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여행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 한 손엔 차표를, 한 손엔 시집을
윤용인 지음 / 에르디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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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사춘기 소녀때 그 나이또래의 여자아이들이 그렇듯

윤동주시인의 '서시'를 외우고 유치환시인의 '행복'을 읆조리던 때를 지나서는 특별히

시집을 펼친 기억이 없다. 책장 구석에 꽂혀 있는 시집도 모두 먼지가 뽀얗게 앉는지

오래다.

 

그런데 이 책 '시가 있는 여행'을 읽다보니 새삼 시를 새롭게 공부한다는 느낌이다.

여러 문학작품들을 통해 감동을 느낀 적은 많았지만 시를 통해 어릴 적 추억이 새록새록

나고 가슴에 와 닿은건 처음인것 같다. 시가 나에게 천천히 찾아왔다고나 할까.

 

시와 여행 .

내가 가진 모든 감각을 열고 받아들여야 하고 사유의 시간을 가진다는 점에서 어울리는

궁합이다.

 

나를 버리고 떠난다는 '보길도' 여행에 작가가 소개하는 정현종 시인의 '섬'이 제격이다.

한마디로 씽크로율 100%로 시와 여행이 완벽한 만남를 이루었다.

 

섬       - 정현종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익히 알고 있던 시였는데 느낌이 다르다. 군더더기가 없는 단순한 시이지만 이상하게

이 책을 읽다보니 울림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시가 눈으로 들어와 귀를 타고 마음으로

흐른다고나 할까.

건강한 소통이란 그와 나 사이에 서로의 섬이 있음을 담백하게 인정하는 것이다고 한다.

사랑도 손때를 타고 손독으로 인해 훼손되는 보통의 물질이라 정말 사랑한다면 난이나

꽃에게 하듯 많이 만지려 말고 자주 바라보라고 말한다.

요즘 자식에 대한 과욕때문에 스스로 서운해 하고 외로워하는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듯하다. 나를 버리라는 나의 욕심을 버리고 내 자리로 찾아 돌아오라는 손짓이 느껴진다.

 

이 책은 시뿐만 아니라 사진도 멋스럽다. 눈이 즐겁다. 스스륵 책장을 넘기다 보면 가본

사람들의 전유물인 아름다운 풍경 그림이 다 내것인냥 , 풍경의 부자가 된 느낌이 든다.

 

이 책에서 나오는 여행지는 흔히 말하는 잘나가는 곳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제주 올레길

같은 요즘 뜨는 여행지나 경주, 부석사 같이 수학여행느낌이 나는 곳이나 핑크빛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영원한 연인들의 추억를 담는 도시인 춘천도 있지만 어쩌면

빈티지스럽다고 느낄정도의 이외의 여행지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소중한 사소함을 찾아서 라는 부제가 따르는 '약수동'이다.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이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고 그저 지하철 3호선의

스쳐지나가는 약수역으로 더 익숙한 곳이다.

작가는 이곳에서 약수동만의 색깔을 발견하였다.  자본이 부리는 욕망에는 몇 발짝 멀어져

있고, 덕분에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에서도 멀찍이 서 있는 그래서 여행지의 색깔과 많이

닮아있는 곳. 가깝고 사소한 곳이었으나 아주 먼 곳을 다녀왔을 때와 흡사한 뒷맛을 주는

희한한 동네인 약수동.

약수동 색깔을 맛보러, 작가가 일러준 횟집 2층의 야외 테라스가 주는 낭만을 즐기러 가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은 아직까지 내 마음이 시들어 버리지 않은 것이겠지?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 늘 있어왔기에 중요하다고 느끼지 못했던

사소함의 이름으로 불리는 그 모든 것들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삶 속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힘들때 이 책을 읽다보면 주머니 속으로 슬그머니 들어오는

행복 한 조각이 만져질 것같다.

이 겨울이 가기전에 몸만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마음과 감성을 같이 담은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한 손에 차표를, 한 손에 시집을 들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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