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 낙태, 금지해야 할까? 내인생의책 세더잘 시리즈 18
재키 베일리 지음, 정여진 옮김, 양현아 감수 / 내인생의책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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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쟁점 중 하나다. 그래서 각 나라가 처한 상황에 따라

그 원인과 해법도 제각각이다. 미국과 유럽 같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낙태에 관한

찬반을 당당하게 정치 공약으로 내세우며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나름대로의 해법을

찾아 낙태를 줄여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입에 담기 어려운 어두운 그림자같은 문제다. 일부 종교인과 진보

여성계를 제외하고는 낙태 문제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제대로 밝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낙태 문제에 대해 쉬쉬하며 드러내기를 꺼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낙태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낙태 시술을 한 의료인뿐 아니라 임신부까지

처벌할 수 있다. 모자보건법에서 허용하는 사유, 즉 임신부 본인이나 배우자가 정신

장애나 신체 질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와 강간이나 근친상간으로 임신이 되었을 때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나라보다 더 높은 낙태율을 보이고

있다. 낙태 통계를 보면, 2010년에는 약 17만건으로 보고되었다.  전세계 1위 낙태

국가인셈이다.

낙태 공화국이라는 말을 낳을 정도로 낙태가 남발되고 있는 현 상황을 개선돼야 하지만

윤리적, 종교적 문제가 개입되어 있는데다가 정부조차도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제대로

보이지 않아 계속 우리사회가 풀어야만 할 숙제로 남겨져 있다.  

 

낙태에 관한 논쟁은 낙태하는 여성들이 있는 한 계속될 것이고 이러한 논쟁이 지속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낙태는 인간 생명에 관한 근본적인 도덕 원칙,

인간 생명의 가치을 다루는 결코 쉬운 주제의 논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의미에서 세더잘에서 나온 '낙태, 금지해야 할까?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논쟁에 대한 하나하나 물음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해결 방안을

같이 찾아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 보다는 낙태를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서로의 입장, 나아가 낙태를 금지해야 하는지 아니면 허용해야 한다면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균형있게 정리해주고 있다. 또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낙태에 관한 다양한 사례와 관련 규제법 조항과 정책까지 폭 넓게

다루고 있어 자신의 소신을 결정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낙태를 합리적으로 규제하는 국가에서 행하는 낙태숫자가 낙태를

금지하는 나라보다 오히려 적다는 현상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예를 봐도 그렇다.

 

그러니 무조건적인 규제와 허용이 아니라 개인이 낙태에 대해 권리와 책임을 갖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보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면 낙태는 최후의 수단으로서만 선택되고 처음부터 원하지

않은 임신을 피하는 데 더욱더 노력을 기울릴 테니까.

 

이 책에서 주장하는 그런 사회의 예로 네덜란드를 들고 있다.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낙태율이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로 임신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낙태 이외의 다른 선택 사항을 전부 고려해 보았는지 확인해야

하며 낙태하기로 결정을 내려도 의사와 면담한 뒤 5일을 기다려야 한다. 자신의

결정을 주의 깊게 다시 생각해 볼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무척 합리적인 법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네덜란드에서는 원하지 않는 임신, 특히 10대들의 원하지 않는 임신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성행위와 건강한 피임에 대해 여성 혼자서 판단하지

않고 긍정적인 태도로 열린 토론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고 한다.

 

네덜란드 사례를 보더라고 낙태를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라는 이분법적 시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인 목표는 ‘낙태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 이다. 지속적이고

현실적인 성교육과 홍보를 통해서 근본적인 낙태예방 노력을 하는 것이 그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학교에서 청소년들에게 성교육을 하는 것이 10대들의 임신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지 않는가!

 

그러니 우리나라가 낙태공화국의 오명을 씻기 위해서 정부와 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낙태를 줄일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과 제도개선을 위한 장기적인 목표를 수립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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