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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소중한 나
김수경 지음 / 규장(규장문화사)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참으로 소중한 나
이 책을 손에 잡고 들었을때 그 무게의 가벼움은 피식~나를 웃음짓게 했다.
그리고 몇장 스르르 넘겨보았을때 삽화와 함께 아주 짧은 글들은 더욱 가소롭게까지 느껴졌다.
바쁜 일상때문에 이 책은 책상 맨 앞 칸에 자리한 채 그렇게 한참을 내게 선택받지 못하고 초라하게
내게 읽혀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러날이 지나고...간단한 집청소가 끝난 뒤 비로소 책을 집어들었다.
얼른 읽고 끝내자 ! 그게 나의 처음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장, 두장, ...열장...백여장 째가 넘어가면서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에 잠시 멈춰야했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까?.
덩그러니 빈 집에는 나밖에 없는데 왜 그런 생각이 들지?
내 심장은 쿵쿵 거렸고 내 머리속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결코 그리스도인이 아니다. 그래서 처음 이 책을 접했을때 <하나님이~ 어쩌고 저쩌고~>하는 구절이 나오길래 나와는 상관없는 그런 복음식의 책으로만 알았던 것이다
그래서 피식 웃음이 나왔을까?..
하지만 어느순간 이 책은 내 속의 나도 모르는 또다른 나의 자아를 처절하게 불러 깨우고 있었고 나도 깨닫지 못했던 상처받고 지워버려야만 했던 내 과거의 어느 한켠속 나를 서서히 돌아보게 하고 있었다.
나는 순수하다 나는 착하다 나는 사람들에게 늘 친절하다
그래서 남들에게서 항상 사람좋다는 소릴 듣는다
아니 그래야만 직성이 풀린다.
그렇지만 그럴때마다 내게는 속 끓이는 인내와 억지웃음을 지어야하는 일그러진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또 나를 환영하는 듯한 자리에서는 아주 자연스럽고 의기양양하게 행동할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나를 홀대한다거나 환영하는 듯한 기색이 없으면 어느새 나는 초라해지고 나를 당당하게 내세울수 없게 된다는 책속의 구절구절이 얼마나 내 가슴을 후벼파고 거울속의 나를 보는 것처럼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책 속의 <나> 와 현실의 <나>가 아주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가 조금씩은 이와 비슷하지는 않을까
자신에게서 조금만 떨어져서 자신의 자아를 지켜보면 그 자아가 수면속에 얼굴을 담그고 자신의 어두웠던 과거를 지켜보며 괴로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과거에 의해 형성된 수많은 매듭짓지 못한 뿌리들이 현실의 나를 옭아매고 있어 부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위선적인 내가 되게 하고 있지는 않을까
문득 , 뜬금없게도 조성모의 노래 <가시나무>가 떠올라 입으로 웅얼거리게 되었다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당신의 쉴 곳이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같네 ...>
이 노래를 예전에 들을땐 무슨 소린가 했더니...내가 지금 깨닫고 있는 이것과 같은것일까?
내 속에도 내가 너무나 많다
부끄러운 나, 자랑스러운 나, 착한 나, 악한 나,거짓말하는 나, 잔인한 나, 여린 나, 누군가가 싫은 나..
말씨가 이쁜 나,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나...
그리고 내 주위의 모든 다른 이들도 나처럼 이렇듯 수많은 자신들과 힘겹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나 자신의 진정한 행복과 소중함을 만끽하려면 마음속의 어두웠던 짐을 모두 벗어버릴수 있도록
용서하자 ! 화해하자 !
누구와?...무엇을?..
누구든, 무엇이든, 그것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나 자신이든 말이다
그리고 더이상 걱정하지 않기로 하자
지금 현실에 처해있는 나의 두통거리, 사랑하는 누군가가 곧 나를 떠나려고 하는 이런 현실
너무나 마음 아프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그것도 다 계획된 나의 인생이겠지 하며 준비하자
참으로 소중한 나
그리고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나를 위해 ...이젠 의심하지 않기로 하자 !
* 처음 책을 접했을때의 나와 불과 한~두 시간 뒤의 나는 많이 달라져있었다.
이 책에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