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든든한 내 편이던
박애희 지음 / 걷는나무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엄마와 관련된 책을 잘 펼쳐지지 않는다. 특히 밖에서는 절대이고, 낮에도 절대 사절이다. 안 봐도 눈이 퉁퉁 부울 만큼 눈물이 흘러내릴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날이 있지 않을까? 곁에 있지 않아서 너무 보고픈 날, 생각하고픈 날 떠올리고 픈 날 그런 날 아마도 펼치게 될 것 같은

책을 만나게 되었다. 제목도 이쁘고 그림도 이쁘다. 라디오 작가 출신 박애희 작가의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이다.


  작가는 자신의 기억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엄마 그리고 때때로 아빠와의 추억을 소환하며 단편, 단편 글을 써내려 간다. 비록 똑같은 경험은 아니어

도 왠지 나에게도 엄마가 했던 말 같아서 눈물이 흐르고,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오르 며 엄마의 모습을 떠오르며 또 눈물, 콧물이 흘렀다.  늘 남보다 수

줍고 움추려 있는 날 위해 누구보다 특별하다고 해줬던 엄마, 그런 엄마를 위해 난 정말 특별한 아이가 되고 팠다.


"나는 엄마를 통해 나 아닌 '누군가를 기쁘게 하는 일'이 나 자신을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를 배웠다. 또 아이들이 정말 원하는 건 다른 무엇보다 엄

마가 기뻐하는 일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p.88


아이가 되고 나서 엄마의 존재를 더욱 깊이 받아 들이게 된 작가 처럼 나 역시도 그랬다. 100일날 아이와 사진을 찍으러 버스를 타고 갔던 날! 그 사

진을 보면서 아이 뿐만 아니라 엄마랑 버스를 타기 위해 100일 아이를 안고 전력질주한 것이 떠오를 것 같아 눈물 한 바가지 쏟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친구 같이 티격 태격하는 엄마와 사이를 보며 나와 엄마가 떠올랐다. 늘 나에게 충고를 하고 뭐라고 할라고 치면 나는 나대로 이야기를 하며 엄마의 입을 막아버리는 나였다. 이 책을 펼쳤을 때 친정 부모님이 마침 집에 와 계실 때 였는데 두 어린 아들을 두고 자꾸만 엄마 옆으로 가서 잠을 청하고팠다.

 

  몇 년 전 고작 몇 개의 음식으로 엄마 생신상을 차려주었는데도 처음 받아 본 생신상이라며 감동하던 엄마, 시금칫국 한 그릇에 맛있다고 먹는 작가의 엄마의 모습과 겹친다. 특히나 이 부분의 마지막 구절은 엄마, 아빠에게 앞으로 얻어 먹는 밥도 좋지만 내가 정성 껏 더 많이 차려주리라고 다짐하게 한다.

 

"지금 나는, 사랑을 받을 수 없어서 슬플 게 아니라....... 줄 수 없어서 슬프다. 한없이 내주던 엄마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다는 게 그 무엇보다 나를 아프게 한다."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p.169

 

  엄마와의 일화들 중에  한 편 같이 겹쳐지는 작가가 읽은 책이나 영화 속 구절을 읽으며 마음이 한 켠이 더욱 다독거려짐을 느꼈다. 이 책을 다 적고나서 작가는 엄마에 대한 마음을 달래고 안부를 물르며 더욱 편안해질 수 있지 않았을까?


"부모를 잃는다는 것은, 칭찬과 보살핌을 바라며 응석을 부리던 아이의 마음을 보내고, 누군가 없이도 스스로를 사랑하고 지키는 법을 다시 한번 깨

우치는 일이라는 사실을, 그렇게 나는 홀로서기의 시간을 통해, 어른다운 어른으로, 한 사람의 엄마로, 오늘도 성장하는 중이다."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 p.243


  몇 개 남고 먹지도 못할 상태가 되었음에도 버리지 못하는 8년된 마늘장아찌를 가지고 있는 저자나  엄마의 냄새를맡고파 옷을 버리지 못한 사람이며 그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는 상상하기에는 마음이 벅차고 눈물이 가렸다. 언젠가 내게도 있을 일이지만 아직 상상하고 싶지 않을 일~ 그러나 그 언젠가 웃으며 기억할 날들이 더 많기 위해 나는 엄마, 아빠를  더더 많이 사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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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키
D. M. 풀리 지음, 하현길 옮김 / 노블마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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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설책을 펼치면 한없이 소설에 이입하며 보는 편임에도 나는 소설책을 잘 펼치지 못한다. 청소년 시절 그렇게도 추리, 스릴러  즐겨하면서도 펼치지 못하는 나는 책을 통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소설책은 그런 류가 아니라고 왜 정책을해버렸는지 의문이 든다. <데드키> 이 책을 받게 되었을 때 특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600페이지의 분량에 압도 되었지만, 넘기는 속도는 그 페이지 분량이 우스운 지경이었다.

 

  소설을 읽는 동안 나는 극장에서 생생한 심리 스릴러 영화 한 편을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 소설의 두 주인공 격인 1978년 주인공  베아트리스와 1998년 주인공 아이리스가 나오면서 배경이 되는 퍼스트 뱅크에서 사건들이 펼쳐지게 된다.  소설은 그 20년이라는 시간을 오가면서 전개되는데 소설을 읽는데 전혀 막힘 없이 읽혀진다.

 

  베아트리스는 청소년에 가까운 나이 게다가 우리나라로 치면 지방 출신에  자기 자신을 보필해야 할 여성이다. 그에 반해 아이리스는 지방 출신이지만 손꼽히는 인재로 번듯한 일류대학을 나와 프로젝트에 투입된 전문직 건축기사이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역시 자신이 갚아 나가야 할 학자금 대출이며 앞으로 인생 길을 어찌 살아가야 할지 구만리이다. 다른 듯 닮은 듯한 두 주인공의 이야기 흥미진진하다.

 

1998년 시점 기준으로  퍼스트 뱅크는 20년 전 파산한 은행이고 오랫동안 그 은행 건물로 방치된 건물과 관련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아이리스는 가게 된 것이고, 베아트리는 파산 직전에 일한 곳, 직장인 셈이었다.

 

 이 소설에서 주요 소재로 삼고 있는 것은 퍼스트뱅크의  대여금고인데 이 대여금고는 사람들이 귀중한 물건을 맡겨 놓는 곳으로, 대여금고를 열려고 하면, 그 주인의 열쇠와 은행의 열쇠가 있어야만 한다.

 

"대여금고가 여러 해 동안 열리지 않고 잠겨 있으면, 우린 '죽었다'고 말해요.(중략)

대여금고가 자주 죽나요?

깜짝 놀랄 정도로 자주요."

 

 대여금고가 몇 해 동안, 열리지 않는 경우를 가르켜 금고가 죽었다고 표현하는데, 그런 금고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 소재가 참 독특하다고 생각되었는데, 저자의 이력이랑 연관이 있었다. 그녀의 직업이 구조공학자로 주인공 아이리스와 같았다. 버려진 건물을 조사하면서 소유자가 분명하지 않은 대여금고들로 꽉 찬 지하의  금고실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중 미스테리했던 금고를 보고 영감을 받아 이렇게 소설 집필에 이르러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이 직접 눈으로 보고 느꼈던 느낌으로 펼친 상상의 나래여섰을까? 이야기가 생동감이 넘친다.

 

 두 주인공이 547번 금고의 비밀을 밝혀지기까지 인간 탐욕의 추악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더욱 끌렸던 것은 범죄 스릴러 소설의 전형적인 주인공들이기 보다 나와 비슷한 사람 주인공들의 느낌때문이었던 거 같다. 그래서 더욱 이입해서 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시작으로 신년에는 소설을 더 많이 펼쳐 보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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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 일기 (리커버 에디션)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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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 오는 날이나 흐린 날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꾸물꾸물한 날씨는 내 기분마저 가라앉게 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계절도 해가 쨍쨍한 날이 많은 여름이다. 그런 내가 엄마를 잃은 슬픔의 기록인 <애도일기> 책을 펼치게 되었다. 

  <애도일기>의 저자는  프랑스 최고 지성으로 손꼽히는 롤랑 바르트이다.(난. 잘. 알.못) 하지만 저자 소개에 보면 기호학, 신화학, 문화, 분류학, 패션, 글쓰기, 사진, 독서론 등 전방위적 글쓰기를 했다고 하니 그의 지성을 알만하다. 그런 그가 평생을 함께 한 홀어머니를 잃고 남긴 애도의 기록들을 모아다 한 권으로 책을 편찬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하루에 한 번, 혹은 몇 번씩 슬픔이 솟구칠 때마다 쓴 기록들, 메모에 가까워 보이나 내용은 자꾸만 되새기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내 머릿속에 떠오른 표현 하나, 바로 '찬란한 슬픔'이었다. 슬픔이란 그저 부정적인 감정으로 피하려고만 했던 내가 이 책으로 하여금 그 감정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끔 만들었다.

  때로는 시의 한 구절같이 비유를 통해, 때로는 있는 그대로 지금의 자신의 상태, 주변 상황에 직설적으로 롤랑 바르트는 써 내려갔다. 2여 년의 시간 동안  저자의 감정선을 오롯이 느껴지는 기분마저 들었다. 내가 이 책을 받아들이기에 내용적으로 몇 가닥으로 나누어졌는데, 그 부분마다에서 감명 깊었던 구절들을 옮겨 본다.

 

# 엄마에 관한 생각 그리고 기억
" 내가 늘 두르고 다니는 검은색 혹은 회색의 목도리처럼 내가 입고 다니는 외투도 침울하다. (중략) 그러자 내게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좀 색깔이 있는 옷을 입고 다엄니렴.
  처음으로 색깔이 있는 목도리를 두른다(체크무늬가 그려진)."
p.109

" 그녀와 함께 살았던 시간 내내, 그러니까 내 평생 동안, 어머니는 단 한 번도 나를 질책한 적이 없었다."
p.266

  어머니가 빠져버린 시공간 속에 어머니를 떠올려 보고 행동하는 것, 나 역시 생각만으로 슬픔에 벅차다. 그리고 내가 이제는 그런 그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엄마가 되었다는 것이 엄숙하기까지 하다. 저자는 일상생활 속에서 저자의 표현을 빌려 어머니가 했던 말 없는 가치들과 함께 지내는 일 (주로 집안일인듯)을 하며 저자는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눈다는 표현을 했는데 참 와닿았다.


#죽음에 대해 받아들이기
"나는 이제 가는 곳마다, 카페에서나, 거리에서나, 만나는 사람들 하나하나를 결국에는 죽을 수밖에 없음이라는 시선으로 그러니까 그들 모두를 죽어야 하는 존재들로 바라본다.- 그런데 그 사실만큼이나 분명하게 나는 또한 알고 있다. 그들이 그 사실을 결코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것."
p.62

  죽음을 기억하라는 '모멘토'란 말이 있는 것의 반증은 분명 사람들이 죽음을 인지하지 않은 채 살아간다는 것일 거다. 각자에게 의미 있는 사람의 죽음은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듯 하다. 얼마전 읽었던 책 속에도 저자의 친한 친구의 죽음은 아이러니하게도 저자 삶을 더 의미 있게 살고픈 욕망을 일깨워 놓았으니 말이다. 롤랑 바르트에게서 어머니의 죽음이 새 삶의 욕망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지만 분명 인간의 '죽음'에 관하여 눈뜨게 했다.

 


# 슬픔은 글이 되고......
 "나는 이 일들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 그러면 결국 문학이 되고 말까 봐 두렵기 때문에 그러면 결국 문학이 되고 말까 봐 두렵기 때문에. 혹은 내 말들이 문학이 되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에 대한 자신이 없기 때문에. 그런데 다름 아닌 문학이야말로 이런 진실들에 뿌리를 내리고 태어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p.33

왜일까? 문학, 그것은 내게 단 하나뿐인 고결함의 영역이다(마망이 그랬던 것처럼."
p.235

"그녀의 죽음 이후, 그 무언가를 새롭게 '꾸미고 만들어가는 일'이 싫다. 그런데 글쓰기는 예외다. 그건


  롤랑 바르트는 이 기록들을 쓰는 순간에도 여러 종류의 글을 쓰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 가운데 본인이 쓰는 것의 진정성에 대해, 그리고 문학의 의미에 되새긴다. 그리고 슬픔 속에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이 문학, 글쓰기라는 것을 인정한다. 나 역시도, 기분이 가라앉고 우울할 때  누군가와의 대화보다 글쓰기가 더 절실해질 때가 많다. 대화 상대들이 절대 못들어줘서가 아니다. 기분이 슬플 때는 정작 자신을 정면으로 두고 돌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들의 위로보다 자기 자신에게 자신이 해주는 위로가 간절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글쓰기라 생각된다. 저자 역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이 기록이 끝났을 무렵, 나는 저자의 슬픔이 치유되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슬픔의 치유 종결점과 저자의 종결점은 달랐나 보다. 그는 엄마와 같은 죽음을 택했다.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치료를 받지 않았고, 그리고는 이 세상을 달리했다고 한다. 공식적으로는 사고였다고는 하지만 혹자는 자살이라고 보기도 했다. 어쩌면 책 속에서 엄마와 같은 죽음을 함께 하지 못함에 죄책감에 시달리는 모습에서 그의 죽음은 예견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삶에 대한 욕심이 생겨나는 것마저 좋게 받아들이지 않았었던 그였으니까. 이 책을 펼칠 날을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그때는 더욱 한 장 한 장을 붙들게 될 것 같다. 그리고 나보다 먼저 그런 상황을 겪은 이들에게는 선물로 해주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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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oming 비커밍 - 미셸 오바마 자서전
미셸 오바마 지음, 김명남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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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처음 미셸 오바마를 떠올렸을 때 떠올려졌던 것은 한국 여성에 비해 큰 키 180cm와 함께 H&M 원피스도 입는 소탈한 퍼스트 레이디라는 정도였다. 그랬기 때문에  <비커밍>을 펼치기 전 기대감은 크지 않았었다. 미셸 오바마의 자서전을 읽는 다는 내게 남편은 "어떻게 내조를 잘 했는지 잘 배워봐~" 라고 했다. 그랬다. 나 역시도 이 책에 대한 기대는 그저 그 정도에 머물렀는지 모르겠다. 혹은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을 옆에서 보아온 그의 와이프 이야기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책의 표지에 나온 미셸 오바마는 어쩌면 이야기했는지 모른다. 오바와 함께가 아니어도 혼자서도 이렇게 당차고 멋질 수 있는 자신이라는 것을 말이다. 책을 펼치고 읽으면서 나의 기대는 정확하게 틀렸음을 인정했고 그저 퍼스트 레이디로만 그녀를 평가절하한게 미안하게 여겨질 지경이었다.  <비커밍>은 자기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충실했던 한 여성의 이야기였다. 

안정된 가정이 키워 준 그녀의 강인함

  이 책의 초반부에서는 미셸 오바마의 유년기부터 청년기가 아주 상세히 나온다. 처음에는 시시콜콜한 너무 자기 감상에 빠진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서 보니 이러한 시절이 그녀 자신이 되게끔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는지 알거 같다. 

  미셸 오바마는 기술직 공무원인 아버지와 비서를 하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전업 주부로 사는 어머니 밑에서 자라났다. 그녀의 부모는 설사 집이 없어 친척 고모의 집 2층에 세들어 살지 언정 자식들에게 집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대화할 때도 늘 어른처럼 대하여 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여러 가지 토론이 오가기도 했는데, 그 중 아침마다 왜 계란을 먹어야가 주제가 되기도 했고 나중에 커서는 그 주제가 약물과 섹스가 되기도 했다. 그녀의 부모는 흑인으로 겪을 수 밖에 없는 불합리함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기도 했다. 그녀의 오빠가 새 자전거를 탔을 때 같은 흑인 경찰에게 의심을 당했을 때 그런 일이 잦을 거라고도 이야기했지만 그 경찰 앞에 가서 호되게 잘못됨을 이야기 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그녀의 유년기와 청년기를 보면서 하나의 안정된 가정이 한 명의 성인이 성장까지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키우고 그 단단한 뿌리를 만들어 주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나 미국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흑인이 갖는 불합리함 속에 그녀는 자신으로서 혹은 이 당시에는 부모님 앞에 떳떳하고 싶어 그녀는 더욱이 열심히 자신의 인생을 살아 나갔고 충실한 삶을 살았던 거 같다.


버락 오마바를 통해 더 바라보게 된 자기 자신

  이 책을 통해 버락 오바마가 그녀가 다니는 법률 회사의 인턴으로 만나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름이 특이해서, 유능하다고 들어서 하지만 그녀는 처음에는 자신의 연애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었지만 그들을 자연스럽게 어느새 '우리'가 되어 있었다. 둘의 러브스토리가 많은 부분은 아니었지만 이 부분을 읽는 내내 한 편의 로맨스 드라마를 보듯이 나의 마음도 꽁냥 거렸다. 하지만 오바마는 단순히 연예 대상, 배우자 이상으로 미셸에게 영향을 끼친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 책의 2 챕터가 오바마와 연애를 시작하게 된 후 '우리가 되다'로 다시 펼쳐지게 된 이유를 알 거 같았다.

  자기 자신의 소리라고 생각하고 미셸은 엘리트 코스 전처를 밟고 있었다. 명문대학을 나오고 로스쿨로 진학해 대형 로펌 변호사가 되었다. 25살 어린 나이었다. 그에 비해 오바마는 사회적 활동가로 일해 보고, 여러 경험을 쌓은 후 결론을 도달은 것이 인권 변호사였고 그랬기 때문에 늦깍이 로스쿨에 진학해 28살 인턴을 하고 있었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나서도 그는 여러 방면으로 충분히 검증된 인재였기 때문에 좋은 기회들이 많았고 늘 확신 있게 진로를 결정해 가는 모습을 미셸은 감탄했다. 그리고 자신의 목적의식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것이다.


"첫째,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몰라서 혼란스럽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어떻게 세상에 기여하고 싶을까?
둘째, 버락과의 관계를 진지하게 여기게 되었고, 그래서 나 자신을 좀 더 잘 다룰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나는 이 고민을 하는 부분이 제일 와닿았다. 이미 달리기만 하면 승산있는 자신의 인생 레이스에 도달했음에도 한 사람에 의해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된다는 것 쉽지 않았을 텐데, 미셸은 자신을 돌아 보았고 그날부터 작은 꽃무늬 공책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생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자신의 직업을 과감히 적고 새로운 일을 해보기로 한 것이었다.

  미셸의 도전은 성공에 가까웠지만 오바마의 인생 가도도 성공에 가까웠지만 그들에게 시련이 있었다. 바로 임신 문제였다. 임신 당시 여자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에 희미한 분노를 느꼈다는 그녀의 표현은 더없이 와닿았다. 그녀는 임신을 하기 되기까지 그리고 나서 겪는 여자의 희노애락은 공감이 갔다. 미국 독립일날 그녀의 첫째 딸이 태어났고, 둘째 딸까지 이루게 되어 그녀가 원하는 네모의 안정된 가정을 이루게 되었다.

  오바마는 분명 좋은 남편이고, 아버지였지만 그러기 이전에 그의 직업은 정치인이었다. 그런 것들을 완전히 해낼 수 있는 직업군이 아니었다. 미셸 역시 '독박 육아'란 우리나라의 표현을 알았다면 참 많이 나왔을 거다. 그녀는 주중에 반이상을 늘 '독박 육아'를 해야만 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그 상황에 분노하는 대신, 현실적인 방안으로 대처해 나갔다.


정치를 불신하던 그녀가 백악관의 안주인이 되다

  무명의 의원에서 대통령 선거에 나가기까지 그녀는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정친인이라면 일단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평범한 사람에 가까웠다. 그랬던 그녀가 이 세상을 정치로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 것도 버락 오바마 였다. 하지만 그런 그가 대선을 나선다고 했을 때는 입장이 달랐다. 아무리 승승장구해온 그도 안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버락의 선거운동을 지지했지만, 내심으로는 그가 끝까지 해내지 못할 거라고 여겼다. 버락은 사람들에게 미국의 분열을 치유해야 한다고 열렬히 호소했다. (중략)
하지만 그동안 분열을 너무 많이 보아온 터라, 내 희망은 그렇게까지 굳건하지 못했다. 버락은 누가 뭐래도 흑인이었다. 나는 그가 정말로 승리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는 승리의 주인공이 되었다. 게다가 연임까지 이어가는 대통령이 되었다. 퍼스트 레이디가 되고 나서 그녀는 자신의 위치를 십분 활용하여 자신의 소리를 내는데 충실했다. 워킹맘 시절 바빠서 챙기지 못했던 아이들의 식단을 살펴 보며 인스턴트 위주이며  그것이 소아 아동 비만을 일으키며 미국 전역의 문제임을 인식했다. 그래서 백악관 텃밭 가꾸기를 시작으로 미국 식당 내 조리법 변화, 대형 마트의 채소 값 낮추기 등 현실적으로 여러 방안을 강구해 나갔다.  그리고 언론이 자신의 사생활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는 것을 이용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미국 소아 아동 비만, 식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나갔다. 아이들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에 나가는 것 역시 주저하지 않았다.

   아흔이 넘은 넬슨 만델라를 만났을 때 그녀는 그의 인생을 목전에 두고 세상의 변화란 것이 단숨에 일어나지 않을 수 있음을 느꼈다. 어쩌면 자신이 살아 생전에 변화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충분한 메시지가 있었다. 버락 오마바의 임기가 끝나도 계속 변화를 위해 자신이 달려가야 하는 원동력을 얻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

 

  5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책임에도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그만큼 그녀의 글은 흡입력이 있었다. 그저 4년제 대학교 정규 교육을 받았고 그럴 사한 직장을 다니다가 아이 엄마가 되어 나 자신의 목소리에 목말라하는 내게 이 책은 큰 메시지를 가져다 준듯 하다. 국적은 달라도 자라온 환경은 달라도 한 명의 여성이 겪어야 하는 고민을 그녀도 했었고, 그럼에도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충실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것이 세상에 의미있음을 만들었다. 무엇이 되고프나 무엇이 되야 하는지 모르는 나에게 마치 던지는 메시지 마냥 남겨 놓은 그녀의 에필로그를 마음 깊이 되새겨 보고프다.

 

"어떤 목표를 정해두고 그곳에 다다라야만 한다는 말도 아니다. 우리가 자신을 남들에게 알리고 들려주는 것,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는 것, 자신만의 목소리로 말하는 것은 그 자체로 힘이 된다. 그리고 기꺼이 남들을 알고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것은 고귀한 일이다. 내게는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무언가가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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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남긴 증오
앤지 토머스 지음, 공민희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뉴스에서 누군가 죽었다는 이야기는 그저 새삼스럽지 않다. 하지만 그 죽은 사람이 바로 나의 친구라면, 혹은 나의 가족이라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이 소설 속 주인공 스타는 10살 무렵 너무도 해맑았던 동네 친구 한 명이 동네 총기 사건으로 죽는 것을 목격했다. 그런데 그 상처가 다 아물기도 전 첫사랑이자 절친이었던 친구 칼릴이 경찰에 의해 무고하게 죽임을 당하는 것을 바로 옆에서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옆에 있던 자신도 억울한 처사를 당하였다. 이 사건을 겪기 전 주인공은 그저 평범한 소녀였다면 이 사건 이후 자신이 흑인으로서 사회에서 어떤 부당한 대우를 받는지 직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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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ate U Give, THUG(폭력배) Life일 수밖에

  이 소설의 제목은 미국 힙합 래퍼이지 시인인 투팍(2Pac)에게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한다. 'The Hate U Give'를 줄이면 THUG(폭력배)로 사회에서 소외받고 상처받아 어두운 곳으로 내몰린 사람들을 뜻한다. 투팍은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랩에다 옮겼고, 미국 내 많은 흑인들은 그를 통해 위로받았다고 한다. 소설 속 주인공 스타의 아빠는 투팍의 오랜 팬인데 딸에게도 'THUG LIFE'을 인용해 미국 사회 속 흑인이 왜 이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브렌다는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일을 못 구할 거고 일을 못 구하면 재활원에 들어갈 돈을 마련하지 못해.
칼릴이 마약을 팔다 붙잡히면 평생을 감옥에서 썩거나 아니면 제대로 된 직업을 못 구해서 다시 마약을 팔아야 할 수도 있어.
그게 사회가 우리에게 주는 증오란다. 우리에게 맞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어 둔 것. 그게 터그 라이프(THUG LIFE)야"

 

  엄마 브렌다를 모조리 빼앗아 버린 마약이 너무 싫었지만 그 마약을 팔 수밖에 없었던 십 대 소년의 칼릴의 이야기가 그저 소설 속 특정 인물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 가슴 아팠다. 그들이 고립될 수밖에 없는 세상을 만들어 놓고는 그 세상에 있는 대다수의 특정 인종이라고 소년에게도 가차 없이 총격을 가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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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더 기가 막힌 현실은 이 일을 저지른 경찰은 아무 죄가 없고 그저 마약 거래상이 한 명 죽은 것뿐이라고 말하는 경찰과 미디어였다. 스타가 살고 있는 동네 사람들은 비롯 많은 흑인들은 이에 들고일어나며 폭동을 일으키지만 스타가 학교에서 가장 친한 친구로 여겼던 헤일리마저 그 경찰이 측은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급기야 스타의 학교에서는 그저 단순 학교 수업을 째고 싶다는 이유로 칼릴의 죽음과 관련한 시위를 벌인다. 나 역시도 이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 중 혐오가 깔려진 채 그저 판단해 버린 적은 없었을까? 우리나라 서울 대림역 부근에서 조선족의 칼부림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그들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으로 그저 사건을 판단했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칼부림했던 그들 역시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친구이자 가족이었을 텐데 말이다. 

 

절망적 현실, 그들에게 구원은 곧 사랑

   주인공 스타가 이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그의 부모는 그저 잊으라고 말하며 더욱 안전한 곳으로 말하지 않았다. 위로를 하면서도 그녀가 세상을 향해 진실을 말할 수 있게 응원으로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과연 나라면?' 그랬을 수 있었을까? 그저 내 아이만의 심신 안정과 안전만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되니 이렇듯 주인공 스타의 부모가 내 눈에 들어왔다.

  스타의 아버지는 충분한 스타의 빈민가 동네에서 충분한 부와 위치를 거머쥘 수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그 동네 마약 거래상의 킹이었던 것, 하지만 그는 가족들과의 평화를 택했다. 하지만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희망의 증거가 되어 주었다. 가족에게도, 그곳에서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칼릴 역시 그의 밑에서 일하면서 마약 거래상이 되지 않고자 했지만 마약을 훔친 엄마 덕분에 할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흑인 소년 등장인물 디반테도 마찬가지였다. 엄마와 여동생이 굶는 걸 보는 것이 싫어서 시작한 것이었다. 그런 아이까지 감싸 안고 숨겨주는 스타의 아버지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사랑을 보았다.

  이 책과 비슷한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 한 편이 생각났다. <문라이트>란 영화인데 한 흑인 소년의 성장기를 다루었다. 영화 속 주인공 역시 빈민가에서 태어나 마약 중독자인 엄마를 뒀다. 몸이 작고 약한 탓에 왕따와 폭력을 당하는 일상에서 어떠한 계기로 살인을 하게 되고 커서 그 역시 그 동네의 어른들처럼 마약 거래상이 된다. 빈곤하다 못해 허한 그 주인공 마음속에서도 그를 구제해준 것은 사랑이었다. 그것이 아이러니하게 자신에게 마약을 파는 마약 거래상 아저씨였고, 자신을 때린 가장 친한 친구였었을지라도 사랑이 주인공을 구원했다.  


 

깨닫고 소리치고 행진하고 요구한다 잊지 않는다

    스타가 TV에서 인터뷰도 하고, 법원에서 사실 있는 그대로를 말했지만 바뀐 사실은 없었다. 칼릴에 대한 항소는 기각되었고, 또 그렇듯 무고한 희생자만 한 명 더 늘어났을 뿐이다. 그 순간 온몸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음을 느낀 스타는 가족, 친구들과 거리로 나선다.  위험천만한 상황을 겪고 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도 자신은 이 이일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을 다짐하게 되며 이야기는 끝을 맺게 된다. 이 책은 비단, 이러한 미국의 인종 차별 문제 외에도 여러 가지 현실들을 16세 소녀의 눈으로 보며 가슴으로 느끼면서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친구가 무심코 던졌던 인종차별적 말이 그저 농담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과 더 이상 누굴 한 사람을 위한 공공연한 침묵은 해서는 안된다는 것 등 여러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주인공 스타가 사건을 겪어 내고 성장했듯 나 또한 이 책 한 권을 읽고 나서 부쩍 성장한 느낌이 들었다.

  이 소설책이 미국 내에서 100만 부가 팔렸고,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이라고 한다. 그리고 타임지에서조차 읽으라고 추천했다고 한다. 또 영화까지 된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만큼 미국 사회에 파장 일기를 그리고 끊임없이 행진하고 나가는 이들에게 힘이 되어 변화에 한 발짝 나아갈 수 있길 진심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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