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만화 - 100년 전 조선, 만화가 되다
한일비교문화세미나 지음 / 어문학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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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온 사진엽서>란 책을 본 적이 있다. 그 책을 보면서 조선의 풍속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표상된 사진들이, 가령 지게를 지고 있는 남자와 물동이를 이고 있는 여자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조선의 열악한 사회 경제적 상황을 부각시키고 자신들이 보고자 하는

모습으로만 왜곡하여 외국인에게 전달하였는지 알수 있었다.

사진 속에 실린 인물들은 그저 한 개인들임에도 불구하고 조선인들 모두 대표하는 이미지로

자꾸 각인시켜 그 어떤 이미지보다도 더 스테리오 타입화되어 조선은 낙후되고 문명화되지

못한 국가이므로 식민통치가 정당하다는 이미지를 준 것이다.

 

사진엽서가 이렇듯 만화가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용한 것이 일본인 도리고에 세이키에 의해

그려진 <조선만화>다. 역시 이 만화는 일본인들이 만들어낸 조선인의 이미지로 식민통치가

시작된 이후 조선을 야만=미개로 표상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도리고에 세이키는 2년 정도를

조선에서 체류했던 화가로 당시 조선의 상황을 만화로 비평한 만화저널리스트였다.

 

그런데 <조선만화>는 제목과 달리 만화로만 구성된 책은 아니였다. 저자가 조선에서

머무르면서 보고 들은 풍속을 소개하는데 , 이를테면 당시 조선 사회의 계급과 계층, 음식과

놀이, 그리고 다양한 풍물 등을 다룬 50개의 제재를 설정하고 이미 그려진 '만화' 에 대해

공동저자인 우스다 잔운이 부연 설명한 '해설'을 덧붙인 형식이다.

 

그들의 눈에 비친 조선인들은 더럽거나 능력이 없거나 무식한 이미지였다.

39장에 있는 '변기와 세면기'라는 내용을 보면서 진짜 화가 확 치밀었다.

 

첫 시작이 '또다시 불결한 그림이 나왔다.' 이다. 사실 만화라고 하지만 일러스트 느낌이

난다. 우리나라 사람을 야만 미개인라고 하며 우리나라를 악취의 나라라고 표현했다.

'상륙해서 먼저 야릇한 악취를 느끼고, 수도에 들어서서 분변이 길거리에 흩어져 있는

것을 보고, 그 집에 들어가 변기와 세면기가 잡거하는 꼴을 보는데 이르러서는 실로

코를 막아 쥐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지경이다.' 라고 끝맺음을 하고 있다.

 

 

 

다음장인 40장 쌀 찧기에서는 게으름을 부각했다. 쌀 찧는 남자 모습을 그려놓고

나태하고 게으르고 칠칠치 못하다고 표현했다.

 

 

 

45장 걸식 부분에서는 조선인들이 열등한 저급 생활을 하고 있다며 결국 조선의 근성이

거지 근성이라고 단정짓는다.답례를 하는 국민이 아니며 주의주장이 없고 절조가 없는

창부와 같다며 조선에서 오래 거주했다 해도 일본인은 한인들과 친구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결국 <조선만화>는 조선은 천편일률적으로 열등민족이라며 도장을 꽉 찍어 이미지를

조작했는데 한 몫했다. 이것을 본 사람들을 미개한 조선을 지배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읽으면서 울컥 화가 치밀었다. 근데 더욱 화가 치미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아직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나라 국민성에 자조적인 분위기가 있다는 거다. 스스로의 국민성

및 민족성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데 일제강점기 시대의 끊임없는 이런 쇄뇌교육과 왜곡이

지금까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정책이나 선동가보다고 이런 만화 한 컷 한 컷이 더욱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 법이다.

가슴은 아프지만 이런 책들로 인해 어떻게 일본이 우리를 식민지로 만든 것을 정당화하려고

철저하게 계획하고 있었는지 알수 있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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