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 - 탄자니아 여행그림책
나태주 지음 / 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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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나를 새롭게 하고,
잊고 있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문장들.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에 나를 맡기다 보면,
나를 스쳐 지나간 기억과 순간, 그리고 감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된다.
내가 떠나보내고, 또 나를 떠나갔던 그 많은 순간들이 그리워지기도 하고,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지기도 하며,
그저 고개를 끄덕이다가 살며시 눈을 감아보게 된다.

나태주 시인은 여러 빛깔이 잔잔히 스며든 특별한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 같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것은 삶과 사랑, 시간과 그리움처럼 평범하고도 당연했던 순간들이었다.
사람이란 비로소 떠나보낸 뒤에야 '소중함'이라는 감정을 알게 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고맙고, 감사하다, 안녕히"(180p)
이 세 가지 말을 마음속에 오래 새겨본다. 그 말들은 때로는 나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고, 때로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말이 된다.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난 뒤, 나는 이렇게 말해보고 싶다.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안녕을 빌어주며 살아가고 싶다고.

'시'라고 하면 우리는 종종 어깨를 움츠린다. 문장 속에 숨은 의미를 찾지 못한 삼류 탐정이 된 것처럼, 손에 잡힌 문장들을 마구 털어내려 애쓴다. 그러나, 나태주 시인의 문장들은 소박하고 쉽다. 마치 고개 숙인 꽃의 어깨를 조용히 다독여주는 듯하다. "시는 어렵지 않아. 단지 너를 돌아보고, 나를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일 뿐이야."라고 말해 주는 것처럼.

짧은 시 한 편이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내가 걸어온 길과 지금 걷고 있는 길,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길까지 떠올리게 한다. 평범하고 당연하다고 여겼던 시간들이 사실은 나에게 깊고 넓은 사랑을 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다음에 나에게서 생명마저 빼내면 무엇이 남는다 할까? 나는 그런 모든 것을 빼내고서도 무엇인가 남는 내가 되고 싶었다 그것이 나를 시인이게 했다."(172p)

나에게서 모든 것을 빼내면 무엇이 남을까. 가족을 빼고, 사랑을 빼고, 찬란했던 순간들을 빼내고 나면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무엇일까. 아직은 쉽게 답할 수 없다. 아마도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살아가야 알게 될지도 모른다.

아직 삶의 정답은 모르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 있다.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곳, 이 순간이 어쩌면 이미 나에게는 '천국'일지도 모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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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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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불안정한 삼각관계.
함께할 때 비로소 반짝반짝 빛나는 세 사람의 이야기.

작은 반딧불이는 눈부시도록 강한 빛을 내뿜지는 못한다.
그러나 여러 마리의 반딧불이가 모이면, 그 빛은 더 이상 작지 않다.
그 빛은 반짝반짝 주위를 환하게 밝히는 빛이 된다.


열흘 전 결혼한 알코올 중독과 조울증을 앓고 있는 아내 쇼코와 게이 남편 무츠키, 그리고 남편의 대학생 애인 곤. 이 세 사람은 불안정하고도 위태로운 삼각관계라는 외줄 위에서 '그들만의 삶'을 꾸려나간다. 타인의 눈에는 정상적으로 보일 수 없는 이들은 각자의 부모라는 태풍 앞에서 줄이 끊어질 듯 흔들린다. 때로는 서로에게 기대어 안정감을 느끼고, 때로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세 사람. 과연 이들은 반짝반짝 빛나는 일상을 지켜낼 수 있을까.


이 책은 작가 특유의 간결하고 담담한 문체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사실 독자를 놀라게 할 만한 특별한 사건이 기다리고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쇼코와 무츠키, 그리고 곤, 세 사람의 내면에 흐르는 감정의 선을 깨끗하고도 세밀하게 그려낸다. 그 섬세한 결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번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작품 속 인물들은 다수가 아닌 소수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성향을 당당히 드러내지 못한 채, 다수 속에서 평범한 모습을 연기하며 살아간다. 무츠키는 결혼을 서두르는 부모에게 자신의 성향을 고백하지만, 그 누구도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상처를 안고 있는 무츠키는 아내인 쇼코에게조차 투명한 벽을 세운 듯 거리를 두며 그녀를 대한다. 그러나 쇼코는 이렇게 말한다.

"무츠키들 은사자 같다고,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147p)

은사자. 극단적으로 색소가 희미한 사자들은 원래의 무리를 떠나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간다. 초식성이고 생명력이 약해 오래 살지 못하지만, 은빛 갈기는 무엇보다도 아름답다. 쇼코는 무츠키와 곤, 그리고 또 다른 게이 커플들을 이 은사자에 비유한다. 쇼코의 눈에 비치는 그들은 결코 비정상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빛을 내는, 진정으로 아름다운 사자들이다. 쇼코를 통해 바라보는 '소수의 사람들'은 유난히 특별하고, 반짝이는 존재로 보인다.

작가는 쇼코라는 인물을 통해 말한다. 사회가 정해놓은 '정상'의 범주에 들지 못해도 괜찮다고. 알코올 중독, 정체성의 혼란, 극심한 외로움. 조금은 부족하고 불안정한 이들이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반짝반짝 빛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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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좀 못해도 내일은 온다
심너울 지음 / 슬로우리드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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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스라는 이름처럼, 날지 못하는 새 펭귄.
그러나 그들은 훨훨 날고 싶다.
날지 못하는 팀은 과연 '우승'이라는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을까.


수년간 하위권에 머무는 프로야구팀 펭귄스.
14년째 백업 선수로 팀에 몸담고 있는 정영우의 꿈은 홈런 타자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홈런을 쳐
보지 못한 그저 평범한 선수다.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의 실패로 펭귄스 단장으로 좌천된 하현승.
메이저리그에서의 커리어를 뒤로하고 팀을 변화시키려는 전략운영팀장 서나리.
베테랑 선수들과 훈련만을 신뢰하는 노장 감독 유진성.
그리고 펭귄스와 야구를 사랑한 나머지 직업으로까지 선택한 인턴 하유미.

'펭귄스 부활'이라는 이름 아래 모인 이들은 과연 팀에 우승이라는 점수를 낼 수 있을까.


"곽동근도, 서나리도, 하유미도 모두 야구를 사랑하는 것 같은데. 그 사랑의 표현이 너무나 달라서, 하유미는 무엇이 더 나은 것인지 이제 모르겠다."(195p)


1등만이 살아남는 스포츠, 야구.
인물들은 처음엔 개인의 성적과 팀의 우승만이 정답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팀을 향한 '사랑'임을 깨닫게 된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야구를 사랑한다. 그리고 누구나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는 우승이, 또 누군가에게는 묵묵히 응원하는 시간 자체가 사랑이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좌절한 팀이 기적처럼 우승하는 이야기를 그리지 않는다. '탱킹'을 고민하고, 동료를 고발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인물들의 인간적인 면모가 차곡차곡 쌓이며 '무언가를 잘하지 못해도 내일은 온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한다.

최하위 팀을 응원하는 나로서는 이 이야기가 무척 반가웠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나는 왜 야구를 좋아하고, 왜 그들을 응원하는가'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성적이 아니라, 매 순간 보여주는 노력과 열정 그 자체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승리하면 작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그러나 패배하면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라는 말처럼, 펭귄스는 수많은 패배를 통해 성장한다. 독자들 또한 이 이야기를 통해 실패 속에서도 내일은 온다는 '가능성의 희망'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날지 못하는 펭귄이라도 괜찮다.
누군가의 사랑과 애정이 늘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그 든든한 마음을 품고 오늘을 견뎌낸 끝에 언젠가는 파란 하늘을 향해 훨훨 날아오를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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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셔로 1 - 특별하게 평범한 동네 슈퍼히어로
team befar 지음 / 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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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지닌 현금이 많을수록 힘을 발휘하는 슈퍼히어로.
조금은 특별하지만, 그만큼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

돈 없는 취업준비생, 평범한 고등학생 등 각자의 자리에서 일상을 살아가던 네 명의 인물은 어느 날 느닷없이 자신에게 깃든 괴력을 깨닫게 된다. 단 하나의 조건은 그 힘이 몸에 지니고 있는 현금의 양에 비례한다는 것. 엄청난 능력을 가졌지만 늘 부족한 그들은 그렇게 '슈퍼히어로'로서의 삶을 맞이한다.


"한명씩 들고 옆 건물 옥상으로 옮겼어. 기절한 사람도 있었지만, 어디 찍혔을지도 몰라. 자중해야 하는 거 알지만 너만 한 애도 있었어. 내가 구해야 했어."(1권,130p)

상웅은 우연히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게 되고, 그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 말한다. 그런 상웅을 묵묵히 응원하는 민숙. 두 사람은 그렇게 평범하지만 특별하게 동네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 속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네 명의 히어로는 다가올 더 큰 위기에 맞설 준비를 시작한다. 과연 그들은 진정한 슈퍼히어로로서 사람들의 일상을 지켜낼 수 있을까.

"왜 이렇게까지 해? 이런다고 세상이 언니 좋아해주는 것도 아니잖아."
"그럼 짝사랑이네."
(1권,237p)

타인을 위해 자신의 몸을 내던지는 수오에게 민숙은 이렇게 말한다. 능력이 없는 민숙의 시선에서 보면, 돈도 되지 않는 선택은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수오는 자신의 힘을 이득이 아닌 사명으로 받아들이며 위태로운 순간마다 나타난다. 이 장면을 읽으며 만약 나에게 이런 능력이 주어진다면 나는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하게 됐다. 선한 의지보다 악한 욕망이 앞서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그래서 이들에게 능력이 주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캐셔로』는 전형적인 히어로 이야기가 아니다. 이 작품 속 히어로들은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들이다. 누군가의 아들이고 친구이며 연인인 그들은 때로는 엉뚱하고 때로는 웃음을 준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민숙의 이 말이 오래도록 남는다.

"이런 작은 일에 그 소중한 힘을 써선 안 된다 같은 게 아니라 그냥 아웅다웅 하는 데 그 힘이 필요해선 안 돼."(1권,277p)

우리의 작고 소중한 일상 속 행복은 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구할 수 있는 능력이 오히려 삶을 헤쳐서는 안 된다. 어쩌면 '히어로가 필요 없는 세상'이 진짜 좋은 세상일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은 평범한 사람도 자신에게 주어진 힘으로 언제든 히어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능력이 거창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저마다의 힘을 지니고 있다고.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나 역시 혹시 모를 숨은 능력이 있는 건 아닐까 싶어, 괜히 손에 쥔 돈을 한 번 더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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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집에 살고 싶다 - 한국인의 주택 유전자에서 찾은 좋은 집의 조건
김호민 지음 / 달고나(DALGONA)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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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히 어렵게만 느껴졌던 건축의 기본을, 마치 이야기를 들려주듯 쉽고 친절하게 풀어낸 책이다. 일본의 LDK 구조, 증가하는 층간 소음의 원인, 사라져 가는 문지방의 의미 등 우리가 살아가는 ‘집’에 대해 한 번쯤 궁금해했을 법한 질문들을 섬세하게 짚어준다. 평소에는 너무 익숙해서 지나쳐왔던 요소들이 사실은 우리의 생활 방식과 가치관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집을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이자 역사로 바라보게 만든다.


‘좋은 집이란 무엇일까?‘

사람은 각자 자신만의 기준과 신념에 따라 ‘좋은 집‘의 개념을 만들어간다. 누군가에게는 높은 천장과 통유리 너머로 햇살이 쏟아지는 집이 좋은 집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작고 어둡지만 포근함이 느껴지는 공간이 좋은 집일 수 있다. 이처럼 ‘좋은 집‘이라는 기준은 본질적으로 지극히 주관적이다.

이 책은 바로 그 모호한 기준들을 조금 더 또렷하게 만들어 준다. 단순히 건축의 기본이나 어려운 기술적인 요소를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어떤 집을 원하게 되었는지, 그 주관적인 기준의 배경과 이유를 하나씩 짚어간다. 삼국 시대와 조선 시대를 거쳐 일제강점기, 산업화와 IMF를 지나며 우리 사회와 사람들의 삶의 방식은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그리고 ‘거주 공간’ 역시 그 변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으며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집은 개인의 취향 이전에 시대의 요구와 현실을 반영하는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원하는 대로 지으면 행복도 따라올 것 같지만, 집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완공은 있어도 완성은 없다. 그 과정을 살아내는 일 자체가 곧 집이다. 우리는 신기루를 좇듯 행복을 찾아 집을 짓지만, 그 끝은 언제나 미완성이다.“(154p)

점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의 형태 또한 ’사는 사람’에 맞춰 더욱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집은 유행을 따라 쉽게 바꾸기에는 비용과 시간, 그리고 정성이 너무나 많이 드는 공간이기도 하다. ‘또 다른 나’를 대표하는 장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완공은 있어도 완성은 없다는 말처럼, 지금의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결국 ‘좋은 집’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결국 집이란, 삶의 방식과 가치관이 고스란히 담긴 또 하나의 '나'를 마주하는 공간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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