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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내가 지켜 줄게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20
고정순 지음 / 웅진주니어 / 2019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엄마 왜 안 와>로 오늘날 일하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보여줬던 고정순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바로 <아빠는 내가 지켜줄게>이다. 전작에서 일하는 엄마를 화자를 내세웠기 때문에 당연히 이번 책 역시 아빠가 늦게 야근하는 이유, 주말에도 계속 잠자는 이유에 대한 아빠의 이야기일 거라고 혼자 어림짐작했었다. 그런데 역시 ^^그림책 작가님의 생각은 그것을 뛰어넘었다. 이번 그림책의 주인공은 아빠를 지켜주고픈 여자아이다.

어쩜 우리나라 아빠들의 평균 모습이지 않을까? 뭔가 둥그스름한 체형, 사실 이 책을 아이와 함께 보면서도 우리 아빠라고 했다. 대한민국의 아빠는 대부분 이런 모습인 것일까? 하지만 모습은 중요하지 않다. 아빠의 모습보다 중요한 것은 자식에 대한 사랑이겠거니~ 이 책 속 주인공의 아빠는 자신이 지켜주지 못할 때를 생각하는 것일까? 미래에 좋은 사람이 딸을 지켜 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아직 네 다섯 살로 보이는 딸은 아빠에게 '지키는 것'이란 게 무엇인지 물어본다. 아빠는 이야기해준다. '지키는 것'이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힘들지 않게 도와주며, 비 오는 날 우산 같은 것이라고. (사실 이 장면에서 나는 이 아빠는 보통의 아빠는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명랑한 딸은 '지켜주는 것'이 참 멋지다며 자신이 대뜸 아빠를 지켜주겠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는 아빠에게 대롱 매달릴 만큼 조그만 딸이지만, 딸의 아빠를 지켜주고픈 마음은 거인만큼 크지 않을까?

딸은 아빠를 지켜주기 위해 자신이 하고픈 일들을 이야기한다. 쉬는 날마다 아빠가 늦게까지 잘 수 있게 해주고, 양말도 바로 해주는 로봇을 만들 것이며, 아빠가 좋아하는 휴대폰 나무도 키울 거라는 딸. 이 장면을 보면서 뭉클해졌다.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보이는 것 같아서 그런데 한편으로는 주말 내 옆에 있는 누군가의 아빠인 사람에게 너무 못되게만 군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 페이지는 아니지만 '지켜 주는 것'에 관해 큰 여운을 안겨준 이 문장에서 나는 골똘히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그리고 누군가를 '지켜 준다는 거'가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란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맨 마지막 저자의 페이지에서 한 번 더 뭉클하고 만다. 그리고 예전 내 아빠가 나에게 썼던 편지 중 '퇴근하고 신발장 내 신발의 모습은 기다리다 지쳐 잠든 나의 모습 같았다'라는 표현이 떠올랐다. 그 언젠가 아빠랑 심하게 싸웠을 때 엄마는 내게 아빠가 군대보다 가기 싫은 곳이 회사라고 말한 적 있다고 이야기해주셨다. 그런데도 끝까지 정년을 채우고 회사를 다니셨던 아빠, 주말에 놀기보다 늘 잠을 자고 있고 애정표현도 술을 취해야 할 줄 아는 아빠였지만 그래도 내게는 최고의 아빠였음을 이 그림책이 한 권이 깨닫게 한다.

이번 그림책 이외의 <엄마 왜 안 와>까지 고정순 작가는 우리 일상에서 잊고 지내는 행복, 고마움을 잘 일깨워주는 거 같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아빠, 엄마가 왜 이런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 의문을 생기게 하며 그 어떤 강렬한 논평보다 사회에 대한 메시지가 느껴지기도 한다.(그저 나의 생각인가?^^;;) 앞으로 고정순 작가의 다른 그림책들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