈까? 자본, 부자들임을 잘 알고 있다. 부자와 자본을 배물리는 일을 위하여 국가는 언제나 '민주주의' '대의'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전쟁을 거짓된 진실로 만들어버린다.

 

홀로코스트는 히틀러만 일으킨 잔인한, 잔혹한 범죄가 아니다. 과거에도 존재했다. 히틀러는 잔인한, 잔혹한 증오를 만든 문명이 보여준 또 다른 모습일 뿐이다. 데릭 젠슨에 말은 가슴을 찌른다. "나치는 인간을 죽이고 있었고 지금 우리는 단지 지구를 죽이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나치는 유대인, 루마니아인 등을 완전히 없애버리려고 했지만, 우리가 야기하는 죽음은 모두 우리 경제 체제의 우연적인 부산물일 뿐이다. 그렇지 않은가."

 

자본과 생산, 이익을 위하여 사람이 사람이 아닌 도구로 취급받으면서 죽었다. 인종 우월주의와 지배문화가 남긴 이 참혹한 증오범죄를 이제 우리는 끝내야 한다. 여성을 도구화하고, 피부색이 다른 인종을 차별화하는 잔인한 범죄, 경제와 생산을 위한 인간의 물질화를 끝내야 한다.

 

"지배문화를 멈추게 못하면, 그것은 지구에 있는 모든 것을 다 죽일 것이다. 전부 죽일 수 없다면 죽일 수 있는 것은 다 죽일 것이다."(본문315쪽)

 

생명보다 생산을 높이는 것, 인간, 북극곰, 강, 산이라는 생명체보다 경제와 자본이익을 높이 평가하는, 개별 문화와 역사, 민족과 인종별로 다른 문명과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흑인 남자, 중국인, 한국인이라기보다는 중국놈, 검둥이, 일본놈이라고 부르는, 여성 자체보다 여체를 담은 사진 자체를 더 중히 여기는 이 죽임과 증오만이 남아 있는 문화, 문명을 끝내야 한다.

 

그 방법은 증오문화를 있는 그대로 정확히 보는 것이다. 증오문화가 현재 우리를 지배하고 있고, 현실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보아야 한다. 정확한 인식이 전제되어야 문제 해결 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

 

생산보다 생명을 위에 두고, 생명을 생산의 도구로 생각하는 자들을 물리적으로 멈추게 하고, 생산을 위한 정복을 그만두는 것이며, 지구를 파괴에서 해방시키고, 마지막을 문명 제거라고 데릭 존슨은 말한다.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증오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증오는 수억 년간의 자연선택의 결과가 아니다. 우리들 각자를 키운, 우리의 틀을 만든 조건의 결과물이다. 우리에게 주입된 의문시된 적 없는 가정들의 결과다. 증오를 멈추게 하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그 틀을 만드는 조건을 제거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전에는 성공할 수 없다. 그러니, 맞다. 그게 바로 내 해법이다. 우리는 문명을 제거해야 한다." (본문 5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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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뉴스1>

 

"숨만 붙어있는 식물정권이냐"

 

지난 대선때 박근혜 대통령을 적극 도왔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지난 18 박 대통령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에 기고한 '비리와 의혹을 계승한 정권' 제목 글에서 쓴 내용입니다. 이 교수는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MB 정권 '4자방 비리' 의혹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정면 비판했습니다.

 

그는 "이명박 정권만큼 비리 등 많은 문제와 각종 의혹을 남긴 정부도 없을 듯하다"며 "그 정권의 실세였던 이상득과 박영준은 감옥을 다녀왔고, 국정원장을 지낸 원세훈도 그러했다"며 MB정권 실세들이 줄줄이 감옥에 간 사실을 열거한 후, "이들은 만기 출옥했지만 다른 건으로 다시 구속 기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감옥에 갈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 이유로 "'사자방' 의혹 중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것은 4대강 사업"이라며 "4대강 사업은 하천법, 환경법, 국가재정법 등 관련된 법률이 많아서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에 이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일었다. 목적도 용도도 불분명한 4대강 사업을 법이 정한 절차를 어겨가면서 강행하더니 예상했던 대로 대재앙을 초래하고 말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해외자원투자와 관련해선 "반면에 해외자원개발은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이 공기업의 투자로서 해외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 실체를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해외자원개발도 추악한 생얼굴을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다"며 "해외자원개발에 참여했던 공기업들은 수십조 원을 허공에 날려 보내고 심각한 부실상태에 빠져 들었다"고 질타했습니다.

그는 방산 비리에 대해선 "방위산업 비리는 원래 파악하기 어려운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몇몇 사건이 드러나 있는 상태다. 사정이 이러하니 도무지 이명박 정권이 혈세로 개발하고 구입한 무기체계가 작동이나 제대로 하는지, 그게 의심스러울 정도"라면서 "아마도 지금까지 드러난 비리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고 말해, 엄청난 비리가 터져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런 데도 박근혜 대통령이 엄정한 대처를 해야 하는 데 그렇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상황이 이쯤 되면 새로 들어서 박근혜 정부가 강도 높은 조사를 했었어야 한다. 원래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전 정권에서 있었던 논쟁적인 정책이나 사업에 대해선 전면적 검토를 해야 하는데, 박근혜 정부는 그런 것을 전혀 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자방' 비리 등 곤란한 사안에 대해선 도무지 아무런 말이 없다. 대통령 지시 없이는 아무런 일도 못하는 장관들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도무지 이게 살아 있는 정권인지, 아니면 숨만 붙어 있는 식물정권인지 알 수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3년 2월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 18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함께 나서고 있다.<노컷뉴스>

 

그는 또 "'사자방'의 당사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는 것 같고, 새누리당의 친이계 중진들은 국정조사는 결코 있을 수 없다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며 "한 친박계 의원은 '사자방이건 호랑이방이건 들어가면 다 죽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친박계 의원이 한 말이 현재 여권의 사정이라고 보면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자방 당사자가 오히려 더 떳떳한 현실에 대한 탄식인 셈입니다.

 

이 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가 박근혜정권이 이명박정권과 별 다르지 않는 '샴쌍둥이 정권'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이명박 정권과는 다를 것임을 은연중에 강조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당선된 후에 보여 준 모습은 당선 전과는 180도 달랐다. 박근혜 정권은 전 정권 하에 있었던 비리와 의혹을 털어내기는커녕 통째로 승계한 모습"이라며 "그러하다면 박근혜 정권은 이명박 정권과 '샴 쌍둥이'가 된 셈이다. 사정이 이러해서 박근혜 정권은 전 정권 하에서 일어났던 비리와 의혹을 건드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하지만 한 정권 5년은 덧없이 빨리 지나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정리하지 못한 '사자방' 비리와 의혹은 다음 정권에서 다루어 질 것"이라며 "그러면 박근혜 정권도 '사자방' 비리의 당사자로서 심판대에 오를 것이다.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4자방을 심판하지 않으면, 결국 박근혜정권도 심판받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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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몇 년 후에는 ‘싱글세’를 매겨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산도 부족하고 정책 효과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부 지원만으로 저출산을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싱글세와 같은) 페널티 정책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가 저출산 대책으로 '싱글세(1인가구 과세)'를 거론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결혼을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고 애 낳아도 대책이 없는데...싱글세 도입? 세금 뜯는 것은 귀신인 나라"(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

"싱글세? 사람이 소냐? 새끼 안 낳는다고 페널티 주게?"라면서 "사람을 '인적 자원'이라 부르는 것도 모자라 이젠 '축산 자원' 취급하네요. 저런 생각 더 자라게 놔 두면, 얼마 안 가 이 나라 사람 대다수는 진짜 '개나 소'가 될 겁니다. 반값등록금, 비정규직 문제 해결, 무상보육 등 대통령 공약을 지키는 게 ‘저출산 대책’입니다. 젊은이들을 채무노예로 만들어 결혼할 꿈까지 뺏어놓고 ‘싱글세’까지 매기겠다는 생각은, 네로나 연산군도 못 했던 겁니다"(전우용 역사학자)

 

"기가 막힐 뿐이다. 나라를 망쳐도 이렇게까지..."(이재명 성남시장)

 

누리꾼들도 "싱글세는 국가주의 독재자들이 도입했던 시대착오적 망상" "정부 고위관계자가 저출산 대책으로 '싱글세' '패널티' 등을 거론했다는 사실 자체가 현정부의 수준을 보여주는 해외토픽감이다.","싱글세 도입? 저출산의 근본 원인을 모르는 듯", "싱글세로 저출산 문제 푼다? 이 나라에 사는 게 몹시 부끄럽다", "싱글세 도입? 다음은 의무 임신제인가?" 이라고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싱글세는 독재자들이 도입한 세금제도 입니다. <뷰스앤뉴스>에 따르면 1927년 이탈리아 무솔리니는 남성 독신세를 신설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 독일 히틀러 역시 1933년 집권하자마자 독신세를 통한 결혼의 권장을 최우선 정책 중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또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크는 1966년 피임을 불법화했습니다. 아이를 낳지 않거나, 낳지 못하는 여성은 임금의 10%까지 ‘독신세’를 물렸습니다.

 

파문이 확산되자 보건복지부는 12일 보도해명자료를 통해 "현재 보건복지부는 '저출산 보완 대책'을 마련중이며, 결혼․출산․양육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여러 과제들을 검토중이다"라며 "'싱글세' 등과 같이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안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싱글세는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표현한 말이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는 어제오늘이 아닙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가임기간 출산할 것으로 예측되는 자녀 수)이 1.18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입니다. 하지만 저출산 대책이 싱글세라니 정말 대단한 정권입니다. 여기서 잠깐 박근혜 대통령도 싱글아닌가요? 그럼 박근혜 대통령부터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물론 다른 싱글에게는 적용하지 말고. 증세는 직접세부터 올려야 합니다. 재벌과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물리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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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공안정국을 조성하려고 하는가"

 

 

새정치민주연합은 7일 검찰이 초헌법적 '한국판 애국법'을 추진하려하자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7일 <조선일보>는 검찰은 안보 위해, 테러 등의 범죄에 대해 압수수색, 계좌 추적 요건을 완화하고 해외 및 사이버상에서 수집한 증거 능력을 좀 더 쉽게 인정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증거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에 따르면, 지난 5일 서울중앙지검은 김수남 지검장의 지시에 따라 윤웅걸 중앙지검 2차장(공안 담당)을 중심으로 공안부장들과 공안부 및 공판부 검사가 모두 참여하는 연구회를 구성해 긴급회의를 열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 안보 위해 사범에 대해서는 증거법을 완화하거나 '안보 형법'을 별도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MBC '뉴스데스크' 방송화면 갈무리



<조선일보>는 "검찰의 이런 움직임은 최근 간첩 사건에서 연이어 무죄가 선고된 주요 원인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까다로운 증거법과 공안·시국 사건에서 일부 민변(民辯) 소속 변호사들의 조직적인 수사·재판 방해 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검찰은 법 집행을 교묘히 무력화시키는 민변 변호사들을 적극적으로 징계 신청하는 동시에 공안(公安) 수사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증거법 조항 개정을 추진하는 등 두 갈래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복안"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는 '간첩 증거 조작' 등을 파헤친 민변을 겨냥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충격입니다. 이는 유신시대 이래 처음으로 초헌법적 법률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7일 "검찰이 최근 간첩 사건에 연이어 무죄가 선고된 주요 원인으로 민변 소속 변호사들의 조직적인 수사·재판 방해 행위를 든 것은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보다 치밀한 증거 능력 수집에 매진할 생각은 하지 않고,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애국법’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인권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비판한 이유입니다.

 

누리꾼들도 "간첩조작 사건으로 사죄해야 할 검찰이 오히려 최악의 악법을 추진중이군요. 황교안장관, 김진태총장 사퇴하라!", "애국법’이라..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기본은 지켜져야 하는게 아닌가요? 이 지경까지 온데는 반대자들이 정권의 아픈 곳을 계속 쑤셔온 잘못(?)도 있지만, 반대자를 적으로 몰아가려는 사고방식의 산물이 될까 큰 걱정입니다~", "검찰이 한국판 애국법을 추진중. 압수수색, 계좌추적, 사이버 증거수집, 민변의 수사.재판 방해 행위 대응 등 이라는구나. 70년대인지 잠시 헷갈리는데, 접대없다고 길거리에서 자위질이나 하지 말아라."이라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정말 유신 부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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