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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12월
평점 :
이상하고 불안정한 삼각관계.
함께할 때 비로소 반짝반짝 빛나는 세 사람의 이야기.
작은 반딧불이는 눈부시도록 강한 빛을 내뿜지는 못한다.
그러나 여러 마리의 반딧불이가 모이면, 그 빛은 더 이상 작지 않다.
그 빛은 반짝반짝 주위를 환하게 밝히는 빛이 된다.
열흘 전 결혼한 알코올 중독과 조울증을 앓고 있는 아내 쇼코와 게이 남편 무츠키, 그리고 남편의 대학생 애인 곤. 이 세 사람은 불안정하고도 위태로운 삼각관계라는 외줄 위에서 '그들만의 삶'을 꾸려나간다. 타인의 눈에는 정상적으로 보일 수 없는 이들은 각자의 부모라는 태풍 앞에서 줄이 끊어질 듯 흔들린다. 때로는 서로에게 기대어 안정감을 느끼고, 때로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세 사람. 과연 이들은 반짝반짝 빛나는 일상을 지켜낼 수 있을까.
이 책은 작가 특유의 간결하고 담담한 문체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사실 독자를 놀라게 할 만한 특별한 사건이 기다리고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쇼코와 무츠키, 그리고 곤, 세 사람의 내면에 흐르는 감정의 선을 깨끗하고도 세밀하게 그려낸다. 그 섬세한 결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번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작품 속 인물들은 다수가 아닌 소수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성향을 당당히 드러내지 못한 채, 다수 속에서 평범한 모습을 연기하며 살아간다. 무츠키는 결혼을 서두르는 부모에게 자신의 성향을 고백하지만, 그 누구도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상처를 안고 있는 무츠키는 아내인 쇼코에게조차 투명한 벽을 세운 듯 거리를 두며 그녀를 대한다. 그러나 쇼코는 이렇게 말한다.
"무츠키들 은사자 같다고,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147p)
은사자. 극단적으로 색소가 희미한 사자들은 원래의 무리를 떠나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간다. 초식성이고 생명력이 약해 오래 살지 못하지만, 은빛 갈기는 무엇보다도 아름답다. 쇼코는 무츠키와 곤, 그리고 또 다른 게이 커플들을 이 은사자에 비유한다. 쇼코의 눈에 비치는 그들은 결코 비정상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빛을 내는, 진정으로 아름다운 사자들이다. 쇼코를 통해 바라보는 '소수의 사람들'은 유난히 특별하고, 반짝이는 존재로 보인다.
작가는 쇼코라는 인물을 통해 말한다. 사회가 정해놓은 '정상'의 범주에 들지 못해도 괜찮다고. 알코올 중독, 정체성의 혼란, 극심한 외로움. 조금은 부족하고 불안정한 이들이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반짝반짝 빛날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