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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빵 1
보담 글.그림 / 재미주의 / 2018년 8월
평점 :
요즘 여러 매체에서 먹는 것에 관해 다루지 않으면 재미가 없다. 유명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먹방이 빠지면 재미가 없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소울푸드라던가, 먹는 것을 떠올리면 침은 고이는 것은 당연하고 마음 상태까지 변화하는 것이다. 먹는 것 중 빵을 싫다고 했던 사람은 드문 거 같다. 빵은 뭔가 보기만 해도, 몽글몽글 기분 좋아지는 비주얼을 가지고 있다. 특히 나는 집 근처에 성심당이 있어 가끔 가기도 하는데 빵을 사지도 않았는데, 빵이 풍기는 냄새와 비주얼에 압도 당해 결국은 접시에 이것저것 담기가 일쑤이다. 게다가 누군가 왔을 때도 접대하기에 간편하고, 누군가 축하할 일이 있을 때도 케이크만큼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기분 좋은 선물이 있을까?

만화 <옥탑빵>은 빵의 그런 느낌을 충분히 잘 살린 만화이다. 배경은 빵이랑 어쩌면 전혀 어울릴지 않을 건물 옥탑방이지만, 옥탑방만이 줄 수 있는 그 느낌을 더하기도 한다. 주인공 지은이 나랑 한 살 밖에 차이 나지 않는 서른세 살이어서 그런가 모든 에피소드들이 감정 이입이 잘 되었다. 책 뒤편을 통해 주인공 지은이 저자 보담의 분신과도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 역시 직장 생활을 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진짜 해보기 위해 빵을 할까 하다 전공인 그림을 살려 웹툰을 연재하게 되었다고 했다.

만화 속 지은은 친구들과 비교해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지도 않고, 결혼도 하지 않고 있고, 가정을 이루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잘하고 있는지 자문을 했다. 나는 대부분이 해당되었지만, 나 역시도 질문을 하고 있었다. 잘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말이다. 옥탑 빵 속 이야기들은 정말 우리 주변에 친구들이 겪고 있는 현실감 있는 이야기들을 빵으로 잘 다독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부모님, 어른들 뜻대로 살다가 꿈을 찾아 나선 주인공, 직장·가정 어디서나 치이고 있는 워킹맘 혜수, 오랜 연인을 뒀음에도 프러포즈 받지 못한 지혜까지 그런 이야기 나올 때마다 말미에는 케이크나 빵을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어찌나 나까지 힐링 되는지. 힐링이란 표현이 진부하지만 딱 어울리는 표현 같다.

그리고 만화가 주는 색감 자체가 화려한 색상이 아니라 빵이 가진 색감이라 해야 하나? 뭔가 보는 내내 편안한 느낌을 갖게 해줬다. 그리고 무엇보다 읽고 있음 빵을 빨리 사 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여 나는 결국 제과점에 가서 모카빵을 사와 한 입 베어 물고 말았다. 무엇보다 이 옥탑빵이 1권이라는 게 반가울 정도로 앞으로 또 어떠한 이쁜 케이크와 빵들의 그림과 이야기가 전개될지 기대가 된다. 계속 계속 소장하고픈 책, 마치 동네에서 나만 알고 싶은 유명한 맛 집을 발견한 마냥, 고이고이 아껴두며 보고픈 만화책이다.

^^읽는 내내 빵순이 친구들이 생각났고, 안정된 직장을 나와 새로운 도전 중인 친구에게도 선물해주고팠다. 그리고 늘 안정적인 선택을 해왔던 나에게도. 주인공 친구 지혜의 말대로 인생에는 답이 없다는 메시지를 가슴에 새기며 이제는 내 멋대로 좀 살아 보겠다고 마음 먹게 해주었다. 공감으로 위로해주고 날 꿈꾸게 해 준 이 만화, 많은 이들에게 추천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