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미자 씨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18
정주희 지음 / 북극곰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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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자 씨는 바쁘다.
그녀를 기억하는 이가 많기에 분주하다.
사랑 꾹 눌러 담은 끼니, 귀찮던 잔소리, 나누던 정, 매섭던 손, 발맞춰 걷던 길, 함께 한 그 모든 시간. 미자 씨는 그녀를 떠올릴 때 슬픔보다 미소를 바란다. 그리움을 가득 싣고 나비가 그녀와 나른다.

돌아간 미자 씨는 그리운 이의 눈물로 한 모금 나눈다.

미소와 말씨가 상냥했던 우리 외할머니가 생각난다. 외할아버지를 하늘로 일찍 보내시고 고생을 많이 하셨던 외할머니는 외삼촌 댁에 주로 계셨지만 가끔 우리 집에도 와 계셨다. 할머니가 말려주실 거라 믿고 평소보다 엄마 말씀을 더 안 들었던 기억이 난다. 외할머니는 내게 따뜻한 햇살이었다. 몸이 아플 때면 해가 쨍한 곳을 찾는 이유가 외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이었구나. 마음 힘들 때 달걀밥이 주는 위로가 할머니의 위로였구나.

친할아버지께서는 단정한 분이셨다. 나와 오빠에게는 천자문을 익히게 하시고 2종류 이상의 신문 사설을 스크랩해 읽게 하셨다. 바쁜 아들이 행여나 잊을까 봐 며느리 생일날 압구정에서 안양까지 대중교통 몇 번을 갈아타고 ‘케익 하우스 윈’ 케이크를 들고 오셨다. 말이나 행동이 다정한 분은 아니셨고 우리 집에 오실 때면 1시간도 채 안 앉아 계시다 가셨는데 할아버지의 옷차림, 풍기는 스킨 향이 다 좋았다. 내가 쓴 글을 진지하게 독자가 되어 읽어주신 분도 할아버지다. 비난이나 칭찬이 아닌 담백한 할아버지의 평이 늘 궁금했고 그 덕분에 나는 어떤 글을 쓰더라도 망설임, 두려움이 없이 그냥 내 생각대로 글을 쓴다.

그리운 분이 늘 찾아와 주고 계시다 생각하니 힘이 난다. 다 잘해낼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긴다.

오늘도 잘 살았다!
짠~

내가 깔깔대고 웃느라 흐른 눈물로 즐겁게 한 모금하시길 바라본다.

*북극곰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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