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1. 이곳은 따분한곳이다.

1)썰렁한 도시: 사람을 만나기 힘들며, 설사 만나더라도 말을 걸어도 대구하지 않는다. 바에서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함메르페스트에서 시간을 보내려면 전화번호부에 불을 놓거나 웨이터에게 모욕을 주다가 쫓겨나는 일을 제외하고 뭘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결국 들을 수가 없었다(39).

 

2)갑작스러운 불꽃놀이

-반시간 동안 노르웨이 반도 전역에서 불꽃이 터지고 항구의 하늘을 화려하게 장식한 후 바닷물 속으로 사라져갔다. 그런 다음, 시작한지 정확히 30분 만에 모두들 집안으로 돌아갔고, 함메르페스트는 다시 잠들었다(40).

 

3)무료와 권태

-나는 의사에게서 할 일이 아무것도 없는 정말 따분한 곳에 가서절대 안정을 취하라는 처방이라도 받은 환자 같은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41).

 

-갑자기 온갖 잡다한 일을 할 시간이 생겼다. 가령, 양쪽 신발 끈이 정확히 같은 길이가 될 때까지 부츠의 끈을 몇 번이고 다시 묶었다 풀기를 되풀이했다. 지갑 속을 가지런히 정동하고, 코털도 다듬고, 도무지 할 일이 없을 땐 뭘 할지 기나긴 목록도 작성했다. 어떨 때 양손을 무릎에 올려놓고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기도 했다(41).

 

-그러다 보니 은퇴 후의 삶이란 게 어떤 것인지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었다. 나는 심지어 산책 다닐 때도 조그만 메모장을 가지고 다니면서 매일의 동선을 무의미한 일기로 남기기 시작했다. 우리 아버지가 은퇴 후에 하셨던 것처럼 말이다. 아버지는 매일 산책을 다니다가 동네 슈퍼마켓의 스낵 코너에서 점심을 드셨다. 지나가다가 마주치기라도 하면 여지없이 조그만 공책에 일기를 쓰고 계셨다. 돌아가신 후에 보니 이런 공책이 벽장에 가득 들어 있었다. 그 공책은 모두 이런 일기로 채워져 있었다.

‘14. 슈퍼마켓까지 걸어감. 디카페인 커피 두 잔 마심. 날씨 좋음.’

이제야 아버지의 기분을 알겠다(42)

 

2. 지독하게 춥고 바람이 몹시 심하게 분다.

-나는 무장 강도처럼 목도리로 얼굴을 온통 감싸고 바람에 떠밀리며 터덜터덜 걸었다(37).

 

-바닥에 있는 얼음에 머리를 얼마나 세계 부딪혔는지, 작년 여름에 헛간 열쇠를 어디 뒀는지가 갑자기 기억났다. 머리가 아픈 데다 바람이 한 번만 더 불면 아까 보았던 종이 박스처럼 나도 바다로 직행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새로 발견한 이 신종 스포츠를 그만두고 조심스럽게 자오선 기둥으로 발길을 재촉했다(38).

 

3. 비아냥거리기

-너무 뻔한 가짜 콧수염을 달고서 엉덩이에 꼬챙이라도 꽂혔는데 그로 인해 연기에 지장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결연한 각오라도 한 듯이 점잔을 빼며 걸어 다니는 촌스러운 드라마다. 물로 베르트뮐러 리듬 카데트와 같은 재즈 방송도 있다. 노르웨이 방송에 대해 굳이 칭찬하자면 건강에 대한 염려나 불편 없이 혼수상태란 과연 무엇인가 경험하게 해주는 점이라고나 할까?(41)

 

-시장은 장의사 같은 얼굴에다가 청바지에 푸른 작업복 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하루 동안 가석방된 수감자 같은 인상이었지만, 친절한 분이었다(42).

 

4. 오로라의 출현

빌 브라이슨 이 장엄한 오로라를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서 함메르페스트를 조롱하고 비아냥댔으며, 자신의 따분함을 지나치게 떠벌렸고, 추위 앞에서 엄살을 부렸다. 그리하여 스스로의 천박함을 한껏 드러냈다. 그런데 오로라를 묘사한 부분에 이르면 이것이 모두 그의 전략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빌 브라이슨이 함메르페스트를 비난하면 할수록 오로라는 더욱 장엄한 광채를 내뿜는다. 단지 오로라의 아름다움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함메르페스트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격상시킨다. 이것이 그의 글쓰기의 매력이다.

다음은 이 글의 하이라이트인 오로라를 묘사한 부분이다.

 

-함메르페스트 체류 16일째 되던 날,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아침 산책을 마치고 곶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아무것도 없는 마을 위편 하늘 한쪽에서 투명하면서도 다채로운 색상의 구름이 나타났다. 분홍색, 초록색, 푸른색 그리고 연보라색이 뒤섞인 구름이었다. 구름은 희미한 빛을 띠었고 소용돌이치는 듯했다. 구름은 서서히 하늘 전체에 퍼졌다. 석유가 고인 곳에 무지개 빛깔이 나듯이 묘하게도 유성이 느껴졌다 나는 그 자리에 선 채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오로라는 300km 정도 되는 대기 아주 높은 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책에서 읽었는데, 지금은 마치 쇼가 마을 바로 위에서 멈춘 듯했다. 오로라에는 두 종류가 있다. 먼저 누구나 사진으로 본 적이 있는 거미줄처럼 엷은, 반짝이는 커튼 모양이 있다. 그리고 내가 본 것처럼 다소 드문 가스 구름층이 있다. 오로라는 늘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며 같은 모양이 생기는 적은 없다. 어떨 때는 바람굴 (공기의 흐름이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빠르고 센 기류를 일으키는 장치)에 연기가 지나가듯 유령처럼 쏜살같이 하늘을 휙 지나가기도 하고, 때로는 밝은 커튼이나 빛나는 창살처럼 하늘에 걸려 있기도 한다. 아주 이따금씩, 평생 한두 번쯤은 수평선 전체에서 스며 나와 머리 위로 흘러가는데, 빛과 색채가 어우러진 조용한 폭발이라고나 할까, 형용하기 어려운 장관을 자아낸다고 한다. 또 인공조명이 전혀 없어 칠흑 같은 밤만 이어지는 시골에 가면 오로라는 매우 기묘하고 무서울 정도로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하늘에서 튀어나와 죽일 듯 이쪽을 향해 엄청난 고속으로 날아오니, 무서운 것도 무리가 아니다. 스칸디나비아 북부의 라프족은 오로라에 흰 손수건이나 백지를 보이면 북극광이 다가와 그 사람을 데려간다고 오늘날까지도 굳게 믿고 있다.

내가 본 오로라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였고 몇 분 동안 지속되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내가 살면서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고, 더 멋진 오로라를 보기 전까지는 생애 최고의 북극광으로 남아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날 저녁 더 멋진 오로라가 나타났다. 몇 시간이고 계속되는 북극광이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다. 이번에는 단색 오로라 였고 레이더 장치 모니터에서 나오는 듯한 섬뜩한 빛을 발하는 초록색이었는데, 대단히 활동적인 녀석이었다. 좁은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섬광이 광활한 돔형의 하늘을 가로질러 휩쓸고 지나가더니, 비행운처럼 그 자리에 걸렸다. 때로는 별똥별처럼 반짝이며 하늘을 날기도 하고, 때로는 지루하게 빙빙 돌기도 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전에 파이프를 물고 책을 읽으실 때 파이프에서 나른하게 뿜어 나오던 담배 연기처럼 말이다. 오로라는 때때로 서쪽에서 환하게 명멸하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고는 장난이라도 치는 양 뒤쪽에 서 순식간에 다시 나타나기도 했다. 나는 오로라의 궤적을 따라가기 위해 계속 빙글빙글 돌거나 몸을 비비 꼬아야 했다. 한 뼘의 하늘이라도 변화를 놓치지 않고 따라잡으려 해본 사람이 아니면 하늘이 얼마나 광활한지 상상 할 수 없다. 섬뜩한 점은 그 변화가 모두 쥐죽은 듯 조용히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면 ''하는 낮은 소리나 정전기 소리라도 나야 할 것 같은데,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이 거대한 에너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 하나 없이 소진되는 것이다(4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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