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문학과지성 시인선 276
진은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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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1

소금 그릇에서 나왔으나 짠맛을 알지 못했다

절여진 생선도 조려놓은 과일도 아니었다

누구의 입맛에도 맞지 않았고

서성거렸다, 꽃이 지는 시간을

빗방울과 빗방울 사이를

가랑비에 젖은 자들은 옷을 벗어두고 떠났다

사이만을 돌아다녔으므로

나는 젖지 않았다 서성거리며

언제나 가뭄이었다

물속에서 젖지 않고

불속에서도 타오르지 않는 자

짙은 어둠에 잠겨 누우면

온몸은 하나의 커다란 귓바퀴가 되었다

쓰다 버린 종이들이

바람에 펄럭이며 날아다니는 소리를

밤새 들었다

  청춘은 서성거린다. 아무것도 아니려 하고 아무것도 아니고자 한다. 장대비는 빗방울과 빗방울에 사이가 있지만 가랑비는 안개처럼 자욱하게 내려 빗방울의 사이를 가늠할 수 없다. 그럼에도 가랑비에 젖지 않은 채 그 사이에 머물 수 있다, 청춘은. 어둠속에서  청춘은, 어둠을 듣고, 그 어둠을 받아 적는다. 진은영의 시는 그러하였을 것이다. 하여 그녀의 시는 외롭고 고독하고 쓸쓸하며 높다. 백석의 말마따나 모든 훌륭한 것들이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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