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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의 음모 1
데이비드 리스 지음, 서현정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대교 베델스만의 미스터리 소설 중 [다빈치 코드]에 이어 두번째로 읽게된 책입니다.
워낙 미스터리 물을 좋아하는지라 1,2권으로 되어있는 장편인데도 크게 지루하지않게 읽어나갔습니다.
작가인 데이비드 리스는 1720년 실제 있었던 영국 남해해사 주식거품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이 작품을 썼고 애드거상 최고소설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작품의 배경이 1700년대의 영국이고 주된 소재가 증권,채권,경제에 관련된 내용이다 보니 첨엔
딱딱하고 읽기가 다소 어려웠으나 곧 적응이 되더군요.
대강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인공인 벤자민 위버는 전직 복서로서 다리를 다친 후 은퇴하여 귀족이나 채권자들의 의뢰를
받아 물건을 찾아주거나 돈을 받아주는 이른바 심부름센터와 같은 일을 하면서 살고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에게 연이어 2가지 사건의뢰가 들어오게 되는데 한 건은 [오웬]이라는 준남작의
잃어버린 편지를 찾아주는 일과 [벨포]라는 사람으로 부터 자살로 알려진 아버지의 죽음이 사실은 타살이라는 증거를 찾아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이 죽음은 벤자민의 최근 사고로 죽은 아버지와도 연관이 되어있다는 것을 듣고 조사를 시작합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오웬 경의 편지를 회수하는 도중 사고로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아버지 죽음과
관련된 조사를 시작하면서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를 여러번 넘기게 됩니다.
결국 끈질긴 조사끝에 이 사건엔 남해회사가 관련되어 있으며 당시 세상에 떠돌던 남해회사 위조주식에 관한 내용을 폭로하려던 아버지가 사고로 위장되어 살해되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위조주식을 만들고 팔았던 [마틴 로체스터]가 고용한 마부가 아버지를 살해한 것을 알게되었고 모든 음모에는 [마틴 로체스터]란 인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어 추적을 벌였으나
누구도 그가 누구인지,어디서 사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남해회사 또한 국채를 자기 회사 주식으로 전환하도록 의회의 승인을 얻기위해 자기회사 주식의 위조사실을 감추려고 벤자민을 협박하기도 하고 조사를 방해하기도 하고, 경쟁세력인 잉글랜드
은행에서는 이를 밝혀내기위해 벤자민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누가 적이고 누가 동지인지 알수없는 복마전 같은 사건 속에서 벤자민은 결국 아버지를 죽인 배후범인인 [마틴로체스터]가 바로 오웬경 임을 밝혀내고 이 사실을 만인앞에 공개합니다.
[마틴 로체스터]는 주식 위조와 관련된 사실을 덮어버리려는 남해회사측에 의해 결국 제거되고
남해회사는 무사히 의회승인을 얻어 주식전환에 성공하고 이과정에서 남해회사 주식은 폭등했지만
결국은 거품이 꺼지고 폭락하여 허황된 꿈을 쫓던 많은 사람들에게 절망을 안겨주고 말았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1700년대 신금융체제로의 전환이 이루어 지는 과도기에서 귀족도 돈이 없으면 신분을 유지할 수 없고 서민도 돈만 있으면 귀족처럼 살수있기에 돈에 대한 인간들의 열망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짐작할 수있었습니다.
그리고 돈의 가치가 금,은 등의 현물에서 은행권,양도성채권,증권 등의 종이 즉, 자체의 가치보다
미래에 약속된 가치수단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는 시기에서의 혼란과 두려움,기대감 같은 것이 잘 드러나 있어 자못 흥미로왔네요.
즉, 미래의 가치란 것은 안정되고 평화로운 시기에는 문제가 없지만 전쟁이나 사회적불안정 같은
급격한 변동성이 발생하면 그 가치가 폭락해버리니까요.
북한 핵실험이나 이라크 전쟁같은 뉴스가 전해지면 주식시장이 출렁이고 금값이 치솟는 이유가
그래서 이겠지요.
오늘날의 가치통용수단은 이제 종이가 아니라 카드와 전자데이타로 이동한 것같으니 사뭇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전 요즘 돈이란 것이 실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통장에 찍힌 숫자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면서 예나 지금이나 돈을 뒤쫓는 자들의 탐욕과 음모는 상상을 초월하고
살인을 저지르고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을 정도로 비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이 내가 자네에게 경고했던 사악한 짓일세. 우리가 상대해야 할 진짜 적은 종이 돈에, 채권에,
주식에 이르기까지 모두 종이야. 종이 위에서 범죄가 저질러 지고 종이가 범죄를 저지르고 있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피해자뿐이야." (본문 중에서)
결국은 이 책에서는 종이가 사악한 것이 아니라 이를 둘러싼 인간의 탐욕과 사악함이 파멸과 죽음을
부른 것이며 이러한 유혹을 떨치지 못할때 종잇날의 날카로움이 인간의 양심을 베어버릴 지도 모른다는 경고의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