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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렁주렁 열려라 ㅣ 웅진 우리그림책 51
황선미 지음, 이희은 그림 / 웅진주니어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손에 흙을 다시 묻히게 된 것도 아이가 바깥 놀이를 나가면서부터였다. 아이에게 '흙', '자연'은 정말 큰 장난감이자 놀이터가 돼줄 수 있다는 것을 매번 느낀다. 흙만 있음 매번 심심하다고 놀아달라는 아이도, 흙놀이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런 나도 흙을 매만지다 보면 어린 시절이 떠오르고 무엇인가를 정성스레 키워보고 싶어진다. <주렁주렁 열려라>는 우리나라 대표 동화 작가 황선미 님이 본인의 전원생활을 토대로 쓰인 동화이다. 황선미 작가 특유의 따스한 동화와 이희은 그림 작가의 알록달록 그림이 더해져 보기만 해도 미소 지어지는 이 책을 보고 전원생활의 로망이 더 생겨났다.

그림책 속 주인공 은송이와 엄마는 밭에 가기 전 채비를 한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너무 이뻐서 갖고 싶은 생각이 ^^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분홍색 토끼 인형이다. 은송이의 토끼 인형은 왜 챙긴거지?

엄마와 모자를 쓰고 자전거를 달리는 풍경은 벚꽃이 만발한 봄이다. 자전거를 달려와 밭에는 새롭게 돋아난 옥수수 싹이 모녀를 반긴다. 옥수수 싹을 만져 보는데 작은 잎이 부드럽고 이파리가 꼭 웃는 것 같다며 미소 지으며 그 잎을 바라보고 있는 은송이, 늘 보는 풍경이 검정색 아스팔트 길, 달리는 자동차 그리고 고층 아파트인 아이들과 이렇게 자연의 경이로운 성장을 느끼는 아이들은 얼마나 다를까? 집 화분에 심은 콩에 새싹이 돋은 것만으로도 큰 발견한 마냥 행복해하던 첫째 아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은송이는 엄마가 콩을 심으면 하나에 열 개 이상도 난다는 말에 자신의 토끼 인형도 심기로 한다. 토끼들이 주렁주렁 달리게끔^^ 토끼 인형이 주렁주렁 달리면 친구들도 하나씩 나누어 줄 거라는 은송이, 자연은 그렇게 나눔을 알려주는 듯하다. 자신의 열매를 나누듯 열매나 농작물이 생김 나누어 주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해주는 듯하다.

토끼 인형을 심고 나서 키우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란 걸 은송이는 체감한다. 엄마는 좋은 일꾼이라고 하지만 징그럽게 생긴 지렁이도 만나고 점심때 흘린 밥알을 주우러 온 개미 떼들도 만난다. 운송이는 이들로부터 토끼 인형을 지켜내기 바쁘다. 강아지는 강아지인데 귀엽지 않은 '땅강아지'를 만나 개미한테 물린 곳에 또 물려서 울음까지 급기야 터뜨리고 만다. 토끼 인형을 지키려고 벌레들이 없나 흙을 파다 엄마를 방해하는 불상사까지!

이제는 집에 가자는 말에 토끼 인형이 흙 속에 혼자 외로울까 다시 빼서 안아주는 운송이, 모녀가 돌아가는 길에는 반가운 봄비가 촉촉하게 내려 준다. 봄비에 대해 표현한 동화 구절이 그림만큼 이뻐서 꼭꼭 간직하고 싶어졌다.
황선미 <주렁주렁 열려라> 중에서
봄빛이 너무 잘 표현된 그림책이라, 뭔가 전원생활이 그리울 때 이 책을 자주 펼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은송이네 모녀처럼 나도 아이들과 조그만 텃밭을 일굴 그림을 그려 본다. 더 많은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함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