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사이를 풀어 주는 관계 회복법 - 마음을 다시 잇는 42가지 지혜
김미혜 지음 / 북스고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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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혜 작가의 『부부 사이를 풀어 주는 관계 회복법』을 덮으며 가슴 한구석이 묵직해졌던 것은 이 책을 나침반 삼아 우리가 지나온 현실, 우리 사이에 쌓인 마음의 벽, 잊고 지냈던 대화, 그리고 다시 세워야 할 관계의 본질을 돌아보게 합니다.

 

결혼은 낭만이 아니라 매일 아침 눈을 떠 마주하는 치열한 생활입니다. 이 책이 가장 먼저 일깨워 주는 지점은, 부부 갈등의 상당수가 상대방이 변해서가 아니라 '현실의 무게를 견디는 방식의 차이'에서 온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삶이 버거울 때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그 무게를 덜어달라 조르거나, 반대로 내 짐을 알아주지 않는다며 원망을 쌓곤 합니다. 현실을 공유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내 짐의 분담자로만 여기는 것이 아닙니다. 밖에서 거친 비바람을 맞고 돌아온 한 인간이 오롯이 쉴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지대를 가정 안에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돌아보면 부부 사이의 거리는 거대한 싸움으로 한순간에 멀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말해 봐야 뭐 하겠어", "어차피 당신은 내 마음을 몰라"라는 체념이 한 겹씩 쌓이며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었습니다. 저자가 지적하듯, 마음의 벽은 사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 친 방어막입니다. 긴 세월 동안 반복된 사소한 오해와 채워지지 않은 기대는 방어 기제가 되어 상대를 밀어냅니다.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았으니 눈빛만 봐도 다 안다는 착각은 이 벽을 더 두껍게 만듭니다. "다 안다"는 오만은 상대를 향한 호기심을 지워버리고, 상대의 침묵을 무관심으로, 상대의 피로를 냉담함으로 제멋대로 번역하게 만듭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벽을 단숨에 부수는 무모함이 아니라, 벽 너머에 아직도 외로워하고 있을 상대방의 연약한 마음을 가만히 응시하는 용기입니다.

 

『부부 사이를 풀어 주는 관계 회복법』은 대화의 기술 이전에 '대화의 목적'을 바로잡아 줍니다. 부부의 대화는 설득이나 훈계가 아니라, 상대의 감정이 안전하게 머물 자리를 내어주는 일입니다. 상대를 변화시키려 드는 말은 잔소리가 되지만, 내 연약함을 솔직히 털어놓는 말은 공감을 부릅니다. "당신은 왜 늘 그래?"라는 비난 대신 "요즘 내 마음이 이래서 조금 쓸쓸해"라고 말할 수 있는 진솔함, 그리고 상대의 투박한 거친 언어 밑에 깔린 인정 욕구와 피로감을 읽어내는 귀 기울임이야말로 관계의 굳은살을 녹이는 유일한 해법입니다.

 

그렇다면 황혼을 향해 걸어가는 부부란 본래 어떠해야 하는가. 부부는 서로에게 완벽히 얽매인 한 몸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나란히 걷는 두 개의 온전한 인격이어야 합니다.

젊은 시절의 부부가 결핍을 채우기 위해 서로를 단단히 붙잡았다면, 오랜 세월을 같이 한 부부는 손을 조금 느슨하게 쥐면서도 곁에 머물 줄 알아야 합니다. 상대방을 내 뜻대로 뜯어고치겠다는 헛된 기대를 내려놓고, 그 사람의 살아온 궤적과 한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즉 '타자성'을 인정하는 것에서 진정한 관계의 회복이 시작됩니다. 우리는 서로의 소유물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긴 순례길을 끝까지 함께 완주하기로 약속한 가장 귀하고 유일한 길동무이기 때문입니다.

 

부부 사이의 존중과 배려는 거창한 기념일의 선물이나 화려한 이벤트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지극히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의 태도에서 배어날 것입니다.

존중은 상대의 경계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을 공유했더라도 상대방의 생각과 침묵할 권리,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상대의 감정을 "별것도 아닌 일로 유난 떤다"며 함부로 재단하지 않는 것, 상대의 고단함을 얕잡아보지 않는 것이 바로 존중의 출발점입니다.

배려는 보이지 않는 수고를 알아채는 시선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배우자의 손길—매일 차려지는 밥상, 깨끗하게 개어놓은 옷가지, 묵묵히 출근길에 오르던 무거운 발걸음—에 다시금 "고맙다"는 언어를 돌려주는 일입니다. 상대가 지쳐 보일 때 말없이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네는 여유, 배우자의 실수 앞에서 면박을 주기보다 모른 척 넘어가 주는 너그러움이 배려의 본모습일 것이고 지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미혜 저자의 안내를 따라 읽은 이 책을 덮으며 나는 부부란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다시 정의하게 되었습니다. 부부는 서로를 완성시켜 주는 존재가 아니라, 각자 불완전한 채로 서로의 곁을 지키기로 한 두 사람입니다. 존중이란 상대의 판단을 무조건 옳다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생각할 자유를 인정하는 것이며, 배려란 내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상대가 안전하게 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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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의 공기를 읽어라
윤영철 지음 / 허들링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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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이라는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기류와 마주한다. 정량화된 업무 #매뉴얼이나 #조직도 뒤편에는 언제나 말해지지 않은 감정, 조직 특유의 리듬,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미묘한 온도차가 존재한다. 윤영철 작가의 《직장생활의 공기를 읽어라》는 단순히 사내 정치에 능란해지는 처세술이나 눈치 빠르게 행동하는 요령을 말하지 않는다. 그가 말하는 ‘공기를 읽는 행위’는 주변에 휩쓸려 자신을 잃어버리는 굴종이 아니라, 내가 서 있는 맥락을 정확히 인지함으로써 나다운 선택을 내리고 건강한 #관계를 맺어가는 고도의 감각적 생존술이다. 책장을 덮으며 일터라는 거친 파도 속에서 나의 #선택, #성장, 그리고 타인과의 #연결을 어떻게 실체로서 체감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깊은 사유에 잠기게 된다.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일이 곧 전부라고 믿기 쉽다. 실무 능력만 뛰어나면 모든 갈등이 해결되고 성장이 절로 따라올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경력이 쌓일수록 명확해지는 사실은, 성과란 진공관 속에서 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직장의 공기는 구성원들의 불안, 열망, 암묵적인 규칙들이 뒤엉켜 만들어낸 생태계다. 이 공기를 읽어내지 못하면 아무리 옳은 말도 공허한 외침이 되고, 순수한 열정도 불필요한 마찰을 낳는다.


현장의 기류를 기민하게 감지할 때, 비로소 우리는 수동적인 부속품에서 능동적인 의사결정자로 전환된다. 조직의 맥락 속에서 상대가 지금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헤아릴 줄 알 때, 나의 선택은 설득력을 얻고 동료와의 관계는 얕은 이해관계를 넘어 단단한 연대로 이어진다. 진정한 성장은 단순히 혼자만의 기술적 숙련도를 높이는 데 있지 않다. 조직이라는 생태계 속에서 타인의 호흡을 느끼고, 그들과 협력하여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연결의 감각’을 내 몸으로 직접 체감할 때 성장은 비로소 현실이 된다.


저자가 던지는 수많은 통찰 중에서도 무릎을 치게 만드는 대목은 단연 입사와 퇴사를 대하는 태도다. 저자는 ‘입사는 연애하듯 하고, 퇴사는 결혼하듯 하라’고 조언한다.우리는 흔히 반대로 행동하곤 한다. 입사할 때는 마치 평생을 바칠 완벽한 배우자를 고르듯 지나치게 재고 두려워하며 망설이다 기회를 놓치고, 퇴사할 때는 연애 중 홧김에 이별을 통보하듯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이유로 충동적으로 문을 박차고 나간다.그러나 현명한 직장인은 입사할 때 연애하듯 가벼운 용기와 호기심을 품는다. 모든 조건이 완벽히 맞아떨어지지 않더라도 ‘한번 경험해 보며 알아가겠다’는 유연한 마음으로 문을 두드린다. 반면 퇴사할 때는 결혼과 이혼을 대하듯 지극히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 퇴사는 단순히 한 장소를 떠나는 물리적 단절이 아니다. 그동안 쌓아온 평판과 인연, 프로젝트의 완결, 남아 있는 동료들에 대한 배려를 법적·도의적 책임을 다하듯 정갈하게 매듭짓는 과정이다. 한 사람의 프로페셔널한 품격은 입사할 때의 화려한 포부보다, 떠나는 자리의 뒷모습에서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법이다.


책은 일터에서 완벽주의라는 덫에 걸려 한 발짝도 떼지 못하는 이들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준다. 많은 직장인이 실패하지 않기 위해 100% 확신이 들 때까지 자료를 검토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완벽한 답을 기다린다. 그러나 가변성이 지배하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완전무결한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완벽한 답을 기다리는 동안 시장의 판도는 바뀌고, 조직의 맥락은 이동하며, 절호의 타이밍은 영영 사라져 버린다.부족하고 어설프더라도 먼저 내딛는 한 걸음이 훨씬 값지다. 80%의 준비로 세상에 던져진 작은 실행은 현장의 피드백을 빨아들이며 스스로 형태를 갖춰나간다. 실행하지 않은 완벽한 계획은 환상에 불과하지만, 투박하더라도 세상과 부딪힌 불완전한 시도는 학습이라는 실체적 자산을 남긴다. 행동이 생각을 바꾸고, 실천이 공기를 바꾼다. 


완벽한 답을 기다리며 실행을 미룰 때 찾아오는 가장 큰 부작용은 정신적 탈진이다. 심리학에는 끝마치지 못한 일이나 중단된 과제가 뇌리에 계속 남아 인지적 부담을 주는 현상을 뜻하는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가 있다.책상 위에 산더미처럼 쌓아둔 서류, 마음속으로만 굴리며 결단을 내리지 못한 기획안, 보내지 못한 메일 한 통은 무의식의 영역에서 끊임없이 에너지를 갉아먹는다. 일의 실질적인 분량보다, ‘아직 끝내지 못했다’는 미완의 잔상이 우리를 번아웃으로 몰아넣는 것이다.이 만성적인 피로를 끊어내는 유일한 방법은 자이가르닉 효과를 강제로 줄이는 것이다. 거창한 완성을 목표로 삼지 않고, 당장 5분 만에 할 수 있는 초벌 작성이나 짧은 메모라도 시작해 ‘진행 중’인 과제를 ‘매듭지어진 조각’으로 바꾸어야 한다. 머릿속 열린 창(Tab)을 하나씩 닫아주는 사소한 실행만이 우리의 집중력을 온전히 현재의 호흡으로 돌려놓는다.


“#적성의 지도는 대개 흐릿하고, 노력의 지도는 종종 멀다.” 이 담담하면서도 뼈 아픈 문장은 오늘날 많은 직장인들이 겪는 혼란의 본질을 꿰뚫는다.수많은 자기계발서가 ‘당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진짜 적성을 찾으라’고 부추기지만, 현실에서 자신의 천직을 선명하게 파악하고 첫발을 떼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적성의 지도는 안개 낀 새벽처럼 흐릿하기 짝이 없다. 반대로 그 안개를 걷어내기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의 지도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득히 멀어 보인다. 이 모순 앞에서 좌절한 이들은 ‘진짜 내 적성’을 찾겠다는 핑계로 서랍 속 생각에만 갇혀 시간을 흘려보낸다. 그러나 적성은 방구석에서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다고 해서 발견되는 보물이 아니다. 적성은 머릿속에서 도출하는 연역적 결론이 아니라, 세상이라는 거친 판에 온몸을 부딪치며 축적해 나가는 귀납적 결과물이다.

적성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을 줄이고, 차라리 다양한 실전의 장에 자신을 던져 여러 시도를 실제로 감행해야 한다. 해보기 전에는 절대로 알 수 없다. 흐릿한 지도를 들고 서성이지 말고, 발걸음을 옮겨가며 스스로 지도를 그려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비범한 성장은 어디서 오는가. 놀랍게도 혁신적이거나 거창한 도약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사소한 일상의 누적에서 피어난다. 정리된 이메일 한 통, 약속 시간 5분 전 도착, 회의록의 단정한 마감, 동료의 말을 중간에 끊지 않고 끝까지 듣는 태도, 작업 후 주변을 정돈하는 뒷마무리. 언뜻 보면 아무런 화려함도 없는 이 사소한 기본기들이 수개월, 수년 동안 축적될 때 그것은 누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거대한 '신뢰 자본'으로 치환된다. 지루하고 눈에 띄지 않는 일상을 온전히 감당해 내는 사람만이 결정적인 순간에 조직의 공기를 장악하고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낚아챌 수 있다.


《직장생활의 공기를 읽어라》가 건네는 최종적인 위로는 일터라는 공간을 지나친 환상이나 냉소 없이, 있는 그대로 응시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직장은 천국도 지옥도 아니며, 불완전한 인간들이 모여 각자의 몫을 해내기 위해 애쓰는 공존의 터전이다. 이 책을 덮으며 나는 나 자신에게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나는 지금 조직의 공기를 얼마나 정확히 읽고 있는가, 그리고 그 공기를 읽는 감각을 나만을 위해 쓰고 있지는 않은가. 진짜 #성장은 내가 조직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동료들의 불안을 덜어주고 함께 일하는 공기 자체를 더 건강하게 바꾸어놓는 데서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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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의 필드 삼각형 법칙 - 초히트 게임 디렉터, 목표를 스스로 이루게 하는 행동 설계를 하다
김상완 지음 / 허들링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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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열심히 하는 편도 아니고, 게임 개발과는 더더욱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런 내가 『#닌텐도의 필드 삼각형 법칙』이라는 제목에 이끌린 건 순전히 '삼각형'이라는 말이 주는 묘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게임 속 지형을 삼각형으로 배치한다니, 대체 그게 무슨 소리이고 왜 하필 삼각형일까.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는데, 다 읽고 났을 때 남은 것은 뜻밖에도 게임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생각이었다.사람이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 억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움직이게 하려면 주변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설명하는 책에 가까웠다.


나는 게임을 전문적으로 해본 사람도 아니고,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직접 플레이해본 경험도 없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책을 내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조금 걱정했다. 게임 속 지형을 설계하는 원리를 조직관리와 연결한다고 하니, 너무 전문적이거나 게임 용어가 많으면 따라가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의외로 게임 자체보다 ‘사람이 어떻게 움직이게 되는가’에 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을 잘하는 방법이나 닌텐도의 개발 기술을 설명하는 책이라기보다, 책이 다루는 필드 삼각형의 법칙은 닌텐도가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만들면서 실제로 사용했다는 지형 설계 기법이다. 원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플레이어의 눈앞에 산이나 언덕, 바위 같은 것을 삼각형 모양으로 배치한다는 것. 큰 삼각형은 그 뒤에 무엇이 있는지 가려서 "저 너머엔 뭐가 있을까" 하는 호기심을 자아내고, 작은 삼각형은 시선과 발걸음을 슬며시 한쪽으로 이끈다. 언덕이 앞을 막으면 사람은 넘어갈지 돌아갈지 스스로 정하고, 그 선택이 또 새로운 풍경을 열어 준다. 개발팀은 이렇게 플레이어가 지치지 않고 계속 탐험하게 되는 상태를 '놀이의 무한 기관'이라고 불렀다고 한다.이 차이는 내가 경험한 직장생활과도 연결됐다. 어떤 관리자는 일을 지시하면서 목적이나 배경은 설명하지 않고 결과만 요구한다. 그러면 구성원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른 채 지시받은 일만 처리하게 된다. 반대로 어떤 관리자는 업무의 목적, 방법, 예상 결과, 세부 일정까지 너무 자세히 정해준다. 처음에는 친절해 보이지만 구성원 입장에서는 생각할 필요가 없어지고, 결국 시키는 일만 하게 된다. 이 책은 그 중간 지점을 이야기한다. 무엇을 위해 하는 일인지,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는 분명히 알려주되, 그 목표를 이루는 구체적인 방법은 구성원이 찾아가도록 하자는 것이다. 나 역시 일을 할 때 결과만 재촉받으면 부담을 느끼지만, 내가 맡은 일이 전체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던 경험이 있다.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독촉의 강도가 아니라, 내가 하는 일이 어디에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 있는 구조인지도 모른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닌텐도의 게임 설계 원리를 설명하고, 후반부에서는 이를 조직과 팀의 상황에 적용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론만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팀이 진단하고, 업무를 다시 설계하고, 구성원에게 권한을 나누고,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점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특히 조직의 문제를 구성원의 성격이나 능력 탓으로만 보지 않고, 팀의 구조와 환경을 돌아보게 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 나는 회사에서 누군가가 소극적으로 보일 때 그 사람이 원래 의욕이 없거나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다른 질문을 해보게 됐다. 그 사람이 자신의 일이 왜 중요한지 알고 있는가? 다음 단계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보이는가? 질문하거나 실수해도 괜찮다고 느끼는가? 업무가 너무 반복되거나 쉴 틈 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구성원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서 있는 환경에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 책을 읽으면서 책의 논리를 실제 조직에 적용할 때는 조심할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은 정해진 세계 안에서 플레이어가 움직이지만, 조직 구성원은 각자의 삶과 감정을 가진 사람이다. 재미있는 목표나 발견의 기회만 제공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공정한 보상, 적절한 업무량, 상사와 동료에 대한 신뢰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 자율적으로 일하라고 하면서 필요한 정보나 지원을 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율성이 아니라 방치에 가깝다. 또한 ‘차폐’를 잘못 사용하면 정보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 구성원이 스스로 탐색하도록 한다는 이유로 회사의 중요한 결정이나 평가 기준을 알려주지 않으면 불안과 불신이 커진다. 내가 보기에 이 책이 말하는 좋은 지형은 정보를 감추는 지형이 아니라, 큰 방향은 투명하게 보여주고 세부적인 방법은 함께 찾아갈 수 있도록 만든 지형이다. 이 구분이 실제 조직에서는 매우 중요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몰입과 회복의 리듬’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는 흔히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좋은 직원이라고 생각하고, 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을 성실함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계속 오르막만 있는 길은 결국 지치게 만든다. 업무에서도 집중해서 일하는 기간이 있다면 정리하고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회의와 보고가 계속 이어지는 팀이라면 회의 없는 시간을 정할 수도 있고,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는 결과를 평가하는 것뿐 아니라 무엇을 배웠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이 책은 조직에서 사람을 움직이는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관리자는 흔히 #목표를 세우고, 지시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관리자의 더 중요한 역할은 사람들이 목표를 이해하고, 다음 행동을 발견하고, 지치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조직에서 사람을 이끌고 있거나, 반대로 조직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고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읽어볼 만하다. 특히 구성원이 왜 움직이지 않는지 고민하는 관리자라면 먼저 구성원의 태도를 판단하기보다, 그들이 서 있는 ‘필드’부터 살펴보라는 메시지를 얻을 수 있다. 게임과 조직을 연결한 발상이 신선했고, 사람을 통제하기보다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기억에 남았다. 다만 게임 경험이 없는 독자에게는 일부 개념이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고, 실제 적용을 위해서는 조직의 상황에 맞춘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그래도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조직의 문제를 사람의 의지 부족으로만 판단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속한 팀의 목표가 잘 보이는지, 스스로 시도할 여지가 있는지, 그리고 충분히 회복하며 일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독서였다.


게임 이야기로 시작한 책이 어느새 나를 둘러싼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게 만들었다. 좋은 설계란 사람을 억지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걷고 싶게 만드는 것이라는 단순한 진실. 그 진실을 게임이라는 낯선 창을 통해 새삼 확인한 시간이었다. 다음에 어디를 걷든, 내 눈앞에 놓인 #삼각형이 과연 누구의 것인지 한 번쯤 헤아려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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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제표로 경영하라 - 재무제표가 알려주지 않는 기업 성장의 비밀
김형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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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기존의 #재무제표가 기업 활동의 결과는 또렷이 보여 주지만, 고객을 중심으로 한 성장의 '과정'과 앞으로의 '가능성'까지는 담아내지 못한다고 짚는다. 그래서 고객 데이터를 회사의 실질적인 자산으로 보고 이를 정량적으로 관리하자는 것, 이것이 책이 말하는 '#고객제표'의 핵심이다.


우리가 아는 재무제표는 결국 '돈'으로 표현된 결과물이다. 이미 벌어진 일을 원 단위로 정산해 둔 영수증에 가깝다. 반면 고객제표는 그 돈이 만들어지기 '전'의 원인을 기록한다. 신규 고객이 얼마나 들어왔고 기존 고객이 얼마나 남았으며 누가 왜 떠났는지, 재구매율과 #고객생애가치는 어디로 움직이는지, 소개와 추천은 늘고 있는지. 돈은 뒤따라오는 결과이고, 고객은 그 앞에 서 있는 원인이라는 얘기다.


이 대비가 유난히 매섭게 다가왔다. 재무제표만 보고 경영하는 건 백미러만 보며 운전하는 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지나온 길은 선명하지만 앞은 캄캄하다. 매출이 꺾인 뒤에야 숫자로 확인하고 그제야 원인을 찾아 나서니, 손쓸 시점은 대개 이미 지나 있다. 기업의 목적은 이익이 아니라 고객의 창출이라던 피터 드러커의 말이, 여기서는 추상적인 경구가 아니라 매달 관리해야 할 지표의 문제로 내려앉는다.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의 고객은 원청 건설사, 발주처, 관급 기관이다. B2B 성격이 강하고, 사실상 건설사 몇 곳이 회사의 명운을 쥐고 있다. 고객이 소수에 집중돼 있다는 건, 큰 현장 하나를 잘 마쳐 그해 손익계산서가 근사하게 찍혀도 정작 우리를 먹여 살리는 두세 곳의 신뢰가 조용히 금 가고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재무제표에는 아직 아무 문제가 없다. 문제가 숫자로 드러날 즈음이면 다음 수주는 이미 끊겨 있다. 고객제표가 우리에게 오히려 더 절실한 까닭이다.

그렇다면 회사에서 고객지표를 실제로 세우려면 무엇부터 해야 하나. 저자를 따라가 보면 '고객'을 명확히 정의하는 일이 출발점이다. 거래처와 최종 사용자가 다른 업종이라면 누구를 고객으로 볼 것인지부터 정해야 한다. 그다음 고객 수, 신규와 기존의 비중, 반복 구매 여부, 이탈률, 고객별 매출과 수익성, 고객생애가치 같은 항목을 따로따로가 아니라 한 흐름 안에서 이어 봐야 한다. 고객 수가 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로 돈을 쓰는 고객인지, 한 번 사고 사라지는 고객인지, 구매 빈도와 거래 기간은 어떤지까지 연결해 읽어야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중요한 건 이 지표들이 부서마다 따로 쥐고 있을 자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영업·#마케팅·#서비스·#재무가 같은 화면을 보며 이야기할 수 있는 공통 언어가 되어야 한다. 저자가, 고객제표는 주관적인 만족도 조사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실제 매출과 고객 #데이터베이스에서 뽑아낸 수치를 다룬다고 못 박은 대목도 같은 맥락이다. 느낌이 아니라 숫자로 세워야 흔들리지 않는다.


이 책에서 가장 오래 곱씹은 말은 '#고객문맹'이었다. 고객이 중요하다고 입으로는 말하면서 정작 자사의 고객이 누구인지 식별하지 못하는 상태. 매출을 고객 단위로 쪼개 보지 못하거나, 사내 고객 데이터베이스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유명무실한 경우가 여기 해당한다. 재무제표에는 흑자로 찍히는데 실은 특정 유통 채널이나 몇몇 거래처에 매출이 몰려 있고, 그 고객이 떠나면 무엇으로 메울지 모르는 회사라면 이미 고객문맹의 위험 안에 들어와 있는 셈이다. 고객 중심을 외치면서 고객을 볼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면, 그것은 전략이 아니라 구호에 그친다. 뜨끔한 문장이었다.


그럼 직원들이 고객문맹에 빠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교육 한 번으로는 어림없다. 신입사원부터 #임원까지, 우리 #회사의 핵심 고객이 누구인지, 그들이 어떤 이유로 사고 또 떠나는지, 각 부서의 일이 고객 경험과 매출에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반복해서 나눠야 몸에 붙는다. 고객 데이터의 입력 기준을 통일하고, 영업 담당자 개인의 엑셀 파일 안에 고객 정보가 갇히지 않도록 하는 일도 여기에 포함된다. 회의에서도 “이번 달 매출이 얼마인가”에서 멈추지 말고 “어떤 고객이 늘었고 어떤 고객이 줄었는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


다만 #데이터를 많이 쌓는 것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 개인정보 보호와 접근 권한을 지키면서,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정확하고 일관되게 흐르도록 만드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 개인정보를 다뤄 본 입장에서 보면 고객 데이터는 자산인 동시에 책임이다. 이 균형을 놓치면 고객제표는 언제든 회사의 약점으로 뒤집힐 수 있다.


#경영자의 역할은 “고객지표를 만들라”고 지시하는 데 있지 않다. 재무제표와 고객제표를 나란히 놓고 보면서, 당장의 매출을 위해 미래의 고객을 갉아먹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묻는 자리에 서야 한다. 나쁜 소식을 물어 온 사람을 나무라면 다음부터 아무도 고객의 신호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도 경영자가 새겨야 할 대목이다.직원 쪽에서는 고객을 영업팀이나 콜센터만의 몫으로 미뤄 두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생산의 작은 불량, 배송의 지연, 청구서의 오류 하나까지도 결국 고객의 이탈과 생애가치로 되돌아온다. 관리자는 이 연결고리를 부서원들이 눈으로 그릴 수 있게 설명해 주고, 직원은 자기 업무가 고객의 선택과 재구매에 어떤 자국을 남기는지 한 번씩 돌아봐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손에 익은 장부에만 눈이 가는 법이다. 이 책은 한 번도 제대로 배운 적 없는 또 하나의 장부를 이제라도 펼쳐 보라고, 조금 불편하게 등을 떠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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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비즈니스 코칭 클래스
김방숙 외 지음 / 헬로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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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경영지도사 다섯 명이다. 규제샌드박스 컨설턴트, 37년 경력의 협동조합 전문가, 세무회계 박사, AI 기반 사업계획서 전문가, 정부지원사업 컨설턴트로 구성됐다. 이론서가 아니라 매뉴얼을 만들겠다는 것이 저자들의 기획 방향이고, 그 방향은 대체로 지켜진다. 각 장마다 체크리스트와 단계별 절차, 실제 컨설팅 사례가 붙는다.


1장은 규제샌드박스를 다룬다. 신속확인과 실증특례, 임시허가의 차이, 경기도와 서울시의 지원 구조 차이, 2026년 산업융합촉진법 개정이 실무에 미치는 영향까지 정리돼 있다. 제도 소개에서 그치지 않고 신청 경로와 판단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이 이 장의 강점이다.


2장은 협동조합이다. 설립 전 손익분기점 계산과 출자금 규모 산정에서 시작해 등기 서류, 조합 내 갈등 관리, 공동사업, 판로 확보까지 단계별로 이어진다. 설립 절차보다 설립 이후를 다룬 분량이 많다.


3장은 소상공인 세무다. 직원과 일용직, 프리랜서의 구분 기준을 정면으로 다룬다. 일반 소상공인, 플랫폼·전자상거래 사업자의 세무 특수성과 법인 전환 검토 시점을 다룬 부분은 소상공인들에게 유용한 자료로 쓸 만하다. 국세청 AI전환 자문단 이력을 가진 저자가 집필했다.


4장은 생성형 AI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6단계 절차다. 아이템 개요 정리, 기초 질문, 1차 초안, 심화 질문, 2차 초안, 최종 편집 순으로 진행되며, 화장품 구독 사업 사례를 부록으로 붙여 전 과정을 보여준다. 이 장의 핵심은 도구 사용법이 아니라 질문의 순서다. 초안 작성을 AI에 맡기고 사람은 검증과 판단에 집중하는 구조다.다만, 사업계확서를 작성할 때 사업계획이 제대로 순서대로 사업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는 지 검증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5장은 정부지원사업이다. 첫 상담 질문 목록, 사업 유형별 체크리스트, 컨설턴트 자가진단표가 실려 있다. 신청자보다 컨설턴트를 대상으로 한 구성이지만, 그래서 심사자 관점으로 자사 신청서를 검토하는 데 쓸 수 있다. 탄소발자국 업사이클 플랫폼, 해외 진출 소상공인, 떡 제조 스마트화 등 선정 사례 세 건이 수록됐다. 업종은 다르지만 선정 서류의 논리 구조는 업종과 무관하게 참고된다.


한계도 분명하다. 다섯 분야를 362쪽에 담은 탓에 장별 깊이가 고르지 않다. 규제샌드박스와 협동조합은 밀도가 높은 반면 개괄에 머무는 대목도 있다. AI 활용을 상세히 다루면서 개인정보와 영업비밀 입력 위험에 대한 안내가 부족한 점은 아쉽다. 도급 계약서나 근로자 명부를 그대로 프롬프트에 입력하면 개인정보보호법 문제가 생긴다. 이 부분은 독자가 별도로 보완해야 한다. AI 도구의 기능은 수시로 바뀌므로 특정 도구가 아니라 절차를 취한다는 전제로 읽는 편이 낫다.


활용 계획은 세 가지로 정리했다. 3장의 인력 구분 기준을 현장 노무 관리 체크리스트에 반영한다. 4장의 6단계를 사내 문서 작성 표준으로 옮기되 개인정보와 영업비밀 반입 금지 항목을 앞단에 추가한다. 5장의 자가진단표를 지원사업 신청 전 내부 검토 양식으로 수정해 사용한다.


정리하면, 완결된 해답을 주는 책은 아니다. 전체 지형을 파악하고 어느 지점에서 어떤 것들이 필요한 지, 전문가가 필요한지 판별하게 해주는 책이다. 창업 초기 스타트업, 운영 단계의 협동조합, 세무와 지원사업 사이에서 판단이 필요한 소상공인, 여러 업무를 겸하는 중소기업 경영관리 담당자에게 권한다. 각 장을 자기 업종에 맞게 활용할 의사가 있는 독자에게 읽을 수 있도록 하고, 곁에 두게 할 거라고 생각한다.

 

**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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