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가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어느 날은 신이 나서 묻지도 않은 일을 이야기하는가하면 어느 날은 시무룩하거나 툴툴대면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질문이 많아진다. 친구들과의 관계는 부모가 개입해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으니 두 아이를 믿고 기다려야 한다. 잔소리를 하거나 다른 집 아이를 두둔했다가 아이를 울게 만든 경우가 종종 있었다. 첫째 아이는 다른 친구들보다는 엄마 딸인 우리를 안아주고 괜찮은지 물어봐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쉽지 않겠지만 노력해볼게. 가방 속에 자기만의 비밀공간이 있고, 아이들이 하루 동안 열심히 그리고 만든 작품이 담겨있다. 초등학생인 첫째는 알림장과 서류, 가끔 시험지도 들어있고 친구들과 주고 받은 편지가 들어 있기도 하다. 아직까지는 아이들 가방을 들여다보는 것에 반발하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내 가방에 손 대지 마세요!” 까칠한 반응을 보일 날이 오겠지? 허락없이 자신이 만든 작품을 버린 아빠에게 또 버렸냐고 지금도 화를 내긴 하지만 말이다. 머지않아 그런 날 오겠네.. 씁쓸한 마음이 들던 참에 아이들과 김효정 작가님의 <알고 싶어 네 마음>을 같이 읽게 되었다. 나만을 기다리고 내 마음을 알기 위해 가방 속 탐험을 하는 친구가 있다는 게 부럽다고 이야길 나누었다. 또 아빠가 들어올 때 반가워하며 달려가 안기는 모습을 보더니 “우리도 아빠 오면 이렇게 달려가는데 우리랑 똑같다.” 자랑스레 어깨를 으쓱한다. 가방 속에 담겨진 물건마다 이유가 있고, 쓸모가 있고, 이야기가 있다. 엄마와 아빠 가방을 허락없이 만지면 안된다고 이야길해두어서 아이들이 우리 부부 가방에 손을 댄 적이 없지만 엄마의 파우치 속 화장품이 너무 궁금한 둘째는 가끔 파우치 구경을 시켜 달라고 부탁한다. 화장을 하지 않는 터라 기대한만큼 화장품이 없어 실망하면서도 이건 어떻게 쓰는 거야. 누가 선물 준 거야? 물으며 엄마를 멋지게 만들어주는 파우치가 좋다는 둘째다. 자신의 가방 속 물건을 꺼내 보여주는 왓츠인마이백을 통해 각 사람의 성격, 취향을 유추해본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에 담기는 물건도 다 다르다. 두아이도 외출을 할 때면 각자 소중하게 생각하거나 필요한 소품을 잔뜩 담아 무거워서 축 처지는 가방을 들고 뿌듯해하는 모습에 웃음이 터진다. 그리고 나는 한마디를 외친다. “무겁다고 엄마, 아빠한테 들어 달라고 해도 안 들어줄 거니까 필요 없는 건 두고 가.” 그림책을 읽고 나서 가방 속 물건들이 쓰이지 않을 날도 있지만 늘 곁에서 나 대신 아이들의 하루를 지켜봐준다는 생각이 드니 안심이 됐다. 첫째 아이의 알림장에 써 놓은 엄마의 편지가 큰 힘이 된다니 그또한 다행이다. 가방 속 탐험을 통해 두아이, 남편의 마음을 헤아리기에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하루 마무리하고 다음날을 위해 가방정리를 하면서 담백하게라도 서로의 일상을 나눌 수 있도록 해야겠다. 평가하거나 잔소리하는 것 없이 그냥 잘 들어줘야지 다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