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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ATH 더 패스 : 세상을 바라보는 혁신적 생각 - 하버드의 미래 지성을 사로잡은 동양철학의 위대한 가르침
마이클 푸엣.크리스틴 그로스 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6년 10월
평점 :
저자는 묵자가 프로테스탄트와 비슷한데 왜냐하면 묵자가 하늘을 믿었다고 따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책의 설명과 달리 묵가는 일종의 의협집단이었고, 이들은 집단의 규율에 충실했다. 묵자의 사상은 프로테스탄티즘보다는 많은 부분에서 마르크스의 사상과 유사하다. 왜냐하면 묵자는 노동의 가치를 가장 중시했기 때문이다.
왜 저자는 이런 식으로 묵자를 오해하는가?
완전히 철학적 토양이 다른 곳에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따라갈 수 없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양철학의 전통이 어느 정도 토대가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서양에 동양철학의 토대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 얕은 토양 속에서 동양철학을 하려다보니 이런 오류가 생겨난다. 그러나 이런 오류를 비판해서는 안 된다. 동양철학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 서양철학 1세대의 오류는 어느 정도 극복될 것이다.
여하튼 서양철학 1세대라 할 수 있는 저자는 동양철학을 다른 동양철학과 비교하지 않고 서양철학에 대응시킨다.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이 근본적 다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동일한 것으로 치부하다보니 왜곡과 곡해가 생긴다. 그런데 이 문제는 동시에 장점이기도 하다. 서양사람들이 생소한 동양철학을 이해하는 방법이 뭐가 있겠는가? 이렇게 생소한 동양철학을 서양철학에 대응시키기 때문에 서양사람들이 그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것이 우리나라에서도 읽힌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동양철학 책 보다 이 책이 훨씬 쉽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의 인식적 기반이 동양철학보다는 서양철학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식의 역수입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동양인이 동양을 통해서가 아니라 서양을 통해서 동양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나를 볼 수 없다. 내가 나를 보기 위해서는 거울이 필요한데 서양은 지금 그런 거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거울은 나를 평면화시켜 나의 모습을 왜곡시킨다. 서양의 필터를 거친 동양은 온전한 동양이 아니라 서양의 눈에서 발견된 동양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서양인에 의해 서양화된 동양이라는 것. 그리하여 동양의 차이는 소거되어 버린다. 그렇긴 하지만 벌써 좌절해서는 안 된다. 그런 왜곡과 곡해로 거친다면 문제겠지만 이것이 반복을 멈추지 않는다면, 이 반복을 진행시킴으로써 서로의 실체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몇 세기가 흐르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