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 - 작지만 강한 출판사 미시마샤의 5년간의 성장기
미시마 쿠니히로 지음, 윤희연 옮김 / 갈라파고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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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일본 출판사 미시미샤 5년간의 성장기

《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는 일본에서 엉뚱함으로 인정받는 출판사 미시미샤의 철학과 5년간의 성장기가 담긴 책이다. 2006년에 창업한 출판사이니 현재는 10년 정도 되었구나. 저자 미시마 쿠니히로는 두 군데 출판사에서 단행본 편집자로 일하고 2006년에 홀로 미시마샤를 설립했다. 그 누구도 그에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미시마 쿠니히로는 출판업계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강한 사명감으로 출판사를 운영한다. 상식적이지 않아서, 어려운 길이라서 출판업계에서 시도하지 않는 방법을 미시마 쿠니히로는 강한 사명감으로 꿋꿋이 추진한다. 여기까지는 평범한다고 말할 수 있다.



축구팬이 감소했다면, 그때 축구 관계자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첫째, 축구 자체가 재미있음을 알린다. 둘째, 키퍼, 우측 윙백, 미드필더 같이 제각각의 포지션이 재미있음을 알린다. 미시마샤는 사장을 포함하여 직원이 총 5명인 작은 출판사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장르를 출판한다. 미시마샤는 왜 특정 장르에 특화하지 않냐는 질문에 마시마 쿠니히로는 축구에 빗대어 설명한다. 책의 각 장르는 축구의 각 포지션이다. 당장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는데 각 장르의 매력만을 열심히 알려서 되겠냔 말이다. 출판업계의 변화와 발전에 강한 사명감을 지닌 마시마 쿠니히로는 책 자체의 매력을 알리는데 노력하고 있다. 장르 불문 재미있는 책을 독자에게 전하겠단다. '책은 그 자체로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숫자를 절대적으로 늘리는 것에 도전하고 있다.



시작은 엉뚱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미시마 쿠니히로는 무계획으로 출판사를 창업한다. 비용 계산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당장 첫 책을 출간하면서 파산 위기를 겪는다. '이런 사람이 사업이라니' 싶었다. 무모하고 엉뚱하다. 이런 파산 위기와 돈에 쪼들리는 상황에서 영업직원을 뽑아야겠다고 결심한다. 보통은 자본에 여유가 생긴 뒤에 채용할 텐데 말이다. 기존 출판업계는 출판사와 서점 사이에 유통사가 존재한다. 마시마 쿠니히로는 작은 출판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렵더라도 서점과 직접 거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영업직원이 필요하다. 과감하고 무모하고 엉뚱하다.





미시미샤 직원들은 각자 개성이 있다. 그중 오오코시에 관한 에피소드가 제일 인상적이었다. 오오코시는 항상 SNS를 붙잡고 사는 직원인데, 출판사로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지체 없이 다른 회사 이름을 말한다. '네, 믹시입니다.' (뭐, 뭐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 주변 직원들의 마음속 표현이 더 웃기다.) '네, 무사시코스기입니다.' (여긴 미시마샤 출판사라고!) 실수를 한 뒤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하던 일을 계속한다. 사장뿐만 아니라 모두 엉뚱하다. 미시마샤 출판사 사무실은 오래된 단독주택이다. 천장에서 쥐들이 대운동회를 한다. 겨울에는 엄청 춥고, 여름에는 엄청 덥다. 야생의 감각을 갈고닦기에 안성맞춤이란다. 사무실조차 엉뚱하다.



미시마샤의 철학은 기본에 매우 충실하다.

미시마샤는 2006년 10월에 창업한 이래 내세우는 말이 있다. '원점회귀하는 출판사'. '한 권의 힘'을 믿는 것. 최대한 높은 열량을 한 권에 담아 그 열량을 최대한 보존해서 독자에게 보내는 것이다. 팔아먹을 책을 만드는 게 아니라 팔릴만한 가치가 있는 책을 정성스레 만든다. 마시마 쿠니히로는 그 가치를 열량이라고 표현한다. 열량이 가득 담긴 책은 독자에게 발견될 것이라 믿는다. 시작과 과정, 사장과 직원 모두가 엉뚱해 보이지만 책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는 순수하다. 엉뚱하고 순수하다.



계획과 무계획 사이

이 책의 원제는 '계획과 무계획 사이'다. 책 마지막 주제는 '계획과 무계획 사이'다. 이곳에서 마시마 쿠니히로의 머릿속이 드러난다. 마시마 쿠니히로는 계획선과 무계획선을 양쪽에 긋는다. 이 사이를 자유라고 말한다. 계획선은 관습, 룰, 상식, 규칙, 질서, 효율성, 사회성 또는 방어, 분단주의 등을 나타낸다. 무계획선은 무계획, 유연함, 돌발성, 충동, 비효율, 야생, 공격, 원점회귀 등을 나타낸다. 계획선과 무계획선 사이를 넓혀야 자유로워질 수 있단다. 저자가 말하는 자유는, 자신의 감각이 제 기능을 발휘하는 상태다. 반대로 말하면 감각이 작용하는 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사람은 자유로울 수 있단 거다.


저자가 말하는 자유란, '스스로 생각'하는 영역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사회에 소속되어 수많은 프레임을 갖는다. '내 생각'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 과연 '내 생각'일까? 고정관념과 프레임이 하나둘 늘어날수록 계획선은 좌측으로 이동하면서 '자유' 영역을 좁힌다. 비상식적이고 경험하지 못한 세계는 위험하다. 저자는 무계획선 좌측 영역을 위험이라고 말한다. 무계획선을 좌측으로 이동시키지 않고 계획선만 계속 좌측으로 이동한다면 '자유' 영역은 계속 좁혀진다. 저자는 무계획선을 넘을 듯 말듯한 행동을 되풀이하여 무계획선을 좌측으로 이동시키라고 말한다. 간접경험인 책과 직접경험인 여행, 도전이 무계획선을 좌측으로 이동시키는 방법이 아닐까? 우리 대부분은 계획선의 좌측 이동만을 허용하면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


출판사 운영의 성공비결을 말하는 책이 아니다. (따라 하면 100곳 중 100곳이 망할 가능성이...) 모두가 기본에서 멀어질 때 혼자 기본으로 다가가는 모습이 엉뚱하게 비치는 출판사 이야기다. 위험해서 차마 근처도 가지 못 했던 무계획선을 용감하고 엉뚱하게 좌측으로 이동시키는 이야기다. 미시마샤 출판사의 도전을 통해 재미와 간접경험을 얻을 수 있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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