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다와다 요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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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음악이다. 잔잔하게 흘러 당신 너머로 치닫는다. 눈을 감아도 음악은 끝나지 않는다. 이 강렬한 첫 세 문단은 당신의 표피를 뚫고 진피에까지 스밀 것이다. 그러니 이 치명적인 글을 시작하지 말 것.

인간의 몸은 팔십 퍼센트가 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거울 속에 매일 아침 다른 얼굴이 비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마와 뺨의 피부는 매 순간 그 아래에서 흐르는 물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늪의 진창과 그 위에 발자국을 남기는 인간의 움직임처럼 변한다.
거울 옆에 있는 액자에는 내 얼굴 사진이 걸려 있다. 나는 거울 속 모습과 사진 속 모습을 비교하는 것으로 매일 일과를 시작하고 이 차이를 화장으로 고친다.
사진의 신선한 느낌과 비교해 보면 거울 석 내 모습은 핏기가 없다. 마치 죽은 사람처럼. 그래서 거울의 액자 틀은 내게 관의 틀을 연상시킨다. 촛불의 불벷 아래에서 나는 내 몸의 비늘을 발견한다. 작은 풍뎅이 날개보다 더 작은 비늘이 피부를 뒤덮고 있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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