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 안락사, 허용해야 할까? 내인생의책 세더잘 시리즈 21
케이 스티어만 지음, 장희재 옮김, 권복규 감수 / 내인생의책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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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사람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방문할때마다 언제나 마음이 무거웠고, 아프지 않은

건강한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더구나 태어나자마자 선천적인 불치병을 앓고있다거나 사고로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에

있어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지 않아도 불행한 운명으로 남들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볼때는 더욱 그렇다.

그런 분들을 볼때면 '안락사'에 대한 질문을 내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모두가 죽을때까지 행복하게 살고 행복하게 죽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착하게 살았다고

행복하게 죽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불행은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만약 내가 치료가 불가능한 병에 걸려서 죽음이 분명한 상황에 이르렀다면 꼭 삶을 이어갈

필요가 있을까?

오로지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온 몸에 주렁주렁 튜브를 꼽고, 인위적으로 약을 투여하며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기적을 바라는 가족들의 희생을 더하는 것이 과연 치료이고 합당한

행동일까?

 

나는 오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답게 죽을 권리, 품위있게 죽을 권리, 스스로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같은 삶의 질에 더 관심이 많다.

현대 의학의 발달로 생명 연장은 획기적으로 발전했지만 삶의 양적 측면에 비해 간과되어

온 것이 삶의 질 문제라고 생각한다. 웰빙뿐만 아니라 웰 다잉도 중요한 문제다.

 

몇년 전 식물인간상태에 있으면서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채 살고

있었던 김할머니 사건 이후 안락사에 대한 많은 사회적 논의가 있었는데 그 때에도

무의미한 연명 치료가 과연 필요한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치료중단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걸 기억하고 있다.

 

무조건적으로 오래 생명을 연장하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거다. 또한 남겨져 있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 무엇일까 고민했을때도 그들이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는 것이 싫기 때문에 안락사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물론 지금은 이렇게 생각하지만 막상 내가 , 아님 가족의 문제가 된다면 다른 선택을

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래서 안락사 반대론자들이 안락사를 가면을 뒤집어쓴 살인 행위에 불과하다는

비난에도 반대입장이다. 의도적으로 타인의 의지에 반해서 다른 생명을 앗아가는

살인과 죽음을 허영하는 것은 결정적으로 차이가 있는 거 아닌가?

물론 실제로 불치병 환자의 가족들이 경제적 부담때문에 혹은 유산 상속을 바라며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를 거부하는 일이 있다는 건 뉴스를 통해서 본적이 있다. 생명경시

풍조사상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안락사에 대한 문제는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언젠가 내 자신의 문제가 될 수도

있고 내 주변과 가족이 당면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더잘 시리즈의 <안락사 허용해야 할까>라는 책은 안락사를 둘러싼 매우

다양한 논의를 동서고금의 여러 예를 활용하여 제시하며 한 가지 논리로 쉽게 재단하지

않도록 여러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삶과 죽음의 문제는 단순한 논리, 철학,종교 한 가지로 결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안락사 찬성론자 입장과 반대론자 입장이 주장하는 연명 치료 중단과 인간 존엄성에

관련된 여러 쟁점을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어 더 큰 시각으로 문제를 보는데 도움이 된다.

 

특정한 결론을 강요하지 않고 열린 결말을 지향한다는 점도 이 책의 매력인 만큼

안락사를 흑백으로 명백히 나누기 보다는 삶과 죽음이라는 평생의 고민에 대해 이 책을

읽으면서 같이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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