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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빛난다 - 허무와 무기력의 시대, 서양고전에서 삶의 의미 되찾기
휴버트 드레이퍼스 외 지음, 김동규 옮김 / 사월의책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좋은 책을 읽는다는 건 설레는 일이다.
잠을 몰아가며 책을 읽었다.
이 책은 니체의 선언 이후 현대인이 봉착한 문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니체의 선언 전에 이미 신은 죽었다.
다만 그는 신의 죽음을 최종 통보했을 뿐이다.
신이 죽은 이후 우리에게 모든 일이 허락되었다.
자유롭게 되었고, 뭐든 가능하게 되었다.
심지어 신이 될 수도 있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일까, 좋은 일일까, 해도 되는 일일까, 그런 것들을 물어볼 곳이 사라졌다.
신이 있을 땐 신에게 물어보면 되었는데, 물어보아야 할 곳을 잃어버렸다.
“다른 행동이 아닌 바로 이 행동을 선택해야 할” 근거를 잃어버렸다.
일은 하고 있는데 그 일의 가치나 의미나 목적을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의욕이 나지 않는다.
자꾸만 무기력해지고 허무해진다.
(신이 죽으면 모든 것이 허락될 줄 알았더니, 젠장! 오히려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이와는 다른 맥락에서 도출된 말이긴 하지만 라깡은 만약 신이 없다면 모든 것이 금지된다, 라고 말하고 지젝은 심지어 신이 있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 고 말한다. 신이 죽었고 모든 것이 허락되었으나 우리는 허무해졌다. 결국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라깡과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다.)
신은 죽었고, 우리는 모든 것이 허락되었지만 허무해졌다.
이러한 허무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이 책은 여기에 답하고 있다.
이런 답이 무엇인지는 직접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대신 사소하고 평이한 문장들이 간직한 놀라운 사유를 소개하는 것이 더 낫겠다.
이런 식이다.
SNS에 중독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새로운 포스팅을 보고 댓글을 남기고, 자신의 포스팅을 없데이트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을 계속 부추기는 욕망을 완전히 만족시킬 수가 없다.
^^ 이 당연한 사실을 알면서도 모르고자 했었나보다.
SNS를 떠돌았던 숱한 시간들이여, 숱한 날들이여...
자기 행동의 원천을 자신에게서 찾는 것이 아니라 자기 외부의 힘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는 것, 그러면서도 그 힘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는 무엇을 뜻할까? 자기 행동의 원천을 자신에게서 찾는 것이 아니라 자기 외부의 힘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는 것, 그러면서도 그 힘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사실 우리가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서 그렇지 이런 행동의 가벼운 사례는 일상에 흔하다. 아침에 버스로 출근을 하다가 갑자기 어떻게 버스에 탔는지 아무런 기억도 없다는 걸 떠올리는 경우 …중략… 긴 하루 일과를 마치고 피곤에 절어 터벅거리며 집에 돌아온 노동자가 갑자기 가장 좋아하는 의자에 자신이 앉아 있는 걸 깨닫고는 거기 앉겠다고 마음먹은 적이 없다는 걸 기억해내는 경우(26면).
의식하지 않고도 정확히 어떤 행동을 정확히 완성해내는 일, 이것은 습관이기도 하지만, 영웅적인 행동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기도 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글을 읽으며 보들레르가 어떻게 공장노동자나 도박꾼에서 영웅적인 면모를 발견하게 되었는지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중세 전체를 놀라울 정도로 분명하고 명확하게 그러면서도 간단히 요약하고 있다.
[모든 것이 신의 섭리라는 중세의 믿음은] 믿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의 온전한 삶의 방식이었다. …중략… 중세 세계에서 이런 문화적 참여는 곧 신의 신성한 계획을 자각한다는 의미였기에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선택하는 근거는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선택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35, 35면).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에 대한 저자의 시각은 참신하다.
중세 시대였다면 데카르트적 기획은 그 자체로 오만한 행위로 여겨졌을 것이다. 신이 우리를 속이지 않는다, 는 점을 우리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은, 신이 우리를 속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배경 전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전제는 신을 처음부터 신성하고 자비로운 우주의 건축자로 이해하는 세상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44면).
자! 그러면 다음 부분은 당신이 직접 찾아보시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