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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 - A Warning
매들린 올브라이트 지음, 타일러 라쉬 외 옮김 / 인간희극 / 2018년 11월
평점 :
품절
파시즘, FASCISM. 교과서에서 보던 단어다. 살면서 굳이 마주할 만한 익숙한 음절이 아니다. 더군다나 대한민국은 파시즘에 중심에 있지도 않았다. 이 책 <파시즘>의 책장을 넘기게 된 이유는 저자 매들린 올브라이트(MADELEINE ALBRIGHT), 그리고 옮긴이 타일러 라쉬(TYLER RASCH)였다. 매들린 올브라이트의 책은 처음이 아니다. 그런데 왜 하필 파시즘에 대한 책이었을까. 그리고 왜 타일러 라쉬는 이 책을 번역을 했을까 궁금했다. 한국에 사는 외교학 전공의 미국인이 편하고 쉽고 이름을 알리기 좋은 책 대신에 복잡한 정치서적을 택했을까?
그 이유가 궁금했다. 파시즘에 대한 새로운 이론이 발표된 게 아니라면 왜 지금일까? 미국 정치를 들여다봤을 때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부 장관은 중도에서 가능한 한 현명한 선택을 하려 애썼던 인물이다. 외교적 입장에서는 평화 유지에 상당한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그런 그녀가 파시즘에 대한 책이라니.
<파시즘>은 현재를 제대로 마주하라는 경고의 책이다. 올브라이트는 이렇게 말한다. " 내 생각에 파시스트는 자신이 한 국가나 집단의 전체를 대변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타인들의 권리에는 관심이 없으며,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폭력을 포함한 어떠한 수단도 가리지 않고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p.27)
역사 속에서 등장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파시스트 수장만이 파시즘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다. 20세기 초에 등장했던 과거에 묻힌 희미한 사진 속에서 보이는 복잡다단한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현재, 민주주의라 알고 있는 시대에도 파시즘이 우리의 곁에 있다고 알려준다. 그게 이 책의 핵심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선출은 올브라이트에게 민주주의가 후퇴하다 못해 세계대전 이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절박감을 심어주었다. 모든 지도자가 만델라와 링컨 같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북한에 대한 이야기가 한 챕터 등장한다.
이탈리아의 베니토 무솔리니,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북한의 김정일 그리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와 파시즘에 대한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등장한다. 적당히 타국에 대한 의견만 피력할 수도 있었다. 그 대신 발 딛고 있는 미국의 앞날을 걱정했다. 파시즘이 가져올 엄청난 파괴적인 현실을 잊지 말라고 한다.
자유를 억압받았던 기억이 없다면, 아마도 잘 모를 법한 먼 나라의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을 만한 주제이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를 들여다보노라면 민주주의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이들을 대표로 뽑은 채 중대한 결정을 하도록 위임하고, 그들에게 소임을 다 했냐는 질문조차 하지 않는다. 파시즘은 멀리 있지 않다. 사는 게 힘들어지면 스며들게 된다. 매 순간 옆 사람을 의심하며 사는 건 슬프고 괴로운 일이다. 경제가 되살아나도 그게 전부가 아니다. 채워진 곳간이 모든 걸 용서할 수는 없다. 정치는 나와는 다른 세계의 일이라고 밀쳐두고 모르쇠로 살았던 시간을 반성하게 하는 책이다. 파시즘은 어느 문제의 한 사람이 만드어낸 결과물이 아니다. 그에게 힘을 실어준 건 방관했던 이들과 자기 것만 챙기기에 급급했던 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