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 개의 한글판본과 이벤트

 

민음사, 문학동네, 더 클래식에 나온 󰡔위대한 개츠비󰡕를 올해 425일에 샀다. 그 세 권을 합한 가격이 한 권 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12700원이다. 지금(2013.6.14.)도 이 세 권을 함께 사면 11670원이다. 일찍 산 덕에 무려 1030원이나 손해를 본 셈이다. 하지만 출판사들이 경쟁적으로 선착순 이벤트를 하던 때여서 문학동네로부터 <위대한 개츠비> 영화티켓을 받아서 공짜로 영화를 볼 수 있었고 더 클래식으로부터는 세계문학 컬렉션 이북(e-book)을 받게 될 예정이다. (당첨된 지가 언젠데 아직 안 주고 있다.) 여하튼 책을 사고 돈을 번 셈이다. 영화를 보려고 이 책을 샀던 것인데 정작 영화를 개봉하고도 읽지 못하다가 이제야 이 책들을 읽게 되었다 

 

서로 다른 번역가가 번역한 서로 다른 한글판본이 있는데다가 영문판까지 주기 때문에 이것들을 비교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사실 그러려고 사긴 했지만……. 어떤 한글판을 보는 것이 더 좋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 권 다 사서 보기 바란다. 책값이 싼데다가 아직도 이벤트 중이니 정말 돈을 벌었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어떤 한글판을 보는 것이 더 좋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 권 다 사서 보기 바란다. 책값이 싼데다가 아직도 이벤트 중이니 정말 돈을 벌었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저마다 장점을 가지고 있어서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이 소설에서 번역하기 민감한 부분을 어떻게 번역하였는지 살펴보겠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그런데 영문판 때문에 이 책을 사려한다면 문학동네를 추천한다. 민음사는 영문판을 이북으로 제공하지만, 문학동네는 종이책으로 제공한다. 더 클래식은 글자가 작고 자간이 좁아서 가독성이 떨어진다. 민음사는 원본이 1991년 캠브리지 대학교 출판부에서 만든 󰡔위대한 개츠비󰡕결정판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지만, 다른 출판사는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모르긴 몰라도, 민음사와 동일한 판본을 쓰고 있는 듯하다.

 

 

 

2. 개츠비의 신념

<<위대한 개츠비>>에서 중요한 부분은 개츠비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 주는 이 소설의 제일 앞부분이다. 의미론상 두 번째 문단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텐데, 서술자인 닉(Nick)은 개츠비라는 인물을 만난 후, 남들과는 클래스가 다르다는 식의 오만한 시선으로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한다. 닉과 같은 시선을 가진 사람은 모든 사람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기 마련이다. 이를 테면 노무현이나 이명박이 다를 것이 없다, 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 사람이란 그냥 그저 그렇고 그렇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일 것이다. 더욱이 개츠비는 닉이 경멸하는 모든 것들을 가진 인물이니, 개츠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닉은 오만하고 특권적인 시선으로 개츠비를 평가할 수 없다고 말한다개츠비에게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츠비를 만난 후 다른 사람을 그런 식으로 대할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닉은 개츠비를 만난 후 변해버린 것이다. 이제 노무현과 이명박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왜일까? 개츠비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지진계를 감지하는 바늘처럼 매우 미미한 것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다. 비록 작가가 개츠비의 이러한 인성을 낭만적 민감성’(romantic readiness)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이것을 인간에 대한 믿음이라고 말하고 싶다. 1920년대라는 호황 속에서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것들만이 유일한 가치였던 시대에 개츠비는 순진하리 만치 인간을 믿었고, 그 믿음을 끝끝내 버리지 않은 그런 인물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이 인간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버린 시대에 대한 조사(弔辭). 이 소설에서 가장 빛나는 표현들이 개츠비(Gatsby)를 묘사하는 부분, 그것도 다른 사람을 대하는 개츠비의 태도를 묘사하는 부분에 섬세한 표현들이 포진해 있다는 것이 그 방증일 것이다. 그래서 이 부분은 매우 신중을 기하여 번역할 필요가 있다.

 

3. 개츠비의 미소

개츠비가 인간을 진실로 믿고, 진실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은 두 곳이다. 하나는 파티장에서 닉에게 미소를 지어보일 때, 또 다른 한 번은 데이지를 바라봐 줄 때다. 우선 개츠비의 미소다.

 

He smiled understandingly--much more than understandingly. It was one of those rare smiles with a quality of eternal reassurance in it, that you may come across four or five times in life. It facedor seemed to facethe whole external world for an instant, and then concentrated on you with an irresistible prejudice in your favor. It understood you just so far as you wanted to be understood, believed in you as you would like to believe in yourself and assured you that it had precisely the impression of you that, at your best, you hoped to convey.

 

김욱동(민음사): 그는 사려 깊은 미소를 지었다. 아니, 사려 깊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는 미소였다. 영원히 변치 않을 듯한 확신을 내비치는 평생 가도 네댓 번밖에는 만날 수 없는 보기 드문 미소 말이다. 한순간 외부 세계를 대면하고 있는또는 대면하고 있는 듯한미소였고, 또한 어쩔 수 없이 당신을 좋아할 수밖에 없으며 당신에게 온 정신을 쏟겠다고 맹세하는 듯한 미소였다. 당신이 이해받고 싶은 만큼 당신을 이해하고 있고, 당신이 스스로 믿는 만큼 당신을 믿고 있으며, 당신이 전달하고 싶어 하는 최상의 호의적인 인상을 분명히 전달받았노라고 말해 주는 그런 미소였던 것이다.

 

김영하(문학동네): 그가 사려 깊은 미소를 지었다. 아니 사려 깊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담긴 미소였다. 그것은 변치 않을 확신이 담긴, 일생에 네다섯 번쯤밖에 마주치지 못할 특별한 성질의 것이었다. 잠깐 전 우주를 직면(혹은 직면한 듯)한 뒤, 이제는 불가항력적으로 편애하지 않을 수 없는 당신에게 집중하고 있노라는, 그런 미소였다. 당신이 이해받고 싶은 바로 그만큼을 이해하고 있고, 당신이 전달하고 싶어 하는 호의적인 인상의 최대치를 분명히 전달받았노라 확신시켜주는 미소였다.

 

이기선(더 클래식): 개츠비는 이해한다는 듯 사려 깊은 미소를 지었다. 아니, 단순히 사려 깊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담긴 인상적인 미소였다. 변치 않을 확신이 담긴 미소, 평생에 네다섯 번밖에 볼 수 없는 특별한 무언가를 갖고 있었다. 잠시 온 우주를 직면한 뒤에 거역할 수 없는 애정으로 당신에게 집중하겠다는 미소였다. 내가 이해받고 싶은 대로 자기도 나를 이해할 것이며, 또 내가 스스로에 대해 갖고 있는 믿음만큼 자기도 나를 믿고 있으며, 내가 전달하고 싶어 하는 호의적인 인상을 분명히 전달받았다고 확인시켜 주는 미소였다.

 

당신이 전달하고 싶어 하는 호의적인 인상의 최대치를 분명히 전달받았노라 확신시켜주는 미소를 받아본 사람은 결코 애정결핍을 따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완벽히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그런 미소의 어디에도 가식이 들어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 오직 인간을 무한히 긍정할 수 있는 자만이 지을 수 있는 미소, 평생 살면서 그런 미소를 네댓 번이나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진정 행운아일 것이다. 그런 미소를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것은 오직 신일 테니 말이다. 

이 세 개의 번역에서 직접적인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It facedor seemed to facethe whole external world for an instant, and then concentrated on you with an irresistible prejudice in your favor.”이다.

민음사의 번역은 오역으로 보이며, 문장이 매끄럽게 전달되지는 않는다.

문학동네의 번역이 원문에 충실하면서 의미전달 역시 분명하다. “잠깐 전 우주를 직면(혹은 직면한 듯)한 뒤"라고 번역한 부분이 조금 더 매끄러웠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더 클래식의 경우 번역가가 아동문학을 전공했기 때문인지 모르나 의미를 쉽고 간결하게 전달하려고 애쓰고 있다. 너무 의미전달에 집중하기 때문에 피츠제럴드의 만연체의 풍성한 느낌을 살려내지 못한다. 그리고 다음 부분은 오역을 범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Only Gatsby, the man who gives his name to this book, was exempt from my reactionGatsby who represented everything for which I have an unaffected scorn. If personality is an unbroken series of successful gestures, then there was something gorgeous about him, some heightened sensitivity to the promises of life, as if he were related to one of those intricate machines that register earthquakes ten thousand miles away.

 

이기선(더 클래식): 다만 이 책의 제목이 되어 준 남자, 개츠비만이 이런 삐딱한 시선을 비껴간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는 내가 진실로 경멸하는 것들과 전혀 맞닿지 않은 인물이었다. 인간의 개성이 성공적인 몸짓의 끊임없는 연속선이라고 한다면, 개츠비는 화려하면서도 민감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었다. 16천 킬로미터 밖에서도 지진을 탐지해 내는 세미한 기계처럼 그는 인생에서 희망을 감지하는 무언가를 갖고 있었다.

 

김욱동(민음사): 오직 이 책에 이름을 제공해 준 개츠비만이 내가 이러한 식으로 반응하지 않은 예외적인 인물이었다내가 드러내 놓고 경멸해 마지않는 것을 모두 대변하는 개츠비 말이다. 그러나 만약 인간의 개성이라는 게 일련의 성공적인 몸짓이라면 그에게는 뭔가 멋진 구석이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만약 인간의 개성이라는 게 일련의 성공적인 몸짓이라면 그에게는 뭔가 멋진 구석이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김영하(문학동네): 오직 이 책에 이름을 제공한 개츠비, 내가 내놓고 경멸하는 모든 것을 대표하는 바로 그 인물에게만은 다른 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 인간의 개성이라는 게 결국 일련의 성공적인 제스처라고 한다면 그에겐 정말 대단한 것이 있었다. 1만 마일 밖의 흔들림까지 기록하는 지진계처럼 그는 인생에서 희망을 감지하는 고도로 발달된 촉수를 갖고 있었다.

 

“Gatsby who represented everything for which I have an unaffected scorn.”그는 내가 진실로 경멸하는 것들과 전혀 맞닿지 않은 인물이었다.”와 같이 번역한 것은 꼭 오역이라기보다는 의미전달을 명료하게 하기 위한 의역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닉은 개츠비를 긍정하는 태도를 보이다가 갑자기 내가 진실로 경멸하는 것을 모두 가진 인물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이기성처럼 번역한다면, 이러한 오해를 없앨 수는 있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문장을 연결시킬 수는 없다.

피처제럴드가 개츠비를 “an unaffected scorn.”이라고 부른 것은 매우 의도적이다. 이 부분은, 바로 이어지는 문장에 의해 전복되고, 그렇게 함으로써 개츠비의 특성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이 부분을 매우 명민하게 처리한 것은 김욱동(민음사)이다. 김영하(문학동네)처럼 번역을 하게 되면 독자들은 왜 개츠비가 “an unaffected scorn.”인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김욱동은 영어선생님답게 그 의도를 분명히 알아차리고 그러나 만약이라는 접속사를 붙여 주었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개츠비는 톰과 데이지 같은 경멸의 범주의 대상에서 벗어나 특별한 개성을 부여 받을 수 있게 된다. 자고로 훌륭한 번역이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4. 개츠비의 눈빛

개츠비가 미소를 통해 자신의 진정성을 닉에게 보여주었다면, 데이지에게는 이에 상응하는 것이 개츠비의 눈빛이다. 그 부분은 조던이 4년 전, 데이지와 함께 있는 개츠비를 만났을 때의 인상을 전하는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데이지의 흰색 로드스터에서 그녀와 개츠비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데이지는 개츠비와 함께 있는 것이 너무 행복했었나보다. 그래서 지나가던 조던을 불러 세워 자신이 적십자사에 일하러 갈 수 없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데이지와 조던이 이야기하는 사이에도 개츠비는 자신과 대화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눈을 떼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 기다림과 기다림의 자세를 피처제럴드는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The officer looked at Daisy while she was speaking, in a way that every young girl wants to be looked at sometime, and because it seemed romantic to me I have remembered the incident ever since.”

김영하(문학동네): 그 장교는 데이지가 말하는 모습을 지그시, 그 또래 여자들이 한 번만 받아봤으면 하는 그런 시선으로 보고 있더라구요. 너무 로맨틱해서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을 정도예요.

김욱동(민음사): 그 장교가 데이자가 말하는 동안 줄곧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젊은 아가씨라면 누구나 받고 싶을 만한 그런 시선이었지요. 제게는 무척 로맨틱해 보여 지금까지도 기억이 나요.

 

모든 여성들이 한 번 쯤 받고 싶을 법한 그런 눈빛은 어떤 것일까. 개츠비는 아마 데이지를 자신의 눈 속에 고스란히 담아 사랑의 감정을 덧씌워 데이지를 제자리로 돌려놓았을 것이다. 이것은 당신이 이해받고 싶은 만큼 당신을 이해하고 있고, 당신이 스스로 믿는 만큼 당신을 믿고 있으며, 당신이 전달하고 싶어 하는 최상의 호의적인 인상을 분명히 전달받았노라고 말해 주는 그런미소와 닮아 있는 그런 눈빛이다. 여기에 결핍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 완벽하고 영원한 일치, 키냐르가 말하는 성교에 가까운,한순간의 아찔한 동반자. 녹아 퍼지는 순간 나른하게 떨어지는 순간, 그들은 속삭인다. 그들의 사지를 죽도록 밀착시켜 두 몸이 더 이상 분간되지 않게 한다.”, 것이리라.

이러한 부분을 잘 표현하려면, 데이지가 조던과 말하고 있었다는 것과 모든 여성들이 원하는 시선이라는 것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데이지가 말하는 동안 줄곧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는데라는 번역은 훌륭하다. 데이지와 내가라고 주어를 바꾸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김영하처럼 “young girl”그 또래 여자들이라고 하는 것도 좋지만, “young”을 과감히 삭제하고 모든 여성들이라고 해도 되었을 것이다. 어떤 여성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개츠비의 눈빛이 중요하니까 말이다.

 

5. 정리

정리하자면 그렇다.

김욱동의 번역은 원작에 충실하면서 의미를 명료하게 전달하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 하지만, 그냥 소설이 아니라 번역 소설이라는 느낌을 받게끔 만들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번역 한 지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연세가 있으신 분의 번역이라 그런지 젊은 감성을 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김영하의 번역은 젊은 감성에 맞게 매우 재기발랄한 번역을 선보였다. 하지만 너무 젊은 독자를 의식해서 인지 단어의 선택들이 지나치다 싶은 것이 많으며 그로 인해 원작의 서정성이 손상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기선의 번역은 쉽고 명료하다. 그래서 전달력은 빠르다. 하지만 왜 피츠제럴드가 대단한가를 실감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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