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에 관하여
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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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면역학이라는 난해한 과학을, 시적 은유를 동원해 아름답게, 동시에 냉철하게 서술한다. 비스는 아이를 출산하고 맞닥뜨린 두려움(백신이 아이를 해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맞서면서, 백신과 예방 접종이 실제로 아이와 우리의 삶을 어떻게 구원하고 있는지 규명한다. 또 신화와 역사, 문학을 두루 살핌으로써 우리 내면에 자리한 두려움의 실체를 밝히고, 강력한 은유를 통해 우리가 질병과 면역을 바라보는 관점을 확장시킨다. 이 책은 과학적 글쓰기의 모범으로서 의학계와 과학자들의 지지를 받았고, 은유의 강력한 힘을 증명한 빼어난 문학 작품으로서 작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비스는 <집단 면역herd immunity>이라는 개념을 특히 강조한다. 어떤 백신이라도 특정 개인에게 면역을 형성하는 데 실패할 수 있다. 인플루엔자 백신 같은 일부 백신은 다른 백신들보다 효과가 좀 떨어진다. 하지만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백신이라도 충분히 많은 사람이 접종하면, 바이러스가 숙주에서 숙주로 이동하기가 어려워져서 전파가 멎기 때문에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이나 백신을 맞았지만 면역이 형성되지 않은 사람까지 모두 감염을 모면한다. <우리는 제 살갗으로부터보다 그 너머에 있는 것들로부터 더 많이 보호받는다.> 이 대목에서, 몸들의 경계는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혈액과 장기 기증은 한 몸에서 나와 다른 몸으로 들어가며 몸들을 넘나든다. 면역도 마찬가지다. 면역은 사적인 계좌인 동시에 공동의 신탁이다. 집단의 면역에 의지하는 사람은 누구든 이웃들에게 건강을 빚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공중 보건이 중요한 이유다.

이 책이 훌륭한 것은 다른 책들이 면역을 거부하는 행위를 단순한 무지로 판단하는데 반해, 저자는 왜 예방접종을 거부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기본적으로 면역이 맞지만, 맞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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