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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아이브 - 위대한 디자인 기업 애플을 만든 또 한 명의 천재
리앤더 카니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평점 :
‘디자인’은 나와는 전혀 동떨어진 이야기이다. 지극히 인문학도의 길을 가는 나로서는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과연 얼마만큼 받아들여질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책장을 넘길수록 처음의 우려는 기우였다는 것을 느끼며 재미있게 쑤욱 읽어 내려갔다. 물론 제품에 관한 상세 설명과 나열부분은 그냥 아무 감흥 없이 지나쳐 갔지만 그 속에서도 그들의 디자인에 대한 철학과 열정은 무척 인상 깊었다.

《조너선 아이브》는 애플의 디자인 총괄 수석부사장 조너선 아이브(원제는 ‘조니 아이브’이다)의 삶과 디자인 철학을 다룬 책이다. 책의 표지는 《스티브 잡스》를 떠올린다. 그와는 흑백의 대조를 이루며 마치 하나의 세트 같은 느낌을 준다. 저자가 다르고 인물이 다르다보니 글의 필체나 느낌은 사뭇 다르지만, 그 중 같은 점을 꼽자면 두 인물모두 자신의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자신이 하는 일을 위해 열과 성을 다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현재의 애플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아이브의 유년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아이브가 애플에서 일하는 동안의 제품변천사, 권력다툼, 동료들과의 유대감, 잡스와의 관계 등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점은 조너선 아이브의 전기 같으면서도 초점은 ‘애플’에 맞추어져 있는 것이다. 물론 그와 애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듯하지만 제품의 상세한 설명이 본질을 흐리게 하는듯한 느낌도 받았다. (다 읽고 나서 아이브보다 애플제품들이 더 기억에 남는 건 나뿐일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품 하나 하나에 담긴 수많은 사람의 열정을 새삼 느낄 수 있었고 현대의 고도화된 문명에 그저 당연한 듯 수동적으로 응했던 내 자신이 조금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또한 제품의 기능만을 중시하던 때에 기능뿐 아니라 디자인을 중시한 그들에게서 불현 듯 공자님의 ‘문질빈빈’이란 말이 떠오르며 선각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대를 앞서가는 창조정신이 기술과 문화를 주도해 나가고 그로인해 그들의 작품들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문화’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브는 애플에서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등 우리 삶에 혁신을 가져다 준 제품들을 만들어냈다.

아이브의 디자인은 진정한 ‘심플함의 미학’ 을 구현했다. 보통 여자들은 화려함을 추구하고 남자들은 심플함을 추구하는데 애플의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으로 세련되고 심플한 멋을 잘 나타내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제품이 되었다. 기술의 혁신을 떠올리면 대개는 ‘플러스’를 생각하지만 반대로 아이브는 불필요한 것을 ‘마이너스’해 나가며 심플하고 깔끔한 디자인의 제품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애플의 신조대로 박스에서 바로 꺼내서 사용할 수 있고 심플함으로 사용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제품 본연의 기능을 최대한 발휘 시킬 수 있는 그러한 제품을 만들어냈다. 물론 여기에 이르기까지 스티브 잡스와의 끈끈한 유대감과 다른 디자이너들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구문이 있다.
“긴밀하게 협력하는 우리 팀의 커다란 강점 하나는 우리가 겨우 시작 단계에 있다는, 이제 막 출발했을 뿐이라는 마음가짐입니다. 우리는 아직 이뤄야 할 게 많습니다” - 조너선 아이브
초심을 잃지 않는 것, 무척 어렵고도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다 읽고 나니 재미있는 전기한편을 읽은 것 같았다. 치열하게 자신의 열정을 불태우면서 멋지게 살아가는 이들을 보며 나태한 스스로를 반성하고 목표를 세우게 만들어주는 책인 것 같다. 더욱이 디자인을 전공한 분이시라면 더욱 재미있게 읽힐 것 같다. 서술에서는 그가 타고난 천재인 듯 그려지지만, 자신의 꿈을 향해 타협하지 않고 달려 나가며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보다 나은 것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의 노력이 지금의 그를 만든 원동력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