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 귀남이부터 군무새까지 그 곤란함의 사회사
최태섭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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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학'의 관점으로 살펴본 '한남(한국 남자)'의 역사. 굳이 페미니즘까지 동원할 것 없이 문제적인 한남의 기원부터 현재까지를 통사적으로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그 지질함을 알리기에 족하다. 자기 성찰이나 변화의 노력 없이 '가부장제의 배당금'에 연연하고 그것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는 그들의 모습이 하도 가련해 눈물이 핑 돌 정도지만, 눈물 없이 인정사정 없이 앞으로도 한참은 그들을 질타해야 마땅할 터이다. 저자의 말대로 "누군가를 억압하지 않으면서도, 한 사람의 주체로, 또 타인과 연대하고 돌보는 자로"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날까지.

편집에 대한 불만 한두 가지. 인용문의 출전을 밝힐 때, 첫 인용과 다음 인용 사이가 너무 뜨면 그냥 "앞의 책"이라고만 하지 말고 책 이름을 한 번 더 써 주는 게 좋겠다.(예컨대, 4장의 다가 후토시의 책, 5장의 해나 로진의 책 이름을 확인하려면 둘 다 1장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또, 도표는 본문 내용과 연관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에 배치하고, 부득이하게 거리가 생길 경우 본문에 '00쪽 도표 참조'라는 식으로 안내해 줄 필요가 있다. 219쪽 아래 도표와 259쪽 도표는 서로 자리를 바꾸어야 의미 있게 쓰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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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 마티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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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디자인이 과감하다. 문틈으로 앞발을 내밀고 날카로운 한쪽 송곳니를 드러낸 채 크고 둥근 눈으로 주위를 경계하며 뭔가 하려 애쓰는 고양이 사진 말고는 심지어 제목조차 없는 앞표지. 독자는 뒤표지를 보고서야 비로소 이 책의 제목과 내용을 알게 된다. 표지를 보고 책에 흥미를 느낀 독자가 꽤 있을 법하다. 표지 디자인 문법에 대한 신선한 '도발'이 호평을 받아, 한 신문사에서 선정한 표지 디자인이 잘된 올해(2018)의 책 다섯 권 중 한 권으로 뽑히기도 했다.

표지만 보고 말랑한 책이리라고 지레짐작한 독자는 조금 당혹스러울 터이다. 요즘 서점에서 인기인, 고양이에 관한 가벼운 에세이가 아니라 번듯한 학술서(더 정확하게는 nonfiction)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저자는 다양한 자료와 연구 결과를 섭렵하면서 고양이가 어떻게 성공적으로 인간과 공생하게 되었는지, 더 냉정히 말하자면 어떻게 인간을 집사로 부리게 되었는지, 그 성공 요인을 과거와 현재를 통해 탐색하고 있는데 결론은 좀 허망하다. 실용성과 합리를 중시한다는 인간의 자부심이 무색하게도, 고양이는 전혀 실용적이지 않다.(심지어 쥐도 잘 안 잡거나 못 잡는다.) "인간은 인간이 언제나 목표 지향적이고 모든 것을 의도대로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는 허튼소리이고, "고양이가 성취한 성공의 중심에는 인간의 변덕과 애착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고양이가 인간의 거실을 차지하게 된 것은 얼굴이 인간 아기를 닮아 귀엽고 함께 있으면 왠지 행복감을 준다는 상당히 비합리적인 이유에서다.

본문만 300쪽이 훌쩍 넘는 이 책은 결국 '쓸모없음의 쓸모(無用之用)'를 애써 찾는 거의 쓸모없는 노력으로 일관하는 셈인데, 학술서의 외투를 걸친 이 허무한 탐색기가 그래도 감칠맛 나게 읽히는 것은 유머 감각 풍부한 고양이 집사 저자의 문체 덕분이고, 그 문체를 잘 살린 역시 고양이 집사인 번역자의 노고 덕분이다. 독자의 허탈감이 지나쳐 혹시 리콜 요청이라도 빗발칠까 우려했던지, 저자는 생태계 교란자인 외부 침입자요 고도 육식동물인 비실용적 고양이와 성공적으로 공생 관계를 구축한 인간의 힘--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광범한 능력--을 예찬하면서 지구상의 여러 생명체를 잘 보살피는 쪽으로 슬기롭게 그 힘을 써 달라고 당부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데, 이는 동물에 대한 탐구가 인간 자신에 대한 재인식으로 마무리되는, 이 부류 도서들의 전형적 결말과 한 치의 어긋남도 없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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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공녀 강주룡 - 제2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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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뒤의 3쪽 인터뷰 기사가 드문 재능을 만나 어떻게 한 권의 소설로 탄생하는지를 보여 준다. 역사 인물을 현재적 의미를 지닌 인물로 성공적으로 형상화했다. 자연스러운 방언 구사로 현실감을 더하는 솜씨도 예사롭지 않다. 시원시원하고 선 굵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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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학자라고 새를 다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만
가와카미 가즈토 지음, 김해용 옮김 / 박하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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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으면서도 진지하다. '웃픈' 에피소드들을 배경으로 과학하는 정신을 은근슬쩍 전하고, 일본의 외딴 섬에서 실시하는 조사 작업이 왜 글로벌한 안목을 요구하는지 알려 준다.

거의 자학적이기까지 한 유머는 낯선 '조류학'에 일반인이 좀 더 부담 없이 다가오도록 유인하는 장치이겠다. 일본에서는 교양과학 분야 장기 베스트셀러였고 지금도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만 한 대접을 받기 힘들 터이다. 분야(조류학)가 역시 좁고, 유머 코드가 너무 일본적이다.

혹시 주위에 이 책을 들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빌려서라도 한번 보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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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트럼프 왕국 - 어째서 트럼프인가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18
가나리 류이치 지음, 김진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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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 대해야 할 현상을 한바탕 소극(笑劇)처럼 대할 때 어떤 횡액이 닥치는지를 보여 주는 책. 인문학자든 인문서 독자든 이런 실사구시의 정신이 필요하다. 중요한 주제를 일회성 화제로 소비하지 않고 발품 들여 심층 취재하는 ‘르포‘ 정신이 살아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언론의 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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