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과 결과의 경제학 - 넘치는 데이터 속에서 진짜 의미를 찾아내는 법
나카무로 마키코.쓰가와 유스케 지음, 윤지나 옮김 / 리더스북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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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근래 서울 지역번호로 전화가 왔다. 휴대폰 번호가 아니면 받지 않는 내가 그냥 무심코 받았더니 한국리서치라고 했다. 재미 삼아 서베이원으로 등록해놓았었는데, 그래서 전화가 온 거였다. 리서치 담당자는 내게 대뜸 '문재인 정부 혁신 정책'에 대해 아는지부터 그 정책에 대한 의견을 보기를 주며 물어보기 시작했다. 질문을 받는 내내 내가 아이와 씨름하며 지내느라 이 세상을 너무 등지고 살았구나 싶었다. 그러면서 귀에 걸렸던 내용 중에 하나가 '최저 임금 인상'에 대해 앞으로의 방향을 물었다. 나는 그저 모범 답안이다 싶은 내용의 보기로 '현재 임금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더 올려 나가야 한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 보기를 선택하면서도 고용률이 떨어진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그래도 괜찮은 걸까?라는 생각이 드는 거였다.  불과 이 책을 보기 전 나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접하게 되면서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통설을 믿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판단을 가져올 수 있는지 알게 해주었다.


  
  사실 나는 통계, 수치와는 친하지 않은 전형적인 문과생이다. 물론 경영을 복수전공하면서 경제학 수업을 듣기 했지만 그럴 때마다 눈물의 성적표를 받아야만 했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나오는 통계 데이터와 관련한 내용은 이러한 나도 이해하기 쉬운 수준이며 내용 설명이 명쾌하다.

  우리가 통설로 믿고 있는 사실에 대해 그것이 사실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시작하는데, 우리가 생각보다 믿고 있는 것들이 인과관계가 아닌 단순 상관관계인 사실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 역시도 읽으면서 인과관계가 설사 되지 않을지언정, '텔레비전을 많이 보는 어린이의 성적은 낮다'라는 상관관계이어도 텔레비전을 많이 보는 것은 나쁘니까 통설을 그저 믿음 안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명쾌하게 이야기한다.


"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통설을 믿고 행동했다가 기대했던 효과를 얻지 못할 뿐 아니라 돈과 시간까지 버리게 된다면?
이는 바꿔 말해 그 돈과 시간들을 정확히 인간관계에 근거한 곳에 쓰면 좋은 결과를 얻을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이다."
 왜? 책 제목이 <원인과 결과의 경제학>인지에 대한 답변이 될 수도 있는 구절이다.

 

  근거 없는 통설이 수없이 많으면서 그것에 민감하게 작용하게 되는 분야가 바로 의학, 교육 분야인데 이 분야에 사례를 주로 다루어 주어서 더욱 크게 공감을 사며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일본이기 때문에 어디까지 데이터 통계가 일본의 경우였지만 입시 환경이라던가, 의료 제도 정책이 큰 차이가 나지 않아서인지 우리나라와 큰 차이를 못 느끼며 읽었다.

 

  각 장마다 알아야 할 통계 관련 키워드를 제시한다. 그리고 독자로 하여금 주얼리 브랜드 홍보팀장이 되었다는 가정 아래 매출, 광고 인과 관계를 따지는 이야기를 풀어가며 개념의 이해를 돕는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적절한 통설을 이야기한 뒤 그것을 적용한 반박하는 내용을 다루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뭔가 눈이 뜨이는 느낌을 경험했다. 당장 내가 하고 있는 업무가 있어 적용하기보다도 이 나라를 살아가는 국민으로서 나라에서 내놓는 정책에 대해 그것이 정말 괜찮은 정책인 것인지에 대해 판단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낳으면서 일을 그만둔 경단녀로서 가장 눈이 갔던 4장의 통설 '어린이집을 늘리면 여성 취업률이 올라갈까?' 내용이 특별히 더욱 그랬다. 우리나라 정부에서 항상 여성들의 일자리를 위해 제시하는 대안의 1번이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린다'라는 것이다. 물론 그 정책 역시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들이 내놓은 것이겠지만 이 책의 내용을 보며 정말 '국공립 어린이집 증설과 여성 취업률'에 대한 인과 관계를 정밀히 따져 본 정책인지 의문이 가장 먼저 들었다. 이뿐 아니라 내가 전화로 받고 고민이 되었던 '최저임금'과  '고용'사이에 인과관계에 대한 질문에 대한 내용까지 나와서 정말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 결론은 미국의 경우를 들어 최저임금의 완만한 상승이 고용에 미치는 악영향은 한정적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친구랑 함께 가다 지자체 축제 행사 현수막을 보고는 가을에 지자체들이 너무 많은 축제를 하는 것 같다며 그 돈을 다른 곳에 쓰는 것이 복지 차원에 나은 것이 아닌가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저자가 에필로그에서도 밝혔듯 선거철에 표심에 의한 정책, 유행 같은 정책이 아닌 에비던스, 철저한 조사에 의한 검증된 정책을 내세워 국민들의 혈세가 낭비되지 않았으면 한다.

  전형적인 문과생인 나의 눈을 확 트여준 고마운 이 책을 많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특히나 수치 데이터를 만나면 졸게 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다. 빅데이터 시대에 두려움을 걷어줄 책이라 조심히 말해본다. 

#원인과결과의경제학 #빅데이터 #수읽는센스 #아마존재팬1위 #2017베스트경제서 #직장인필독서 #문돌이필독서 #통계기초교양 #데이터분석기본 #인과추론 #전략 #인과관계 #상관관계 #경제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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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능력을 보여줄 것인가 - 당신의 가치를 빛나게 할 능력 어필의 기술
잭 내셔 지음, 안인희 옮김 / 갤리온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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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생활의 마지막 회사는 교육계열의 회사였다. 외국 자회사여서 더욱 신뢰하고 갔었는데 내가 다니고 얼마 되지 않아 회사가 팔렸다. 회사의 주인이 바뀌고 나서 내가 소속된 마케팅 부서의 새로운 수장이 누가 될 것인가와 신규 사업개발팀이 새로 생겨나는데 그 팀에 누가 소속이 될 것인지가 이슈가 되었다. 결국 결정이 되고 나서도 회사 사람들은 대부분 그 사람들에 대해 썩~ 만족스러워하지 못했고 "정치를 잘했네~ 말만 번지르르하게 잘했네~"라며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를 돌이켜 생각해 보면 단순히 그들은 사내 정치를 잘한 사람이라고만 볼 수 있을까? 짧은 시간 내 자신들을 잘 어필한 것 역시 능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꼭 이러한 회사 생활이 아니어도 자신의 능력을 누군가에게 잘 어필할 줄 알아야 하는 자기 PR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딱 읽기 좋은 책을 만나게 되었다.


  저자 잭 내셔의 약력 역시 화려하다.  옥스퍼드 교수를 역임했고 IBM이 인정한 경영 컨설턴트이자 세계적 협상 전문가이다. 그는  '성공하려면' 보이는 능력을 높여야 한다'라는 주장 아래, '보이는 능력'을 높이는 8가지 기술을 이 책에 담아냈다. 지금 시대 성공의 대표 아이콘으로 통하는 인물들 혹은 위인들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론들을 제시하며 그 방법론의 근거들로 많은 실제 사례와 실험을 다뤄 더욱 신뢰가 갔다.

 

허풍 가득했던 옆 팀장님의 발표?는 곧 자신감?!

  실제로 회사에서 마케팅 부장님이 된 옆 팀장님의 경우 자신의 업무 소개할 당시 회사에서 주어진 월페이퍼 양식이 아닌 자신만의 프레젠테이션에 자신이 하는 업무를 과하게 포장해서 발표했다는 평이 많았었다. 하지만 그분의 발표는 절대 허황된 것이 아님을 책 속 실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기대치가 높았던 사람이 기대치가 낮았던 사람과 함께 실제 성과가 매우 나쁘더라도 기대치가 높았던 사람의 점수가 훨씬 높았다. 이 말인즉슨 허풍같이 들릴지언정, 긍정적으로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나는 업무 발표를 할 때 내용은 괜찮은데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는 평가를 여러 번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발표 연습이 부족했다고 생각했지만도 급한 업무 처리에 발표 연습을 만족할 만큼 하고 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이 책에서는 나 같은 그런 이들을 위한 확실한 처방을 내린다. 스스로 능력 있다고 믿어야만 자신감을 발산할 수 있는 법, 그 방법으로  '프라이밍'을 제안하다.  좀 더 쉬운 표현으로 풀이해 '밑 칠하기'라고 하는 이 방법은, 미리 생각해 보는 것이다. 발표를 앞뒀다면 발표를 하는 순간을 떠올려 보고, 미리 그때 나올 수 있는 질문들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한 번 해보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이 상승되고 더불어 상대방에게도 자신감을 풍길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자기소개서 비법! 이 직업과 내 인생의 연결고리 찾기

  짧은 순간,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의 최고가 면접이 있다면 그전 단계에는 자기소개서가 있다. 실제로 나 역시 대학교 졸업 시절, 각기 다른 회사에 입사 지원서를 쓸 때마다 자기소개서는 가장 큰 골치 거리였다.  글재주가 없는 남편이 자신의 자기소개를 교정하며 다듬어 달라고 할 때가 있었는데 공대생인 남편이 지원한 분야는 내가 잘 모르는 분야였기 때문에 한계가 느껴졌다. 

  이 책에서도 자기소개서와 관련한 내용들이 다루어지고 있는데, 솔직하게 말한다고 절대 성적에 맞춰 전공을 지원했다거나 지원한 업무 분야에 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등의 이야기는 꺼내지 말 것을 이야기한다. 대가는 신의 섭리에 따라 선택되어,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게 되는 법! 이라나~ 무려 피카소는 원래 장래희망이 의사였다고 한다. 자신의 현재 위치를 가장 잘 알고, 진로를 두고 고민한 적이 없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말이다. 대학교를 중퇴하고 서예를 배워 장차 서체가 아름다운 매킨토시 컴퓨를 고안한 스티브 잡스의 연설을 예로 들었다. 우리의 인생에도 이렇게 직업적으로 연관된 지점들을 찾아 두 새 개를 연결하면 스토리가 될 수 있으며 우리의 삶도 운명을 따른 삶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한다! 과연! 두둥~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취업을 준비하면서 읽었더라면 혹은 사회 초년생 시절로 돌아가 읽었더라면 조금 덜 고생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묵묵히 열심히 맡은 일을 하면 되는 줄 알았고, 내가 쌓은 공로에 대해서는 겸손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철저히 내가 했던 생각의 틀을 깨어주었다. 사람들이 내면의 능력을 알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이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히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정말 나의 내면부터 자신감으로 차오르게 만들어 나의 가치를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책이었기 때문에 읽는 내내 더욱 신뢰가 갔다.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대학원을 졸업하고 곧 세상을 나가게 될 내 동생에게 생일 선물로 이 책을 안겨야겠다. 부디 나와 같은 실수를 번복하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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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빵 1
보담 글.그림 / 재미주의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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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여러 매체에서 먹는 것에 관해 다루지 않으면 재미가 없다. 유명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먹방이 빠지면 재미가 없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소울푸드라던가, 먹는 것을 떠올리면 침은 고이는 것은 당연하고 마음 상태까지 변화하는 것이다. 먹는 것 중 빵을 싫다고 했던 사람은 드문 거 같다. 빵은 뭔가 보기만 해도, 몽글몽글 기분 좋아지는 비주얼을 가지고 있다. 특히 나는 집 근처에 성심당이 있어 가끔 가기도 하는데 빵을 사지도 않았는데, 빵이 풍기는 냄새와 비주얼에 압도 당해 결국은 접시에 이것저것 담기가 일쑤이다. 게다가 누군가 왔을 때도 접대하기에 간편하고, 누군가 축하할 일이 있을 때도 케이크만큼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기분 좋은 선물이 있을까?

 

  만화 <옥탑빵>은 빵의 그런 느낌을 충분히 잘 살린 만화이다. 배경은 빵이랑 어쩌면 전혀 어울릴지 않을 건물 옥탑방이지만, 옥탑방만이 줄 수 있는 그 느낌을 더하기도 한다. 주인공 지은이 나랑 한 살 밖에 차이 나지 않는 서른세 살이어서 그런가 모든 에피소드들이 감정 이입이 잘 되었다. 책 뒤편을 통해 주인공 지은이 저자 보담의 분신과도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 역시 직장 생활을 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진짜 해보기 위해 빵을 할까 하다 전공인 그림을 살려 웹툰을 연재하게 되었다고 했다.

 

  만화 속 지은은 친구들과 비교해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지도 않고, 결혼도 하지 않고 있고, 가정을 이루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잘하고 있는지 자문을 했다. 나는 대부분이 해당되었지만, 나 역시도 질문을 하고 있었다. 잘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말이다. 옥탑 빵 속 이야기들은 정말 우리 주변에 친구들이 겪고 있는 현실감 있는 이야기들을 빵으로 잘 다독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부모님, 어른들 뜻대로 살다가 꿈을 찾아 나선 주인공, 직장·가정 어디서나 치이고 있는 워킹맘 혜수, 오랜 연인을 뒀음에도 프러포즈 받지 못한 지혜까지 그런 이야기 나올 때마다 말미에는 케이크나 빵을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어찌나 나까지 힐링 되는지. 힐링이란 표현이 진부하지만 딱 어울리는 표현 같다.

 

그리고 만화가 주는 색감 자체가 화려한 색상이 아니라 빵이 가진 색감이라 해야 하나? 뭔가 보는 내내 편안한 느낌을 갖게 해줬다. 그리고 무엇보다 읽고 있음 빵을 빨리 사 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여 나는 결국 제과점에 가서 모카빵을 사와 한 입 베어 물고 말았다. 무엇보다 이 옥탑빵이 1권이라는 게 반가울 정도로 앞으로 또 어떠한 이쁜 케이크와 빵들의 그림과 이야기가 전개될지 기대가 된다. 계속 계속 소장하고픈 책, 마치 동네에서 나만 알고 싶은 유명한 맛 집을 발견한 마냥, 고이고이 아껴두며 보고픈 만화책이다.

 

^^읽는 내내  빵순이 친구들이 생각났고, 안정된 직장을 나와 새로운 도전 중인 친구에게도 선물해주고팠다. 그리고 늘 안정적인 선택을 해왔던 나에게도. 주인공 친구 지혜의 말대로 인생에는 답이 없다는 메시지를 가슴에 새기며 이제는 내 멋대로 좀 살아 보겠다고 마음 먹게 해주었다. 공감으로 위로해주고 날 꿈꾸게 해 준 이 만화, 많은 이들에게 추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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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티벳여우 스나오카 씨
큐라이스 지음, 손나영 옮김 / 재미주의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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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히어로 영화를 좋아한다. 선과 악의 정확한 구조, 그리고 평소 우리가 하지 못하는 것을 통쾌하게 해내는 히어로들을 보고 열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픽션일 뿐 우리 일상에서는 만나기 불가능한 존재이다. 일상에서 히어로라고 하면 어떤 사람이 떠오를까? 나 같은 경우 아이를 아기띠를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때 재빨리 자리를 양보 해주는 사람이거나 운전할 때 차선을 옮길 때 속력을 내고 천천히 달려주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모르지만 그렇게 사람에 대한 마음을 쓰는 사람을 만나면 괜시리 속이 뭉클해진다고 해야 할까? 
 

  <친절한 티벳여우 스나오카 씨>는 그런 일상의 히어로 같은 존재이다. 네 컷 만화이지만 상황 속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배려하는 데 그의 행동에 미소 짓게 된다. 그리고 나 역시도 그러한 배려를 받았던 것을 떠올리며 괜시리 마음이 뭉클해지곤 했다. 동료의 힘듦에 그저 끄덕끄덕하고 오는 전화도 마다하고 들어주는 자상함이라니, 내가 사회초년생 때 무작정 울며 전화했을 때 그저 들어줬던 사수가 생각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스나오카 씨를 보면서 나 역시도 겉만 보고 사람을 판단했다가 의외로 따뜻했던 사람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면서 사람은 늘 겪어 봐야지 안다고 했던 것이 기억났다.

 

 

  만화 책 속에서 스나오카 씨는 싱글대디로 나온다. 것도 굉장히 딸을 사랑을 하는 아빠로, 딸을 사랑하는 표현하는 방법이, 뭔가 행동으로 보여주는 데 엄마인 나도 범접할 수 없을 정도이다. 도시락을 만화 캐릭터로 만들어 주기, 케이크, 피자 만들어 주기 등등 그렇지만 엄격할 때는 "컹!"하면서 혼내는 모습을 보며 부모로서 느끼는 바가 많았다.

 

<시무룩 고양이 네코노히>, 그리고 이번 <친절한 티뱃여우 스나오카 씨> 둘 다 일본 큐라이스 작가의 작품인데, 일상을 관철하는 능력이 뛰어난 거 같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겪고 공감할 만한 내용들을 단 네컷으로 빨려들게 하는 묘한 능력, 그래서 그런가 우리나라, 일본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으로 먼저 퍼졌다고 한다.(시무룩 고양 네코노히 아래 리뷰 링크 참고)  ^^ 앞으로 그 두 캐릭터가 펼칠 이야기가 궁금한 1인, 뭔가 빡빡한 일상 속에 자그만한 쉼이 필요할 때 읽기 딱 좋은 만화책 같다. 선물용으로도 좋을 듯 하다! 앞으로도 계속 소장하며 스나오카 씨의 활약을 기대해야지 ^^!


https://blog.naver.com/spket0303/221315216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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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왜 안 와 웅진 모두의 그림책 13
고정순 지음 / 웅진주니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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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없다~" 30개월이 지나서도 말을 잘하지 못하는 내 첫째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고 나서 한 말이다. 8월부터 어린이집 등원을 하게 된 아이는 유독 엄마 껌딱지이었던지라, 어린이집을 보내면서 많은 걱정을 했었다. 생각보다도 아이는 어린이집에 적응을  잘했고, 급기야 선생님에게 "어린이집 체질"인 것 같다는 찬사 아닌 찬사를 받았다. 그랬던 아이지만도 내가 어린이집에 데리러 가면 늘 "엄마~"하고 약간을 어리광과 울먹임인 섞인 목소리를 하며 내 품에 안긴다. 엄마가 자신을 데리러 올 것을 알지만도 늘 마음 한구석에 '엄마'라는 자리를 비워 놓고 기다리고 있을 아이, 그 모습을 떠올리면 자꾸 애잔해지려 한다.
  그림책 <엄마 왜 안 와>는 아이에게 아이의 수준으로 엄마의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엄마, 언제 와?"


아이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이 그림책의 첫 그림은 이미 해가 지고 하늘이 노을로 물들여질 무렵의 풍경이다. 누군가에게는 서정적인 이 풍경이 누군가에게는 마음이 조급해질 풍경이다. 하루가 지나가도록 아이는 엄마와 함께 하지 못하고 있는 거고, 엄마는 아이에게 가지 못했다는 거니까......

 

 

작가가 의도한지는 모르겠지만 저녁 7시 반 사무실 풍경에서 서로 다른 표정을 한 구성원이 눈에 들어왔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자판을 치다가 시계를 들여다보는 여자 곰, 그 옆에는 시간과 상관없이 미소를 머금고 업무를 하고 있는 남자 토끼(흡사 메신저로 회식 메뉴로 이야기하는 것 같이 보이는 것은 내 경험이 있어서인가), 그리고 그 옆에는 "이런"이라고 말하고는 어떻게든 업무를 빨리 끝내려 하는 듯한 엄마가 있다. 왜? 왜? 그럴까?

 

 

엄마식 아이 눈높이 표현이 이 그림책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다. 자꾸만 토하는 코끼리, 길 잃은 동물 친구들, 잠 안 자고 울어 대는 새들, 화가 난 꽥꽥이까지 엄마는 아이에게 못 가는 이유를 이야기한다. 어쩌면 코믹하기도 한 이 표현들이 우리의 현실을 풍자한 탓에 쓴웃음을 짓게 된다.

복잡한 만원 지하철에서도 아이가 좋아하는 공룡 뱃속이라 표현해주며 엄마에게는 애써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다고 이야기해준다. 이미 해가 저물고,  불이 켜진 아파트 숲 앞 도로에는 만원 버스이며, 학원 버스, 밤이 늦어도 다니는 택배 트럭, 치킨 배달 오토바이까지 엄마가 돌아오는 밤 풍경에 우리나라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엄마식 아이 눈높이 표현이 이 그림책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다. 자꾸만 토하는 코끼리, 길 잃은 동물 친구들, 잠 안 자고 울어 대는 새들, 화가 난 꽥꽥이까지 엄마는 아이에게 못 가는 이유를 이야기한다. 어쩌면 코믹하기도 한 이 표현들이 우리의 현실을 풍자한 탓에 쓴웃음을 짓게 된다.

복잡한 만원 지하철에서도 아이가 좋아하는 공룡 뱃속이라 표현해주며 엄마에게는 애써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다고 이야기해준다. 이미 해가 저물고,  불이 켜진 아파트 숲 앞 도로에는 만원 버스이며, 학원 버스, 밤이 늦어도 다니는 택배 트럭, 치킨 배달 오토바이까지 엄마가 돌아오는 밤 풍경에 우리나라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네가 있으니까"

 

엄마의 고된 하루를 버틸 수 있는 단 하나의 이유이다. 참고 버티고, 무거운 하루가 지나갈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다. 하지만 그 이유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직 오지 않은 엄마 기다림에 아이의 기분에 먹구름이 꼈다.

 하지만 엄마는 아직이다.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은 엄마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었고, 아이와의 끼니를 위해 그리고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사기 위해 마트에서도 역시 치열하게 장을 보고, 집을 향한다.


"어두운 밤길을 달려 용감하게 너에게 갈 거야. 조금만 기다려 줄 수 있지?"

비단 이 이야기는 책 속 아이의 엄마만이 아니다. 엄마가 양손에 장바구니를 가득 들고 갈 때 유달리 옆에 있는 여성들이 보인다. 그들이 모두 엄마라고 단정 지을 수 없지만 한 명의 엄마 입에서 미소가 번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인공 아이 엄마가 얼굴이 시뻘게 지도록 빨리 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엄마의 어두운 골목길을 비추어주는 것은 가로등이지만 아이의 어두운 마음을 밝혀주는 것은 엄마이다. 엄마를 만나고서야 아이 얼굴에는 미소가 번진다. 잠이 잘 때가 되어서야 상봉한 듯한 이 모자는 서로의 몸을 최대한 밀착한 채 하루의 마무리를 한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몰랐다. 단지 내가 '엄마'라는 이유로 자식들에게 그저 미안한 마음을 품게 될지는, 이 책의 작가는 말한다. 미안한 마음을 갖는 지금을 사는 엄마들에게 그리고 기다리는 아이들과 함께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이 그림책을 보면서 비단 왜 엄마들은 이렇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면서 살아야 할까? 엄마의 숙명일까?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82년생 김지영>이 떠오르기도 했다. 엄마들의 미안한 마음을 조금은 덜 수 있게 나라가 조금이라도 그 짐을 덜어주길, 적어도 우리 아이들이 부모가 되었을 때 그런 나라가 되길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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