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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아이를 화나게 만든다 - 부모와 자녀의 심리 비교 분석
이정숙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이 집에 배달되어 왔을 때 힐끗 쳐다보는 아이를 보고 약간 겁이났습니다.
책 제목을 보고 "맞아, 엄마가 나를 너무 화나게해." 라고 하면 어쩌나 해서요.
그런데 오히려 아이가 "엄마, 이 책 제목 잘못된거 아니야? [아이가 부모를 화나게
만든다.] 라고 해야지." 그러더군요.
"왜 아이가 부모를 화나게해?" 그랬더니 "숙제도 잘 안해놓고 영어듣기 시키면
떼쓰고 ..." 라고 합니다.
가슴이 철렁하더군요. 제가 매일 아이한테 혼내고 잔소리했던 내용을 말하는데
마음속으로 항상 그런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으로 들려 맘이 아팠어요.
"지윤아. 아이는 부모를 행복하게 해주는게 훨씬 더 많아. 가끔 화나게도 하지만
그건 비교도 안될정도로 작아." 하고 안아주었지요.
내 아이가 자기자신을 부모를 화나게 하는 존재로 생각하고 있었다니 정말 가슴
아프고 미안했어요. 이 책은 제가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생각되어 어서 책장을
펼쳤습니다.
이 책은 자녀와 부모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게되는 크고 작은 갈등을 아이의 시각과
부모의 시각으로 분리해서 봄으로써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 그러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책까지 처방해 놓은 책입니다.
처음엔 대부분의 자녀교육서가 그렇듯이 당연한 내용의 이론들만 무성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했지만 읽어보니 사례중심으로 되어있어 참 재미있게 읽히고 그 속에 나의 모습도
투영되어 있어 몇년뒤 나의 모습이 아닐까 긴장하며 읽어내려갔습니다.
아들과 딸의 대화방법을 모른채 막무가내로 대하다가 자녀의 반발심만 사게되는 경우,
부모의 체면만 중시하고 어리다고 아이의 체면을 무시하는 경우, 부모의 꿈을
자식이 이루어주기를 강요하다가 아이와 갈등을 겪는 경우 등 차츰 아이가 자라면서
겪게되는 여러 상황을 사례와 함께 기술하고 아이의 반항원인,부모의 꾸중이유, 해결책,
예방책을 박스로 정리해 주어 내 아이와 같은 경우라고 생각되면 수시로 읽고 연습해서
갈등상황을 빨리 해결할 수있도록 하는데 도움이 될 것같네요.
읽다보니 아이들은 부모의 말 한마디에도 쉽게 상처받고 그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지
못하면 분노로 표출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되었어요. 적극적인 아이라면 부모를 향해
분노를 표현하지만 소극적인 아이들은 자기파괴를 통해 복수하려고도 한다니 정말
놀랐습니다.
"넌 도대체 왜 그모양이니. 뭐가 되려고 그러니? 내가 너때문에 못살아. 너같은 애를
낳았다고 내가 미역국을 먹었구나.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녀석 ..."
화가 나서 흔히 하는 말인데 이런 말들은 아이들의 가슴속에 비수처럼 박혀 아이를
곪게 하고 병들게 합니다.
또한, 칭찬도 독이되는 칭찬과 약이 되는 칭찬을 구분하여 해야한다는 걸 알게되었네요.
타고난 외모나 기질을 칭찬하는 것은 별로 효과도 없고 오히려 자기를 놀리는것으로 여겨져
반감만 생길수있는 독이 되는 칭찬이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에 대해 구체적으로 칭찬해주는 것이
자신감도 심어주고 더 발전할 수있는 계기가 된답니다.
요즘 제가 아이에게 잔소리를 너무 많이해서 벽에 잔소리를 하지 않겠다고 써붙여놓기까지
했는데도 잘 안고쳐지고 있는데 똑같은 소리 반복하는 잔소리는 전혀 효과도 없고 반발만
사게된다니 절대 조심해야겠네요. 과거잘못까지 들춰가며 길게 늘어놓는 잔소리대신
고쳐야 할 부분만 꼭 집어 구체적으로 얘기해주면 오히려 아이는 순종하게 된답니다.
사실 아이키우다 보면 화나는 일도 많고 자랄수록 늘어가는 말대꾸에 속상한 마음에
맘에도 없는 험한소리도 하게되고 그순간에는 너무했나하는 생각도 들지만 '지가 그런소리
들을 짓을 했지.' 하며 스스로를 정당화시키지요.
하지만 그런 말에 아이들은 상처를 받고 부모가 자기를 싫어한다고 까지 생각한다니
그런 아이들의 심리상태를 미리 알고 대처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부모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심한말을 했다면 아이의 다친 마음을 다독여주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부모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아이가 부모를 우습게 볼거란 생각에 사과안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건 아이와 부모와의 사이에 불신의 벽만 쌓을 뿐이란걸 알게되었네요.
부모와 자식은 근본적으로 '사랑'으로 맺어진 사이이고 오히려 그 사랑이 지나쳐 갈등을
부르게 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같아요.
아이가 나의 사랑을 알수있도록 말하고 잘못을 꾸짖을 때도 아이가 아닌 그 잘못한 사실에
대해서 꾸짖어주는 대화의 기술을 이 책을 통해 또 한번 배워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