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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에서 내려다본 도시 전경! 날씨탓인지 캠코더가 별로여서인지 흐리멍텅합니다.

아마 장충동쪽이 아닌가 싶은데 그때그때 기록을 해두지 않아 아리송송하네요.

 

 

 3시 되면 시작하는 풍물패 공연. 신납니다.

 

어느 나라에서 관광 온 사람들인지 모르겠는데 동남아인 건 확실해 보임.

다른 나라 사람들이니 초상권 침해에 걸리지 않을 것 같아 마음 놓고 클로즈업.^^

비싼 콜드스톤 아이스크림을 그것도 가장 큰 대자로 시켜 드시는군요.

그래서 체격들이 다들 그렇게 오동통하신 듯.^^

(아, 콜드스톤, 맛나겠다. 돌에 비벼주는 아스크림이 비싸서 그렇지 맛은 참 조아요.)

 

풍물놀이패 공연이 한창인데 그런 거 맨날 봐서 관심없다는 듯 옆에서 머리꼬랑지를 덜렁거리며

줄넘기 신공을 발휘하는 동네 처자.^^

 

오, 유연하십니다. 다리 스트레칭도 해주시고..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운동에 몰두하는

자세가 멋지게 튀어보입니다.ㅎ

 

꽹과리, 장고 장단에 신바람 난 꼬마 아가씨.

집에서 춤만 추고 살았는지 몸놀림이 아주 자연스럽더군요.

 

춤 추다 말고 코파기 신공을 선보이는 꼬마 낭자.

그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가지만 말그라. ^^

봉수대 올라가는 길가에 홀로 고고히 돋아 있던 이름 모를 빨간 열매.

(열매인지 꽃인지 모르지만 너무 깜찍합니다.)

 

오늘까지 벌써 남산에 세 번 갔는데 세 번째, 그러니까 어제(6월18일) 여행(?)때 전세 내서

혼자 타고 올라간 03번 버스.

(두 번째까지는 남산도서관에서 걸어올라갔는데 세 번째는 3시 공연시간이 빠듯해서..)

겉모습도 다르고 속모습도 일반 버스와 다릅니다. 깨끗하고 이뻐요.

 

이건 두번째 남산 가던 날인가, 신금호역 다음 정차장에서 하차해서 환승해야 하는데 잠시 착각으로 내렸던 신금호역, 거기 있던 행복코너라는 곳입니다. 다른 곳에서는 본 적 없으니 뭔가 특별한 곳이겠죠? 가끔 가다 내릴 곳을 지나치거나 덜 가서 내릴 필요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안 보이는 쪽으로 책꽂이가 있고 책자가 좀 꽂혀 있는데 정식 책은 아니고 얇팍한 잡지 종류 같더

군요. 그거 읽으면 행복해지는 지는 몰라도 제대로 된 책 좀 꽂아두었으면 하는 바램이..

 

캡처한 캠코더 영상이 어째 날짜, 찍은 순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순서가 엉망진창인데

정리하기 귀찮아 되는 대로 올렸습니다. 앞뒤 사진 이미지가 서로 연관이 안 되더라도

굳이 연결되어야 할 이유도 없으니 그런가보다 하면서 봐주시길..

 

처음에는 일반 버스보다 돈 더내고 타는 남산순환관광버스인 줄 알았던 그냥 일반 버스.

일반 버스와 다른 거라면 남산주변동네만 빙빙 돌아 남산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는 거.

 

봉수대 올라가는 입구에 위치한 분위기 있게 생긴 화장실.

속은 그저 그렇습니다. 겉볼안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광장에서는 풍물패 공연 중인데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리며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 무사들.

대장 무사께서 풍물패가 선보이는 원반돌리기 연습을 하고 계심.  매일 무술시범하기 힘들어

언젠가는 풍물패에서 원반 돌리기나 해야쥐..하는 생각으로 연습 중이신지도..^^

 

 

놀이패 공연이 끝나고 마침내 출정 자세.

 

 

예도 시작자세. 예도가 뭔지 설명해달라고는 하지 마시길. 그냥 그런 게 있다고 합니다.

 

 

멋있어 보이는 자세. 폼에 살고 폼에 죽는다.

 

 

자세가 가장 근사한 대장 무사님. 가만 보고 있으면 꼭 무협영화에 나오는

무사 같음. 동작이 절도 있고 무게 있으면서 멋이 느껴집니다.

 

 

긴 칼 시범 보인 후 마무리로 선 보인 동작.

어째 좀 어정쩡해 보이는군요. 연속 동작(동영상)으로 봐야 제맛인데 말이죠.

 

 

왼 손을 좀더 펴준 자세가 훨씬 나은데 그 장면은 도저히 캐치할 수가 없어 그냥 이걸로..

가만 보니 유성호접검이라는 무협영화의 맹성혼을 좀 닮았네요. 이 사진만.

 

 

대장님의 청룡도에 베어져나간 불쌍한 짚단들.

한 칼에 작살날 짚단이 되기 위해 그리도 열심히 살았나부다..

 

 

 

 왼 편에 있는 이쁘장한 무사는 여자인 것 같기도 하고..

 

 

그 정도의 무술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10년 이상, 또는 수십년이 필요했을 무사들.

저는 그분들이 훌륭한 예술가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공연 끝난 후 물건 치우고 마당 쓸고

하는 건 다른 사람들이 해주면 좋겠어요. 예술가라 해서 청소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지만

쓰레기봉투 들고 퇴장하는 모습보다는 우아하고 당당한 뒷모습으로 기억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외국관광객들도 많아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공연이라 할 수 있는데 말이지요.

(혹시 나중에 제가 서울시장이나 대통령이 되면 필히 시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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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일 센티 플러스 - 인생에 필요한 1cm를 찾아가는 크리에이티브한 여정 1cm 시리즈
김은주 글, 양현정 그림 / 허밍버드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NHN 마케팅센터를 거쳐 현재 TBWA 카피라이터로

'즐겁게' 일하고 있다는 김 은주씨가 쓴 일종의 힐링서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쟁쟁한 회사들만 다닐 만큼 실력있는 카피라이터라서 그런지

기발한 내용, 재치있는 구절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새로운 놀잇거리가 아닌 새로운 걱정거리를 만드는 데

자신의 상상력을 사용한다면 당신은 어른이 된 것이다.

상상 이별, 상상 실패, 상상 질병, 상상 새드 엔딩, 상상 낙방,

상상 고통들을 멈출 것.

나를 괴롭히는 것은 대부분 현실보다는 상상이다. 

 

여러 가지로 부족하고 채울 게 많은 저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한참

멀었다고 생각했는데 위의 글을 읽고보니 오갈데 없는 어른인 것 같습니다.

쓸데없는 상상, 잡념들로 자신을 괴롭히고 시간 낭비할 때가 많았으니까요.

오늘은 뭐하고 놀까..라는 고민 외에는 걱정이 없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기는

불가능하겠지만 온갖 상상의 고민들을 마음속에서 끄집어내 휴지통에

집어넣고 삭제해버리는 상상을 하면서 상상고민 버리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오늘 할 일 할 시간도 빠듯한데 고민까지 상상으로 만들어가면서 어른 노릇 하느라

그동안 무지하게 힘들었지 멈니까.

 

TV홈쇼핑에서도 배울 게 몇 가지 있다는 채널 13번의 철학,

이 책에서 가장 유머스럽고 재치있고 크리에이티브하면서 "거 참 그럴 듯하단

말이야" 싶은 부분을 꼽으라면 단연 이 챕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TBWA카피라이터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는 거..

 

후회는 기회라는 도마뱀의 꼬리다.

붙잡고 있다고 해서 기회가 돌아오지는 않는다.

 

후회를 도마뱀의 꼬리에 비유한 것이 그럴 듯한데 여기서는 글보다도

그림이 인상적입니다. 벽을 타고 올라가는 꼬리잘린 분홍색 도마뱀과

잘린 꼬리를 들고 아쉬워하고 있는 귀여운 검은 고양이..

벽 아래에는 깜찍한 꽃 몇 송이도 피어 있네요.ㅎ

 

쇼퍼홀릭의 명언도 너무 재미있습니다.

특히 이 말,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켤레의 하이힐을 사겠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저는 '내머리 사용법 댓글 이벤트'에 당첨되서 받은,

아직 먹지 않고 구경만 하고 있는 허니삼총사를 다 먹어치우겠습니다.

 

(내가 하려는 어떤 일을 어느 정도 마칠 때까지는 먹지 않을 생각입니다.

댓글 이벤트 신청했던 건 책이 탐나서라기보다는 그 저명하고 유명하신 허니버터칩님을

당첨으로 모셔오게 되면 그 분과 함께 행운도 따라올 것 같아서였습니다.

내가 할 일에는 노력도 노력이지만 행운도 많이 따라줘야 하거든요.

그럼 딱딱한 머리 말랑해지게 만들기 위해 먹고 싶다는 건 거짓말이었냐구요?

아니죠. 그 용도만으로 먹는 건 굳이 나무수제과(^^)에서 보내온 허니님들이 아니어도

상관없으니 그냥 수퍼에서 사먹어도 되지 않겠어요?

(원래는 오자마자 먹으려 했는데 먹기 아까와서..)

 

이 우주에 나 홀로, 라는 말은 아주 외롭다.

이 우주에 단둘이, 라는 말은 아주 낭만적이다.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듣고 보니 정말 그럴 듯합니다.

제일기획 전직 카피라이터도 아무나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ㅎ

 

다음 조건을 충족시키는 단 한 사람은? 에서 그 조건들을 충족시키는 한 사람은

아마도 저자의 남자 친구인듯한데 약간 특이하면서 훌륭한 인물인 것 같습니다.

책을 중간부터 읽는 습관이 있다는 건 약간 특이하고 페르시안 고양이보다

코리안 쇼트헤어를 선호한다는 점에서는 훌륭해 보이구요.

(코리안 쇼트헤어를 선호한다는 것은 길냥이들을 아끼고 이뻐해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의미니까요. 불쌍한 길냥이들에게 많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줄쳐가며 귀 접어가며 읽은 구절들이 많은데 그걸 일일이 다 언급할 수는 없어

그 중 몇 가지만 골라 인용, 감상을 말해 보았습니다.

이제 약속한 다섯 편 중 마지막 후기를 마무리할 때가 다가왔군요.

 

언젠가부터 당신이 후회스러운 과거로, 걱정스러운 미래로 이동해 다니느라

멀미를 느낀다면, 잠깐 진짜 멀미를 느낄 수 있는 여행을 떠나기를 추천한다.

떠나는 동안의 멀미는 뒤로 하고, 여행하는 내내 내 발이 닿아있는 현실에

온전히 머무르기, 힘을 얻기, 여행이기에 가능한 일들이다.

이제 출발해야 할 시간, 토요일 오후 1시 20분 터키행 비행기는 과거도, 미래도,

호그와트도 아닌, 현실로 떠난다.

 

토요일 오후 1시 20분 터키행 비행기, 타보고 싶습니다.

후회스러운 과거, 걱정스러운 미래로 여행하느라 느꼈던 멀미,

모두 뒤로 하고 진짜 여행 떠나보고 싶습니다.

나무수제과의 허니님들이 조만간 그 행운을 가져다 주시리라 믿어보고 싶습니다.

허니버터삼총사!

그것은 아마도 과자처럼 생긴 보석이거나 혹은 로또일 수도 있으니까요.^^

 

 

p.s.

책의 그림들도 아주 어여쁘고 사랑스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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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순환선 - 최호철 이야기 그림
최호철 지음 / 거북이북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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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인 어제(13일) 남산에 다녀왔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한번 갔었지만 그때 기억은 거의 나질 않습니다.)

시청역에서 402번 타고 가다 용산 도서관에서 내렸는데 버스 타면서

용산 도서관 앞에 서냐고 기사분에게 물으니 남산 도서관에 선다고 하더군요.

내리고보니 도로를 사이에 두고 용산 도서관은 오른쪽, 남산 도서관은 왼쪽에

서로를 마주보다시피 위치하고 있더라구요.-_-;;

(기사분, 남산 도서관 맞은 편이 용산 도서관이야요.^^)

 

남산 도서관은 길에서 약간 들어가 숲이 울창하게 우거진 곳에 있어

겉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반면 용산 도서관은 도로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적나라하게 잘 보였는데 척 보는 순간 헐~~ 싶었습니다.

그 초라해 보이는 단층 건물이라니..

지금까지는 송파도서관이 가장 못 생겼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그건 4층이다 아닙니까. 이건 뭐 시골 도서관처럼 달랑 한 층..

 

입구로 들어가니 오른쪽에 안내 데스크가 있고 안쪽으로 관장실이 보였습니다.

지금까지의 도서관 경험에 의하면 1층에 관장실이 위치한 경우는 없었는데

(보통 사람들이 잘 들락거리지 않는 층에 있지요) 단층 건물이라 그런가 생각하면서

그 층을 주욱 돌아보니  책이 진열되어 있는 문헌정보실이 보이질 않는 것이었습니다.

이상하다 싶어 안내도를 봤더니 3층에 있더라구요. 그리고 그 옆 중앙에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는데 그 앞에 화분 같은 걸로 못 올라가게 막아 놓았더군요.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라는 말인가 싶어 저쪽 왼편으로 위치한 엘리베이터 앞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요상하게도 밑으로 내려가는 화살표 표시만 있고 올라가는 화살표가

안 보이는 거에요. 할 수 없이 안내 데스크에 있던 남자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저쪽 엘리베이터는 내려가기만 하는 모양인데 3층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어디에 있냐고..

그랬더니 그 남자 왈,

'여긴 5층인데요. 3층은 내려가셔야 해요.'

 

중앙에 화분으로 막아놓은 계단 때문에 순간적으로 착각을 일으켰던 거지요.

남산 올라가는 언덕길에 위치해 정류장에서 보면 맨 윗층만 보이고 나머지 층은

그 아래 동네로 내려가야 제대로 보이는 구조..

단층으로 보였던 용산 도서관이 나를 참 유쾌하게 만들어주는구나

생각하면서 3층으로 올라, 아니 내려갔습니다.

 

송파도서관 서가는 처음 간 사람이라도 찾기 쉽게 진열되어 있는데 반해

용산이는 처음엔 좀 헷갈리게 생겼더군요.

서가에서 '을지로 순환선'을 뽑아와 이태원 방면의 풍광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창가에 앉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자주 이용하고 싶습니다. 어느 도서관이

그런 전망을 제공하겠어요? 감사합니다. 김 연미 작가님!)

그림 위주에 글은 아주 조금인 책이라 금방 후루룩 읽을 수 있었습니다.

벗뜨, 금세 읽기는 했고 슬쩍 보면 가벼운 만화그림책 같지만 읽으면서, 읽고나서

심경이 아주 착잡해졌습니다. 내용면에서도 그렇고 표현방식에서도 그랬구요.

먼저, 만화를 그렇게까지 꼼꼼하고 스케일 크게 그릴 수 있다는 것에 경탄했고 

그림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성실성은 감탄을 넘어 존경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책에서는 최호철 작가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65년생, 서울생.

공간 구성력과 인물 묘사력이 탁월한 그는 만화와 회화의 경계에서 이른바

현대풍속화라는 독특하고 만화적인 그림 장르를 구현해내고 있다.

청강문화 산업대학 만화창작과 교수이며 홍익대 미대에서 회화 전공,

졸업 후 화가로 활동하다 점차 애니메이션, 출판 일러스트레이션, 만화 등으로

작업 영역을 넓혔다.

 

같은 대학 같은 학과의 동료인 박인하 교수는 작품해설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최호철은 세밀함의 작가다. (세밀함의 의미는 표현과 내용 양쪽의 측면을 모두

지칭한다)...

윌 아이스너의 정의를 빌자면, 만화는 연속 예술인데 최호철의 작품에는 병렬로

연결된 서사보다는 한 화면에 산개된 인물과 이야기가 존재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작업된 그의 작품이 미술계에서 회화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스콧 맥클루드의 정의를 빌자면, 그의 그림은 '의도된 순서로 병렬'되지 않았기

때문에 회화라고 봐야 한다...

최호철은 매일 매릴 자신의 삶 속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 화면에

압축해서 쏟아낸다. 한 장의 그림에 거대한 장편 서사가 있다. 다양한 이야기와 가치와

삶의 모습들이 충돌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에 끔찍함에 가까운 작업을 최호철은

태연하게 해낸다...

문제는 '경계'다. 이것은 최호철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경계에 있기 때문에 최호철의

작품 세계에는 만화적 자아와 회화적 자아가 공존한다. 만화로 해석하는 사람들에게는

만화적 자아가 보이고, 회화로 해석하는 사람에게는 회화적 자아가 보인다...

최호철은 만화 장르와 회화 장르의 경계에서 다양한 작업을 하는 예술가이자 만화가이다..

 

저자의 친구이면서 화가이자 작가인 강 홍구씨는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삶을 다시 보게 하는 힘은 구체성에서 온다. 그의 그림 속에 있는 사소한 구체성은

추상적인 것을 다룰 때에는 없는 어떤 진실성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만화는 많이 봐왔지만 이런 만화는 본 적이 없습니다.

(윌 아이스너와 스콧 맥클루드의 정의에 의하면 회화지만 그림체는 엄연히 만화이니

일단 만화라고 합시다) 뭐가 그렇게 특별하고 대단한지 궁금한 사람은 16200원!

(돈 없는 사람은 용산 도서관..^^)

 

숀 탠의 '도착'은  2층 어린이 도서실에 가서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어린이들이 읽을 책이 아닌 것 같아요. 그림으로만 구성되어 있어

유아용, 어린이용이라 분류한 것 같은데 이건 사회를 알고 인생을 아는 사람들이

봐야 할 책이라 여겨집니다. 자세한 감상을 쓰면 지나치게 길어질 것 같아 

이 책에 대해서는 딱 두 마디만 할까 합니다.

1. 그림 뛰어나고 내용도 의미 깊은, 아주 훌륭한 걸작입니다.

2. 그림책은 무조건 어린이용이라는 편견을 버립시다.

 

도시 사방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과 산책하기 좋은 울창한 숲길, 하나 있어도

고마운 도서관이 황송하게 두 개씩이나 있는 것 등 세세하게 감상을 쓰자면 몇날 며칠

걸려도 부족할 것 같지만 다섯 번째 책 읽고 감상문을 써야 하니(300자평 쓸 책도

몇 권 밀려 있음) 사진이나 조금 올리고 마치려 합니다.

어차피 용산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두 권, 다 읽으면 갖다 줘야 하고 그거 아니라도

종종 갈 것 같으니 한 번 가고 안 갈 것처럼 후기를 거창하게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토요일이어서인지 서울타워 앞 광장에서 풍물패 공연과 무술 공연이 펼쳐졌는데

만땅 충전된 줄 알았던 캠코더 전지가 거의 방전 상태라 앞부분밖에 못 찍었습니다.

(나중에 인터넷 검색해보니 광장이름은 봉수대이고 공연은 월요일 제외한 모든 요일

오후3시에서 4시 사이에 각 25분씩 펼쳐지는군요)

 

끝으로 불만 하나를 말하자면, N서울타워, 평생 한 번이라면 몰라도 두 번 올라갈 가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서울의 사방팔방을 위에서 한번 내려다보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9천냥이나 받아드시는지 모르겠어요. 그 정도 돈이면 음료수라도 하나 주던지 해야지

그래서야 어디 심심할 때 올라 다니겠어요? 게다가 그 더러운 유리라니..

없는 듯 투명해야 경치를 봐도 시원하고 사진을 찍어도 잘 나올 텐데 이건 사진 찍어봐야

지저분한 유리창만 클로즈업 될 것 같아 아예 사진 찍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9천원 받아 돈 벌고, 케잌, 커피 비싸게 팔아 돈 버는 걸로 최소한 유리창 관리 만큼은

깔끔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니,N?

 

 

* 동영상 캡처해서 올리려 했더니 집에 피시가 뭐가 안 좋은지

사진이 그냥 시커멓게 나오는군요. 언제 피시방 가서 올려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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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첫 번째 걷기 여행 -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다독이는
김연미 지음 / 나무수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1년 중 300여일을 전국 곳곳의 길 위에서 서성인다는 여행작가 김 연미씨의

오리지날 여행서적입니다.

오리지날이란 이 책 전에 읽은 '잘 지내나요, 내 인생'과 비교했을 때의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잘 지내나요..'는 여행 자체를 목적으로 했다기보다는

여행이 곁들여진 삶에 관한 에세이라는 느낌이 강했지요. 반면 이 책은 에세이가

조금 첨가된 순수한 여행서적의 이미지로 다가옵니다. 그것도 일반적인 여행이 아니라

걷기 좋은 코스 위주로 구성된 걷기 전용 여행책이라고 할까요.

그야말로 저자가 걸었던 장소를 순서에 따라 자세하고도 꼼꼼하고 섬세하게

기록해 놓았습니다. 특이하면서 기발한 것은 단순히 경치 좋고 걷기 알맞은 장소를

그냥 주욱 나열한 게 아니라 계절별로, 그리고 기분 상태별로 분류를 해놓았다는 점입니다.

이런 식으로 말이지요.

아등바등 사는 자신을 돌아보고 싶을 때는 서울 남산을,

주말 약속이 취소되어 우울할 때는 용인의 한태 식물원 꽃길을,

(꽃길 산책하다보면 웬만한 우울은 하늘 저 멀리 날아가버릴 것 같죠?)

무뎌진 열정을 되찾고 싶을 때는 충주 하늘재,

고통에 영혼이 병들고 있을 때는 완주 화암사 가는 길,

상실감으로 마음이 허할 때는 부산 이기대 해안 산책로,

애인 없는 크리스마스가 두려울 때는 제주 올레길..

 

'애인 없는 크리스마스..'는 마지막 챕터의 제목인데 보는 순간

쿡! 하고 웃음이 터졌습니다. 크리스마스에 올레길에 혼자 온 여행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틀림없이 이 책을 읽고 그대로 실행하는 기특한 독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만일 우연히 한 장소에 모이게 된 그들이 동성이 아니라면 같은 책의 독자로

서로의 감상을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가까와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갈 때는

혼자였지만 돌아올 때는 둘이 되는 기적(?)을 이룰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이 책은 '잘 지내나요..'를 읽을 때보다 조금 더 바쁘게 읽었습니다.

각 챕터마다 소개해주는 음악 일일이 찾아 들어보고 (유튜브에 안 나와 못 들은 곡과

1분 듣기로밖에 들을 수 없던 곡이 몇 있음) 책도 '다 읽어주고 싶은데..'라는 생각을

해가면서 읽느라 말이지요.^^

저자가 소개한 책 중 읽어 본 것은 '파이 이야기' 하나밖에 없더군요.

(넓은 바다 위, 조그만 배 안에 함께 있게 된 소년과 호랑이 이야기인데

읽기 전에는 그 협소한 배경과 단촐한 탑승자에게서 무슨 얘기를 한 권 분량

뽑아낼 게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몸은 배 안에 있어도 생각은 우주를 떠돌아

다닐 수 있는 게 인간이라 그런지 이야깃거리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더라구요.

온갖 종교에 관한 이야기까지 포함되어 있고 말이지요. 드믈게 흥미진진하고 재미나게

읽은 책입니다.)

 

저자가 소개해준 책들은 거의 다 호기심을 동하게 합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눈에 뜨일 때마다 언젠가

읽어야지를 다짐하던 책이었는데 죽기 전에 반드시 읽어줄 작정입니다.^^

 

러시아의 락뮤지션 알렉산더 이바노프를 알게 된 것도 이 책을 읽은 보람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대 발 아래 하늘을 깔겠어요'는 담대해 보이는 제목과

달리 조용하고 우울해보여 그리 내 취향은 아니지만 다른 좋은 곡들이 많아 보입니다.

특히 어려운 곡을 부를 때 이바노프의 가창력, 끝내 주는군요.

전에는 러시아 뮤지션하면 오로지 빅토르 최였는데 이제 알렉산더 이바노프가

그 애정을 나눠가지게 생겼어요.ㅎ

두 사람의 나이도, 여정도 다소 비슷합니다. 빅토르 최가 권력자에게 협력하지 않아

자동차사고로 운명을 달리 했다면 이바노프는 구소련 체제에 저항해 민중 운동을

전개하는 바람에 여러 차례 정치 감호소에 투옥된 바 있다 합니다.

심한 고문을 당하지는 않았는지, 건강은 이상없는지 염려됩니다.

 

우르나 차하르 톡치의 '요람'이란 곡 차암 좋군요. 그녀의 음성을 저자는

'바삭바삭 마른 잎들을 건드리고 가는 바람처럼 들리는 맑은 목소리'라고 묘사했는데

저는 그렇게 문학적인 표현을 할 능력은 못되고 그냥 '맑고 청아하고 들으면 마음이

순수해지는 듯한 목소리' 정도로 하겠습니다. 노래 너무 좋아요. 계속 반복해 듣고 있습니다.

만일 내가 남자였다면 이 목소리의 주인공을 사랑하게 되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가사가 궁금해 네이버에 물어보니 네이버뮤직에 이렇게 나와 있군요.

 

사람들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봅니다
인식하고 싶은 것만 인식할 수 있죠
나는 내가 보고싶은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가 인식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봄빛에 숨을 쉬며 깨어나는
가녀린 연두빛 새싹들이 보입니다
인식된 현상 속에서
그것이 진실임을 알려하지만
결국은 그도 변화 속에 있는
존재하지 않는 것임을
무엇이 진실로 존재하는 것일까요
보고 듣고 느끼고 인식하는 그 순간
모두 사라지는 것을
사라진 그것들을 붙잡고
나는 그것이 전부였다 아직도 가슴 졸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허공에 빈 손..
아직 당신을 부르고 있음을..
아직 당신을 부르고 있음을..

 

가사 내용이 참 철학적이네요. 허무하고 애달픈 느낌..

 

여행책이니 만큼 책만 읽을 게 아니라 갈 수 있는 곳은 가봐주는 게

책에 대한 예의 아닐까 싶어 어제 오전 11시 경 집에서 가장 가까운 남산을 향해

집을 나섰습니다. 전철 타고 한 시간 쯤 가서 광화문역에서 하차했어요.

402번인가를 타고 남산 아래 위치한 용산 도서관에 들러 '을지로 순환선'과

'도착'을 읽은 후 남산을 오르려 했는데 (저자가 추천한 그 두 권이 동시에

비치되어 있는 곳이 용산도서관이었음) 잠시 후 뜻하지 않은 일로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전날 밤 잠을 두 시간 정도밖에 못잤더니 피곤하고 졸려 남산 등반은 커녕 서 있기도

힘들더라구요. 전철 타고 갈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말이지요.

그래서 한국에서 가장 이쁜 화장실로 선정됐다는 광화문역 8번 출구쪽 화장실

사진만 좀 찍고는 '광화문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화장실 보러 왔단다, 왔단다..

'하면서 컴백홈 하고 말았습니다.-_-;;

6월이 가기 전에 남산 재등정에 도전할 것을 책에게 약속합니다.^^

 

책에 나오는 여행지는 한번씩 다 가 보고 싶지만 특별히 마음을 끄는 곳을

꼽아 보자면..

귀여운 하얀 강쥐 캡틴이 있는 인천 강화 동검도,

칸칸마다 밖을 향하고 있어 우리나라 해우소 중 최고의 경치를 자랑한다는

해우소가 있는 충북 제천 정방사,

쭉쭉 시원스레 뻗은 대나무들이 터널을 이룬 태화강 십리 대밭길,

토끼,양,당나귀,사슴 같은 귀요미들에게 먹이주기 체험을 할 수 있다는

태안 볏가리 마을 동물농장,

저자가 '내면의 졸고 있는 감정들이 소름 돋듯 깨어나는 것을 느낀다'는 대관령 등길,

산책로 바위 위로 놓인 계단을 오르면 사람들이 딱 두가지 반응을 보인다는

(와, 바다색이 환상이에요, 오아, 길이 왜 이 모양이야) 경북 영덕 블루로드..

 등이 되겠습니다. (나는 어느 쪽일지 심히 궁금해요)

 

그리고 양페이지에 걸쳐 있는 대나무밭 사진과 307페이지의 하얀눈꽃 만발한

겨울나무들의 모습은 크게 확대해서 벽에 걸어두거나 아예 벽지로 쓰고 싶을

만큼 근사합니다. 나무수 대표님,

그림이나 벽지 사업 한번 고려해보심이 어떠실런지요? ^^

 

끝으로 저자의 궁금증 하나를 해결해주려 애쓰며 본의 아니게

(본의는 가급적이면 짧게 쓰고 싶어함) 길어져버린 후기를 마칠까 합니다.

 

부산에 있는 이기대라는 곳은 임진왜란 때 두 기생이 술 취한 왜장을

끌어안고 바다에 투신했던 곳이라 합니다. 그 두 기생의 무덤이 있어

이기대가 되었다는데 저자는 이런 의문을 제기합니다.

두 기생의 행적이 진주 논개와 비슷한데 왜 주목을 받지 못했는가..

저 나름대로 몇 가지 답을 궁리해봤으니 그 중 마음에 드는 걸 고르시기 바랍니다.

 

1. 이기대의 두 기생이 논개보다 못 생겨서.

2. 이기대 지역을 다스리던 관리의 정치력이 논개네 마을 관리보다 떨어져서.

3. 논개네 마을에서 출세한 사람들이 더 많아서.

 

가능하면 많이 좀 늘어놓고 싶었는데 이 이상은 상상력이 작동을 하지 않는군요.

휴~~

맨날 300자 간신히 넘는 날라리 후기 쓰다가 정성 듬뿍 들어간 서평 쓰려니

진이 다 빠지네요. 이제 하나만 더 쓰면 숙제 완료!

마지막까지 분발하겠습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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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나요, 내 인생
최갑수 글.사진 / 나무수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에는 흔한 여행에세이거니 했습니다.

읽어나가다보니 여행책 같기도 하고, 시 같기도 하고, 단편 소설 같기도 하고,

사랑이야기 같기도 하고, 이별 이야기 같기도 하고, 삶 이야기 같기도 하고..

어디 여행 가서 사진 좀 찍고 있었던 일 얘기 곁들이는 일반 여행서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책이었어요. 뭔지 모르게 심오하고 깊이가 있어 보인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몇 시간이면 후루룩 읽어치울 수 있는 책들과 달리 읽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이런 표현에서는 감탄도 해가면서 말이지요.

어느덧 날씨는 배부른 고양이처럼 순해졌다.

 

순해진 날씨를 배부른 고양이에 비유하다니, 독특하기도 하고 기발하기도 하고..

내가 오다가다 간식 주는 주차장 고양이는 배 고플 때는 막 비벼대다가 배부르면

언제 봤냐는듯이 쌩까고 돌아서 '이그, 저 얄미운 거..' 싶은데 말이지요.ㅎ

보통 고양이들은 먹고난 후 다가와서 고맙다는 듯이 애교를 피우는데

얘는 그 반대더라구요. (새끼 넷의 어미인데 성묘가 되지 않았는데도 출산을 해서

그런지 허벅지가 비쩍 말라 만지면 안쓰러운 마음이 왈칵 일어납니다.

그래서 사료 주는 사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닭고기나 참치캔을 사서 주곤 합니다.)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갖는 일은 분명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가지고 싶었던 것을 포기하는일, 그것 역시

새벽 두 시에 잠들어 세 시에 깨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새벽 두 시에 잠들어 세 시에 깨 본 적이 없어 체감은 못하겠지만

암튼 굉장히 그럴 듯한 비유라 여겨졌습니다.

모르긴 해도 저자는 그런 적이 꽤 있지 않았나 싶어요.

여행 다니다보니 자야 할 시간에 잠 못 잔 적도 많을 것 같구요.

 

책에 나온 음악들 찾아들어가며 이 글 쓰고 있는데 craig douglas 의 on the sunny of street 는

유튜브에 없어 프랭크 시나트라와 딘 마틴, 그리고 조 스타포드의 목소리로 한번씩 들어봤습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옛날 느낌이 물씬 풍기는 게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슈베르트의 밤과 꿈은 피아노곡보다 기타로 연주한 게 영롱한 느낌이 들어 더 나은 것 같아요.

제목대로라면 영롱한 것보다 뭔가 어슴프레한 것이 더 어울리겠지만요.

 

우리가 두려워해야 하는 건..이라는 챕터의 글은 뭐라 감상을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모자부터 가방까지 온 몸을 브랜드로 뒤집어쓰고 두 시간 내내 자신이 보낸 가장 지루했던 휴가

이야기를 하는 클라이언트의 말을 들어주느라 헤드폰으로 귀를 막아버리고 싶었다는,

더 화나는 건 카페를 나와 그가 모퉁이를 돌아 사라질 때까지 얼굴에 웃음을 짓고 서 있어야 했다는,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배낭을 꾸리고는 그에게 거절 메일을 썼다는 이야기..

 

우리가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하는 건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 것이다...라는 것이 그 일에서 저자가 얻은 교훈이라는데

클라이언트가 때려 죽이고 싶을 만큼 싫어도 거절할 입장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세상의 비극이 아닌가 싶습니다. 거절해도 충분히 살아갈 자신이, 믿는 구석이 있었던

(글솜씨와 사진) 저자를 부러워할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저자로 하여금 아이슬란드에 가보고 싶어지게 만들었다는, 음악을 듣고 있는 동안

마치 거대한 오로라 아래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그룹, 시규어 로스의 곡을 듣고

있습니다.

브릿지경제라는 신문에선 시규어로스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군요.

긴 눈과 얼음의 시간을 음악에 녹여낸 밴드. 팔세토 창법으로 자신들의 언어

‘희망어(Hopelandic)’를 더욱 몽환적으로 전한다.

(팔세토 창법이 뭔가 검색해보니 성악에서 사용되는 발성법으로 높은 음을 내기 위해

내는 가성인 것 같습니다.)

지금 Olsen Olsen 이란 곡을 들었는데 웅장하면서 신비스러운 것이 현대의 교향곡 같은 느낌입니다.

이어서 들은 다른 곡들은 그보다는 덜 웅장하지만 긴 눈과 얼음의 시간을 음악에 녹여냈다는

평에 수긍이 갈 만큼 신선하고 신비하고 몽환적입니다.

Svefn-g-englar 는 차분한 느낌이 좋고 Popplagið 란 곡은 처음에는 조용하더니 나중에는

상당히 박력 있어지는군요.

예전의 프로그레시브록 밴드들의 곡들과 좀 비슷하면서도 그보다는 좀더 진보한 느낌이랄까요.

전체적으로 마녀나 요정이 등장하는 판타지풍의 영화에 나오면 아주 잘 어울릴 듯한 분위기의

환상적인 음악들이라 오로라 밑에서 들어도 정말 딱일 것 같습니다.^^

참 세상은 넓고 음악 세계도 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밴드가 아닌가 싶습니다.

 

책에 실린 사진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고양이 사진입니다.

저자는 '저 멀리 어딘가를 응시하는 듯한 망연한 눈빛'이라 표현했는데 눈빛, 각도 포착을

아주 잘 한 것 같습니다. (그저 고양이라면 헬렐레 하는 고양이 매니아.^^)

 

어느 날 인생은 물끄러미..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스스로에게 뭔가 존경할 만한 질문 하나를 가지고 살아 보자..

오늘부터 인류를 위한 걱정도 조금 하면서, 파키스탄 사막고양이와 북극곰의

개체 수에 대한 걱정도 조금 하면서, 만델라의 생일도 축하하면서, 좀 쉬어가면서,

스스로에게 칭찬과 격려와 위로도 날리면서...

 

인류,만델라,북극곰은 몰라도 사막고양이라면 조금 걱정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긴 고양이인지 찾아보니 얼굴 형태가 우리가 아는 고양이들이랑 약간 다른 것

같네요. 그래봐야 어쨌든 귀여운 고양이지만요.^^

이제 막 여행을 시작한 이들이 저자에게 꼭 하는 질문이 있다고 합니다.

여행 도중 지치고 힘들 때는 어떡하느냐, 처음이라 두려운데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나,

여행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나, 여행이 언제나 즐거운가, 일상은 피곤한가, 훌륭한 여행이란

어떤 것인가 등등...

여행이 언제나 즐겁냐는 질문에 저자는 여행에 관해 말하는 그 자체가 즐거움이라고 합니다.

이건 질문이 좀 잘못됐다고 봐요. 여행이라 해도 결국 삶인데 어떻게 늘 즐거울 수가 있겠어요?

한곳에 붙어 지루하게 사는 것보다야 즐거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딜 가나 사람 상대는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고 그 사람들이 늘 즐거운 사람들일 수만은 없는데 말이지요.

그리고 부유해서 아무 걱정 없이 맘놓고 자유롭게 여행을 한다면 몰라도 툭하면 등 뒤에서

생계걱정의 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오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겠지요.

느긋하게 여행하고 싶은데 취재를 위해 빨리빨리 다녀야 하거나 가슴에서 우러나지 않는데

마감 때문에 억지로 쥐어짜내듯 글을 써야 할 때나, 사랑이, 우정이 고픈데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나...

막상 여행 다닐 때는 힘들었는데 지나고나서 그 여행에 관해 얘기할 때는 즐거운,

뭐 그런 케이스도 간간이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찰리 해이든과 팻 메쓰니가 함께 한 연주곡 ​The Moon Is A Harsh Mistress 를 듣고 있습니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곡..(팻 메쓰니는 조금 알고 조금 호감을 가지고 있지만 찰리 해이든은

처음 들어본 이름인데 작년에 죽었고 특이(?)하게도 베이스 연주자였네요.)

카페 그루브..라는 곳에 올라와 있는 설명글 보니 다소 멋져보이는 인물이에요.

음악과 연주 그 자체보다는 '진보와 혁명'으로 가득한 가치관에 따르는 평가가 우선했던

베이시스트 찰리 해이든은 우습게도 팻 메시니와의 듀엣 앨범 'Beyond the Missouri Sky'

를 통해 본격적으로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녹턴과 볼레로의 미적 감성을

아름답게 조화시킨 앨범 'Nocturne'과 곤잘로 루발카바와의 내한 공연을 통해 국내에서의

인지도와 인기가 뒤늦게서야 올라갔다.

감나무 아래 쌓였던 첫눈이 녹은 날, 저자가 듣고 또 들었다는 파블로 카잘스의

the song of the birds를 듣고 있습니다. 새의 노래가 꽤나 우울해 보이는군요.

이어서 카잘스가 연주한 Bach Cello Solo Nr.1, BWV 1007 이 자동적으로 재생되어

어쩔 수 없이(?) 듣게 됐는데 무게감 있는 첼로 소리도 들을 만 한 것 같습니다.

밤과 꿈을 다른 사람의 연주로 한번 더 들어보고 싶어 유튜브 영상을 검색하다보니

서혜경씨 연주가 있어 클릭해봤습니다.

아까의 피아노나 기타보다 훨씬 좋군요. 같은 곡이라도 연주하는 악기와 사람에 따라

느낌이며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다는 사실..

서혜경씨의 연주로 들으니 밤과 꿈이 대단히 아름다운 곡이라 여겨집니다.

세번 반복해 들어주시고...

총 81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 내용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챕터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49장입니다. 이 부분이 몹시 마음에 들어요.

자기가 원하는 물건을 아무런 고민 없이 다 살 수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 하며

건널목을 건너다가 한눈파는 운전자가 모는 자동차에 치일 뻔했고, 그 순간 밴프의 겨울을

잠깐 떠올렸다. 자동차는 무덤덤하게 지나갔고 운전자는 나를 노려보았다.

그 찰나의 순간, 나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백패커가 지구에 잠시 들른다면, 이런 곳에서

내리는 게 아니었어 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지나갔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는 어떤 책을 읽다 은하수를 여행하는..이라는 말만 나오면 눈이 쫑긋해집니다.

우주 여행 할 때 들고 가고 싶은 책 단 한 권을 뽑으라면 망설일 것도 없이 저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선택할 겁니다.(다섯 권 합본으로 된 한 권! ^^) 

히치하이커가 아니라 백패커라 한 부분에서 살짝 삐끗하긴 했지만 뭐 거의 사촌이니까..^^

자기가 원하는 물건을 아무 고민 없이 다 살 수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이냐구요?

저는 알 것도 같아요. 예전에 LP시절에는 듣고 싶은 음악이 있으면 비싼 판을 구입해서

들어야 했고 설령 돈이 많다 해도 한국에 수입되지 않은 판에 있는 곡은 거의 들을 수가

없었지요. 그때는 원하던 음반 하나를 구입하면 참 뿌듯하고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유튜브에 곡명만 쳐넣으면 못 듣는 곡이 없습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모르는 음악들, 바로바로 들을 수 있습니다.

편리해서 좋기는 하지만 예전과 같은 흥분, 설레임, 행복감, 이런 걸 느끼긴 불가능하지요.

지나친 결핍은 불행을 유발하지만 어느 정도의 결핍은 삶을 역동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지만 빌 게이츠 정도의 부자가 되는 것과 어느 정도 결핍을

느끼며 사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숨도 쉬지 않고 빌 게이츠를 고를 겁니다.

하지만 빌 게이츠가 된다 해도 늘 돈에 대한 결핍을 느낄 것 같아요. 그 정도로 돈이 많다면

전 지구적으로 빈곤과 질병과 무지를 ​퇴치하는 일에 손발 걷고 뛰어들어야 할 텐데 그렇게

되면 빌 게이츠의 재산도 새발의 피정도밖에 안 될 테니까요.

가능하다면 나와 가족 먹고 사는 고민에서 벗어나 전 지구적인 고민 좀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의외로 길어진 후기, 이만 마무리할까 합니다.

책과 덜 관련되는 소리가 많은 듯도 한데 이런 후기를 금정연 스타일이라고 한다지요? ^^

금정연씨는 한국, 아니 세계, 아니 우주 최고의 평론가입니다.

그 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자그마치 두 번인가 세 번 읽은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이 책의 저자 최갑수 씨도 우주급 작가입니다.

안내서를 읽은 것 같으니까요.ㅎㅎ (아, 이 다정한 편견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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