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깨어있지 않은 새벽시간까지 이 책을 읽었습니다.
흘러내린 눈물,콧물로 얼굴이 엉망이 되어 버렸고, 마음 한구석은 무엇엔가
찔린 듯 저리며 아프네요.
나도 아이를 키우는 한 아이의 엄마로서 책속에 등장하는 모녀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고 미래에 닥칠 나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아이 미정이는 외견상으로는 전혀 문제없는 가정에서 사는 아이였어요.
그러나 말이없고 자신감도 없고 남의 공격이나 부당한 대우에도 전혀 반응할 줄 모르는
그런 아이였습니다. 요즘 말로 왕따당하기 딱 좋은 아이였던 것이죠.
무엇이 문제였을까?
결국 미정이가 놀이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그 궁금증은 조금씩 풀려나갑니다.
아들을 기다리는 집안 분위기에서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고 태어난데다 남동생이 태어나면서
부모의 관심에서 밀려나고 엄마의 따뜻한 사랑 또한 남동생이 독차지 하면서 미정이는
사랑받기를 포기하고 맙니다.
동생과 같이 놀다가 동생이 잘못을 저질러도 미정이가 야단맞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미정이는
점점 자신감을 잃고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까지 가지게 되죠.
그리고 더 상처받지 않기 위해 미정이가 택한 것은 단단한 껍질 속에 자신을 가두고 누구와도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그토록 사랑하는 엄마까지도...
미정이의 치료과정에서 엄마는 자신의 어린시절을 떠올리고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됩니다.
엄마 역시 남아선호사상의 희생자로서 자신은 그렇게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으면서
똑같은 과오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았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게 되죠.
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의 양육 태도가 아이를 어떻게 달라지게 만들 수 있는 지를 마음깊이
느낄 수 있었어요. 아이가 이해할 수없는 부당한 대우, 말과 행동으로 주는 상처에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아파하는 지 어른들은 잘 모르고 지나갈 경우가 많죠.
사랑은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다고 해서 남이 알아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표현하고 주고
받는 것이란 걸 다시 한번 느끼네요.
요즘 부쩍 요구사항도 많고 반항기도 심해진 딸아이를 대하면서 몇마디만 하면 큰소리치고
야단치고 소리지르면 소리지르지 말라고 또 혼내주고 했었는데 나도 사랑이 서툰엄마가 아니었나 반성해봅니다.
살면서 아이를 야단 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야단칠 때는 치더라도 끝나고 나서는 꼭 안아서
널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겠구요.
[부모가 되기는 쉽다. 그러나 부모다와 지기는 어렵다]는 말에 공감하며 그렇기에 끊임없이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배우고 노력하는 내가 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