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자서전 - 니코스 카잔차키스전집 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81년 1월
평점 :
절판


카잔차키스의 책을 한두 마디로 평하기는 어렵다. 그의 자서전인 [영혼의 자서전]에도 워낙 많은 내용이 담겨 있어서 간단히 평가할 수 없다. 다만 유명한 구절 하나를 소개할 뿐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번역하면서, 이윤기는 후기에 카잔차키스로부터의 인용이라고 하며 이런 내용을 집어넣었다.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삼백 예순 다섯 명의 수도자가 구도하는 수도원이 있었다. 수도자들은 악마의 틈입을 막기 위해서, 아침에는 흰 갑옷에 흰 말을 타고, 낮에는 붉은 갑옷에 붉은 말을 타고, 밤에는 검은 갑옷에 검은 말을 타고, 하루 세 차례씩 번을 돌았다. 그랬더니 악마는 그리스도의 모습으로 들어오더라.'

이 구절은 바로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 중, 카잔차키스가 친구와 함께 찾아간 아토스 산(뒤마의 [삼총사]에 아토스가 나오는데, 본명이 '페르 백작'인 그는 밀레이디와의 결혼에서 쓴맛을 본 후 이름을 그리스 수도자들의 성산, 인간 여성은커녕 개나 당나귀나 말이나 닭의 암컷조차도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는 성산인 '아토스'로 개명했다. 달타냥 대신 바스티유로 잡혀가 취조받을 때, 이름을 묻는 취조부장에게 '아토스'라고 대답하니 취조부장이 '그건 산 이름이야.'라고 화내는 장면이 있다)에서, 어느 조르바 같은 수도사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수도원에서 자주 일어납니까?' 친구가 물었다. '이를테면, 악마가 여기까지도 들어오나요?'
'그야 두말할 나위도 없어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악마가 어떻게 해서든지 들어와요. 옛날 옛적에 삼백 예순 다섯 승려가 사는 수도원이 있었어요. 승려들은 저마다 하얗고, 빨갛고, 까만 갑옷 세 벌에, 말 세 마리가 있었어요. 그들은 아침에는 하얀 말, 오후에는 빨간 말, 밤에는 검정 말을 타고 악마가 들어오지 못하게 날마다 세 번씩 수도원을 순찰했어요.'
'그래도 악마가 들어왔나요?'
교활한 승려가 웃었다.
'농담을 하자는 거예요? 그들이 말을 타고 수도원에서 돌아다니는 동안 줄곧 악마는 안에서 대수도원장의 자리에 앉아 있었죠. 대수도원장이 악마였어요.'

고려원은 카잔차키스 전집을 다시 찍어내라~! 찍어내라~! 자력으로 못 찍겠거든 다른 출판사로 판권이라도 넘겨라~! 넘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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