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옥 - 이별을 도와드립니다
백혜영 지음, 참깨 그림 / 아르볼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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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저승차사로 배지도 받은 비둘기 구구가 다른 이의 슬픔에 공감하지 못해서 차사의 임무에서 배제된 이후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구구가 이승에 머물며 다른 이의 마음에 공감하는 법을 배울 때까지 이별로 슬퍼하는 아이를 위로해주어야 한다.
구구옥을 찾아오는 이가 없자 구구옥을 알리는 포스터를 제작해서 아이들이 다닐만한 곳에 배포해둔 구구의 업무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이 최고구나 감탄했다.
그 홍보 효과로 동생 고양이 백설기가 하늘로 떠난 것을 믿지 못하며 눈물 쏟고 내내 그리워하던 정연이가 구구옥을 처음 찾게 됐고, 정연이의 입소문으로 동호가 찾아왔다.
정연이는 백설기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긴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어 고맙단 인사를 건넨다.
동호는 입양을 앞둔 아이를 잠시 동안 맡아 돌보는 엄마가 오지랖 넓다 생각했는데 정우에게 점점 정이 들어서 해외 입양을 가는 날 공항에서“형아, 안녕.” 그 한마디에 참고 참았던 눈물을 터트린다.
엘리베이터에서 갑작스레 울음이 터진 동호 곁을 가만히 지켜준 정연이의 태도에 놀랐고, 사흘 동안 쉬지 않고 날갯짓을 해서 정우의 모습을 자세히 담아온 구구가 대단하다 느꼈다. 온몸에 파스 범벅인 그림을 보며 ‘구구, 진짜 애썼다’ 혼잣말을 했다. 새 동생을 기쁘게 맞이하는 동호가 후회없는 시간을 보내리라 다짐하게 되어 다행이다.
세 번째는 하솔이의 이야기로, 야구선수의 꿈을 지지해주던 소방관 아빠가 불길 속에서 어린아이를 구하다 빠져나오지 못해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셨다. 아빠가 미웠다, 보고싶었다가 마음이 오락가락하고. 좋아하던 야구도 아빠가 떠난 뒤엔 꼴 보기 싫단다. 학교 운동장으로 찾아가 울던 아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고 종이를 내미는 구구는 그동안 많이 변했다. “좋아하는 걸 한꺼번에 두 가지나 잃는 건 어리석은 짓. 그건 너희 아빠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 조언하며 하솔이를 향해 힘껏 야구공을 던지고 하솔이가 방망이 한가운데 야구공을 제대로 맞히게 한다. “아빠가 보고 싶을 땐 힘껏 야구 방망이를 휘둘러. 그럼 네 마음이 하늘까지 닿을 거야.”
강림이 내린 임무를 성실히 완수해 다시 저승차사로 돌아갈 수 있지만, 구구는 하솔이의 편지를 받고 구구옥을 더 지키고 싶다 청하고 이승에 남는다.

구구옥에서 고백하는 친구들처럼 우리 모두 나이 상관없이 이별은 겪고 싶지 않고, 이전에 경험했더라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위로도 쉽지 않지만 그림책 ‘가만히 들어주었어’에서도 그랬듯이 조용히 옆자리에 앉아 경청하는 일만으로 위로가 된다. 함께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분위기 전환을 해보는 것도 좋다.
저승차사 구구가 일할 때 다른 걸 생각 못하고 앞만 보고 달려나가는 것이 나와 닮았다 생각했다.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변의 소중한 이들에게 따뜻한 인사 대신 날선 말을 내뱉고 살지 않았던가. 특히 가족에게 더 그랬던 것 같아 반성한다. 구구가 변화했듯이 나도 매순간 행복함을 느끼던 청년 시절로 돌아가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이야기를 듣는 이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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