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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홀릭
권지예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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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하루 세끼 밥을 먹는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가난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영양가 많은 밥을 먹일 수 있는 어머니는 행복하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이나 다 커버린 지금이나 내게 따스한 밥 한 술이라도 더 먹이고 싶어 안달하시는 내 어머니. 그 밥 힘으로 이렇게나마 큰 나도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그 힘을 전해주어야겠다. 쌀을 맑게 씻어 지은 밥을 푸면서 씩씩하게 소리친다. "자아, 밥이다. 얘들아 밥 먹어라!" 밥 짓는 일의 소중함을 다시 느낀다. (p.1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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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를 돌아보면 참 사람때문에 스트레스 받았던 해였다. 고등학교 2년동안 같은반을 했던 친구들과 너무 익숙한 탓인지 좀처럼 발휘되지 않았던 나의 외향성과 내성적으로 변해버린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 어쨌든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인연을 만들어가고 그 어색하고 낯선 분위기를 극복하며 친해지려고 노력해야 하는... 일련의 사람사귀기 과정들이 참 버겁고 힘들었던거 같다. 하지만 대학에와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수다를 떨고 언제 어색해냐는듯 친숙하고 익숙해지고 정든걸 보면 참 사람관계라는 건 신기하기도 하다.
권지예의 해피홀릭은 그 신기하기만 한 '사람'에 대한 유쾌하고 재미있는 수다를 한껏 담아낸 책이다. 그녀가 적었던 추억의 일기장을 엿보듯이 한페이지 한페이지씩 읽는 재미가 왜그렇게 쏠쏠한지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
해피홀릭에는 말그대로 '홀릭'스러운 내용들이 가득하다. 추억속의 그, 추억 속의 그녀, 추억 속의 나. 추억의 상자를 열어서 그녀와 함께였던, 그리고 함께인 '사람'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톡톡튀는 그 유쾌함으로 들려준다. 남편과의 잔잔했던 사랑, 문학에 대한 그 열의를 한껏 나눴던 동지에게 보내는 편지, 여행길에서 만난 멋쟁이 할머니, 어머니와 자식에 대한 가족이야기등등. 징글징글하지만 결국 사람때문에 울고 웃었던 그 행복하기도 했고 슬프기도 했던 사람과의 추억이야기가 펼쳐진다. 또 결국 나 또한 사람이듯이 나 자신 즉 자아와의 만남 속에 더욱 성숙해지고 그 속에서 교훈을 찾는 시간도 해피홀릭을 통해 가져볼수있다.
책을 읽으며 나를 그토록 괴롭혔던 '사람'에 대해 생각해본다. <멀리가려면 함께가라>에서 결국 나도 사람때문에 스트레스 받지만 상대방도 나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는 그 구절이 문뜩 떠오른다. 해피스러운 말로 바꿔보면 나도 상대방때문에 추억이 쌓이고 즐겁게 되면 상대방도 나때문에 추억이 만들어지고 즐겁다는 것! 역발상해보니 결국 '사람'이라는 것은 주고 받고, 주고 받고 그 과정들을 통해 내 자신을 성숙하게 하고, 반성하게 하고, 또 발전하게 만드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때로는 혼자있고 싶을 때도 있지만 결국은 내가 돌아오고, 지금 살아가고 있는 곳은 사람들 무리 속이라는 것.
많은 추억들 속에서도 나를 항상 웃게하는 건 사람과 관련된 추억이라는 것을 해피홀릭과 함께 했던 시간동안 깨달았다. 또 더이상 나에게 사람은 스트레스가 아니라 해피스러운 존재라는 것. 그리고 나 또한 권지예 그녀처럼 사람에 대한 책을 쓸 수 있을때 책 한권을 가득채울 추억을 만드려면 지금 내 옆에 있는 한사람 한사람의 인연을 소중히 해가는 것도 중요하단 걸 알았다.
사랑만이 사랑의 아픔을 치료할 수 있듯이
사람만이 사람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가 추절추절와 친구와의 약속을 미루고 싶은 생각이 굴뚝갔지만 해피홀릭을 다시 가슴에 꼭 품어본다. 그리고 나의 귀차니즘과의 당당한 승리하고 오늘도 사람과의 추억을 한가지 더 만들기 위해 비를 맞으며 기쁘게 친구를 만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