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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oming 비커밍 - 미셸 오바마 자서전
미셸 오바마 지음, 김명남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1월
평점 :
품절
내가 처음 미셸 오바마를 떠올렸을 때 떠올려졌던 것은 한국 여성에 비해 큰 키 180cm와 함께 H&M 원피스도 입는 소탈한 퍼스트
레이디라는 정도였다. 그랬기 때문에 <비커밍>을 펼치기 전 기대감은 크지 않았었다. 미셸 오바마의 자서전을 읽는 다는 내게 남편은
"어떻게 내조를 잘 했는지 잘 배워봐~" 라고 했다. 그랬다. 나 역시도 이 책에 대한 기대는 그저 그 정도에 머물렀는지 모르겠다. 혹은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을 옆에서 보아온 그의 와이프 이야기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책의
표지에 나온 미셸 오바마는 어쩌면 이야기했는지 모른다. 오바와 함께가 아니어도 혼자서도 이렇게 당차고 멋질 수 있는 자신이라는 것을 말이다.
책을 펼치고 읽으면서 나의 기대는 정확하게 틀렸음을 인정했고 그저 퍼스트 레이디로만 그녀를 평가절하한게 미안하게 여겨질 지경이었다.
<비커밍>은 자기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충실했던 한 여성의 이야기였다.
안정된 가정이 키워 준 그녀의 강인함
이 책의 초반부에서는 미셸 오바마의 유년기부터
청년기가 아주 상세히 나온다. 처음에는 시시콜콜한 너무 자기 감상에 빠진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서 보니
이러한 시절이 그녀 자신이 되게끔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는지 알거 같다.
미셸 오바마는 기술직 공무원인 아버지와 비서를 하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전업 주부로 사는 어머니 밑에서 자라났다. 그녀의 부모는 설사 집이 없어 친척 고모의 집 2층에 세들어 살지 언정 자식들에게
집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대화할 때도 늘 어른처럼 대하여 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여러 가지 토론이 오가기도 했는데, 그 중 아침마다 왜
계란을 먹어야가 주제가 되기도 했고 나중에 커서는 그 주제가 약물과 섹스가 되기도 했다. 그녀의 부모는 흑인으로 겪을 수 밖에 없는 불합리함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기도 했다. 그녀의 오빠가 새 자전거를 탔을 때 같은 흑인 경찰에게 의심을 당했을 때 그런 일이 잦을 거라고도 이야기했지만 그
경찰 앞에 가서 호되게 잘못됨을 이야기 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그녀의 유년기와 청년기를 보면서 하나의 안정된 가정이 한 명의 성인이 성장까지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키우고 그 단단한 뿌리를 만들어 주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나 미국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흑인이 갖는 불합리함 속에 그녀는
자신으로서 혹은 이 당시에는 부모님 앞에 떳떳하고 싶어 그녀는 더욱이 열심히 자신의 인생을 살아 나갔고 충실한 삶을 살았던 거 같다.
버락 오마바를 통해 더 바라보게 된 자기 자신
이 책을 통해 버락 오바마가 그녀가 다니는 법률
회사의 인턴으로 만나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름이 특이해서, 유능하다고 들어서 하지만 그녀는 처음에는 자신의 연애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었지만
그들을 자연스럽게 어느새 '우리'가 되어 있었다. 둘의 러브스토리가 많은 부분은 아니었지만 이 부분을 읽는 내내 한 편의 로맨스 드라마를 보듯이
나의 마음도 꽁냥 거렸다. 하지만 오바마는 단순히 연예 대상, 배우자 이상으로 미셸에게 영향을 끼친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 책의 2 챕터가
오바마와 연애를 시작하게 된 후 '우리가 되다'로 다시 펼쳐지게 된 이유를 알 거 같았다.
자기 자신의 소리라고 생각하고 미셸은 엘리트 코스
전처를 밟고 있었다. 명문대학을 나오고 로스쿨로 진학해 대형 로펌 변호사가 되었다. 25살 어린 나이었다. 그에 비해 오바마는 사회적 활동가로
일해 보고, 여러 경험을 쌓은 후 결론을 도달은 것이 인권 변호사였고 그랬기 때문에 늦깍이 로스쿨에 진학해 28살 인턴을 하고 있었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나서도 그는 여러 방면으로 충분히 검증된 인재였기 때문에 좋은 기회들이 많았고 늘 확신 있게 진로를 결정해 가는 모습을 미셸은
감탄했다. 그리고 자신의 목적의식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것이다.
"첫째,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몰라서 혼란스럽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어떻게
세상에 기여하고 싶을까?
둘째, 버락과의 관계를 진지하게 여기게 되었고, 그래서 나 자신을
좀 더 잘 다룰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나는 이 고민을 하는 부분이 제일 와닿았다. 이미 달리기만 하면 승산있는 자신의 인생 레이스에 도달했음에도 한 사람에 의해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된다는 것 쉽지 않았을 텐데, 미셸은 자신을 돌아 보았고 그날부터 작은 꽃무늬 공책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생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자신의 직업을 과감히 적고 새로운 일을 해보기로 한 것이었다.
미셸의 도전은 성공에 가까웠지만 오바마의 인생 가도도
성공에 가까웠지만 그들에게 시련이 있었다. 바로 임신 문제였다. 임신 당시 여자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에 희미한 분노를 느꼈다는 그녀의 표현은
더없이 와닿았다. 그녀는 임신을 하기 되기까지 그리고 나서 겪는 여자의 희노애락은 공감이 갔다. 미국 독립일날 그녀의 첫째 딸이 태어났고, 둘째
딸까지 이루게 되어 그녀가 원하는 네모의 안정된 가정을 이루게 되었다.
오바마는 분명 좋은 남편이고, 아버지였지만 그러기
이전에 그의 직업은 정치인이었다. 그런 것들을 완전히 해낼 수 있는 직업군이 아니었다. 미셸 역시 '독박 육아'란 우리나라의 표현을 알았다면 참
많이 나왔을 거다. 그녀는 주중에 반이상을 늘 '독박 육아'를 해야만 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그 상황에 분노하는 대신, 현실적인 방안으로
대처해 나갔다.
정치를 불신하던 그녀가 백악관의 안주인이 되다
무명의 의원에서 대통령 선거에 나가기까지 그녀는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정친인이라면 일단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평범한 사람에 가까웠다. 그랬던 그녀가 이 세상을 정치로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 것도 버락 오바마 였다. 하지만 그런 그가 대선을 나선다고 했을 때는 입장이 달랐다. 아무리 승승장구해온 그도
안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버락의 선거운동을 지지했지만, 내심으로는 그가 끝까지 해내지 못할 거라고 여겼다. 버락은
사람들에게 미국의 분열을 치유해야 한다고 열렬히 호소했다. (중략)
하지만 그동안 분열을
너무 많이 보아온 터라, 내 희망은 그렇게까지 굳건하지 못했다. 버락은 누가 뭐래도 흑인이었다. 나는 그가 정말로 승리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는 승리의 주인공이 되었다. 게다가
연임까지 이어가는 대통령이 되었다. 퍼스트 레이디가 되고 나서 그녀는 자신의 위치를 십분 활용하여 자신의 소리를 내는데 충실했다. 워킹맘 시절
바빠서 챙기지 못했던 아이들의 식단을 살펴 보며 인스턴트 위주이며 그것이 소아 아동 비만을 일으키며 미국 전역의 문제임을 인식했다. 그래서
백악관 텃밭 가꾸기를 시작으로 미국 식당 내 조리법 변화, 대형 마트의 채소 값 낮추기 등 현실적으로 여러 방안을 강구해 나갔다. 그리고
언론이 자신의 사생활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는 것을 이용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미국 소아 아동 비만, 식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나갔다.
아이들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에 나가는 것 역시 주저하지 않았다.
아흔이 넘은 넬슨 만델라를 만났을 때 그녀는 그의
인생을 목전에 두고 세상의 변화란 것이 단숨에 일어나지 않을 수 있음을 느꼈다. 어쩌면 자신이 살아 생전에 변화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충분한 메시지가 있었다. 버락 오마바의 임기가 끝나도 계속 변화를 위해 자신이 달려가야 하는 원동력을 얻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
5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책임에도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그만큼 그녀의 글은 흡입력이 있었다. 그저 4년제 대학교 정규 교육을 받았고 그럴 사한 직장을 다니다가 아이 엄마가 되어 나 자신의
목소리에 목말라하는 내게 이 책은 큰 메시지를 가져다 준듯 하다. 국적은 달라도 자라온 환경은 달라도 한 명의 여성이 겪어야 하는 고민을 그녀도
했었고, 그럼에도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충실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것이 세상에 의미있음을 만들었다. 무엇이 되고프나 무엇이 되야 하는지
모르는 나에게 마치 던지는 메시지 마냥 남겨 놓은 그녀의 에필로그를 마음 깊이 되새겨 보고프다.
"어떤 목표를 정해두고 그곳에
다다라야만 한다는 말도 아니다. 우리가 자신을 남들에게 알리고 들려주는 것,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는 것, 자신만의 목소리로 말하는 것은 그
자체로 힘이 된다. 그리고 기꺼이 남들을 알고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것은 고귀한 일이다. 내게는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무언가가 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