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과 분노 열린책들 세계문학 280
윌리엄 포크너 지음, 윤교찬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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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함과 분노』

윌리엄 포크너(저자) 열린 책들(출판)

고함과 분노는 셰익스피어 희곡 맥베스에 나오는 “인생은 고함 sound과 분노 fury로 가득 찬, 백치가 떠들어 대는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일 뿐”이라는 독백에서 따왔다고 한다. 지금까지 음향과 분노로 알려져 왔는데 ‘고함’으로 옮기는 것이 옳다는 취지에서 근래 번역된 책에는 고함과 분노가 제목으로 붙어 있다고 하니 도서를 읽기 전부터 삶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라는 생각과 함께 소설이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 소설은 남북전쟁 이후 몰락해 가는 미국 남부의 명문가 콤슨 가문에 벌어진 일들을 담고 있으며 콤슨 가문의 4남매 퀜틴, 캐디, 제이슨, 벤지와 캐디의 딸 퀜틴의 이야기가 30여 년 동안 이어지면서 다양한 사건들이 뒤엉켜져 있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전체 이야기를 각 장마다 다른 화자가 끌어가기 때문에 더욱 복잡해진다. 게다가 시점까지 얽혀 있기에 다소 어렵게 느끼는 독자들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1928년 4월 7일 고함과 분노 첫 번째 장의 화자는 콤슨 가문의 막내 벤지의 시선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서른세 살이나 되었지만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벤지가 엄마 캐럴라인은 늘 걱정이다. 백치로 소설 속에서 묘사되고 있는 벤지 그의 시선으로 소설 속 이야기는 시작되고 네 남매에게 일어날 앞으로의 일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난다. 한편 그런 벤지에게 늘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캐디 누나는 여전히 벤지의 기억 속에 자리 잡혀있다. 현실과 과거를 넘나드는 벤지의 기억 서른세 살이 되었지만 아직도 세 살 속 세상에 살고 있는 벤지의 기억 저편으로 소설은 현실의 골프장과 캐디, 벤지가 기억하는 목장과 캐디가 넘나들며 벤지의 기억을 표현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정신 바짝 차리고 더 집중하며 읽어나가야 한다. 각자 다른 성향의 네 남매 그렇기에 이번 크리스마스가 더 걱정인 콤슨가 부인 그녀의 마음이 오죽할까? 벤지는 백치인듯하지만 그가 느끼는 오감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그만이 느낄 수 있는 감각들이기에 그저 백치라고 하기에 벤지는 너무나 많은 걸 느끼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 장은 시간을 망각한 채 살아가고 있는 퀜틴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가 하는 말을 되짚어보면 이게 무슨 뜻일까 의아하면서도 어렵게 느껴지지만 결국 어렴풋이 알 것만 같은 것은 보통의 언어로는 느낄 수 없는 그 무언가의 공감대를 작가 포크 너는 퀜틴을 통해 말하고 있는 것 아닐까? 인간은 자신이 경험한 그 모든 것의 총합일 테니 말이다. 고함과 분노 즉 퀜틴의 기억 속에 자리 잡힌 소음들이 언제쯤 괜찮아질까? 이제 퀜틴은 그 시간들을 놓아주어야만 한다.

세 번째 장은 콜슨 가문의 네 남매 중 셋째 제이슨의 눈으로 바라본 이야기가 시작된다. 제이슨의 심리상태가 가장 엿보이는 장으로 형과 아버지의 사망으로 충격을 받은 탓인지 가장으로서 역할을 해내기 위한 제이슨의 행동이 다소 폭력적이고 과격할 때가 많다. 특히 장녀 캐디의 딸 퀜틴이 학생 신분에 맞지 않게 하고 다니는 행동에 화가 잔뜩 나 있는 듯한데... 인종차별적 발언 또한 서슴지 않는 제이슨 그에게 가족은 그저 자신의 돈만 갉아먹는 짐 덩어리일 뿐인가! 퀜틴과 자신에게 막 대하는 퀜틴 삼촌 제이슨 어딘가 모르게 불안정한 콜슨 가문 과연 이대로 괜찮을까?

명문가인 콤슨가의 몰락을 그려낸 고함과 분노! 술주정뱅이 아버지, 다소 막장으로 표현될 법도 했던 네 남매의 어머니, 자살을 택한 퀜틴, 성적으로 문란한 캐디, 태어날 때부터 정신지체아인 벤지, 그리고 세상을 삐뚤어진 시각으로 바라보는 제이슨, 그 외 하인들까지... 콤슨 가문이 몰락해가는 과정을 총 네 파트로 나누어 등장인물들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고함과 분노를 통해 인간의 삶 속에 얼마나 많은 절망과 허무함이 깃들여져 있는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해준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의식의 흐름이라는 독특한 기법을 통한 이번 소설이 기억에 남는 또 다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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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클 사일러스
조셉 셰리던 르 파누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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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클 사일러스』

조셉 셰리던 르 파누(저자) 고딕서가(출판)

고딕 서가의 고딕소설 3종 시리즈 중 마지막으로 읽어본 엉클 사일러스! 어쩌면 나에게 고딕소설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해답을 내려 준 책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숲속의 로맨스」, 「공포 집 여성」, 「엉클 사일러스」 모두 저마다의 고딕 소설만의 매력을 뽐내며 마지막을 장식했기에 난 이 시리즈들을 읽는 동안 또 하나의 장르를 더 깊이 있게 알게 되었음에 잊을 수 없는 시간이 되었다.

70이 넘었지만 건강한 아버지를 화자는 늘 선생님이라 불렀다. 어느 날 브라이얼리라는 마른 신사가 집을 찾아왔고 가정부인 러스크 부인은 그가 며칠간 집에 머물 거라고 했다. 아버지와 브라이얼리는 무슨 사이일까? 17세 소녀, 자신을 어린애 취급하는 브라이얼리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루틴 가문에 어떤 사연들이 있었길래 이토록 주인공 모드가 공포에 질려있는 것일까? 마담 드 라 루지에르라는 모드 가정교사가 새로 오고부터 기이한 분위기가 엄습해온다. 스베덴보리 교도들을 알고 지내며 천국과 지옥이라는 책을 읽는 비현실적인 종교를 갖고 있는 모드의 아버지도 그렇고 자신의 이중적인 성격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는 가정교사까지... 너무나 불길하고 위험인물이라는 것이 점점 느껴진다. 특히 가정교사 마담 드 라 루지에르는 한 명 한 명 자신의 뜻대로 조종하려는 모습에 모드의 집안 전체를 집어삼킬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데..

하지만 뭔가, 유령 같은 느낌, 그런 거 있잖아요?

인간에게 느낄 수 있는 느낌 중 가장 사악한 면들...

그나마 모드 옆에 러스크 부인이 있어 다행인 걸까? 점점 사악하게 모드를 조여오는 듯한 가정교사의 태도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야말로 그녀의 행동은 오싹함의 결정판이 아닐 수 없다. 무섭다 그녀의 말과 행동이... 한편 모드의 아버지는 모드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궁금해하는 사일러스 삼촌에 대해 무언가 감추려 하는 모습이 역력하고... 대체 사일러스 삼촌의 정체는 무엇일까? 오스틴 루틴이 자신의 동생에 대해 항상 슬퍼하고 있는 이유는? 점점 미궁 속에 빠지는 루틴 가문의 진실이 궁금해졌다.

모드의 아버지 오스틴 루틴의 사촌 레이디 놀리스는 마드무아젤이 마담 드 라 루지에르라는것을 눈치챈다. 그녀가 어떤 이유로 루틴 가문의 가정교사가 되었는지 미스루틴 즉 모드가 상속녀라는 것을 알고 접근한 것인지에 대한 의심을 놓지 않는데... 그렇기에 모드 아버지에게 마담에 대한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에 대해 말하려 하고 마담은 그런 레이디 놀리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한편 사일러스 에일머 루틴 즉 오스틴의 동생의 행적 그가 도박과 쾌락에 탐닉한 채 살인을 저질렀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데... 8세 사일러스 삼촌을 초상화로 접한 모드는 그의 비밀도 모른 채 잘생기고 신비스러운 그를 우상시한다. 가부장적인 모습의 루틴 가문에 과연 모드는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아무런 힘조차 없어 보이는 소녀 모드에게 그녀가 상속받을 재산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인물들이 점점 더 가 까오는 듯 하다. 유쾌하지만은 않은 어딘가 모르게 꼭꼭 숨어있는 듯한 비밀들이 하나둘 세상 밖으로 나오려 하는데...

편지인의 내용들은 사일러스가 어떻게 하여 빚을 지게 되고 살인이라는 의심까지 받게 되었는지 짐작 가게 한다. 반면 부자였던 형 오스틴에게 동생의 부탁은 어쩌면 그가 형으로서 그저 동생의 일들을 눈감아주는 것이라 보아야 할까? 그러나 추방당할 위기에 있던 사일러스에게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종교였다. 빚이 있고 가난했던 그에게 종교는 어떤 의미였을까? 사일러스 삼촌에 대한 신비롭고 치욕적인 이야기는 모드에게는 꽤나 충격이었고 왠지 모를 더 커다란 비밀이 있을 것만 같아 아직은 그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사일러스 그의 등장만으로 무슨 일들이 생길 것만 같은 오싹함은 배가 되어간다. 모드에게 다가오는 그의 그림자가 점점 불길해져만 가는데... 과연 모드는 마치 인간의 탈을 쓴 유령의 모습을 한듯한 사일러스 삼촌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 현실에서도 인간의 모습을 한 채 사이코패스적인 범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도 소설 속 사일러스는 그런 인간의 모습을 대변한 인물은 아닐까?

고통과 절망이 말문을 열게 만들었구나. 가장 고집스럽고 잔인한 사람에게 애원하도록 만들었구나.

인간의 모습 공포에 사로잡히다!

엉클 사일러스의 작가 르 파누는 비극적 로맨스를 의도하며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센세이션 소설이자 고딕소설로 평가된 엉클 사일러스의 첫 시작부터 마치 유령이라도 나올 것처럼 분위기에 압도되어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소재들이 가득한 엉클 사일러스! 한 달 반이라는 시간 동안 고딕소설의 세계에 빠져있던 소중한 시간에 마침표를 찍게 해준 엉클 사일러스를 통해 이제는 고딕소설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정도로 팬이 되어버렸음을 느끼며 고딕 서가의 다음 작품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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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 - 제 꿈 꾸세요
김멜라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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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

김멜라외 (저자) 생각정거장(출판)

1936년 한국단편 문학의 전형적인 수작이라고 할 수 있는 『메밀꽃 필 무렵』을 발표했던 이효석 작가님의 이름을 바탕으로 한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는 올해로 23회를 맞이하여 읽게 되었다. 이효석 작가님을 기리기 위한 수상작품집은 많은 신인작가들의 중 단편 소설을 한 권으로 다 만나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쩌면 매년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통해 한국 소설에 대한 생각의 폭과 깊이가 더 남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난 수상작품집을 찾아 읽곤 한다.

생각 정거장 출판사는 이효석 작가님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2000년대부터 이효석 문학상을 선정했다고 한다. 아마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많은 문학상 중 하나로 즐겨 찾는 독자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이번에 내가 눈여겨보게 될 작품으로 김멜라『제 꿈 꾸세요』는 제목만으로도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올해는 특히나 코로나 시대를 겪어온 많은 사람들에게 꿈이라는 소재로 지치지 말고 조금 더 살고 싶은, 살게 만드는 이야기들을 많이 접했던 것도 사실이며 여성작가들의 이야기에 많은 공감을 받기도 했었다. 이번 대상 수상작은 특히 꿈이라는 단어가 주는 것은 많은 의미가 있겠지만 나에겐 긍정적인 의미로 더 다가왔으면 하는 바람도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았는지 모르겠다.

이 소설은 그들이 건네는 인사입니다.

좋은 꿈 꾸세요.좋은 아침이에요. 평범한 안부를 전하는 마음

-대상수상작가 수상소감중에서-

김멜라 작가『제 꿈 꾸세요』 죽음이라는 것을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의 삶을 되돌아봄으로써 삶은 어쩌면 죽음과 하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과연 나의 죽음은 어떨지에 대한 상상을 하게 만들었던 「제 꿈 꾸세요」는 직업 없이 혼자 살고 있는 여자가 죽음을 택했지만 사흘 만에 깨어난 자기 자신에게 새로 살아보겠다고 다짐까지 하건만 급하게 먹은 초코바 하나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챔버그녀를 저승으로 이끌어주는 천사로 꿈을 통해 그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그녀는 친구와 남자친구, 엄마의 꿈 중 누구 꿈에 나타날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는데... 과연 그녀는 자신의 죽음을 꿈을 통해 알릴 수 있을까? 다름 아닌 엄마와의 꿈속에서 조우는 안타깝기도 하면서 마음이 뭉클하면서 짠해짐을 느끼게 되었다.

죽음을 맞이했지만 꿈을 통해 그리운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표현들이 울컥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삭막한 세상 속에서 나 홀로 외롭게 이 세상을 등져버리는 많은 이들에게 죽음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다시 한번 소중한 삶과 인연을 생각해 보게 만든 소설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박해진 현실 세계를 반영한 김지연 작가의 『포기』 중년 여성의 외로움을 잘 표현한 백수련 작가의 『아주 환한 날들』, 어릴 적 아버지의 외도를 목격하곤 그때의 그 기억들을 성인이 된 자신에게 과연 사랑이라는 단어에 물음표를 던지게 만든 위수정『아무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할아버지가 돌아가심과 함께 만나게 된 친구들과의 갈등을 이야기한 이주혜 작가의 『우리가 파주에 가면 꼭 날이 흐리지』 등 이번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총 8편의 단편소설을 담고 있었다. 우수 수상작 외에도 대상을 수상한 김멜라 작가의 자선작 『메께라께라』와 기수상 작가 이서수님의 『연희동의 밤』도 함께 읽어볼 수 있었기에 단 한 권이 주는 한국문학의 위상은 실로 대단했고 그 자체로 영광이었으며 상상력 가득했던 이번 소설로 조금 더 깊이 있는 문학을 접할 수 있었음에 찬바람 불어오는 이 가을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신인작가들의 다양한 단편소설을 통해 문학의 깊이를 좀 더 이해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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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집, 여성 - 여성 고딕 작가 작품선
엘리자베스 개스켈 외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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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집,여성』

엘리자베스 개스켈 외 (저자) 고딕서가(출판)

고딕 서가의 시리즈 중 두 번째로 읽어보게 된 「공포, 집, 여성」네 명의 여성 고딕 작가 작품이 담겨있다. 고딕소설이라는 용어는 중세적 배경을 갖고 있지는 않더라도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거나 섬뜩하고 무시무시한 인간의 이상 심리상태를 다룬 소설까지 그 범위가 상당히 다양하게 적용된다. 숲속의 로맨스에 이어 공포, 집, 여성 역시 책표지가 주는 음산함은 공포와 신비감을 동시에 가져다주기에도 충분했다.

엘리자베스 개스켈 - 「회색 여인」

딸이 시집 잘 가 행복하게 잘 살길 바라는 건 모든 부모의 마음일 테다. 하지만 결코 딸의 결혼을 승낙할 수 없었던 엄마의 마음. 젊은 여인의 초상화를 보게 된 난 공포에 사로잡혀 일생을 살았다는 그 여인이 회색 여인이라 불린 것을 방앗간 주인으로부터 듣게 되고 그녀가 바로 아나 셰러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란 걸 알게 되는데... 아나가 겪었을 그 공포스러움에 소스라쳐진다. 성에 갇힌 채 살아가는 그녀에게 유일한 버팀목이었을 가족 하지만 남편 무슈 드 라 투렐은 가족과의 만남 그것마저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아나는 친정에서 온 편지를 보기 위해 몰래 남편의 서재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뜻밖의 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아나는 과연 하녀 아망트와 무사히 성을 탈출할 수 있을까?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더니 남편의 정체와 그의 이중적인 삶이 얼마나 끔찍하게 다가왔는지 읽으면서도 오싹한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버넌 리-「오키 오브 오키허스트,팬덤 러버」

윌리엄과 앨리스 그들은 부부이다. 200년이라는 세월을 넘은 비슷한 외모의 두 명의 앨리스 과연 과거의 앨리스가 현재의 앨리스일까? 감히 소설이기에 상상이 가능함을 느낀다. 공포, 집, 여성의 두 번째 이야기 오키오브 오키허스키 팬덤 러버에서는 앨리스의 남편 윌리엄의 집착과 광기가 주를 이룸으로써 읽다 보면 여기에 빠져들어 무엇이 옳고 그름에 순간 혼돈과 함께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로 윌리엄에 빠져든다. 빛바랜 노란색이 가져오는 색에 대한 이 암담함이 이리 크게 느껴질 줄이야! 작가 버넌 리갈 표현해 내는 노란색 아니 누런색에 대한 과감하면서도 이중적인 표현이 노출되면서 독자로 하여금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오히 허스트에 사는 그들의 비뚤어진 인간의 모습 그것은 곧 권선징악이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릴 만큼 인간이 저지른 악행에 대한 징벌을 그들로부터 듣게 되는데...

루이자 메이 올컷-「비밀의 열쇠」

초라한 집에서 살고 있었던 열여덟 소녀였던 앨리스와 잘생기고 담대했던 마흔다섯 트레블린은 부부이다.곧 그들부부에게는 아이가 태어날것이고 부부사이는 꽤나 다정해보인다.그러나 트레블린의 하인킹스턴이 그들을 찾으면서부터 이상한 기류가 흐르는데 ... 앨리스는 남편의 불안한 모습에 몰래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엿듣고 쓰러지는데... 도대체 하인 킹스턴은 어떤 이야기를 트레블린에게 전달한 것일까? 앨리스 결코 듣지 말아야 할 비밀을 듣게 된 것일까? 트레블린 가문의 비밀의 역사가 담긴 역사 책부터 불길하더니 이렇게 초반부터 공포에 사로잡히게 하다니! 대체 검은 수염의 남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며칠 전 다시 읽은 작은 아씨들의 저자 루이자 메이 올컷이니만큼 그녀만의 또 다른 고딕소설은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메리 셸리-「변신」

제노바가 고향인 청년 귀도의 이야기를 만났다. 그의 고백을 듣고 있자니 인간의 자만과 탐욕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에 그 끝이 얼마나 참담한지 알 수 있는 괴물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었다. 관대하고 고상했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에게 토렐라 후작이란 친구가 있었고 그의 딸 줄리엣의 피후견인이 된 나는 아직 어리고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그녀를 약혼녀로 맞이했다. 하지만 파리에서의 그의 삶은 평탄치만은 않았고 줄리엣과 공유하기로 한 모든 재산을 탕진한 채 다시 고향 제노바로 돌아온다. 과연 둘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나는 점점 인간이 아닌 악마가 되어가는 나를 발견함으로써 인간의 타락을 경험하게 된다. 자신의 소중한 육체를 바꿀 만큼 정신 못 차리는 귀도, 어떤 깨달음도 끝끝내 깨닫지 못하는 그는 난쟁이에게 빼앗긴 사랑하는 약혼녀 줄리엣을 되찾을 수 있을까?

네 작품 모두 여성 고딕 작가의 소설이라서 그런지 고딕만의 매력이 넘쳐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포라는 단어가 주는 소름과 여성이 주체가 되어 그 모든 것을 안고 살아가야만 했던 그녀들의 삶! 여성으로서 행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책 속에 펼쳐진다. 그것이 남편으로부터 벗어나 도망자의 신세가 되고 욕망에 사로잡혀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삶을 살 때도 있으며 남자의 매력에 사로잡혀 그녀만의 사랑에 모든 것을 바쳐 기쁨을 만끽하기도 자신만의 존재만으로 남자를 또 다른 사람으로 변화시키기도 했다. 이제야 다시 읽게 된 여서 고딕 작가들의 작품들로부터 깨닫게 된 고딕의 세상 그것은 어쩌면 아직도 어둠 속에 갇힌 채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이 세상의 빛을 향한 울부짖음은 아니었을까? 네 작품 모두 작가만의 디테일한 묘사와 특색이 살아있기에 앞으로 여성 고딕 작가들의 작품을 꾸준히 찾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다. 시대의 변화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을 많은 독자들에게 이번 소설은 신선한 작품세계를 선사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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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4
허먼 멜빌 지음, 레이먼드 비숍 그림,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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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

허먼 멜빌(저자) 현대 지성(출판)

모비딕은 1820년 11월 20일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포경선 에식스호가 거대한 수컷 알비노 향유고래에게 공격당해 침몰한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사나운 고래로부터 탈출한 21명의 선원이 태평양 한가운데서 식량부족으로 살아남기 위해 죽은 동료 선원들의 인육을 먹는 등 비극적인 스토리에서 멜빌은 영감을 얻고 한때 고래잡이 선원이었던 작가 허먼 멜빌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창작된 소설이며 미국 낭만주의와 상징주의 문학의 대표작인 모비딕은 장편소설로서 산문의 깊이와 아름다움, 다양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철학적이고 종교적이며 비극적인 대서사시로 19세기를 대표하는 소설이라고 한다. 그만큼 작가 허먼 멜빌의 사상과 독보적인 예술성이 모비딕을 한층 더 영문학의 대표작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전체 135장으로 매우 긴 구성으로 되어 있어서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그만큼 소설의 진행 부분이 마음에 들기도 했다. 장마다 포경 밧줄 ,고래 그림, 돛대 꼭대기, 나침반과 바늘, 구명부표 등 고래와 포경에 대한 세세한 설명이 담겨 있어서 책을 읽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고래에 대해 많은 지식을 쌓게 되었으며 가독성이 무척이나 높은 소설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

모비딕은 바로 길이 26m, 몸무게가 80톤이 넘는 늙은 수컷 알비노 향유고래와 페루의 사납기로 유명한 모카딕(Mocha Dick)이란 거대한 흰 고래를 보고 작가가 영감을 받아 탄생시킨 이빨 고래의 이름인데 소설 속에 나오는 흰머리 향유고래 이름, 모비 딕(Moby Dick)은 `거대한' 이란 모비(Moby, 대물)와 남자의 성기를 일컫는 딕(dick)의 합성어로 실제 에식스호를 사납게 공격한 늙은 수컷 알비노 이빨 고래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소설 한 편 안에 상징주의와 자연주의, 진지한 철학적 탐구와 모험소설의 흥미를 모두 쓸어 담은 허먼 멜빌의 작품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멜빌만의 가치를 담고 있었으며 집착과 광기에 사로잡힌 한 인간의 투쟁과 파멸을 그린 전율적인 모험소설이자 최고의 해양문학, 미스터리와 공포가 충만한 미국식 고딕소설이며 뛰어난 상징주의 문학 또는 자연주의 문학으로 다양한 각도로 해석되고 평가되는 작품이니만큼 모비딕이 주는 영향력은 실로 대단했다.

모비딕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는 것들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소설 속 주인공 이슈메일 그의 첫마디 나를 이슈메일이라 불러다오는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이 잊을 수 없을 것이며 아마도 모비딕의 대표적인 말이 아닐까 싶다. 기독교권에서 이슈메일이라는 이름은 추방자, 쫓겨난 자를 의미한다. 그가 왜 이런 의미를 가진 이름으로 소설의 처음부터 화자로서 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 해답은 아마도 소설 마지막까지 읽어보면 알게 되리라.

모비딕은 어쩌면 우리가 속한 사회나 집단을 돌아보게 함으로써 인간의 삶이라는 게 한평생을 쉬지 못하고 각자의 삶에 노력만 하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될 우리의 인생에 포경선에서의 작업은 그런 인간들의 인생을 비유적으로 보여주고 있음에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영감을 받게 하기에 충분했다. 멜빌은 다양한 인종의 선원들이 배 안에서 힘을 합쳐 고래를 잡고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종 차별 문제 등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또한 이것은 지금 사회가 점점 다문화 사회로 변하는 현시대에 시사점이며 모비딕이 주는 것은 단순히 고래이야기가 아닌 인간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이 이 책을 읽은 나로서는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고 가는 것은 에이해브가 아닌 화자 이슈메일이다. 이슈메일은 에이해브 선장이 이끄는 포경선 피쿼드호에 승선하여 흰 고래 모비딕을 쫓는 항해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다. 어쩌면 이슈메일은 세상을 향해 일침을 가하고 외침을 부르짖는 작가 멜빈이 아닐까? 세상이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그 진실들 앞에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은 파멸을 맛보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함에도 여전히 그들은 인간의 욕심 앞에 파멸 속 진실을 외면하며 똑같은 만행들을 저지르며 살아간다. 자신의 다리를 잃게 한 흰 고래 모비딕에 대한 복수심으로 시작된 선장 에이해브의 잔인함이 어떠한 결말을 맺게 될까? 그런 선장과 함께 배에 오른 선원들은 과연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소설 속에 상징적인 의미를 많이 담고 있는 모비딕! 그만큼 소설이 시사했던 것도 많았기에 나 또한 나만의 모비딕을 찾아가기 위한 여정에 한발 더 다가가고 있었다. 또 다른 나만의 인생 책을 찾고 있다면 허먼 멜빌의 모비딕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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