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왜 안 와 웅진 모두의 그림책 13
고정순 지음 / 웅진주니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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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없다~" 30개월이 지나서도 말을 잘하지 못하는 내 첫째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고 나서 한 말이다. 8월부터 어린이집 등원을 하게 된 아이는 유독 엄마 껌딱지이었던지라, 어린이집을 보내면서 많은 걱정을 했었다. 생각보다도 아이는 어린이집에 적응을  잘했고, 급기야 선생님에게 "어린이집 체질"인 것 같다는 찬사 아닌 찬사를 받았다. 그랬던 아이지만도 내가 어린이집에 데리러 가면 늘 "엄마~"하고 약간을 어리광과 울먹임인 섞인 목소리를 하며 내 품에 안긴다. 엄마가 자신을 데리러 올 것을 알지만도 늘 마음 한구석에 '엄마'라는 자리를 비워 놓고 기다리고 있을 아이, 그 모습을 떠올리면 자꾸 애잔해지려 한다.
  그림책 <엄마 왜 안 와>는 아이에게 아이의 수준으로 엄마의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엄마, 언제 와?"


아이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이 그림책의 첫 그림은 이미 해가 지고 하늘이 노을로 물들여질 무렵의 풍경이다. 누군가에게는 서정적인 이 풍경이 누군가에게는 마음이 조급해질 풍경이다. 하루가 지나가도록 아이는 엄마와 함께 하지 못하고 있는 거고, 엄마는 아이에게 가지 못했다는 거니까......

 

 

작가가 의도한지는 모르겠지만 저녁 7시 반 사무실 풍경에서 서로 다른 표정을 한 구성원이 눈에 들어왔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자판을 치다가 시계를 들여다보는 여자 곰, 그 옆에는 시간과 상관없이 미소를 머금고 업무를 하고 있는 남자 토끼(흡사 메신저로 회식 메뉴로 이야기하는 것 같이 보이는 것은 내 경험이 있어서인가), 그리고 그 옆에는 "이런"이라고 말하고는 어떻게든 업무를 빨리 끝내려 하는 듯한 엄마가 있다. 왜? 왜? 그럴까?

 

 

엄마식 아이 눈높이 표현이 이 그림책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다. 자꾸만 토하는 코끼리, 길 잃은 동물 친구들, 잠 안 자고 울어 대는 새들, 화가 난 꽥꽥이까지 엄마는 아이에게 못 가는 이유를 이야기한다. 어쩌면 코믹하기도 한 이 표현들이 우리의 현실을 풍자한 탓에 쓴웃음을 짓게 된다.

복잡한 만원 지하철에서도 아이가 좋아하는 공룡 뱃속이라 표현해주며 엄마에게는 애써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다고 이야기해준다. 이미 해가 저물고,  불이 켜진 아파트 숲 앞 도로에는 만원 버스이며, 학원 버스, 밤이 늦어도 다니는 택배 트럭, 치킨 배달 오토바이까지 엄마가 돌아오는 밤 풍경에 우리나라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엄마식 아이 눈높이 표현이 이 그림책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다. 자꾸만 토하는 코끼리, 길 잃은 동물 친구들, 잠 안 자고 울어 대는 새들, 화가 난 꽥꽥이까지 엄마는 아이에게 못 가는 이유를 이야기한다. 어쩌면 코믹하기도 한 이 표현들이 우리의 현실을 풍자한 탓에 쓴웃음을 짓게 된다.

복잡한 만원 지하철에서도 아이가 좋아하는 공룡 뱃속이라 표현해주며 엄마에게는 애써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다고 이야기해준다. 이미 해가 저물고,  불이 켜진 아파트 숲 앞 도로에는 만원 버스이며, 학원 버스, 밤이 늦어도 다니는 택배 트럭, 치킨 배달 오토바이까지 엄마가 돌아오는 밤 풍경에 우리나라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네가 있으니까"

 

엄마의 고된 하루를 버틸 수 있는 단 하나의 이유이다. 참고 버티고, 무거운 하루가 지나갈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다. 하지만 그 이유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직 오지 않은 엄마 기다림에 아이의 기분에 먹구름이 꼈다.

 하지만 엄마는 아직이다.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은 엄마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었고, 아이와의 끼니를 위해 그리고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사기 위해 마트에서도 역시 치열하게 장을 보고, 집을 향한다.


"어두운 밤길을 달려 용감하게 너에게 갈 거야. 조금만 기다려 줄 수 있지?"

비단 이 이야기는 책 속 아이의 엄마만이 아니다. 엄마가 양손에 장바구니를 가득 들고 갈 때 유달리 옆에 있는 여성들이 보인다. 그들이 모두 엄마라고 단정 지을 수 없지만 한 명의 엄마 입에서 미소가 번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인공 아이 엄마가 얼굴이 시뻘게 지도록 빨리 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엄마의 어두운 골목길을 비추어주는 것은 가로등이지만 아이의 어두운 마음을 밝혀주는 것은 엄마이다. 엄마를 만나고서야 아이 얼굴에는 미소가 번진다. 잠이 잘 때가 되어서야 상봉한 듯한 이 모자는 서로의 몸을 최대한 밀착한 채 하루의 마무리를 한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몰랐다. 단지 내가 '엄마'라는 이유로 자식들에게 그저 미안한 마음을 품게 될지는, 이 책의 작가는 말한다. 미안한 마음을 갖는 지금을 사는 엄마들에게 그리고 기다리는 아이들과 함께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이 그림책을 보면서 비단 왜 엄마들은 이렇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면서 살아야 할까? 엄마의 숙명일까?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82년생 김지영>이 떠오르기도 했다. 엄마들의 미안한 마음을 조금은 덜 수 있게 나라가 조금이라도 그 짐을 덜어주길, 적어도 우리 아이들이 부모가 되었을 때 그런 나라가 되길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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