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빙수의 전설 웅진 모두의 그림책 21
이지은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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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쨍한 여름날을 유달리 좋아하는 나, 여름의 쨍한 햇볕을 받고 있으면 땀이 흐르면서도 뭔가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 들고 내가 살아 있는 느낌이 좋고 낮이 길어서 하루가 긴 느낌이라 좋다. 그러면서 여름날의 좋은 이유를 꼽자면 먹거리가 아닐까? 여름이면 생각나는 양손으로 비벼야 하는 비빔면, 그리고 만인의 디저트 팥빙수까지 그 즐거운 먹거리들이 나의 여름날을 행복하게 한다.  팥빙수의 사랑에 대해 우리나라가 남다르다 말할 수 있다. 빙수만 전문적으로 파는 카페 체인점도 있고, 어느 가수의 히트곡 중 '팥빙수'의 노래가 있을 정도니까~ 그런 '팥빙수'의 전설이 있다면 어떤 이야기일까? 본격 1인 1팥빙수 권장 그림책 <팥빙수의 전설>을 읽게 되었다.     

   

  주인공은 시골 할무니~ 우리 상상 속에서 있을 법한 그런 시골 할머니이다.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나서 어푸어푸 세수를 하시고 시골 밥상에 냠냠 밥을 드신다. 검은 콩밥에 풋고추를 찍어 먹는 모습, 디테일이 살아있다. 오물오물 냠냠 아침 식사를 하시고는 빨간 망토, 아니 빨간 보자기를 머리에 둘러메시고 밭일을 하루로 바삐 나가 일과를 보신다.

  빨간 망토 입은 소녀가 길을 나서듯 빨간 보자기 할머니도 장에 수확 과일과 단팥죽을 팔러 나가신다. 그런데 따뜻한 날 눈이 내리면 눈호랑이가 나온다고 했다나? 오메오메 하면서 눈호랑이가 나올까?  노심초사 할머니 팔자 주름이 짙어지셨다.

  그때 두둥! 눈호랑이 등장이요! 호랑이보다 귀여움 돋는 것이 고양이에 가까운 느낌이다. 앞발이 보송보송해 보이는 것이 솜털같이 보인다. 그렇게 겁이 하나도 나지 않는 눈호랑이를 마주했는데 눈호랑이는 우리가 많이 들었던 대사를 어김없이 내뱉는다. "맛있는 거 주면 안 잡어 먹지~"

  그리고는 할머니가 고이고이 싸서 장에 팔려던 딸기, 참외, 수박까지 무참히 먹어 치운다. 그런데 그 먹어 치우는 모습들도 너무 귀여워 막 웃음 짓게 된다. 수박을 격파하는 모습! "빠샤!"라니~ 너무 귀엽잖아~~

 

  할머니가 싸온 과일들을 다 먹여치우고는 분신술이며 오만 방법을 이용해 다시 할머니를 쫓아가 맛있는 거 달라고 심술 불리는 눈호랑이,  네가 다 먹었다면서, 잡아먹든지 말든지 할머니도 단호하시다.

  그러다가 할머니의 짐보자기를 뒤지다가 단팥죽을 머리에 엎게 된 눈고양이~~ 김이 모락모락 나고 그것도 맛나다고 핥아먹다가 사르르 녹기 시작하는 눈호랑이~자신이 녹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그렇게 눈고양이가 녹고 난 것들을 담아다가 팔았더니 할무니가 대박이 낫다나 뭐라나~

^^ 이 그림책의 원 이야기는 <팥죽할멈과 호랑이>,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시작되었다. 그 두 이야기의 모티브를 지니면서도 작가의 발랄한 그림과 새롭게 탄생된 이야기가 웃음 짓게 한다. 얼마 전 다녀온 동화 작가님의 만남에서 세상의 모든 이야기기는 공공재라 생각한다며 기존의 이야기를 가지고 새롭게 만들 수 있다고 했었다. 정말  <팥빙수의 전설>을 보면서 그 말씀을 실감한다. 시작점은 우리가 아는 이야기었더라도 그 내용과 결말은 이렇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니! 무엇보다 먹음직스러운 팥빙수 그림 때문에 매년 여름 이 책을 펼치게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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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망했다고 생각될 때 - 실수에서 시작하는 자존감 회복 프로젝트 십대를 위한 자존감 수업 1
양지열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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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서른 중반에 접어들면서 과거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가끔 든다. 누군가 나에게 인생 혹은 세상살이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렇다고 말해주었음 얼마나 좋았을까? 그저 수능 시험 후 핑크핓 미래만을 꿈꾸는 나에게 인생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을 그리고 설사 실패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그것은 인생의 실패라고 볼 수 없다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었음 얼마나 좋았을까? <이번 생은 망했다고 생각될 때>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의미 깊다.

 이 책은 양지열 변호사가 자신이 겪어 온 인생에 대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허심 탄하게 쓴 에세이다. 저자의 직업이 변호사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전 선입견을 갖고 볼 수도 있다. '변호사이니까 보나 마나 금수저이거나 혹은 어린 시절부터 우등생이었던 이야기 레퍼토리로 시작되겠지!' 하지만 이 책 속의 저자는 자신이 인생을 살아오면서 움츠러들고 부족했던 부분을 이야기하기에 더욱 눈길이 간다. 중학교를 간다는 압박에 너무 아파 죽고 싶을 만큼 뇌출혈을 알았던 기억, 몰래 커닝을 했다가 친구에게 협박까지 당했던 일, 기자를 거쳐 변호사 직업을 가졌음에도 자신을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어렵다는 고백까지 꽤나 솔직 담백하다. 그런 그가 하는 조언이기에 귀가 더욱 귀 기울여지는 것은 아닐까? 십대가 훨씬 지났음에도 책 속에 그가 해주는 담아 놓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어 옮긴다.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건 참 어려워. 혹시 지금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더라도 스트레스받지는 마. 하고 싶은 일이 생겨도 실제로 그 일을 하기까지는 노력이 필요해. 그래서 싫은 공부도 억지로 해 둘 필요가 있어. 또 막상 하고 싶은 일을 하더라도 늘 만족스러운 건 아니야.
중요한 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주저앉아 있지는 말아야 한다는 거야. (중략)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싶으면? 뭐가 문제인지 파악하고 다른 꿈을 찾아보는 거야. 세상은 만족스럽지도 못한 것을 해결하며 조금씩 발전해 왔거든. 개개인의 삶도 그런 거야."
-꿈꾸지 않아도 좋아- 편에서


"어쩌면 세상에 실패란 없을지도 몰라.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그걸 실패라고 여기기 때문에 실패인 거지. 가던 길이 막혔으면 다른 길로 가면 그만인 것을 말이야. 물론 후회 없이 열심히 했을 때 얘기라는 걸 잊지 마."
-세상에 실패는 없을지도 몰라-편에서


새로 난 가지가 가장 높은 곳에 돋아 있는 것처럼 오히려 너희들이 새로운 세상에 더 가까이 있는 셈이야.(중략) 뿌리와 줄기로서 자리 잡고 있는 어른들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해. 조금은 답답해 보이겠지만 오늘의 새로운 세상을 이끌어 낸 건 어른들이니까. (중략) 지금은 어른들로부터 일방적으로 답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자라야 하는 시대인 거야. 어른이라고 무조건 공경하라고 하진 않을게. 대신 어른들에게도 고민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손을 잡아 주지 않으련?"
-어른에게서 답을 찾는다고?- 편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는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을 나이 어린 아랫사람으로 대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강렬히 받았다. 그저 어쩌면 가까운 친구에게 자기의 속내를 편하게 말하면서 동등 선상에서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하고 싶은 일을 못 찾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며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현실적 위로와 함께 현재의 세상은 어른들에게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자라는 시대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더불어 손을 잡고 가자는 쿨한 제안까지~ 쿨 내가 풀풀 풍기는 이 변호사 아저씨의 말에 청소년들이 작게라도 귀 기울이며 이 책을 들춰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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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팀장들 - 까칠한 인재마저 사로잡은 그들의 지독한 솔직함
킴 스콧 지음, 박세연 옮김 / 청림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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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장'이라는 타이틀을 달아본 적 없는 그저 일개 평사원이었던 나에게 '팀장'이란 그저 우리에게 업무를 주고 쪼으는 존재로만 인식했던 거 같다. '팀장'이라는 직함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가 아닐까? 그러다 능력 없다고 여겨지던  옆 팀장님이 승진하는 것을 보면 정치를 잘한다며 역시 인생은 한방이야 하며 일개 사원들끼리 얼마나 이야기했던가? 생각해보면 그분이 나를 비롯한 팀원들에게 크게 잘못한 것은 없는데 왜 그리 욕을 먹으셔야 했는지, 단지 '나는 그것이 팀장이라는 직함이 가져갈 왕관의 무게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내 앞에 한 권의 책을 접하면서 그분의 무게를 실감했고 이 책 한 권을 접하고 팀원을 대하셨다면 어땠을까? 생각이 든다.

 

 

 

  '완전한 솔직함'이라니, 사실 나는 이 표현이 어떤 의미인지 쉽게 와닿지 않았다. 'Radical Candor'이란 영어 표현을 우리말 번역으로 옮긴 표현인데 저자의 해설이 더해지자 그제서야 수긍이 같다.  대다수가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도록 오랫동안 훈련을 받아 왔기 때문에 완전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놓는 것을 꺼리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상사 역시 그러한 태도를 임했을 때는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그리고 솔직함에 있어 단어 'Candor'은 우리가 생각하는 솔직함 'honesty'보다는 겸손함이 더 강한 의미라고 한다. 나 역시 솔직하게 이야기하지만 당신 역시 나에게 그래주길 바란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고 한다.

 

 

  페이스북 COO 셰릴 샌드버그가 상사로서 보여준 '완전한 솔직함'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전략을 뒷받침하는 충분한 사례들이 실려 있다는 점이었다. 저자가 겪었던 경험을 비롯한 지인들의 경험들까지 자연스럽게 나와 이해를 도왔다. 그 사례 중 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내용은 셰릴 샌드버그가 저자의 상사로 있을 때 겪었던 일이었다.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이자 <린인>의 저자로 유명한 그녀가 바로 윗상사였다니 감탄, 하지만 그보다 더 감탄한 것은 그녀가 보여준 '완전한 솔직함'이었다.  저자가 구글 입사 당시 프레젠테이션을 마쳤을 때 셰릴은 첫 마디는  "구글에서 놀라운 경력을 쌓아가고 있군요."였다. 그러면서도 저자가 자기 생각을 설명하기 위해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오늘 당신이 질문을 다루는 방식에서 저도 많은 걸 배웠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저자가 말할 때마다 "음" 하는 것에 대해 멍청하게 들린다며 좋은 발성가를 추천하기까지 했다.

  이 부분에서 나는 내 몇 년 전 상사를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수긍의 의미로 "응응"이라고 했는데 그것을 왜 반말을 하냐면서 순식간에 나를 예의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셰릴은 저자가 구글에 입사하기까지의 배경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면서 그녀를 칭찬으로 독려하면서도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솔직한 지적을 하고 있었다. 내가 받았던 그저 단순 지적질이랑은 큰 차이가 느껴졌다. 그리고 저런 상사 밑에서 일했다면 어떠한 지적도 감사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저자는 이 피드백을 받은 후 그녀의 대화법을 가르칠 수 있겠다는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이르렀다고 한다.  

 

  '완전한 솔직함'에 이르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개인적 관심과 직접적 대립(직원들끼리 혹은 상사인 본인에게 직접 이의를 제기하고 허용하면서 생길 수 있는)이 필요하다고 한다. 위 도표는 그러한 '완전한 솔직함'에 이르기 위해서는 한 가지 요소가 결여되었을 때나 두 가지 요소 모두가 결여되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사례를 들어 잘 이해하도록 도왔다.  읽으면서 생각나는 분들이 있었다는 것은 안비밀!

 

  팀원 유형 별 동기 부여 및 팀의 성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방법론 제시

  '완전한 솔직함'에 대한 내용 이외에도 이 책의 내용들은  팀원들과 관계 소통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들을 다루어 주고 있다. 팀원을 유형으로 분류해 그런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피드백을 해줘야 하는지 직접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는데 굉장히 솔깃하다.  그들 각자의 유형에 맞게 일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끔 근로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목적이 선명해 보인다. 그러면서 과연 나는 어떤 유형의 팀원이었나 머릿속으로 그려 보았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큰 성과를 내지도 않았고 그저 완만하게 성장하는 평범한 팀원에 속하지 않았으려나? 하고자 하는 의지는 나름 충만했다고 나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이 내용 부분에서는 상사가 정말 난감하기 그지없는 '해고'에 대한 이야기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해고를 고하는 것이 아니라 해고에 이르기까지를 한 번 더 짚어보게끔 하고 있다.

 

  저자는 팀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가장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자신의 중심을 잡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중심을 지키기 위해 하는  몇 가지 활동들을 소개했는데 8시간 수면, 45분 운동, 가족과의 식사,  일주일 소설 한 권 읽기, 남편과의 여행(1년 4번) 등이었다. 비단 팀원에 국한 시켜서가 아니라 넓게는 인간관계에서도 자신이 흔들리지 않기 위한 몇 가지 활동을 가지는 것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에 잠기게 한다.

  맨 마지막 챕터에서는 팀원들과 성과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이야기했다. 결국 어떻게든 이러한 관계 소통 역시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한 눈물의 여정 아니겠는가? 직접적인 과정과 그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와 있어 더욱 이해가 잘 되었다. 업무를 추진해 가는 과정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칸반 보드' 와 같은 실전  팁들도 나와 있었다. 난 팀장이 돼본 적이 없었지만 이 책을 읽으며 많은 회사 조직의 팀장님들의 직접적인 고민들을 다룬 책임이 느껴졌다. 언젠가 남편이 팀장이 된다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덧) 저자 강연

https://youtu.be/4yODalLQ2lM

 

 

 

 

  실리콘밸리의 인재를 잡는 새로운 관계 소통의 키워드 '완전한 솔직함'

 

   무엇보다 이 책의 가치는 저자가 일해왔던 배경인 실리콘밸리에 있다. 머리말에 밝혀 두었듯 실리콘밸리의 사람들이 특별하거나 교육 프로그램이 충분해서가 아니다. 그저 이곳은 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벌어지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성장하는 많은 기업들이 있는 만큼 이곳은 늘 인재에 목말라 있다고 한다. 그래서 본인이 다니다가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 싶으면 가차 없이 나갈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이곳 인재들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이들은 관리자와 직원 간의 관계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 그리고 그 관계의 핵심을 '완전한 솔직함'이라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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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렁주렁 열려라 웅진 우리그림책 51
황선미 지음, 이희은 그림 / 웅진주니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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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에 흙을 다시 묻히게 된 것도 아이가 바깥 놀이를 나가면서부터였다. 아이에게 '흙', '자연'은 정말 큰 장난감이자 놀이터가 돼줄 수 있다는 것을 매번 느낀다.  흙만 있음 매번 심심하다고 놀아달라는 아이도, 흙놀이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런 나도 흙을 매만지다 보면 어린 시절이 떠오르고 무엇인가를 정성스레 키워보고 싶어진다.  <주렁주렁 열려라>는  우리나라 대표 동화 작가 황선미 님이 본인의 전원생활을 토대로 쓰인 동화이다. 황선미 작가 특유의 따스한 동화와 이희은 그림 작가의 알록달록 그림이 더해져 보기만 해도 미소 지어지는 이 책을 보고 전원생활의 로망이 더 생겨났다. 

    그림책 속 주인공 은송이와 엄마는 밭에 가기 전 채비를 한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너무 이뻐서 갖고 싶은 생각이 ^^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분홍색 토끼 인형이다.  은송이의 토끼 인형은 왜 챙긴거지?

  엄마와 모자를 쓰고  자전거를 달리는 풍경은 벚꽃이 만발한 봄이다. 자전거를 달려와 밭에는 새롭게 돋아난 옥수수 싹이 모녀를 반긴다.  옥수수 싹을 만져 보는데 작은 잎이 부드럽고 이파리가 꼭 웃는 것 같다며 미소 지으며 그 잎을 바라보고 있는 은송이, 늘 보는 풍경이 검정색 아스팔트 길, 달리는 자동차 그리고 고층 아파트인 아이들과 이렇게 자연의 경이로운 성장을 느끼는 아이들은 얼마나 다를까?  집 화분에 심은 콩에 새싹이 돋은 것만으로도 큰 발견한 마냥 행복해하던 첫째 아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은송이는 엄마가 콩을 심으면  하나에 열 개 이상도 난다는 말에 자신의 토끼 인형도 심기로 한다. 토끼들이 주렁주렁 달리게끔^^ 토끼 인형이 주렁주렁 달리면 친구들도 하나씩 나누어 줄 거라는 은송이, 자연은 그렇게 나눔을 알려주는 듯하다. 자신의 열매를 나누듯 열매나 농작물이 생김 나누어 주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해주는 듯하다.

 

  토끼 인형을 심고 나서 키우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란 걸 은송이는 체감한다. 엄마는 좋은 일꾼이라고 하지만 징그럽게 생긴 지렁이도 만나고  점심때 흘린 밥알을 주우러 온 개미 떼들도 만난다.  운송이는 이들로부터 토끼 인형을 지켜내기 바쁘다.  강아지는 강아지인데 귀엽지 않은 '땅강아지'를 만나 개미한테 물린 곳에 또 물려서  울음까지 급기야 터뜨리고 만다.  토끼 인형을 지키려고 벌레들이 없나 흙을 파다 엄마를 방해하는 불상사까지!

 

 

이제는 집에 가자는 말에 토끼 인형이 흙 속에 혼자 외로울까 다시 빼서 안아주는 운송이, 모녀가 돌아가는 길에는 반가운 봄비가 촉촉하게 내려 준다. 봄비에 대해 표현한 동화 구절이 그림만큼 이뻐서 꼭꼭 간직하고 싶어졌다.


"집으로 가는 길에 보니,하늘이 점점 어두워지고 비도 조끔 씩 더 내렸어요.
밭에 있는 식물들이 세수하고 더 잘 크라고,농부들은 집에 가서 편히 쉬라고."


황선미 <주렁주렁 열려라> 중에서

 

  봄빛이 너무 잘 표현된 그림책이라, 뭔가 전원생활이 그리울 때 이 책을 자주 펼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은송이네 모녀처럼 나도 아이들과 조그만 텃밭을 일굴 그림을 그려 본다. 더 많은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함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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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내가 지켜 줄게 웅진 모두의 그림책 20
고정순 지음 / 웅진주니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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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엄마 왜 안 와>로 오늘날 일하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보여줬던 고정순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바로 <아빠는 내가 지켜줄게>이다. 전작에서 일하는 엄마를 화자를 내세웠기 때문에 당연히 이번 책 역시 아빠가 늦게 야근하는 이유, 주말에도 계속 잠자는 이유에 대한 아빠의 이야기일 거라고 혼자 어림짐작했었다. 그런데 역시 ^^그림책 작가님의 생각은 그것을 뛰어넘었다. 이번 그림책의 주인공은 아빠를 지켜주고픈 여자아이다.


  어쩜 우리나라 아빠들의 평균 모습이지 않을까? 뭔가 둥그스름한 체형, 사실 이 책을 아이와 함께 보면서도 우리 아빠라고 했다. 대한민국의 아빠는 대부분 이런 모습인 것일까? 하지만 모습은 중요하지 않다. 아빠의 모습보다 중요한 것은 자식에 대한 사랑이겠거니~ 이 책 속 주인공의 아빠는 자신이 지켜주지 못할 때를 생각하는 것일까? 미래에 좋은 사람이 딸을 지켜 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아직 네 다섯 살로 보이는 딸은 아빠에게 '지키는 것'이란 게 무엇인지 물어본다. 아빠는 이야기해준다. '지키는 것'이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힘들지 않게 도와주며, 비 오는 날 우산 같은 것이라고.  (사실 이 장면에서 나는 이 아빠는 보통의 아빠는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명랑한 딸은 '지켜주는 것'이 참 멋지다며 자신이 대뜸 아빠를 지켜주겠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는 아빠에게 대롱 매달릴 만큼 조그만 딸이지만, 딸의 아빠를 지켜주고픈 마음은 거인만큼 크지 않을까?


  딸은 아빠를 지켜주기 위해 자신이 하고픈 일들을 이야기한다. 쉬는 날마다 아빠가 늦게까지 잘 수 있게 해주고,  양말도 바로 해주는 로봇을 만들 것이며, 아빠가 좋아하는 휴대폰 나무도 키울 거라는 딸. 이 장면을 보면서 뭉클해졌다.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보이는 것 같아서 그런데 한편으로는 주말 내 옆에 있는 누군가의 아빠인 사람에게 너무 못되게만 군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 페이지는 아니지만 '지켜 주는 것'에 관해 큰 여운을 안겨준 이 문장에서 나는 골똘히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그리고 누군가를 '지켜 준다는 거'가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란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맨 마지막 저자의 페이지에서 한 번 더 뭉클하고 만다. 그리고 예전 내 아빠가 나에게 썼던 편지 중 '퇴근하고 신발장 내 신발의 모습은 기다리다 지쳐 잠든 나의 모습 같았다'라는 표현이 떠올랐다. 그 언젠가 아빠랑 심하게 싸웠을 때 엄마는 내게 아빠가 군대보다 가기 싫은 곳이 회사라고 말한 적 있다고 이야기해주셨다. 그런데도 끝까지 정년을 채우고 회사를 다니셨던 아빠, 주말에 놀기보다 늘 잠을 자고 있고 애정표현도 술을 취해야 할 줄 아는 아빠였지만 그래도 내게는 최고의 아빠였음을 이 그림책이 한 권이 깨닫게 한다.


  이번 그림책 이외의 <엄마 왜 안 와>까지 고정순 작가는 우리 일상에서 잊고 지내는 행복, 고마움을 잘 일깨워주는 거 같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아빠, 엄마가 왜 이런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 의문을 생기게 하며 그 어떤 강렬한 논평보다 사회에 대한 메시지가 느껴지기도 한다.(그저 나의 생각인가?^^;;) 앞으로 고정순 작가의 다른 그림책들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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