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청소년 현대 문학선 10
이순원 지음, 이정선 그림 / 문이당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 작년에 한 신문에 내가 썼던 글...

  `19세`(이순원). 이 소설은 한 소년의 성장담에 대한 것이다. 청소년문학으로 분류되지만 어떤 소설이 청소년을 위한다거나 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일 것이다. 또한 예상독자가 청소년이라고 해서 그 소설을 얕잡아 보는 것 역시 오만이긴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 소설은 1970년대의 강원도를 배경으로 주인공 정수를 등장시키고 있다. 갓 중학교에 들어간 정수는 문교부장관이 누구냐는 국어 선생님의 질문에 `검정필`이라고 말했다가 망신을 톡톡히 당한다. 교과서마다 `문교부장관 검정필`이라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름 대신 `검정필`이라 불리게 된 주인공은, 두 살이나 많지만 같은 반인 박승태와 친해진다. 정수는 승태에게 성교육을 배우고, 승태는 정수에게 학교 공부를 배우면서 둘은 친해진다.

  천재 소리를 들으며 서울대에 들어간 형 정석처럼 공부로 성공하긴 글렀다고 느낀 정수는 상고를 지망한다. 상고를 졸업해서 은행에 들어가 남들보다 빨리 사회생활을 하고 돈을 벌고 싶어했다. 돈을 빨리 번다는 것, 이것을 정수는 어른의 징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수는 주판에는 젬병이어서 자신의 생각처럼 취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정수는 꿈을 농사꾼으로 바꾼다. 대관령에 해도지(賭地) 땅을 얻어 고랭지 채소를 심어 큰돈을 벌겠다는 속셈이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기어이 학교를 그만둔 정수는 배추 농사짓기에 돌입한다. 그해 정수는 일꾼을 구하지 못해 다른 사람들보다 배추를 늦게 옮기게 되는데, 오히려 그것이 전화위복이 되어 정수의 배추밭은 풍년이 든다. 소원대로 큰돈을 만지게 된 정수는 그 돈으로 오토바이를 사고 승태와 술을 마시고 매춘을 한다. 그 과정에서 정수는 자신의 행동을 성찰하며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른다.

  “왠지 그 기간 동안 내가 했던 것은 어른 노릇이었던 것이 아니라 어른 놀이였다는 생각이 자꾸만 내 가슴을 무겁게 한 것이었다. 이런 상태로 다시 한 해가 지나고 또 한 해가 지나 스무 살이 된다고 해도,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흘러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된다 해도 그 일에 대해 어떤 후회나 미련 같은 것이 남는다면 그때에도 내가 하는 짓은 여전히 어른 노릇이 아니라 어른 놀이일 것 같은 생각이 들던 것이었다.”(213면)


  △ 어른은 어려워

  정수가 자신이 보인 일련의 행동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는 것은 사실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떤 행동을 할 때 시간이 지나면 후회할 거라는 걸 미리 알 수 있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한탕을 노리고 도박이나 투기에 뛰어들고 싶을 때라든가, 순간적인 감정을 참지 못하고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싶을 때라든가, 그런 순간에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를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기 어려운 경우는, 오히려 확고한 생각이나 신념에 갇혀 있을 때다. 이것을 자기중심적 사고라고 불러도 좋겠다. 내 조카는 너무 어려서 “너 잘못했지! 빨리 사과해”라고 말해도, 심지어 자기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잘못했다는 것을 말하지 않으려고 한다. 피아제는 이런 유아기의 심리상태를 자기중심적 사고라고 했지만, 이런 성향이 꼭 아이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돈이 인생의 전부라고 믿고 몰인정하게 행동하는 구두쇠이야기가 동양과 서양에서 발견되는 것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서양의 스크루지는 꿈속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보고 난 뒤에야, 우리나라의 옹고집은 도승의 도술로 갖은 고생을 겪고 난 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게 된다. 잘못된 신념에서 벗어나는 일은 그만큼 어렵다.

  어른으로 산다는 것은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를 예측하고, 자신을 돌이켜 행동을 바로잡는 것만으로는 족하지 않다. 어쩌면 진짜 어른은 내 행동의 잘못도 잘못이지만, 그렇게 행동하고 말하게 만드는 나의 생각이나 신념을 포함하여 나의 관념과 사유까지도 의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일컫는 말인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언제든 잘못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우친 사람을 어른으로 불러야 할 것이다. 고로 어른으로 산다는 것은 어려우며, 우리는 늘 어른과 아이의 중간 상태에 놓여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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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내가 쓴 글인데... 이걸 썼다는 걸 방금 깨달았다...

www.kbmaeil.com/news/articleView.html?idxno=415612


△`컨택트`: 과거이면서 미래인 현재
예전엔 뉴스를 보면 분통이 터졌는데, 요즘은 눈물을 흘리게 돼요. 슬픈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 따뜻한 이야기들이 많거든요. 제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 간절히 듣길 바랐던 이야기를 한다랄까, 정치가 나를 이해해주고 위로해 주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정치가 내 생활의 일부라는 것을 더욱 절감하게 돼요. 정치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요. 
 
`컨택트(Contact)`라는 영화를 본 건 분명 올해 초인데, 마치 작년에 본 것처럼 아득하게 느껴져요. 이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쓸데없이 수다스러웠네요. 혹시 보셨나요? (헷갈릴지도 모르겠지만, 1997년에 조디 포스터 주연의 `콘택트`와는 다른 영화랍니다.) `컨택트`(2017)는 먼 우주의 우주인이 지구로 와서 지구인과 우주인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어요. 그런데 이 영화는 SF라기보다는 차라리 언어, 더 정확히는 시간에 관한 통찰을 다룬 영화로 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아요.

`컨택트`는 `미래를 훤히 아는데도 당신은 살 수 있나요?`라고 묻고 있어요. 이 영화의 주인공인 루이스는 외계인을 만나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 그들의 시간관을 이해함으로써 미래를 알게 돼요. 그래서 루이스는 언제 죽을지, 어떻게 이혼을 하고, 어떻게 아이가 자신보다 먼저 죽게 되는지를 알게 돼요. 그런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살 수 있을까요, 결혼할 수 있을까요,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요? 이런 가혹한 질문들을 이 영화는 던지고 있습니다. 루이스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이혼하고 아이를 떠나보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구요? 생각해보세요.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담그지 않는다면 결코 장맛을 볼 수 없을 거예요. 미래가 무서워 현재를 거부한다면, 우리는 어떤 미래도 만날 수 없을 거예요. 그것을 깨달은 루이스는 미래를 알지만 닥쳐 올 불행에 겁먹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게 됩니다. 더 강렬하고 더 열정적으로 현재를 살아낸다는 것. 이것은 현재의 모든 순간을 특별하고 특징적인 순간으로 변화시키는 일일 것입니다. 그리하여 현재가 미래라는 특정한 시점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하는 일일 것입니다. 현재의 모든 순간이 특별하고 특징적이라면 미래의 만큼이나 소중할 것이고, 그러하다면 그 소중한 현재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현재의 모든 순간이 원인이며 동시에 과거이자 미래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재의 모든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고 소중하게 여겨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이렇게 시간의 통찰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이해`: 양립 불가능한 것의 양립
`컨택트`에 대해 길게 말한 건, 이 영화의 원작이 `네 인생의 이야기`라는 소설이고, 그 작가가 테드 창(Ted Chiang)이고, 그의 또 다른 소설인 `이해`에 대해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이에요. `이해`도 곧 영화로 만들어질 거라고 하네요. `컨택트`를 재밌게 보셨다면, 이 소설에 대해 알아두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작가는 `시간`에 대해 탁견을 보인 것처럼 이 소설에서 `이해`에 대해서도 깊은 통찰을 보여주고 있어요. 오늘을 살아가는 데 있어 정말 필요한 것이 서로에 대한 `이해`가 아닐까요? 그럼 `이해`를 이해해볼까요?

이 소설은 완벽하고 탁월한 전투 능력을 가진 제임스 본이 CIA의 수사망을 교란시키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영화 `본 아이덴티티`를 닮았어요. 한편으로는 명석한 두뇌로 상황을 분석하여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셜록 홈즈가 그와 맞수인 모리아티와 대결하는 영국 드라마 `셜록`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그리고 (인공)지능의 역량에 대한 상상력을 극한까지 밀고 나가는 `트렌센던스`, `공각기동대`와 같은 과학적 요소가 작품의 바탕을 이루고 있어요. 그래서 통쾌하고, 짜릿하면서도 흥미롭고,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중심서사는 그리 복잡하지 않아요. 어떤 이유로 인간의 수준을 초과하는 지적능력을 지니게 된 주인공이, 그와 비슷한 조건의 대립적 인물과 목숨을 걸고 싸운다는 내용이죠. 천재들의 이야기는 늘 흥미롭답니다. 그럼 좀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주인공인 리언 그레코는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됩니다. 그를 치료하기 위해 `호르몬 K`라는 신약이 투여되는데, 그로 인해 리언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지적능력을 갖게 되죠. (앗, 그러고 보니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과도 비슷하군요.) 지적능력은 판단력, 분석력은 물론 신체적 능력까지 향상시킵니다. 어느 정도냐면 맥박수, 혈압, 신장 기능, 호르몬 분비까지 스스로 조절하며, 자신의 기분이나 감정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수준이랍니다.
 

  ▲ 영화 `컨택트`의 한 장면이다. 저 타원은 외계인이 타고 온 우주선이다. 이 우주선은 어떤 산보다 높다. 인간은 히말라야 정상의 높이에서 시작하여 `높이에 대한 상상`을 펼쳐 나갈 수 있다. 그렇다면 저 외계인들이 펼치는 `높이에 대한 상상`은 도대체 어떤 수준일까. 또 그런 상상력은 어떠한 마음의 구조를 만들 수 있을까. 물리적 크기와 높이는 단지 물리적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 마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 영화 `컨택트`의 한 장면이다. 저 타원은 외계인이 타고 온 우주선이다. 이 우주선은 어떤 산보다 높다. 인간은 히말라야 정상의 높이에서 시작하여 `높이에 대한 상상`을 펼쳐 나갈 수 있다. 그렇다면 저 외계인들이 펼치는 `높이에 대한 상상`은 도대체 어떤 수준일까. 또 그런 상상력은 어떠한 마음의 구조를 만들 수 있을까. 물리적 크기와 높이는 단지 물리적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 마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리언의 위협적인 능력을 알아챈 CIA는 그를 잡아들이려고 하지만, 그들의 모든 행동은 리언에게 간단히 간파당하고 리언은 유유히 수사망을 빠져나갑니다. (이런 점에서 확실히 `본 아이덴티티`를 닮았군요.) 리언은 지적 능력을 통해 궁극적인 자아 인식에 이르고 존재의 의미와 특성을 파악하고자 하죠. 그러려면 인공 뇌가 필요하다고 그는 생각합니다. 혼자서 인공뇌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인류가 가진 과학기술의 진행 방향을 바꾸고 경제구조 역시 재편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계야 어떻게 되든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 세계를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죠. 

이런 계획을 추진하는 동안 리언보다 뛰어난 레이놀즈가 등장하여 그와 대립합니다. 둘은 만나 대화를 통해 서로의 의중을 확인합니다. 리언이 자기 자신만을 사랑한다면, 레이놀드는 인류 전체를 사랑합니다. 리언에게 지능은 목적이며, 인류는 그의 지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수단이라 생각하죠. 반면 레이놀드는 인류의 행복이 자신의 목적이며, 지능이 그 수단이라고 생각하죠. 둘은 서로의 이데올로기가 완전히 다르며, 서로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제 목숨을 건 한판 싸움이 벌어집니다. 그것은 물리적 충돌과는 조금 다릅니다. 리언은 레이놀즈의 물질대사를 조절하여 뇌의 모세혈관을 파괴하려 합니다. 이 공격을 막아낸 레이놀즈는 반격합니다. 리언의 마음을 공격하여 레이놀즈의 이데올로기를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리언이 레이놀드를 이해하게 되면, 리언은 자신의 존재목적과 존재기반을 잃게 되겠지요. `이해`하라는 레이놀드의 말과 함께 리언의 마음은 레이놀드를 이해하기 위해 자동적으로 반응합니다. 리언이 그런 작동을 막기 위해 완벽한 마음의 방어벽을 만들려고 하지만, 완벽한 방어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레이놀드를 더 깊이 이해해야만 합니다. 이런 모순 속에서 리언은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한 채 죽어갑니다. 그의 죽음이 파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리언은 레이놀드의 사유를 이해하며 새로운 존재가 되어가고 있으니까요.

진정한 이해란 이런 것이 아닐까요? 나를 죽이고 너를 받아들이는 일, 동시에 너 역시 너를 죽이며 나를 받아들이는 일. 그래서 상대를 이해를 하는 것은 죽음보다 위협적인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우리를 동물이 아닌 인간이라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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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상징 우리 시대의 고전 5
폴 리쾨르 지음, 양명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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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난 너 싫어. / B: 왜? / A: 아 몰랑!!! 아니야, 그냥 싫은데는 이유가 있어. 그냥 싫은 건 없어... 이 책은 그런 것들에 대해 말한다. 싫다는 감정의 역사적 맥락을 찾아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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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동문선 문예신서 221
메를로 퐁티 지음, 남수인 옮김 / 동문선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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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인다는 것은 우리가 어떤 편견 속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가 아직 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번역 역시 쵝오... 동문선 번역을 칭찬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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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M 포스트잇 플래그 683-9KP 9칼라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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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사람을 위한 필수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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