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히어로의 본고장이라 할 미국에 한국의 슈퍼히어로 홍길동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오브라이언이 쓴 <<홍길동의 전설The Legend of Hong Gil Dong>> 아동용 그래픽 노블이 출판되면서부터다. 그래픽 노블이란 이야기와 그림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채색된 만화다. 그녀의 아버지는 통영에서 활동하는 선교사였고, 그 덕분에 그녀는 한국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랬기 때문에 작가는 <<홍길동전>>을 원전 그대로 옮길 수 있었고, 옛날 조선의 모습까지도 그림을 통해 쉽게 알아볼 수 있다. 홍길동을 괴롭히는 서얼차별제도나 조선시대의 의복이 생소했을 텐데도 불구하고 미국인은 그들과 너무도 다른 한국의 고전에 깊이 매료될 수 있었던 것일까?

 

오르페자는 슈퍼히어로들의 중요한 특징으로 일곱 가지를 들고 있다. 1)모든 수퍼 영웅은 초자연적인 수퍼 파워’(super power)를 갖는다. 2)수퍼 영웅은 우연히, 또는 우연한 사고에 의해서 그러한 힘을 얻게 된다. 3)자신의 정체성의 변화나 전이(transformation)를 나타나기 위해서 특정한 의복을 입는다. 4)현재 수퍼 영웅의 부모가 없거나 부모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없다. 5)수퍼 영웅이 되기 위해서 생애 속에서 아주 큰 비극을 겪는다. 6)(law)의 준수와는 거리가 있으나 자기 나름의 정의(justice)를 실현해 간다. 7)구세주의 능력, 신과 같은 힘, 귀한 신분적 기원과 같은 신-인간 신화화의 언어들이 수퍼 영웅신화 속에서는 복합적으로 섞여져 있다. 이것은 일종의 가족상사성(family resemblance)라고 말하면서 꼭 일곱 가지가 모두 일치하지 않더라도 대체적으로 이와 같은 특성들을 공유하고 있다고 본다(B.J. Oropeza, The Gospel According To Superhereoes, 6~7).

 

홍길동은 이러한 슈퍼히어로의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슈퍼히어로들은 악당을 물리치고 자기 나름의 정의를 실현하듯이 홍길동 역시 신분차별에 저항하며, 가난한 자들을 돕는다. 슈퍼맨은 고향을, 스파이더맨은 사랑하는 아저씨를, 배트맨은 부모를, 스폰은 자신의 삶을 잃어버리고 슈퍼히어로가 된다. 그들은 이러한 상실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을 돕고 악과 맞서서 싸운다. 다른 슈퍼히어로가 그러하듯 홍길동 역시 (오르페자가 지적한 것과 같은) 불멸의 의지, 불멸의 영혼을 추구한다. 죽음이 없이 영원히 살고자하는 인간의 욕망, 낙원에서 살고자하는 열망과 같은 인간 본연의 욕망의 표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엑스맨과 슈퍼맨이 천성적인 힘을 가졌다면, 스파이더맨이나 헐크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특수한 능력을 얻게 된다. 그러나 홍길동은 평범하기보다는 미천한 신분에 태어났지만, 자신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스스로 선택하고 이를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홍길동의 모습은 스스로의 힘만으로 영웅이 되는 배트맨과 닮아 있다(C.K. Rovertson, The Gospel According To Superhereoes, 61). 그러나 배트맨과 다른 점은 스스로의 힘만으로 구원을 얻으려고 하지는 않는다는데 있다. 홍길동은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활빈당이라는 산적을 규합하여 이 평범한 인간들과 함께 구원의 가능성을 열어간다.

 

이러한 홍길동은 한국에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홍길동은 1965년 만화영화를 통해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하였으며 몇 차례에 걸쳐 영화로 각색되기도 하였다. 실존 인물이기도 한 홍길동은 전라남도 장성에 생가를 복원한 홍길동 테마파크가 조성되어 있다.

 

슈퍼히어로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변화해 왔다. 한국 최초의 슈퍼히어로 라이파이, 커다란 오른쪽 주먹으로 악당을 무찌르는 주먹대장, 태권도 남매 아루치 마루치, 우주 괴물과 싸우는 우뢰매가 있다. 사람들은 영웅들에게 자신을 투영하여 슈퍼히어로가 가진 능력과 꿈을 공유하고자 한다. 무수한 히어로의 등장과 퇴장하는 과정 속에서도 홍길동이 출몰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가진 특수한 능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아마 조금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홍길동의 용기 때문일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오브라이언은 www.koreanrobinhood.com라는 사이트를 운영하였다. 여기에는 조선시대의 역사, 문화, 지도, <<홍길동전의 전설>>의 등장인물에 대한 정보를 플래쉬 형태로 제공하였다. 그 수준이 높고, 한국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사이트였다. 한국의 소프트파워는 이러한 사이트가 활성화 될 때 성장할 수 있다. 한국인도 아니고 외국인 직접 운영하는 이런 사이트를 정부가 나서서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오브라이언의 홈페지는 http://annesibleyobrien.com/ 이며,  <>에 대한 정보는 http://www.charlesbridge.com/productdetails.cfm?PC=4365 여기를 참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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