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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핌의 경제학
달라이 라마 외 지음, 구미화 옮김 / 나무의마음 / 2019년 4월
평점 :
경제학의 가장 큰 원칙은 '모든 경제 주체가 이기적인 판단에 따라 행동한다.'이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언급했던 우리의 이익보다 그들의 이익이 경제가 운영되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배웠다. 그리고 선량한 이들이 사회에서 그리 성공하지 못하고 이기심에 기대어 살았던 이들이 일궈내는 결과는 그 원칙에 따른 결과로 보였다. 그런데 <보살핌의 경제학>이라니. 심지어 이타심이 경제적 자본이 된다고까지 말한다.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경제학을 배우면서 단 한 번도 타인에 대한 배려가 경제학적으로 쓸모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그게 대전제였으니까.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이기적인 판단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면서 궁금하기는 했다. 테레사 수녀나 달라이 라마라면 타인을 위한 삶으로도 행복하고 충만한 삶이라고 하겠지만 보통의 사람이라면 마음이 있어도 어려운 선택이 아닐까 싶었다. 매우 소수의 경제학자들이나 관심을 보이는 주제였기에 가능성은 없다고 내심 믿었다.
<보살핌의 경제학, CARING ECONOMICS>는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구성원이라면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본성이 바탕이지만 그와 동시에 타인을 보살피려는 마음도 함께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사람마다 그 정도의 차이는 존재하며, 기는 명상이나 훈련을 통해 계발될 수 있다는 실험도 보여준다. '이거 아니면 저거'라는 식의 한 가지만을 종용하던 선택지에서 벗어나 함께 잘 살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단계로 상향조절된 느낌이다.
이타심의 쓸모에 대한 <보살핌의 경제학>은 한 번 읽어서 받아들이기엔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는 책이었다. 책의 내용은 이타심이 인간에게 미치는 가장 기본적인 심리적인 부분부터 생물학적인 영역, 고통에 대한 반응부터 시작한다. 영역을 확장해서 경제적인 부분에 이타심이 실제로 가치가 있는지 증명하는 실험도 나온다. 여기서는 행복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부와 행복이 어디까지 동일선상에 있는지, 부가 전부는 아님을 삶을 통해 받아들이고 있는지 비교하는 내용이다. 기부에 대한 부분은 주로 미국을 케이스를 바탕으로 대담이 진행되는데 한국에서는 실천이 어려운 부분임에 틀림없다. (개인적으로 세금과 관련하여 기부를 마음껏 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본다.) 이타심의 경제적인 가치라는 게 인간의 선량한 마음에 기대는 것을 넘어서 자본으로서의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부분으로 책은 마무리된다.
사실 내용 자체가 어렵지는 않다. 그런데 어렵다. 본디 가진 생각을 바꿔서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데 그게 엑셀에서 수식 하나 바꾸면 해결되는 것처럼 수월하지가 않다. 어렵다. 이유는 불분명하나 이타심은 착한 사람 병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가진 자들의 영역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삐딱한 시선도 있다. 달라이 라마와 타니아 싱어라는 인물이 아니었다면 아마 이 책을 펼치지도 않았을지 모른다.
따스한 마음으로 타인을 배려하는 이타심이 나를 넘어 함께 나아가는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뇌과학적인 영역까지 설명을 하려 애쓴 이 책이 고맙다. 주변을 돌아보며 한걸음 아니 반걸음 천천히 걸어도 된다고, 함께 걸어도 그조차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심지어 경제적인 효용이 있다고 증명해준 책이 신선하다. 아직은 <보살핌의 경제학>에서 말하는 명상까지는 도전하지 못했지만 개인적인 만족을 넘어서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는 지적은 잊히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