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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평점 :
하루키의 책을 문학사상이 독점출판하지 않았다는 것은 행운이다. 문학사상에서 찍은 하루키의 책은, 겉보기에는 나쁘지 않다. 표지 디자인도, 종이 질도 다른 곳보다 좋다. 그렇지만 나는 하루키의 책을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도, <양을 둘러싼 모험>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도 모두 열림원 것으로 골랐다. 문학사상에서 찍은 것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1973년의 핀볼> 합본 뿐이다. <하루키 일상의 여백>도 문학사상 것이지만, 이것은 독점출판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
열림원 책은 문학사상 책에 비해 표지 디자인이 촌스럽다. 지질도 좋지 않아서 반대편 활자가 비쳐 보이기 때문에 읽을 때 눈이 아프다. 번역이 특별히 좋다고도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모든 단점을 상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있을 것은 있고 쓸데없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 문학사상 판을 보았을 때 경악했다. 웬 책이 이렇게 두껍나? 내용을 보고 더욱 경악했다. 본문과 함께 일본 연구자 해설 하나, 한국 연구자 해설 하나, 번역자 해설 하나(게다가 그 해설의 분량이 터무니없이 많다)가 실려 있었다. 그 해설은 전부 전공투에 대한 내용, 전공투 아니면 하루키가 없는 양 쓰고 있었다. 전공투가 하루키의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인정하지만 그런 식의 편집은 너무 심했다. 게다가 그 많은 해설을 달아 놓고는, 정작 중요한 '작가의 말'은 온데간데없이 잘라먹고 있었다!
그 후 문학사상에 정이 떨어졌다. <노르웨이의 숲> 뿐만 아니라 <양을 쫓는 모험>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도, 문학사상에서는 쓸데없는 해설을 잔뜩 달아놓고 있었다. 그것도 전공투에만 집중해서. 그런 편집을 보고 있으면, 전공투에는 잘못이 없고, 전공투가 침몰한 것은 잘못되었으며, 전공투를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아서 거부감이 든다. 그래서 나는 문학사상에서 나온 하루키의 책은 독점출판이라도 아니면 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