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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순환선 - 최호철 이야기 그림
최호철 지음 / 거북이북스 / 2008년 2월
평점 :
토요일인 어제(13일) 남산에 다녀왔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한번 갔었지만 그때 기억은 거의 나질 않습니다.)
시청역에서 402번 타고 가다 용산 도서관에서 내렸는데 버스 타면서
용산 도서관 앞에 서냐고 기사분에게 물으니 남산 도서관에 선다고 하더군요.
내리고보니 도로를 사이에 두고 용산 도서관은 오른쪽, 남산 도서관은 왼쪽에
서로를 마주보다시피 위치하고 있더라구요.-_-;;
(기사분, 남산 도서관 맞은 편이 용산 도서관이야요.^^)
남산 도서관은 길에서 약간 들어가 숲이 울창하게 우거진 곳에 있어
겉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반면 용산 도서관은 도로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적나라하게 잘 보였는데 척 보는 순간 헐~~ 싶었습니다.
그 초라해 보이는 단층 건물이라니..
지금까지는 송파도서관이 가장 못 생겼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그건 4층이다 아닙니까. 이건 뭐 시골 도서관처럼 달랑 한 층..
입구로 들어가니 오른쪽에 안내 데스크가 있고 안쪽으로 관장실이 보였습니다.
지금까지의 도서관 경험에 의하면 1층에 관장실이 위치한 경우는 없었는데
(보통 사람들이 잘 들락거리지 않는 층에 있지요) 단층 건물이라 그런가 생각하면서
그 층을 주욱 돌아보니 책이 진열되어 있는 문헌정보실이 보이질 않는 것이었습니다.
이상하다 싶어 안내도를 봤더니 3층에 있더라구요. 그리고 그 옆 중앙에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는데 그 앞에 화분 같은 걸로 못 올라가게 막아 놓았더군요.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라는 말인가 싶어 저쪽 왼편으로 위치한 엘리베이터 앞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요상하게도 밑으로 내려가는 화살표 표시만 있고 올라가는 화살표가
안 보이는 거에요. 할 수 없이 안내 데스크에 있던 남자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저쪽 엘리베이터는 내려가기만 하는 모양인데 3층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어디에 있냐고..
그랬더니 그 남자 왈,
'여긴 5층인데요. 3층은 내려가셔야 해요.'
중앙에 화분으로 막아놓은 계단 때문에 순간적으로 착각을 일으켰던 거지요.
남산 올라가는 언덕길에 위치해 정류장에서 보면 맨 윗층만 보이고 나머지 층은
그 아래 동네로 내려가야 제대로 보이는 구조..
단층으로 보였던 용산 도서관이 나를 참 유쾌하게 만들어주는구나
생각하면서 3층으로 올라, 아니 내려갔습니다.
송파도서관 서가는 처음 간 사람이라도 찾기 쉽게 진열되어 있는데 반해
용산이는 처음엔 좀 헷갈리게 생겼더군요.
서가에서 '을지로 순환선'을 뽑아와 이태원 방면의 풍광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창가에 앉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자주 이용하고 싶습니다. 어느 도서관이
그런 전망을 제공하겠어요? 감사합니다. 김 연미 작가님!)
그림 위주에 글은 아주 조금인 책이라 금방 후루룩 읽을 수 있었습니다.
벗뜨, 금세 읽기는 했고 슬쩍 보면 가벼운 만화그림책 같지만 읽으면서, 읽고나서
심경이 아주 착잡해졌습니다. 내용면에서도 그렇고 표현방식에서도 그랬구요.
먼저, 만화를 그렇게까지 꼼꼼하고 스케일 크게 그릴 수 있다는 것에 경탄했고
그림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성실성은 감탄을 넘어 존경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책에서는 최호철 작가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65년생, 서울생.
공간 구성력과 인물 묘사력이 탁월한 그는 만화와 회화의 경계에서 이른바
현대풍속화라는 독특하고 만화적인 그림 장르를 구현해내고 있다.
청강문화 산업대학 만화창작과 교수이며 홍익대 미대에서 회화 전공,
졸업 후 화가로 활동하다 점차 애니메이션, 출판 일러스트레이션, 만화 등으로
작업 영역을 넓혔다.
같은 대학 같은 학과의 동료인 박인하 교수는 작품해설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최호철은 세밀함의 작가다. (세밀함의 의미는 표현과 내용 양쪽의 측면을 모두
지칭한다)...
윌 아이스너의 정의를 빌자면, 만화는 연속 예술인데 최호철의 작품에는 병렬로
연결된 서사보다는 한 화면에 산개된 인물과 이야기가 존재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작업된 그의 작품이 미술계에서 회화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스콧 맥클루드의 정의를 빌자면, 그의 그림은 '의도된 순서로 병렬'되지 않았기
때문에 회화라고 봐야 한다...
최호철은 매일 매릴 자신의 삶 속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 화면에
압축해서 쏟아낸다. 한 장의 그림에 거대한 장편 서사가 있다. 다양한 이야기와 가치와
삶의 모습들이 충돌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에 끔찍함에 가까운 작업을 최호철은
태연하게 해낸다...
문제는 '경계'다. 이것은 최호철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경계에 있기 때문에 최호철의
작품 세계에는 만화적 자아와 회화적 자아가 공존한다. 만화로 해석하는 사람들에게는
만화적 자아가 보이고, 회화로 해석하는 사람에게는 회화적 자아가 보인다...
최호철은 만화 장르와 회화 장르의 경계에서 다양한 작업을 하는 예술가이자 만화가이다..
저자의 친구이면서 화가이자 작가인 강 홍구씨는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삶을 다시 보게 하는 힘은 구체성에서 온다. 그의 그림 속에 있는 사소한 구체성은
추상적인 것을 다룰 때에는 없는 어떤 진실성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만화는 많이 봐왔지만 이런 만화는 본 적이 없습니다.
(윌 아이스너와 스콧 맥클루드의 정의에 의하면 회화지만 그림체는 엄연히 만화이니
일단 만화라고 합시다) 뭐가 그렇게 특별하고 대단한지 궁금한 사람은 16200원!
(돈 없는 사람은 용산 도서관..^^)
숀 탠의 '도착'은 2층 어린이 도서실에 가서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어린이들이 읽을 책이 아닌 것 같아요. 그림으로만 구성되어 있어
유아용, 어린이용이라 분류한 것 같은데 이건 사회를 알고 인생을 아는 사람들이
봐야 할 책이라 여겨집니다. 자세한 감상을 쓰면 지나치게 길어질 것 같아
이 책에 대해서는 딱 두 마디만 할까 합니다.
1. 그림 뛰어나고 내용도 의미 깊은, 아주 훌륭한 걸작입니다.
2. 그림책은 무조건 어린이용이라는 편견을 버립시다.
도시 사방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과 산책하기 좋은 울창한 숲길, 하나 있어도
고마운 도서관이 황송하게 두 개씩이나 있는 것 등 세세하게 감상을 쓰자면 몇날 며칠
걸려도 부족할 것 같지만 다섯 번째 책 읽고 감상문을 써야 하니(300자평 쓸 책도
몇 권 밀려 있음) 사진이나 조금 올리고 마치려 합니다.
어차피 용산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두 권, 다 읽으면 갖다 줘야 하고 그거 아니라도
종종 갈 것 같으니 한 번 가고 안 갈 것처럼 후기를 거창하게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토요일이어서인지 서울타워 앞 광장에서 풍물패 공연과 무술 공연이 펼쳐졌는데
만땅 충전된 줄 알았던 캠코더 전지가 거의 방전 상태라 앞부분밖에 못 찍었습니다.
(나중에 인터넷 검색해보니 광장이름은 봉수대이고 공연은 월요일 제외한 모든 요일
오후3시에서 4시 사이에 각 25분씩 펼쳐지는군요)
끝으로 불만 하나를 말하자면, N서울타워, 평생 한 번이라면 몰라도 두 번 올라갈 가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서울의 사방팔방을 위에서 한번 내려다보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9천냥이나 받아드시는지 모르겠어요. 그 정도 돈이면 음료수라도 하나 주던지 해야지
그래서야 어디 심심할 때 올라 다니겠어요? 게다가 그 더러운 유리라니..
없는 듯 투명해야 경치를 봐도 시원하고 사진을 찍어도 잘 나올 텐데 이건 사진 찍어봐야
지저분한 유리창만 클로즈업 될 것 같아 아예 사진 찍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9천원 받아 돈 벌고, 케잌, 커피 비싸게 팔아 돈 버는 걸로 최소한 유리창 관리 만큼은
깔끔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니,N?
* 동영상 캡처해서 올리려 했더니 집에 피시가 뭐가 안 좋은지
사진이 그냥 시커멓게 나오는군요. 언제 피시방 가서 올려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