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의 필드 삼각형 법칙 - 초히트 게임 디렉터, 목표를 스스로 이루게 하는 행동 설계를 하다
김상완 지음 / 허들링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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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열심히 하는 편도 아니고, 게임 개발과는 더더욱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런 내가 『#닌텐도의 필드 삼각형 법칙』이라는 제목에 이끌린 건 순전히 '삼각형'이라는 말이 주는 묘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게임 속 지형을 삼각형으로 배치한다니, 대체 그게 무슨 소리이고 왜 하필 삼각형일까.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는데, 다 읽고 났을 때 남은 것은 뜻밖에도 게임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생각이었다.사람이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 억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움직이게 하려면 주변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설명하는 책에 가까웠다.


나는 게임을 전문적으로 해본 사람도 아니고,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직접 플레이해본 경험도 없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책을 내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조금 걱정했다. 게임 속 지형을 설계하는 원리를 조직관리와 연결한다고 하니, 너무 전문적이거나 게임 용어가 많으면 따라가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의외로 게임 자체보다 ‘사람이 어떻게 움직이게 되는가’에 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을 잘하는 방법이나 닌텐도의 개발 기술을 설명하는 책이라기보다, 책이 다루는 필드 삼각형의 법칙은 닌텐도가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만들면서 실제로 사용했다는 지형 설계 기법이다. 원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플레이어의 눈앞에 산이나 언덕, 바위 같은 것을 삼각형 모양으로 배치한다는 것. 큰 삼각형은 그 뒤에 무엇이 있는지 가려서 "저 너머엔 뭐가 있을까" 하는 호기심을 자아내고, 작은 삼각형은 시선과 발걸음을 슬며시 한쪽으로 이끈다. 언덕이 앞을 막으면 사람은 넘어갈지 돌아갈지 스스로 정하고, 그 선택이 또 새로운 풍경을 열어 준다. 개발팀은 이렇게 플레이어가 지치지 않고 계속 탐험하게 되는 상태를 '놀이의 무한 기관'이라고 불렀다고 한다.이 차이는 내가 경험한 직장생활과도 연결됐다. 어떤 관리자는 일을 지시하면서 목적이나 배경은 설명하지 않고 결과만 요구한다. 그러면 구성원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른 채 지시받은 일만 처리하게 된다. 반대로 어떤 관리자는 업무의 목적, 방법, 예상 결과, 세부 일정까지 너무 자세히 정해준다. 처음에는 친절해 보이지만 구성원 입장에서는 생각할 필요가 없어지고, 결국 시키는 일만 하게 된다. 이 책은 그 중간 지점을 이야기한다. 무엇을 위해 하는 일인지,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는 분명히 알려주되, 그 목표를 이루는 구체적인 방법은 구성원이 찾아가도록 하자는 것이다. 나 역시 일을 할 때 결과만 재촉받으면 부담을 느끼지만, 내가 맡은 일이 전체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던 경험이 있다.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독촉의 강도가 아니라, 내가 하는 일이 어디에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 있는 구조인지도 모른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닌텐도의 게임 설계 원리를 설명하고, 후반부에서는 이를 조직과 팀의 상황에 적용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론만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팀이 진단하고, 업무를 다시 설계하고, 구성원에게 권한을 나누고,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점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특히 조직의 문제를 구성원의 성격이나 능력 탓으로만 보지 않고, 팀의 구조와 환경을 돌아보게 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 나는 회사에서 누군가가 소극적으로 보일 때 그 사람이 원래 의욕이 없거나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다른 질문을 해보게 됐다. 그 사람이 자신의 일이 왜 중요한지 알고 있는가? 다음 단계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보이는가? 질문하거나 실수해도 괜찮다고 느끼는가? 업무가 너무 반복되거나 쉴 틈 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구성원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서 있는 환경에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 책을 읽으면서 책의 논리를 실제 조직에 적용할 때는 조심할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은 정해진 세계 안에서 플레이어가 움직이지만, 조직 구성원은 각자의 삶과 감정을 가진 사람이다. 재미있는 목표나 발견의 기회만 제공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공정한 보상, 적절한 업무량, 상사와 동료에 대한 신뢰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 자율적으로 일하라고 하면서 필요한 정보나 지원을 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율성이 아니라 방치에 가깝다. 또한 ‘차폐’를 잘못 사용하면 정보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 구성원이 스스로 탐색하도록 한다는 이유로 회사의 중요한 결정이나 평가 기준을 알려주지 않으면 불안과 불신이 커진다. 내가 보기에 이 책이 말하는 좋은 지형은 정보를 감추는 지형이 아니라, 큰 방향은 투명하게 보여주고 세부적인 방법은 함께 찾아갈 수 있도록 만든 지형이다. 이 구분이 실제 조직에서는 매우 중요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몰입과 회복의 리듬’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는 흔히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좋은 직원이라고 생각하고, 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을 성실함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계속 오르막만 있는 길은 결국 지치게 만든다. 업무에서도 집중해서 일하는 기간이 있다면 정리하고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회의와 보고가 계속 이어지는 팀이라면 회의 없는 시간을 정할 수도 있고,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는 결과를 평가하는 것뿐 아니라 무엇을 배웠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이 책은 조직에서 사람을 움직이는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관리자는 흔히 #목표를 세우고, 지시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관리자의 더 중요한 역할은 사람들이 목표를 이해하고, 다음 행동을 발견하고, 지치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조직에서 사람을 이끌고 있거나, 반대로 조직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고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읽어볼 만하다. 특히 구성원이 왜 움직이지 않는지 고민하는 관리자라면 먼저 구성원의 태도를 판단하기보다, 그들이 서 있는 ‘필드’부터 살펴보라는 메시지를 얻을 수 있다. 게임과 조직을 연결한 발상이 신선했고, 사람을 통제하기보다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기억에 남았다. 다만 게임 경험이 없는 독자에게는 일부 개념이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고, 실제 적용을 위해서는 조직의 상황에 맞춘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그래도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조직의 문제를 사람의 의지 부족으로만 판단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속한 팀의 목표가 잘 보이는지, 스스로 시도할 여지가 있는지, 그리고 충분히 회복하며 일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독서였다.


게임 이야기로 시작한 책이 어느새 나를 둘러싼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게 만들었다. 좋은 설계란 사람을 억지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걷고 싶게 만드는 것이라는 단순한 진실. 그 진실을 게임이라는 낯선 창을 통해 새삼 확인한 시간이었다. 다음에 어디를 걷든, 내 눈앞에 놓인 #삼각형이 과연 누구의 것인지 한 번쯤 헤아려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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