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홀릭
권지예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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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하루 세끼 밥을 먹는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가난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영양가 많은 밥을 먹일 수 있는 어머니는 행복하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이나 다 커버린 지금이나 내게 따스한 밥 한 술이라도 더 먹이고 싶어 안달하시는 내 어머니. 그 밥 힘으로 이렇게나마 큰 나도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그 힘을 전해주어야겠다. 쌀을 맑게 씻어 지은 밥을 푸면서 씩씩하게 소리친다. "자아, 밥이다. 얘들아 밥 먹어라!" 밥 짓는 일의 소중함을 다시 느낀다. (p.163)  
   

 

작년 한 해를 돌아보면 참 사람때문에 스트레스 받았던 해였다. 고등학교 2년동안 같은반을 했던 친구들과 너무 익숙한 탓인지 좀처럼 발휘되지 않았던 나의 외향성과 내성적으로 변해버린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 어쨌든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인연을 만들어가고 그 어색하고 낯선 분위기를 극복하며 친해지려고 노력해야 하는... 일련의 사람사귀기 과정들이 참 버겁고 힘들었던거 같다. 하지만 대학에와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수다를 떨고 언제 어색해냐는듯 친숙하고 익숙해지고 정든걸 보면 참 사람관계라는 건 신기하기도 하다.

권지예의 해피홀릭은 그 신기하기만 한 '사람'에 대한 유쾌하고 재미있는 수다를 한껏 담아낸 책이다. 그녀가 적었던 추억의 일기장을 엿보듯이 한페이지 한페이지씩 읽는 재미가 왜그렇게 쏠쏠한지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

해피홀릭에는 말그대로 '홀릭'스러운 내용들이 가득하다. 추억속의 그, 추억 속의 그녀, 추억 속의 나. 추억의 상자를 열어서 그녀와 함께였던, 그리고 함께인 '사람'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톡톡튀는 그 유쾌함으로 들려준다. 남편과의 잔잔했던 사랑, 문학에 대한 그 열의를 한껏 나눴던 동지에게 보내는 편지, 여행길에서 만난 멋쟁이 할머니, 어머니와 자식에 대한 가족이야기등등.  징글징글하지만 결국 사람때문에 울고 웃었던 그 행복하기도 했고 슬프기도 했던 사람과의 추억이야기가 펼쳐진다. 또 결국 나 또한 사람이듯이 나 자신 즉 자아와의 만남 속에 더욱 성숙해지고 그 속에서 교훈을 찾는 시간도 해피홀릭을 통해 가져볼수있다.

책을 읽으며 나를 그토록 괴롭혔던 '사람'에 대해 생각해본다. <멀리가려면 함께가라>에서 결국 나도 사람때문에 스트레스 받지만 상대방도 나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는 그 구절이 문뜩 떠오른다. 해피스러운 말로 바꿔보면 나도 상대방때문에 추억이 쌓이고 즐겁게 되면 상대방도 나때문에 추억이 만들어지고 즐겁다는 것! 역발상해보니 결국 '사람'이라는 것은 주고 받고, 주고 받고 그 과정들을 통해 내 자신을 성숙하게 하고, 반성하게 하고, 또 발전하게 만드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때로는 혼자있고 싶을 때도 있지만 결국은 내가 돌아오고, 지금 살아가고 있는 곳은 사람들 무리 속이라는 것.

많은 추억들 속에서도 나를 항상 웃게하는 건 사람과 관련된 추억이라는 것을 해피홀릭과 함께 했던 시간동안 깨달았다.  또 더이상 나에게 사람은 스트레스가 아니라 해피스러운 존재라는 것. 그리고 나 또한 권지예 그녀처럼 사람에 대한 책을 쓸 수 있을때 책 한권을 가득채울 추억을 만드려면 지금 내 옆에 있는 한사람 한사람의 인연을 소중히 해가는 것도 중요하단 걸 알았다.

사랑만이 사랑의 아픔을 치료할  수 있듯이
사람만이 사람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가 추절추절와 친구와의 약속을 미루고 싶은 생각이 굴뚝갔지만 해피홀릭을 다시 가슴에 꼭 품어본다. 그리고 나의 귀차니즘과의 당당한 승리하고 오늘도 사람과의 추억을 한가지 더 만들기 위해 비를 맞으며 기쁘게 친구를 만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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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뽑을 수밖에 없는 취업의 고수들
강민석, 이효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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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입생이 되어 대학교에 들어가면 OT, 새터, MT, 입학환영회, 개강파티등등등... 3월 내내 신입생들을 위한 술자리 파티가 벌어지니 나같이 술자리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은 스트레스 받기 십상이다. 그리고 이런 저런 핑계로 빼려고 하면 선배들이 하는 말의 대부분은 1학년땐 놀아야 된다. 1학년때 안놀면 언제 노냐. 2학년때부터 마음 잡고 슬슬 공부 시작하면 된다!!! 전부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물론 다들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러나 그것도 옛말이지 요즘같이 취직하기 힘들고, 이십대 태반이 백수인 이태백 사회에서는 당치도 않는 말인거 같다. 물론 대학이 취업을 위한 터전은 아니지만 어쨌든 대학을 졸업하면 사회인이 되어야하는 당연한 이치 앞에 그래도 자기 앞가림은 해놓고 놀아야지 무조건 논다는 건 시대에 뒤떨어지는 발상이 아닌가 고민하고 있던 찰나 회사가 뽑을 수 밖에 없는 취업의 고수들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이 다른 취업 관련 서적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SKY 출신. 소위 말하는 명문대 출신 학생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중상위권 서울소재대학과 더불어 지방대에 다니며 취업에 성공한 학생들의 취업기를 중심으로 취재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게 아닌가 싶지만 사실 취업분투기를 담은 신문내용이나 책들을 보면 다들 명문대 출신 취업자들의 경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대한민국 몇프로만이 갈 수 있는 명문대생보다 그 이외의 대학, 지방대 학생들이 더욱 많다는 현실을 생각해보면 이 책은 어느 책보다 취업준비생들에게 실질적이고 더욱 현실적인 정보와 노하우를 제공해줄 수 있는거 같다. 

「 회사가 뽑을 수밖에 없는 취업의 고수들에는 」총 10명의 취업분투기 이야기 나온다. 10人은 대학도 다르고, 전공도 다르며, 취직한 회사도 다르고, 각각의 노하우도 다르다. 하지만 모두 '열정'이라는 평행선 위에 서있다는 것은 공통분모인거 같다. 

 한마디로 그는 도서관 경비나 다름없었다. 새벽 5시 45분에서 6시 사이면 도서관에 출근 도장을 찍었으니 말이다. 그 시간에 도서관에 입장해서는 9시 첫 수업이 있기 전까지 공부를 하거나 공모전을 준비하고, 수업이 끝나면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갔다.  (p.19 -머리보다는 발! 땀으로 내공을 키워라-) 
 

그에게 일주일은 '월화수목금금금'이었다니 그렇게 말하는 게 당연할지 모른다. " '남들은 일주일에 이틀을 쉬지만 난 그 시간에 더 준비하고 노력한다' 이런 게 제 경쟁력이었던 거죠. 자기 전에는 다음날의 스케줄을 짜고 봐야 할 책을 미리 정해 놓기도 했죠. 책을 볼 때도 일독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두번 세 번 읽는 게 중요하고요. " 
 
 어른들이 잘 하시는 말 중에 '성공하려면 남과는 똑같이 행동해서는 안된다. 남과는 다른 뭔가가 있어야한다.'라는 말처럼 그들에게는 남과는 다른 삶의 습관이 있었고 노력이 있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더 준비된 사람으로써 좁은 취업의 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특히 나는 많은 꼭지들 중에서도 '세상은 당신에게 플랜 B를 준비하라 한다'라는 부분이 가장 인상깊었고 좋은 자극제가 되었던거 같다. 

"하나만 준비하는 것은 결코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에요. 물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러기는 좀 힘든 것 같아요. 항상 두세가지, 아니 세가지는 많고, 그걸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보험을 들어두세요. 단 하나만 보고 가다가는 무너지기 쉬우니까요. 무너지는 건 결국 한순간인 것 같아요." (p. 65~66 - 세상은 당신에게 '플랜B'를 준비하라 한다 -) 
 
 2학년에 올라가면 요즘 내가 가장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는 '경영학'을 복수전공으로 신청하는 것은 어떨가 진지하게 고민하던 차에 이 꼭지를 읽으며 나만의 플랜B를 위해  복수전공을 신청해야겠다고 결심할 수 있었다. ^^

 이 외에도 이 책에는 각 취업자들의 면접 후기도 생생하고 현장감 넘치게 들려주고 각 꼭지 마지막에는 각 취업자들의 포트폴리오라는 코너로 노하우들을 깔끔하게 정리해둬서 핵심적인 정보와 노하우를 캐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는 단순한 취업 노하우만을 들을수 있는게 아니라 젊은 청춘들에게 '취업'이라는 인생의 한고비를 넘기 위해 진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던져준다. 공모전에서 상을 받는 것도 중요하고, 학점을 잘 받는 것도 중요하고, 스펙을 쌓는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에 이 모든 것의 밑바탕은 부지런함이고 노력이고 열정이라는. 우리가 가장 보편적으로 알고 있었으면서도 가장 중요한 땐 놓치고 있었던 부분들을 다시 원점에 서서 가르쳐준다. 

 이러한 점에서 나는 감히 이 책의 제목을 바꿔서 부르고 싶다. 「회사가 뽑을 수밖에 없는 취업의 고수들」이 아니라 「회사가 뽑을수 밖에 없는 열정의 청춘들」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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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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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아하는 책을 읽고 나서는 리뷰 쓰기가 더 힘든거 같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 가슴 벅찬 감동과 희열을 한편의 글안에 담아내기에는 나의 역량도 부족할뿐더러 그 공간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건 사랑이였네를 읽고나서도 한동안 리뷰를 쓸 수가 없었다. 겨우 그 감동을 꾹꾹 눌러 가슴 한켠에 정리해두고야 이 글을 쓸 수 있었으니^^

‘한비야’ 이름만 들어도 내 가슴을 뛰게하는 나의 영원한 이상향이자 롤모델. 한비야 작가님과의 첫만남을 되돌아 보면 때는 초등학교 6학년.  예쁜 담임선생님께서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을 항상 책상위에 올려두고 즐겨 읽으시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마음에 참 멋있어 보였다. 그래서 나도 선생님처럼 기행문을 읽어 봐야지라고 마음을 먹고는 책대여점으로 갔다. 무작정 책대여점 아주머니께 기행문이나 여행기 책은 없냐고 여쭤봤더니 아주머니께서 추천해주신 책이 바로 ‘바람의 딸. 우리땅에 서다’였다. (그때 그 아주머니께 정말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처음에는 나도 선생님처럼 기행문을 읽는 꽤 수준 높은 학생이라는 나만의 생각에 빠져 그 책을 빌려왔다는 사실만으로 뿌듯했었다. 그러나 한 장, 한 장 책을 읽어나가며 수준은 둘째치고 너무 재미있어서 하루만에 책을 다 읽고 말았다. 도저히 한권으로만으로는 성에 안차 한비야 작가님의 모든 책을 찾아읽으며 글에 반하고, 작가님의 그 용기에 반해 팬의 길을 걸어온지(?) 근 7년. 지도밖으로 행군하라 이후 오랜 기다림 끝에 ‘그건 사랑이였네’로 새롭게 팬들에게 돌아오신 한비야 작가님^^
 
‘그건 사랑이였네’가 출간되자마자 바로 구입해서는 곧바로 다 읽지 않고 읽고 싶은 그 마음을 참으며 한편씩만 읽어갔다. 읽고 또 읽으며 일명 ‘한비야식 문체’의 매력에 푹 빠져 너무도 맛나게 읽었다. 특히 이번 책에서는 손님을 초대해 차한잔 마시면서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기분으로 이 책을 썼다는 작가님의 의도 그대로 ‘한비야’라는 본인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셔서인지 더욱 작가님가 친해졌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가슴 뛰게 하는 첫사랑과의 만남, 120살까지의 인생계획, 종교관, 추천책, 글 잘쓰는 비법, 습관, 긴급구호팀장으로 활동하며 겪었던 현장에서의 일들. 작가님의 팬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물어보고싶었던 것들을 ‘그건 사랑이였네’ 한권에 속시원하게 털어내고 이야기 해주셨다.  
 
또 공감해볼 일상에서의 일들과 생각들에 대해서도, 알고있었지만 미처 깨닫지 못했던 교훈과 의미에 대해서도 차분히, 유쾌하게 들려준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하고싶은 일은 너무 많은데 항상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이 공감하고 깨우칠수 있는 문장 하나
“세상에는 계획과 열정과 노력만으로 안 되는 일도 많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루는 24시간뿐이고 에너지와 돈도 한정이 있을 테니까. 하지만 가장 하고 싶은 일에 자신이 갖고 있는 자원을 총동원하여 집중한다면 적어도 그 일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p.36)”

몸도, 마음도 지쳐서 누군가에게 잔잔한 위로를 받고 싶을 때, 백마디의 말보다는 한번의 눈빛으로 조용한 응원을 받고 싶을 때 읽으면 힘나는 문장 하나
 “나 역시 잘하고 있을 땐 요란하고 화려한 응원을 받고 싶지만 요즘처럼 기분이 가라앉거나 풀이 죽어 있을 때는 그냥 옆에 있어주는 응원, 따뜻하게 손잡아주는 응원 그리고 가만히 안아주는 응원, 그런 조용한 응원을 받고 싶다.” (p.79)

 이 외에도 너무 많아서 이 글에 다 담아내지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 아쉽다. 이렇게 한문장, 한문장으로 독자들에게 가슴뛰는 삶, 긍정적인 삶, 도전하는 삶, 꿋꿋한 삶을 살도록, 살 수 있도록 이야기해주는 따뜻한 책 ‘그건, 사랑이였네’

 10대에는 한비야라는 사람 자체를 좋아했고, 20대가 된 지금에는 한비야 작가님이 쓴 책의 문장들을 좋아하면서 생활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한비야 작가님은 글로만 독자들에게 한곳에 머무르는 것보다 좀 더 발전하는 삶을 살자고 말하는게 아니라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셨다. 이 책을 출간하고 얼마되지 않아 미국으로 공부를 하기위해 다시 짐을 꾸린 작가님. 인생에 있어서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인생을 축구경기에 비유하며 나이에 억매여 도전의식을 잃지 말라며 호소하던 작가님은 이제는 편안하게 안주해도 될 그 지위와 나이와 직업을 뒤로한채 또 한번의 도전을 위해 떠나셨다.

 ‘우와! 멋지다! 멋있다!’ 이런 감정을 떠나 왠지 한비야 작가님을 보면 숙연해진다. 스무살이라는 전반의 반을 겨우 달려온 내가 그동안 난 안된다며 포기했던 그 수많은 도전들, 목표들이 스쳐지나가며 나를 반성하게 한다.

 또 한번 밑줄 그었던 문장들을 다시 꼽씹어 보며 생각만 아니라, 반성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옮기자고 다시한번 다짐해본다. 
 지금 어디선가 또 다른 가슴뛰는 삶을 위해 노고하고 도전하고 계실 한비야 작가님을 생각하며 마음 한켠이 든든해진다. 혼자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과 함께 도전한다면 용기 100% 충전이다.

나도 나의 가슴뛰는 삶을 위해 수첩에 목표들을 하나하나 적어본다. 그리고 그 목표와 꿈들을 위해 도전할 것이고 가슴이 뛸 것이고 결국 난 해낼 것이다^^
 
또하나!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나의 느낌!! 역시 감동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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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미술관 - 그림이 즐거워지는 이주헌의 미술 키워드 30 이주헌 미술관 시리즈
이주헌 지음 / 아트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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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방학때 서울로 여행을 갔었다. 지방에 사는 나는 일가친적하나 없는 서울에 가는 것도 굉장히 큰 여행이였는데 이 서울 여행에서 가장 기억이 남았던 곳이 바로 서울시립미술관의 르누아르전 이였다.

명색히 서울 여행을 가는데 꽤 의미있는 곳에 가고싶다는 이 기특한 생각을 시작으로 해서 검색을 하던 중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르누아르전이 열린다는 걸 알게되었다. 그리고 바로 가야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그 이유는 미술에 문외한인 내가 그나마 큰 감흥(?)을 받았던 그림이 르누아르의 <피아노 치는 소녀들>이였기 때문이다. 이 그림을 실제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갔었는데 기말고사를 막 끝내고 가는 거라 르누아르라는 작가와 그의 그림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가게 되었다. 르누아르전을 보러 간 것 까지는 좋았으나 아무 지식도 없다보니 솔직히 뒤에가서는 지루하기도 했었다.

이런 경험을 모태삼아 앞으로 전시회 전에는 최소한의 기본적 배경지식들을 쌓고가면 더 재미있게 관란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사실 미술이라는 분야는 배경지식이 많다고 잘 감상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아예 지식이 없는 경우 지루하고 따분한 분야로 생각하기 쉽다. 이런 의미에서 이주헌의 「지식의 미술관」은 미술에 대해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미술 관련 지식들을 알려주고 또 미술에 대해 흥미유발을 도와준다.

이 책의 구성을 보자면 총 서른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미술표현 기법과 소재이야기, 사회와 관련된 미술, 그리고 현대미술과 미술시장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재미나게 들려준다. 이러한 미술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미술과 다른 분야의 관련성을 예로써 들며 설명하기 때문이다.


작은 것을 크게 확대함으로써 일상을 파괴하고 새로운 모험에 나서는 이런 데페이즈망적 시도는 예술을 넘어 비스니스 세계에서도 곧잘 볼 수 있다. (p.19)

데페이즈망이라는 미술적 기법을 킴벌리 클리크가 시도하며 크게 성공한 예를 소개하며 미술과 비스니스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생각 할 수 있게 해준다.

또 피카소의 명작 <게르니카>가 게르니카 공습이라는 전쟁의 비참함을 모태삼아 만들어졌다는 일화를 이야기하며 미술이라는 분야가 사회의 여러 사건들과 연계성을 가지며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발전했으며, 문화전쟁이라는 러시와아 미국 사이의 대립으로 미국 CIA가 주도적으로 미국만의 문화 형성 창조를 위해 노력하며 탄생한 것이 추상표현주의라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알 수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지식을 습득(?)했다고 느꼈던 부분은 바로 '스탕달 신드롬'이라는 꼭지다. 자주가는 독서 리뷰 파워블로그인 에고이즘님의 블로그에 가면 '스탕달 신드롬'이라는 카테코리가 있다. 나의 단편적인 지식에 의하면 스탕달이 쓴 작품은 읽어보지 못했어도 스탕달은 작가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카테코리에는 미술에 관련된 포스팅들이 있었으니 도대체 왜 이 카테코리의 명칭이 스탕달 신드롬인지 항상 궁금했었다.(진짜 물어보기엔 자신이 없었다 ㅎㅎ) 그런데 「지식의 미술관」을 읽으며 그 이유를 알게되었다.

스탕달 신드롬은 19세기 프랑스 문호 스탕달의 이름을 딴 병리현상을 말한다. 사람에 따라 걸작 미술품을 보고 갑자기 흥분 상태에 빠지거나 호흡곤란, 우울증, 현기증, 전신마비 등의 이상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 증세가 스탕달 신드롬이다. (p. 134)

'스탕달 신드롬'은 스탕달의 <나폴리와 피렌체 - 밀라노에서 레조까지의 여행>에서 산타 크로체 교회를 떠나는 순간 심장이 뛰고 쓰러질것 같았다라고 서술한 부분에 의거해 만들어졌으며 이것은 미술작품을 보고 큰 감흥을 받아 신체에 나타는 현상들을 의미하는 용어였던 것이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블로그를 들어갈때마다 의문을 품었으니 참 그동안 까막눈으로 살아왔다는 기분이 든다.

이 외에도 「지식의 미술관」에는 현대에 와서 미술이라는 분야가 점점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며 등장한 이티스트 마케터나 아트 어드바이저등 새로운 직업 분야에 대해서도 소개해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미술'이라는 분야가 단순히 그림이라는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과, 사람과, 화가와 그 밖의 많은 분야와 함께 커뮤니케이션하며 탄생하는 사회적 산물이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그리고 이 미술이 인류의 역사와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들어와 어디하나 연관되지 않는 부분이 없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또 어렵기만 했던 미술, 그림이라면 고급 문화라 생각했던 착각, 지루하게만 생각했던 미술들에 대해 가졌던 그 긴장감을 풀고 이제는 조금 더 편안하게 미술에 대해 알아나갈 기회를 얻었다. 뿐만아니라 미술에 대한 지식과 함께 사회에 대한 지식과 상식까지 얻어가니 나는 이 책을 통해 두마리 토끼를 잡은거 같아 마음과 머리가 든든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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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은 죽었다 탐정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2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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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올 여름. 비도 많이 왔고 무더웠던 긴 여름방학을 그나마 시원하고, 나름 재미있게 보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추리 소설때문이였다. 신문에서 무더운 여름을 위한 추리소설을 소개해주었는데 그 속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발견하고는 그의 살인사건 시리즈를 다 읽었으니 나도 명실상부 추리소설의 팬이라 자칭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의뢰인은 죽었다」는 여성 탐정 하무라 아키라의 추리극 9편이 실려있다. 그동안 읽어왔던 추리 소설들이 장편 소설이였다면 이 책은 단편 소설이라 더 특이하고 또 단편나름의 매력을 느끼며 읽을 수 있었던 거 같다. 장편 추리 소설들이 호흡이 길어서 조금 늘어지는 느낌의 경향이 있다면 의뢰인은 죽었다는 각각의 단편들이 빠르게 전개되면서 마지막에 강력한 한방을 날려주는 통쾌함의 재미가 쏠쏠하다.

9편의 단편들 중에서도 나의 편견때문인였는지 '의뢰인은 죽었다'를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친구인 가에데의 갤러리 오픈식에 참석한 하무라 아키라는 그 곳에서 사토 마도카라는 여성을 만나게 되고 상담을 요청받게 된다. 사토 마도카에게 갑자기 날아온 난소암에 걸렸다는 통지서. 그러나 정작 사토 마도카는 검사를 받은 일도 없다. 그러나 그 후 사토 마도카가 자살을 하면서 주인공 하무라 아키라는 그녀의 죽음에 관련된 진실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사실 추리 소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탐정들은 남자 중심이였던거 같다.(적어도 내가 읽었던 책 들은) 그런 맥락에서 「의뢰인은 죽었다」는 여성 탐정의 활약을 담으며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꼼꼼함이 엿보이는거 같다. 그리고 주인공인 하무라 아키라의 이러한 섬세함과 더불어 그녀의 시니컬함이 소설의 매력을 더해준다.

또하나!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Tip 하나를 소개하자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와 함께 읽어도 좋을거 같다. 남자 탐정의 시리즈와 여성 탐정의 시리즈를 함께 읽어가면 각각의 시리즈에서 있는 독특한 매력들과 차이점을 확실하게 느끼며 읽을 수 있어 추리 소설의 매력을 한껏 더 맛볼수 있지 않을 까 생각한다.

스산한 가을. 여성탐정과 함께 일심동체가 되어 추리극을 풀어가는 이 쏠쏠한 재미덕에 깊어가는 가을밤도 즐겁게 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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