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게 없던 척척박사 후안에게 닥친 끝없는 시련과 고난에 대하여
박연철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무판을 재단하고 채색, 건조를 거친 뒤 다시 화면 위에 구성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완성한 그림책. 그림책 속에 들어가서 선택하면 다른 결말을 보여주며 상상력을 더하게 만든다.

제목에서부터 무슨 일이 생겼기에 시련과 고난에 빠졌는지 호기심을 일으키고 면지가 앞뒤로 모두 빨간색이어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더 궁금해진다. 아이들은 사과할 일이 생겼다. 그래서 부끄러운 빨간색이다. 화가 나서 그럴 거다. 경고의 빨간 카드다. 등등 여러 생각을 꺼냈다. 면지 색깔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생각이 쏟아질 수 있다.

지식으로는 모르는 게 없다고 자신하던 후안에게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하도록 요구했을 때는 망설인다. 질문 자체가 하나의 답만을 선택하기엔 너무 어렵기도 했지만, 우리가 사는 매순간 선택의 연속이기에 익숙해져야 한다. 선택한 뒤에는 그 선택을 후회하지 말고 책임을 지다보면 어른이 되어간다.

안전하게 백과사전 속의 답에만 머물던 후안이 백과사전을 찢고 뛰쳐나오며 시원스레 외쳤다. “생각은 그만하고! 일단 부딪쳐 보자.”
이때 나도 해방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뭔가 어려울 때는 네 안을 곰곰이 들여다보렴. 해답은 그 안에 있을 수도 있단다.” 꼭 안아주던 후안 엄마가 나까지 끌어 안아주었다.

아이들에게 섣부르게 말을 뱉지 말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다시 생각한 뒤에 말을 하고 행동을 해야한다고 했던 적이 있다. 너무 신중하면 때를 놓치게 된다는 걸 늦게 알았다. 이제는 후안처럼 후회할지라도 해보고 후회하라고 얘기해줘야겠다.

#문학동네 #문학동네그림책서포터즈 #모르는게없던척척박사후안에게닥친끝없는시련과고난에대하여 #박연철그림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원한 미자 씨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18
정주희 지음 / 북극곰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자 씨는 바쁘다.
그녀를 기억하는 이가 많기에 분주하다.
사랑 꾹 눌러 담은 끼니, 귀찮던 잔소리, 나누던 정, 매섭던 손, 발맞춰 걷던 길, 함께 한 그 모든 시간. 미자 씨는 그녀를 떠올릴 때 슬픔보다 미소를 바란다. 그리움을 가득 싣고 나비가 그녀와 나른다.

돌아간 미자 씨는 그리운 이의 눈물로 한 모금 나눈다.

미소와 말씨가 상냥했던 우리 외할머니가 생각난다. 외할아버지를 하늘로 일찍 보내시고 고생을 많이 하셨던 외할머니는 외삼촌 댁에 주로 계셨지만 가끔 우리 집에도 와 계셨다. 할머니가 말려주실 거라 믿고 평소보다 엄마 말씀을 더 안 들었던 기억이 난다. 외할머니는 내게 따뜻한 햇살이었다. 몸이 아플 때면 해가 쨍한 곳을 찾는 이유가 외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이었구나. 마음 힘들 때 달걀밥이 주는 위로가 할머니의 위로였구나.

친할아버지께서는 단정한 분이셨다. 나와 오빠에게는 천자문을 익히게 하시고 2종류 이상의 신문 사설을 스크랩해 읽게 하셨다. 바쁜 아들이 행여나 잊을까 봐 며느리 생일날 압구정에서 안양까지 대중교통 몇 번을 갈아타고 ‘케익 하우스 윈’ 케이크를 들고 오셨다. 말이나 행동이 다정한 분은 아니셨고 우리 집에 오실 때면 1시간도 채 안 앉아 계시다 가셨는데 할아버지의 옷차림, 풍기는 스킨 향이 다 좋았다. 내가 쓴 글을 진지하게 독자가 되어 읽어주신 분도 할아버지다. 비난이나 칭찬이 아닌 담백한 할아버지의 평이 늘 궁금했고 그 덕분에 나는 어떤 글을 쓰더라도 망설임, 두려움이 없이 그냥 내 생각대로 글을 쓴다.

그리운 분이 늘 찾아와 주고 계시다 생각하니 힘이 난다. 다 잘해낼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긴다.

오늘도 잘 살았다!
짠~

내가 깔깔대고 웃느라 흐른 눈물로 즐겁게 한 모금하시길 바라본다.

*북극곰 제공 도서*
#북극곰 #도서출판북극곰 #북극곰북클럽 #영원한미자씨 #정주희작가 #100세그림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솔라의 정원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88
김혜정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솔라 할머니와 더불어 사는 모든 이는 시인이 된다.

16p 서둘러 핀 능소화 한 송이가 비에 젖어 툭 털어졌다. 담장 아래 쌓인 꽃잎들이 할머니 말대로 무덤 같았다. 꽃무덤이 참 이쁘지? 꽃무덤? 꽃들은 져서 스스로 무덤이 된단다. 그 말을 하는 할머니는 시인 같았다.

105p의 꽃은 죽는 게 아니라 꽃무덤 속 겨울 잠을 자는 것. 꽃잎을 덮고 자는 것. 그럼에도 꽃잎이불보다 꽃무덤이라는 말이 더 좋을 수 있음 이야기하는 것

106p, 138p 죽어서 뭐가 된다면 되고 싶은 것은? 내가 좋아하는 꽃,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 사람이 좋아하는 붓, 세상 끝까지 가 보고 싶어서 바람, 키스하는 연인들을 비춰 주는 달, 빗소리, 받았을 때 가장 행복해지는 크리스마스 선물.

107p 할머니와 이야기할 때는 어디선가 꽃바람이 불어오고 별꽃이 돋고, 나뭇잎에 물방울이 맺히는 느낌이었다. 심지어는 몸살을 앓다가도 열이 내렸다.

희아와 할머니는 피를 나누지 않았지만 영혼이 같다. 주고받는 모든 말들이 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이라면 일상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의 못된 소리까지 솔라 할머니는 다 듣는다. 분노와 슬픔이 사그라들고 다시 마음이 잠잠해져 찾아올 때까지 기다린다. 그렇게 할머니는 솔라 할머니가 함께 지낸 아이들뿐 아니라 그녀의 집을 찾은 모든 손님에게 케렌시아를 선물했다.

93p 살다 보면 누구나 힘든 일을 만날 때가 있는데 그때 선생님을 찾아오라고 했다. (중략) 선생님은 약속대로 '철학자의 방'을 만들어 두었다.

소설 곳곳에 솔라 할머니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문장이 보인다.

17p 나는 우리가 하나의 풍경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가 가꾸고 보살피는 정원의 풍경 말이다.

24p 몸집이 작아도 마음이 큰 사람이 있듯이 높지 않지만 품이 큰 산도 있을 터였다.

36p 누군가가 우리를 사랑해 준다고 해도 솔라 할머니만큼은 아닐테니까. 사람은 물론, 동물과 식물, 책까지도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안다는 것이 놀라웠다.

92p 할머니의 편지는 단어 하나, 구절 하나가 한 편의 시였다. (중략) 할머니의 편지를 읽으면 세상이 온통 빛으로 가득 찼다.

201p 할머니는 앉아 있는 것마저 힘에 부쳐 보였지만,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솔라 할머니는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휘몰아치는 태풍 속에서도 나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모두 이겨낼 수 있다.
48p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하고 싶은 거야.

123p 이미 저지른 잘못은 좋은 잘못으로 만들면 돼. (중략) 잘못을 계기로 더 좋은 나를 만들고 성장하면 좋은 잘못이 되는 거라고 했다. (중략) 무슨 일이든 지나가게 돼 있고, 지나고 나면 별 게 아니야.

173p 희야! 이제부터 너는 그 누구의 딸이 아닌, 너로 살아가는 거야. 네 자신으로 말이야.

그녀의 제자 알바트로스 아저씨도 솔라 할머니를 닮았다.
64p 내가 좋아하는 철학자 할아버지가 있는데, 니체라고. 별명이 망치를 든 철학자야. 기존의 질서를 부수는 걸 좋아했거든. 그 할아머지 말이 위험하게 살라는 거야. (중략) 안전하기만 하면 나아지는 게 없거든. 실패하더라도 가슴 뛰는 일을 해야지. (중략) 인생은 폭풍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폭풍우 속에서 춤을 추는 거라고 하더라.

95p 잃어버린 나를 찾는 일이야. 그동안 친구와 돈, 가족을 잃은 줄 알았는데 사실은 나를 잃었던 거더라. (중략)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되는 거니까 나를 찾는 일부터 해 보려고.

솔라 할머니는 그녀답게 희아와 이별했다. 고요하고 편안하게.
p237 멀리 꽃이 만발한 동산이 펼쳐졌다. 할머니를 마중이라도 나온 것처럼 꽃들의 몸짓이 다정했다. 꽃동산으로 들어간 할머니는 꽃들과 손을 잡고 춤을 추었다. 어느 순간, 할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꽃들만 너울거렸다.

희아도 할머니를 닮아 마음이 따뜻하다. 이름에 담긴 의미대로 '기쁜 아이', 희아. 그 따뜻한 시선이 책을 읽는 내내 참 좋았다.
95p 다시 오시는 게 선물이 될 거예요.

252p 이 그리움이 나를 바꾸어 놓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첫 문장을 쓰게 되어 기쁘다.
252p 내 이름은 희아, 기쁜 아이라는 뜻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까치 복덕방
국지승 지음 / 창비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 <까치 복덕방> 국지승 그림책 창비

키우는 식물에게도 다정한 인사를 건네는 구름산 까치 복덕방. 4마리의 개미가 따뜻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익살맞은 귤의 표정, 난로 위 주전자가 한 프레임에 담겨 있다. 나는 이 장면이 복덕방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생각해서 가장 좋았다.

6살 유치원생 둘째 아이는 “까치 복덕방은 손님에게 딱 맞는 집을 구해 드립니다.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두더지 씨에게는 지하 10층의 깜깜한 집을, 돼지 삼 형제에게는 태풍이 불어도 끄떡없는 벽돌집을 구해 주었지요.” 이 장면이 가장 재밌다며 선글라스 낀 두더지와 입으로 바람 부는 늑대를 따라하며 한참을 웃었다.

2학년 초등학생이 되는 첫째아이는 까치 복덕방에서 소개한 귀여운 집, 튼튼한 집, 크고 화려한 집보다 씨앗이 스스로 어디로 가야 할지 알고 선택하는 모습이 첫째 아이 본인과 닮아서 가장 인상깊다 말한다.

“이제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갑니다. 따뜻하게 몸을 녹이고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나만의 집으로 말이에요.” 내 자신, 두 아이와 남편이 매일 집으로 기쁘게 돌아와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우리집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구옥 - 이별을 도와드립니다
백혜영 지음, 참깨 그림 / 아르볼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고의 저승차사로 배지도 받은 비둘기 구구가 다른 이의 슬픔에 공감하지 못해서 차사의 임무에서 배제된 이후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구구가 이승에 머물며 다른 이의 마음에 공감하는 법을 배울 때까지 이별로 슬퍼하는 아이를 위로해주어야 한다.
구구옥을 찾아오는 이가 없자 구구옥을 알리는 포스터를 제작해서 아이들이 다닐만한 곳에 배포해둔 구구의 업무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이 최고구나 감탄했다.
그 홍보 효과로 동생 고양이 백설기가 하늘로 떠난 것을 믿지 못하며 눈물 쏟고 내내 그리워하던 정연이가 구구옥을 처음 찾게 됐고, 정연이의 입소문으로 동호가 찾아왔다.
정연이는 백설기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긴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어 고맙단 인사를 건넨다.
동호는 입양을 앞둔 아이를 잠시 동안 맡아 돌보는 엄마가 오지랖 넓다 생각했는데 정우에게 점점 정이 들어서 해외 입양을 가는 날 공항에서“형아, 안녕.” 그 한마디에 참고 참았던 눈물을 터트린다.
엘리베이터에서 갑작스레 울음이 터진 동호 곁을 가만히 지켜준 정연이의 태도에 놀랐고, 사흘 동안 쉬지 않고 날갯짓을 해서 정우의 모습을 자세히 담아온 구구가 대단하다 느꼈다. 온몸에 파스 범벅인 그림을 보며 ‘구구, 진짜 애썼다’ 혼잣말을 했다. 새 동생을 기쁘게 맞이하는 동호가 후회없는 시간을 보내리라 다짐하게 되어 다행이다.
세 번째는 하솔이의 이야기로, 야구선수의 꿈을 지지해주던 소방관 아빠가 불길 속에서 어린아이를 구하다 빠져나오지 못해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셨다. 아빠가 미웠다, 보고싶었다가 마음이 오락가락하고. 좋아하던 야구도 아빠가 떠난 뒤엔 꼴 보기 싫단다. 학교 운동장으로 찾아가 울던 아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고 종이를 내미는 구구는 그동안 많이 변했다. “좋아하는 걸 한꺼번에 두 가지나 잃는 건 어리석은 짓. 그건 너희 아빠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 조언하며 하솔이를 향해 힘껏 야구공을 던지고 하솔이가 방망이 한가운데 야구공을 제대로 맞히게 한다. “아빠가 보고 싶을 땐 힘껏 야구 방망이를 휘둘러. 그럼 네 마음이 하늘까지 닿을 거야.”
강림이 내린 임무를 성실히 완수해 다시 저승차사로 돌아갈 수 있지만, 구구는 하솔이의 편지를 받고 구구옥을 더 지키고 싶다 청하고 이승에 남는다.

구구옥에서 고백하는 친구들처럼 우리 모두 나이 상관없이 이별은 겪고 싶지 않고, 이전에 경험했더라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위로도 쉽지 않지만 그림책 ‘가만히 들어주었어’에서도 그랬듯이 조용히 옆자리에 앉아 경청하는 일만으로 위로가 된다. 함께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분위기 전환을 해보는 것도 좋다.
저승차사 구구가 일할 때 다른 걸 생각 못하고 앞만 보고 달려나가는 것이 나와 닮았다 생각했다.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변의 소중한 이들에게 따뜻한 인사 대신 날선 말을 내뱉고 살지 않았던가. 특히 가족에게 더 그랬던 것 같아 반성한다. 구구가 변화했듯이 나도 매순간 행복함을 느끼던 청년 시절로 돌아가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이야기를 듣는 이가 되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