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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긴 매듭
배미주 외 지음 / 사계절 / 2025년 9월
평점 :
#질긴매듭
#사계절
#배미주_정보라_길상효_구한나라_오정연
차마 거부할 수 없어서 또는 기꺼이 물려받는 기어이 끊어내거나 절실히 이어내는 한, 또는 힘. 그 길고 질긴 매듭을 뿌리치고 또 붙잡으며 수많은 여성이 만들고 전해온 이야기들.
오랫동안 여성은 약자였고 뒤에 물러나 있어 목소리를 크게 내면 안되는 세상을 살아왔다. 그덕에 할머니의 옛날이야기, 엄마의 자장가소리로 여성의 목소리는 음성과 기억이었음을, 약자의 위치에서도 여성은 언제나 이야기의 주체였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만들고 전한 이야기에는 여성 자신은 물론 소외된 존재들의 눈물과 웃음, 자신이 속한 세계에 대한 의문, 아직 만나지 못한 미래에 대한 꿈, 고단한 현실을 살아내는 힘이 필연적으로 담겨 있었다.
🧩이삭은 바람을 안고 걷는다.
버리고 떠나 버린 엄마, 이삭이 닿은 곳은 퀸즈패밀리 카트정리요원.
일이 더딘 이삭을 맡아준 도도씨, 그마저도 도도씨가 사고를 당한후
늘 투명인간취급받던 이삭은 왕따를 당하던 직원숙소를 벗어나 도도씨의 집을 맡아주기로 한다. 벗어나 보지 못한 어느 한점에서 길을 건너고 공원을 지나 도도씨의 집에 가닿은 이삭은 외로움속에서 또 다른 외로움과 만났을때 새로운 바람을 맞아들였다.
이삭도 독립적인 여성으로 낯선 공간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며 잘 지내보기를..
🧩엄마의 마음
‘모계 전승’이라는 화두안에 첫딸을 낳아야지 어머니의 삶이 보장된다고 강요되었던 살림밑천개념의 첫딸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딸을 낳다가 죽었거나 딸을 낳지 못한채 죽었거나..초경을 시작하는 여성 아동에게는 임신이 가능하고 엄마가 될 준비를 하라고 말하면서 같은 나이의 남성 아동에게 너도 아빠가 될 준비를 해야한다고 가르치지 않는 한국사회의 문제성..수많은 엄마들에게 역할이 아닌 존재자체로의 평범함과 관게속에서의 자유를 부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일까..
🧩행성의 한때
‘종이 아니라 개체를 볼 것.’ 한문장을 남기고 사라진 해린.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에게서 전해져 오던 이야기는 진화에 대한 수수께끼였고 바다깊이 진화를 파헤치던 할머니의 죽음이후 해린 역시 종적을 감췄다.
은서는 거꾸로 흐르는 진화의 시계속에서 해린을 발견..
생물학적으로 종을 막론하고 진화의 대세에 탑승하지 않은 이들을 보게 된다.
🧩거짓말쟁이의 새벽
쌍둥이인 지인과 지효는 너무나 다른 삶을 살게된다. 학교에서 우수한 성적과 수상경력을 쌓아가는 지인과 달리 자주 아프고 쓰러지고 입원을 하는 지효. 쌍둥이인게 싫고 점점 비관적으로 변하는 지효는 호주에서 온 은조이모를 만나고 출생의 비밀까지 의심하게 된다. 너무 충격적인 사건은 스스로의 기억을 지우지만 몸이 기억하는 고통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스스로를 지킨 은조와 달리 이번엔 지효를 도우려는 가족들..지효가 앞으로 살아갈 시간을 새벽으로 두고 서서히 밝아올 날을 기대해 본다..
🧩오랜일
영설과 동거하는 미지는 느닺없이 닥친 어둔밤 골목에서 괴한의 습격으로 죽음을 맞았다. 단신으로 여겨지는 여성대상범죄의 희생양이 되어버려 단한줄의 기사로
끝이나는 미지의 마지막에 영설이 할수있는건 다해보려하지만..
글을 쓴다는것, 기사를 쓴다는것을 약자인 여성의 입장에서는 세상의 이야기를 잇고 전하고 전달한다는 작은 소명을 가지는건지도 모르겠다..
[아득한 과거와 깊은 바다 밑, 아주 먼 미래로 데려가며 나와 같기도 다르기도 한 수많은 ‘종’을 만나도록 한 #질긴매듭
보이지 않는 존재라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키며, 그들에게 손을 내밀도록 한다. 그것이 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이며, 고통을 아는 자들이 나누어야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