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름을 가요 사계절 그림책
김혜진 지음 / 사계절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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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요리하는 날, 아빠의 요리완성을 위해 혼자 길을 나선다. 아빠는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주기 위해 필요한 재료를 일러주고 아이는 필요한 재료를 잊지 않기 위해 되뇌며 심부름을 떠난다. 그러나 가는 길 위험, 반가움, 즐거움을 만나 기억에서 단어가 지워진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아이가 여러 번 잊어버리게 된 뒤 시무룩해하지 않고 당당하게 집으로 돌아와 다시 확실하게 알아가고자 했다는 점과 아이의 행동에 답답해하지 않고 매번 다시 정확하게 일러주던 아빠의 태도였다.

우리 남편이었다면 책속의 아빠와 같았겠지 생각했다가, 아이가 힘들면 안된다고 혼자 심부름을 보낼리 없겠다 떠올리며 웃음이 났다. 딸바보에게 적당히 하자고 다짐 받아놔야겠다.

내가 처음 심부름한 날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우리집 바로 옆 슈퍼에서 물건을 사올 수 있어서 무척 뿌듯했고 나도 이제 다 컸다고 어깨를 으쓱댄 기억이 난다. 원래 태어나길 걱정을 앞세우는 성격은 아니었고, 슈퍼가 워낙 근거리였으며, 사 와야하는 것은 종이에 적어 가서 슈퍼 주인분께 그 상품이 어디에 있는지도 물으면 다 해결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심부름을 갈 수 있다는 건 부모님이 날 믿어주기 때문이니
난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컸다. 그렇게 하나씩 작은 성공을 하고 나면 자존감이 높아졌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줄어들었다.

가게 주인 아저씨, 경비아저씨와 동네 이웃께 심부름 잘한다고 칭찬이라도 들은 날엔 또 다른 심부름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나기도 했다.
그런데 두아이에게는 집밖의 상점에 다녀오는 심부름을 시켜본 적이 없다. 동네 슈퍼도 찻길을 지나야했고, 지금은 그 슈퍼가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새로 들어온 편의점에서는 예전처럼 정다운 풍경을 기대하기 어려워 아쉽다.

초등학교 입학 후 10분 거리의 등교길을 혼자 씩씩하게 잘 걸어주어 우리 부부에게 대견함을 선물해준 첫째에게는 2학년 때 바깥 외출 심부름도 조금씩 시켜볼 생각이다. 그리고 적게나마 용돈을 줘서 유용하게 분배해 사용하고, 저축하는 방법 등의 경제교육도 시작해야겠다.
그리고 두아이 모두 작은 성공이 차곡차곡 쌓일 수 있도록 심부름의 기회를 자주 마련해야겠다. 내가 편하려고 시키는 거 말고, 우리 부모님께서 늘 믿어주셨던 것처럼 나도 그렇게 두아이에 대한 믿음을 보여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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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선생님, 독일 가다 생각이 자라는 나무 31
강혜원.계환.강현수 지음, 주노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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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각 도시별 특징을 목차로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서 흥미가 간 책이다. 함께 떠난 3명의 가족이 모두 성격과 관심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그들이 나누는 일상 대화도 재밌다.

나도 이들처럼 여행은 새로운 시작을 하기 전 스스로를 응원하는데 큰 힘이 된다고 믿는다. 내가 했던 걱정들이 넓은 세상 속에 나와서 바라보면 정말 작디작은 걱정일 때가 많았다. 어디로가든 사람 사는 곳이기에 또 그 속에서도 자잘한 문제들이 발생하지만 여행지이기에 일상을 살아갈 때보다 쉽게 털어버리기도 한다. 그래도 소매치기, 도난의 일과 같은 사건은 일어나지 않길 바라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록의 힘을 다시금 느꼈다. 과거의 역사도 누군가 기록해준 글이 있었기에 반성할 수 있고, 예술로 승화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글을 이렇게 재생산해내고 적절하게 발췌해 실어주시면서 상기시켜주시는 분들 덕분에 역사를 잊지 않는다.

나의 여행들도 모두 잘 기록해두었다면 좋았을텐데 사진도, 글도 많이 사라진 점이 아쉽다. 바로 기록하지 않으면 다 먼지쌓인 채 방치되다가 어디에 두었던가 잊힌다. 이제부터라도 잘 남겨두어야지.

다시 여행한다해도 똑같이 느낄 수는 없어 아쉽기도 하지만 여행지에서 맛보았던 음식, 풍경,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예술가와 작품, 지식 등 경험으로 남아 나를 발전시키는 힘이 된다. 그러니 이런저런 핑계로 망설이지 말고 올해는 여행을 떠나봐야겠다.

#인상적인구절
32p
여행은 늘 아쉽고, 그래서 또 떠나고 싶은 것 같다.

72p
우리는 지금 지식을 창조하는 도시를 잠시 엿본 거였다.

89p
마르크스 철학은 인간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셈이다.

92p
인생에서 잃어버리면 진짜로 큰일 나는 것은 별로 없단다.

132p
이것은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그렇기에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 이것이 우리가 말해야 할 핵심이다. - 프리모 레비

135p
”살아남는다 해도 내 삶이 무슨 가치가 있는가? 내 고향 바르샤바의 누구에게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살아야 하고, 견뎌야 하고, 저항해야 하는가? 누구를 위해......?“

143p
지난날 냉전의 흔적이 이제는 예술의 소재가 되다니.

167p
일본 규슈의 후쿠오카 감옥에서 스물아홉 살의 젋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윤동주! 그가 남긴 마지막 시는 <쉽게 씌어진 시>다.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172p
강제 수용소의 상황 속에서도 수감자들은 함께 노래하고, 이야기하고, 굶주린 사람에게 식량을 나눠 주고, 병자를 도왔던 것이다.

179p
나 역시 우리 세대에게 주어진 책임과 한계를 느끼면서 내 고개를 힘겹게 넘어가고 있다. 그것이 또 우리 삶의 여행이 아닐까.

183p
더 넒은 세상을 구경하며 잠시나마 마음의 짐을 내려 놓았다.

184p
실패를 경험하고 그 실패를 극복하면서 오히려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던 것 같다.

184p
아무래도 그때의 맛을 똑같이 느끼지는 못한다. 그래서 더더욱 그때밖에 할 수 없는 정말로 멋진 여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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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고양이 두 번째 이야기 한울림 꼬마별 그림책
최지혜 지음, 김고둥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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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사는 고양이 레오와 설탕, 소금이가 떠나는 책 속 여행.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참지 못했던 레오가 설탕, 소금이와 함께 그림책 세상 속에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기특해서, 또 첫째로 동생들을 잘 이끌어주니 고마워서 미소 짓게 된다.

도서관 곳곳에 망가트려지기 일보 직전에 놓인 책의 표지로, 떠나간 여행에서 배경으로, 또 주연으로 등장하는 여러 권의 그림책을 보면서 아이들과 집에 있는 그림책 찾아오기 게임을 해본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림책이 많이 등장해서 그림책을 사랑하는 팬심을 인정받는 기분이 들어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했다.

나를 포함해 이 세상 모든 이들이 집과 도서관에서 책을 한편에 잔뜩 쌓아두고 책장 정리를 잊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떨까? 하루 종일 책 속을 탐험하며 담긴 이야기를, 주인공을, 풍경을 마주하면서 자유함, 몰입, 행복함 등의 감정을 잊지 않고 모조리 다 기억할 수 있다면 더 좋겠다.

내가 사는 동네의 작은도서관, 공공도서관에서는 각각 교육, 행사가 다양해서 조금만 부지런하게 움직이면 누릴 수 있는 게 많다. 또 언제나 찾아가 책을 구입할 수 있는 오프라인 서점도 동별로 있다.
우리 동네에는 없지만 사립공공도서관도 전국 곳곳에 있는데 사라지지 않고 지켜지길 기도한다. 그리고 독립서점과 그림책 서점 등 오프라인 서점이 남아 있어야 작가와 출판사 직원이 계속 책을 지어 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지치지 않으시도록 나도 계속 읽고 남겨야겠다.

마음이 올랑인다.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역할을 해내기 위해 애쓰는 수많은 주인공들 덕분에 다시 떠날 여행을 기대할 수 있다.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읊조리면서 책장을 덮고 책을 꼬옥 끌어안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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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벌렁코의 코딱지 수사 저학년은 책이 좋아 44
장희주 지음, 조현숙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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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벌렁코가 탐정이 되어 도서관의 책을 오염시킨 범인을 찾아가는 추리소설이다. 한참 똥, 코딱지 등 더럽지만 약간은 우스꽝스러운 단어에 깔깔대는 만4세의 둘째가 첫째보다 먼저 책을 발견하고는 벌렁코 손에 든 코딱지가 재밌다며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빨리 읽어달라고 재촉까지 한다.

초등학생이 된 첫째와 유치원생 둘째는 서로 생각하는 범인을 계속 추리해가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명씩 제외해가면서 수사노트를 적어가는 방식이라 더 몰입할 수 있었다. 두 아이가 무릎 꿇고 앉아 집중한 모습을 보니 나도 어릴적 추리소설을 읽으며 조마조마하던 기억이 나서 웃음이 났다. 그림도 귀엽고, 각각의 캐릭터 서사에 집중하고 공감하니 더 재밌다. 독후 활동뿐 아니라 감상을 나누는 재미를 아이들이 느낄 수 있도록 앞으로 장르 구분없이 가족이 같은 책을 읽어야겠다.

유치원생인 둘째가 똑같이 코를 파서 책에 묻힐까봐 걱정이 되는지 도서관 이용할 때 주의할 점에 대해서 한참을 설명하는 첫째다. 둘째는 건성으로 듣는 듯하지만 집에서도 책 읽을 땐 먹을 거 금지로 규칙을 정해두었으니 책을 오염시키지 않고 규칙을 잘 지켜주리라 믿는다.

학교 도서관과 동네 작은도서관을 사랑방처럼 편하게 오갈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그리고 이렇게 재밌는 책을 만드는 작가, 출판사 직원분들과 추천도서를 소개해주시는 사서 선생님들이 계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이 세상의 책을 꾸준히 궁금해하고 사랑하며 다독하는 아이들이 되어주길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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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어 네 마음
김효정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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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가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어느 날은 신이 나서 묻지도 않은 일을 이야기하는가하면 어느 날은 시무룩하거나 툴툴대면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질문이 많아진다. 친구들과의 관계는 부모가 개입해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으니 두 아이를 믿고 기다려야 한다. 잔소리를 하거나 다른 집 아이를 두둔했다가 아이를 울게 만든 경우가 종종 있었다. 첫째 아이는 다른 친구들보다는 엄마 딸인 우리를 안아주고 괜찮은지 물어봐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쉽지 않겠지만 노력해볼게.

가방 속에 자기만의 비밀공간이 있고, 아이들이 하루 동안 열심히 그리고 만든 작품이 담겨있다. 초등학생인 첫째는 알림장과 서류, 가끔 시험지도 들어있고 친구들과 주고 받은 편지가 들어 있기도 하다. 아직까지는 아이들 가방을 들여다보는 것에 반발하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내 가방에 손 대지 마세요!” 까칠한 반응을 보일 날이 오겠지? 허락없이 자신이 만든 작품을 버린 아빠에게 또 버렸냐고 지금도 화를 내긴 하지만 말이다.

머지않아 그런 날 오겠네.. 씁쓸한 마음이 들던 참에 아이들과 김효정 작가님의 <알고 싶어 네 마음>을 같이 읽게 되었다. 나만을 기다리고 내 마음을 알기 위해 가방 속 탐험을 하는 친구가 있다는 게 부럽다고 이야길 나누었다. 또 아빠가 들어올 때 반가워하며 달려가 안기는 모습을 보더니 “우리도 아빠 오면 이렇게 달려가는데 우리랑 똑같다.” 자랑스레 어깨를 으쓱한다.

가방 속에 담겨진 물건마다 이유가 있고, 쓸모가 있고, 이야기가 있다. 엄마와 아빠 가방을 허락없이 만지면 안된다고 이야길해두어서 아이들이 우리 부부 가방에 손을 댄 적이 없지만 엄마의 파우치 속 화장품이 너무 궁금한 둘째는 가끔 파우치 구경을 시켜 달라고 부탁한다. 화장을 하지 않는 터라 기대한만큼 화장품이 없어 실망하면서도 이건 어떻게 쓰는 거야. 누가 선물 준 거야? 물으며 엄마를 멋지게 만들어주는 파우치가 좋다는 둘째다.

자신의 가방 속 물건을 꺼내 보여주는 왓츠인마이백을 통해 각 사람의 성격, 취향을 유추해본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에 담기는 물건도 다 다르다. 두아이도 외출을 할 때면 각자 소중하게 생각하거나 필요한 소품을 잔뜩 담아 무거워서 축 처지는 가방을 들고 뿌듯해하는 모습에 웃음이 터진다. 그리고 나는 한마디를 외친다. “무겁다고 엄마, 아빠한테 들어 달라고 해도 안 들어줄 거니까 필요 없는 건 두고 가.”

그림책을 읽고 나서 가방 속 물건들이 쓰이지 않을 날도 있지만 늘 곁에서 나 대신 아이들의 하루를 지켜봐준다는 생각이 드니 안심이 됐다. 첫째 아이의 알림장에 써 놓은 엄마의 편지가 큰 힘이 된다니 그또한 다행이다.

가방 속 탐험을 통해 두아이, 남편의 마음을 헤아리기에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하루 마무리하고 다음날을 위해 가방정리를 하면서 담백하게라도 서로의 일상을 나눌 수 있도록 해야겠다. 평가하거나 잔소리하는 것 없이 그냥 잘 들어줘야지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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